705회
360일차
“패는 건 패더라도 일단 정산은 해야지.”
나는 바르바토스를 통해 포르네우스 던전에 쟁탈전을 걸었다. 8위 던전이 언제까지 30위 던전에 쟁탈전을 건 상태를 유지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기에, 나는 먼저 포르네우스에게서 던전의 소유권을 빼앗아야 했다.
“야, 어서 내놔.”
톡, 톡톡.
나는 발로 그녀의 뺨을 툭툭 건드렸다.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그녀는 입에 내가 입었던 스타킹이 재갈처럼 물려있었다.
“던전 내놓으라고. 너 지금 이제 끝장이라니까?”
포르네우스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그래서 발을 넓게 펼친뒤, 그녀의 볼을 툭툭 건드렸다.
오크의 발로 뺨을 얻어맞는다는 게 얼마나 굴욕적일까? 나는 모른다. 내가 SM플레이를 하더라도 마조 역할을 해본적이 없기 때문에, 나는 그런 굴욕을 느껴본 적이 없다.
‘마물박이 때는 방향이 다른 굴욕이었지.’
포르네우스 던전의 마족들이 나를 상대로 경멸하던 것이 나라는 개체에 대한 혐오감과 상식의 파괴로부터 기인한 것이었다면, 내가 포르네우스에게 주는 굴욕은 인격 모독에 가까웠다.
“포-스야. 너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돼?”
나는 발을 아래로 내려 그녀의 턱을 치켜 올렸다. 엄지 발가락의 발톱을 강하게 세워 턱을 위로 당겨, 푹 숙인 고개를 강제로 들어올리게 만들었다.
“너 지금 나한테 발린 거라니까?”
“.......”
포르네우스는 아직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두고 내가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아는 지 모르는 지, 그녀는 그저 나를 노려볼 뿐이었다.
[샤이탄, 이상한 마법적 개수작은 저지르지 않았겠지?]
[네. 별다른 마법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이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고요.]
나는 포르네우스가 워낙 당당하게 있는 바람에 그녀가 뭔가 믿는 구석이 있나 싶어 확인을 몇 번이고 했다.
시스템을 이용해 던전을 무너뜨리는가 싶어 손가락 뼈를 모조리 분질러놓았고, 팔을 뒤로 묶은 다음 시스템은 건드리지 못하도록 손가락 하나하나마다 특제 장갑을 씌워뒀다.
“손에 딱 맞는 장갑을 씌워두니 장갑을 깨부수고 손의 자유를 되찾았다고? 어디 손가락 하나하나마다 구속구가 씌워져있는데 두고보자. 아아, 이것은 골무라고 하는 것이다.”
포르네우스의 손에는 그녀를 위한 특수제작 골무가 씌워져 있었다. 그리고 골무와 골무 사이에 쇠막대를 붙여, 손가락을 쫙 펼친 상태에서 아무리 손을 움직여도 구속을 풀 수 없게 만들었다.
“관절부에 쇠막대를 붙이면 분명 관절을 부수는 한이 있어도 쇠를 구부리려고 들테지. 하지만 손가락에 철심을 박아두면 구부리지도 못한다 이거야.”
“이, 이...!”
포르네우스는 핏발 선 눈으로 손을 접으려들었다. 하지만 관절부 사이사이로 들어간 철심 덕분에 그녀는 손가락을 접지도 못했다.
“액정 못 누르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지. 흐흐.”
시스템을 누르기 위한 손끝은 쇠골무에 모두 막혔다. 거기에 철심까지 박혔으니, 그녀가 시스템을 이용해 개수작을 부릴 염려는 없었다.
그녀에게 허락된 것은 오직 손바닥으로 내 라스푸틴을 애무하는 것, 그리고 라스푸틴에게 완전히 굴복하여 ‘항복’하는 것 뿐이다.
“나는 말이다, 너를 위한 복수를 위해 매일 밤을 지새웠단다.”
