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3회
359일차
동굴 안은 오직 떡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정신을 아득하게 만드는 소리에도 늙은 오크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지푸라기 속에서 빠져나왔다.
“커헉!”
썩은 사체를 뒤덮어둔 지푸라기를 덮고 나오니 그의 몸에는 온통 시취로 가득했다.
생살이 썩어가는 역한 냄새에 오크는 구역질을 참을 수 없었으나, 그는 그나마 역함이 덜한 팔로 입을 막고 동굴 벽을 짚으며 식량창고를 빠져나왔다.
아아앙----!!
교성이 동굴 전체에 메아리친다. 누구의 비명소리인지도 구분하기 힘든 비명은 쾌락에 젖어있었다.
“으으…!”
늙은 오크는 분질러진 다리를 절며 통로를 쭉 따라나왔다. 동굴 안쪽은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든 색욕의 광기가 폭주하고 있었다.’
“우웁…!”
이건 이거대로 역했다. 오크는 코를 찌르는 여러 냄새에 급히 본능을 따라 몰래 비밀통로의 문을 열었다.
던전의 주인만 아는 여러 탈출로 중 하나로, 그는 벽을 이리저리 만져 마법의 장막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이쪽으로 와라, 당장-
멀리서 자신을 찾는 목소리가 들린다. 늙은 오크는 좁은 바닥을 기어 앞으로 나아갔다. 무릎이 다 까지고 한 번 몸이 바닥에 엎어졌어도, 그는 두 팔로 바닥을 기며 결국 목적지에 도착했다.
“으읍, 으읍!!”
던전의 감옥.
원래는 죄인을 가둬야 할 곳에, 은발의 소녀가 갇혀있었다. 그녀는 눈과 귀가 모두 가려져있었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였다.
“주인님…!”
누가 그녀를 구속했는가. 범인은 단 한 명이다.
늙은 오크는 눈물을 흘리며 감옥 문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는 너무나도 늙어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다.
팔은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앙상했다. 오크의 자랑과도 같은 근육은 이미 그에게 말라 비틀어진 흔적에 불과했다.
어서 열어! 열란 말이야!
귀에서 시끄럽게 쫑알대는 소리에 오크는 울컥했다. 하지만 그는 주인을 위해 낑낑거리며 감옥 문을 열어젖혔다.
“캬아악!!”
그나마 남은 근육이 찢어지는 것조차 감수하며, 오크는 쇠창살을 좌우로 열어젖혔다. 그리고 그는 쇠창살 사이로 몸을 내던지듯 집어넣었다.
“허억, 허억…!”
오크는 오랫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한 적이 없었다. 던전 내 오크들의 주식이 ‘오크’가 된 순간부터, 그는 곡기를 끊고 최소한의 물과 약탈한 식량으로 끼니를 때웠다.
“주인님…!”
포르네우스 던전 반역의 날.
두 오크의 반란으로 분노한 포르네우스에 의해 다른 모든 오크들이 모두 살해당할 때, 그는 추하게 목숨을 구걸하여 살아남았다.
다행히 오크는 주인의 총애를 받는 오크였고, 간신히 살아남아 시스템의 감옥에 갇히지 않았다.
그리고 던전의 체제가 바뀐 이후, 던전의 세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오크의 몸도 점점 야위어갔다.
그는 일종의 포르네우스 던전에 있어서 과거의 상징이었다. 오크의 반란 이후 변곡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으로부터 포르네우스 초기까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였다.
빨리와! 나를 구해! 먼저 이 손을 가둔 쇠장갑을 끊어버리란 말이야!
그리고 현재 던전에서 유일하게 포르네우스의 지시를 따르고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존재였다.
포르네우스가 자랑하는 모든 신종 오크들은 살해당했다. 살아있는 파후오크들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데스트랄도 없었다.
오직 한 명의 늙은 오크만이 던전 부하 목록에 남아있을 뿐이다.
“아아, 주인님…!”
늙은 오크는 눈물을 흘렸다. 어찌됐든 주인의 굴욕은 곧 자신의 굴욕이었으며, 오크는 주인이 시키는 대로 쇠장갑을 벗겨내려고 했다.
쇠장갑 안에 주먹을 쥔 채로 갇혀서 시스템을 누르질 못하겠어!!
포르네우스는 시스템을 이용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오크는 무슨 말을 하는 지 알 수 없었으나, 간혹 주인이 허공에 손가락을 누르는 걸 상기했다.
이거 어떻게 좀 해봐!!
바닥에 떨어진 여분의 쇠장갑 안은 주먹을 말아쥐도록 설계되어있어, 시스템을 사용할 때 특유의 손짓을 할 수 없게 되어있는 듯 했다.
“예, 예…!”
오크는 주인의 지시에 온 힘을 다했다.
이미 쇠창살을 열어젖히는 순간 그의 손은 피가 터지고 팔의 근육이 망가졌지만, 오크라는 종족이 가진 재생력과 기본적인 근골의 힘으로 쇠장갑을 열어젖히려고 했다.
아야야! 아프잖아!
“.......”
오크는 쇠장갑을 벗기려다가 그만 회의감이 들었다.
목숨 걸고 빨리 벗기란 말이야!
그리고 고뇌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는 자신을 알아보는 게 아닐까.
아무리 과거와 지금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들, 그만이 알고 있을 과거를 이야기하면 분명 알아볼 것이다.