나는 포르네우스의 머리끄덩이를 붙잡았다. 그녀가 바닥에 질질 끌리든 말든, 나는 포르네우스를 잡고 던전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네년에게 굴욕을 당한 3년의 시간이 너무나도 역겹고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그 날의 고통이 오늘날의 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참았다. 근데 씨발, 아무리 생각해봐도 차라리 군대를 한 번 더 다녀오고 더 좋겠다 싶더라?”
덜컹!
포르네우스는 소환진 위에 놓인 형틀에 묶였다. 나는 포르네우스가 움직이지 못하게 상반신을 형틀에 묶었다.
“이러니까 좀 보기 좋네.”
“.......”
형틀에 가죽끈을 이용해 흉부를 몇 겹이고 겹쳐 묶어놓았다. 덕분에 포르네우스는 상반신만 가죽에 묶여, 하반신 만큼은 이리저리 다리를 휘저을 자유를 얻었다.
“크르르, 나를 이렇게 만든 네 놈을-”
“응, 변신 불가.”
퍼—억.
나는 포르네우스의 얼굴에 다시 주먹을 꽂아넣었다. 포르네우스의 입에서 피가 주룩 흘러내렸고, 나는 포르네우스를 위해 준비한 물건을 꺼내들었다.
“마셔라, 포르네우스.”
주루룩.
마나가 깃든 붉은 액체가 포르네우스의 얼굴에 떨어졌다. 포르네우스는 입술을 꾹 닫고 액체를 마시지 않았다.
“어쭈? 포션인데 안 먹어?”
“.......”
얼굴의 붓기와 상처를 가라앉힐 수 있는 포션임에도 그녀는 마시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바지를 내려 라스푸틴을 꺼낸 다음, 아직 그녀의 볼에 남아있는 액체를 넓게 펴발랐다.
“그럴 줄 알고 바르는 약으로 준비했지.”
“...!!”
포르네우스는 격렬히 고개를 사방으로 돌리며 저항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 양 옆에는 그녀의 머리에 딱 맞게 제작된 형틀이 있었다.
“야, 붕어야. 이게 바로 붕어빵 기계라고 하는 거야.”
고개를 돌리고 싶어도 돌리지 못하게, 정면만 바라보게끔 만든 형틀은 드워프 여왕이 될 내 여인이 만든 특제품이었다.
끼릭, 끼릭, 끼릭.
나는 기계의 레버를 돌려 형틀을 짜맞췄다. 붕어빵 기계의 덮개를 덮듯, 나는 포르네우스의 얼굴을 형상화한 듯한 덮개의 뚜껑을 닫으며 포르네우스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게 너를 위한 최고의 굴욕 선물이 될 것 같아서 말이야.”
“하, 개소리말-”
쿵!
나는 덮개를 닫았다. 그리고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게 목부분까지 덮개를 닫았다.
“조금 그로테스크하긴 하네.”
흉부 위로는 중세 고문실에서 볼 법한 구속이 채워져 있고, 아래로는 전부 발가벗겨져 있었다. 갈비뼈 아래부터 병적으로 새하얀 피부는 고간부부터 아주 흉악하기 그지없었다.
“어우, 소름. 그레모리보다 더한 건 처음이네.”
살면서 그레모리가 최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한 존재가 있을 줄이야.
‘그래도 하긴 해야지.’
포르네우스를 위한 기본은 내가 그녀를 범하는 것이다.
단, 그냥 범하는 건 아니다. 성공적인 복수를 위해서는 중간과정이 몇차례 필요하다.
“포르네라스.”
“네, 주인님.”
포르네라스는 싱글벙글 웃으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일부러 포르네우스를 조롱하기 위해 포르네우스와 똑같은 복장으로 입은 그녀는 내 곁에 서서 내 지시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정말로 마왕의 권리를 포기하겠느냐?”
“네. 한 시대에 마왕은 한 분 밖에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포르네라스, 미래의 마왕은 현재에 융화되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시스템의 권리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어떤식이냐 하면....
“샤이탄. 허가는?”
“받았습니다. 포르네라스 양이 모든 권한을 ‘이양’하는 순간, 시스템은 새로이 탈바꿈하게 될 것입니다.”
솔로몬이 만들어낸 기존 시스템 체계는 잠시 점검에 들어간다. 그리고 점검 기간 동안 미래에서 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재에 걸맞게 시스템은 업데이트 될 것이다.
소위, 레메게톤 2.0.
나는 에스투에게 포르네라스의 존재를 자진신고했다. 에스투는 포르네라스의 존재를 이번 일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들은 내가 어떻게 나오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 원래는 얘기 안 했으면 시스템 에러 명목으로 불러다가 추궁하려고 했는데.
마왕은 모든 것을 보고 있었다.
- 본인이 그렇게까지 하겠다는데, 어쩔 수 없지.
에스투는 포르네라스와 내 관계에 대해 눈감아주기로 했다. 미래의 마왕은 시스템을 넘겨주는 대신, 현재의 마왕은 소원을 하나 들어주기로 했다.
“제 소원은 곧 주인님의 소원이에요.”
포르네라스의 기특한 말에 나는 눈물이 절로 나왔다. 그녀가 시스템을 포기한다는 것은 미래로 돌아갈 타임머신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괜찮아요. 미래에는 주인님이 없으니까요."
"고맙다, 포르네라스."
나는 정식으로 포르네라스를 맞이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를 위해 포르네우스를 잡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만큼, 나는 그녀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반은 포르네우스니까 포르네우스를 영입한 셈이나 마찬가지지.'
포르네우스를 위한 굴욕, 하나.
"포르네라스, 네가 앞으로 30위 던전의 주인이다."
<포르네우스>라는 던전의 주인을 없애고, <포르네라스>로 고친다. 이것은 시스템을 개변해야하는 것이지만, 다행히 에스투는 레메게톤 시스템을 2.0.으로 고치며 이 부분을 수정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또 다른 시스템 하나.
미래에는 흔하지만 과거에는 적용되지 않은 요소가, 우리 던전에 처음 시범을 보이게 되었다.
"던전 주인이라는 것들은 말이야, 한 번 잡히면 끝이어야하지. 근데 괜히 <굴복>같은 거로 정신을 무너뜨리게 만들어서 귀찮단 말이지?"
이제, 정신까지 무너뜨려 포기하게 만드는 귀찮은 일은 없다.
"포르네라스. 다시 한 번 읊어보거라."
"네. 상대 던전의 주인을 본인 던전의 소환진까지 잡아온 경우, 던전 주인에 관계없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비바, 미래. 나는 형틀에 묶인 포르네우스의 하복부를 발로 짓밟았다.
"야, 포르네우스."
원래 던전에서 구한 낡은 방어구는 세탁하여 사용해야하기 마련.
"영광으로 알아라. 너 같은 녀석을 환생도 시켜주고 말이야. 아 글쎄, 미래에서는 죽어도 부활하는 횟수가 한정되어있다나 뭐라나?"
부활패널티.
현재는 최대 레벨이 깎이지만, 미래에는 ★이 깎인다고 하더라.
"너, 지금 5성이지? 그러면 네 번만 죽자."
나는 아리에스 기사단을 쓰러뜨렸던 몽둥이와 똑같이 생긴 몽둥이에 할레오를 집어넣어, 포르네우스의 구속구 위에 놓았다.
"아아, 이것은 테스트 서버라는 것이다."
인연소환의 부활패널티 방식의 변경을 위해, 나는 포르네우스의 머리를 향해 힘차게 몽둥이를 내리찍었다.
깡. 깡, 깡.
"샤이탄!"
구속구를 때릴 때마다 형틀에 묶인 몸이 파들파들 떨렸다.
"4성 부활이니까...상급 마석 10개만 가져와."
이제, 죽여도 상급 마석 10개면 부활할 수 있다.
"다음은 중급 10개다.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