야, 너 지금 무슨 생각 하고 있어?!
포르네우스는 아무 것도 보지 못한다. 아무 것도 듣지 못한다. 그저 시스템을 이용해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늙은 오크는 생각했다. 생각하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보였다.
자신의 변심을.
패배 직전으로 몰린 주인과 승리를 따낸 침입자 사이에서 누구를 위해 남은 생명을 바칠 지 고민하고 말았다.
너, 너 이 자식…!
포르네우스의 생생한 분노가 느껴졌다. 오크는 시스템조차 포착할 수 없게끔,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 생각을 비웠다.
주인이 만약 자신을 이해해주고, 회유하려고 든다면-
감히 나를 배신하려고 해?! 너도 같이 죽여버릴 거야! 이 더러운 핏줄! 너희 오크들은 배신이 특기지!
“......크륵.”
오크는 자조했다. 더이상 살아갈 의미를 잃어버렸다. 주인을 위해 충성을 하던 삶도 이제는 아무 의미가 없어지고 말았다.
하하하! 배신하려고? 어림도 없지! 시스템이 나를 지켜주고 있는 이상, 너는 나를 공격하지 못해!
포르네우스의 앙칼진 외침이 오크의 귀를 때렸다. 오크는 쇠장갑에 이마를 올리며 중얼거렸다.
“......폭풍 늑대의 신이시여, 당신의 후예들에게 승리의 축복을!!”
너, 너 지금 뭐하는--
퍼--억.
오크는 쇠장갑에 이마를 박았다.
단 한 번.
자신의 머리를 전력으로 쇠장갑에 박는 것으로, 그는 스스로의 생을 마감했다.
그가 스스로 목숨을 내던질 수 있었던 계기는 바로, 던전 주인이 자신에게 명령을 내렸던 ‘목숨을 걸라’는 말.
쇠장갑을 부술 수 없던 오크는 말 그대로 자신의 목숨을 걸었다. 그리고 피를 흘리며 서서히 아래로 쓰러졌다.
쩌적, 쩍.
쇠장갑은 아주 약간의 금이 생겼다. 포르네우스는 손을 쥐락펴락하며, 금을 어떻게든 벌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읍, 으으읍!!”
그러나 쇠장갑은 열리지 않았다. 아무리 힘을 줘도 쇠장갑은 마치 포르네우스의 손에 딱 맞게 제작된 것 마냥 손을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삐거덕, 삐거덕.
“으읍!!”
포르네우스는 아무도 듣지 못하는 비명을 질렀다. 누구도 듣지 못할 공허한 비명만이, 감옥을 가득 채울 뿐이었다.
***
“으어어어!”
나는 자지를 끝까지 찔러넣었다.
“아아앙!!”
이계의 마왕은 교성을 터뜨리며 비명을 질렀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고 입에는 침이 고여있었다.
“너, 너무 커어엉…! 아항, 져, 졌-”
나는 그녀의 입을 향해 손을 뻗었다.
“어딜 졌다고 말하려고? 아직 안 되지, 안 돼.”
퍽, 퍽퍽퍽.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 바르바토스 이래, 나를 이렇게까지 짜릿하게 만드는 보지는 처음이었다.
"너는 조용히 내 손가락이나 빨아라."
"...츕."
이계의 마왕은 내 손가락을 정성스럽게 핥기 시작했다. 섹스 배틀을 건 것 치고는 너무나도 초보적인 혀놀림이었지만, 나는 그녀의 애무에 금방 자지가 불끈 달아올랐다.
“항, 츄릅, 츕.”
이계의 마왕은 마치 유아퇴행이라도 한 것 마냥, 내 손가락을 빨았다. 아기가 손가락을 빠는 것 처럼,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나를 손가락으로 느끼고 있었다.
찌걱, 찌걱.
이미 보지로는 내 자지를 온전히 느끼고 있었으면서. 나는 그녀의 혀를 검지로 꾹 누르며, 볼을 엄지로 쓰다듬었다.
“너, 내 여자가 되어라.”
이계의 마왕은 몽롱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그녀의 혀를 보지 간질이듯 긁으며, 자지로는 그녀의 가장 깊숙한 곳을 꾹꾹 눌렀다.
“아주 오래전부터 너같은 여자를 기다려왔단다.”
“...아학!”
이계의 마왕은 내 얼굴에 달뜬 숨결을 토해냈다. 은빛으로 물든 눈동자의 아래, 미약하게 깔린 녹빛의 기운에 나는 등허리가 짜릿하게 울렸다.
“......하아, 하아.”
이계의 마왕은 내 볼을 붙잡았다. 누구보다도 격렬히 갈구하는 손짓으로 나를 잡아당겼다.
“정말...오랫동안 기다려왔어요. 저를...당신의 여자로 만들어주세요.”
“두말하면 잔소리.”
찌걱, 찌걱.
서서히 시스템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나는 이계의 마왕 위에 떠오른 그녀의 이름을 보고 쾌재를 불렀다.
포르네■스.
“잘 들어라.”
나는 이계의 마왕의 속을 향해 자지를 긁듯 찌르며, 꿈속에서 포르네우스에게 박았던 것처럼 찌르며 선언했다.
“너는 지금부터 내 여자, 포르네라스다.”
“......아학!!”
포르네라스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 말 한 마디가 그녀를 강제로 절정하게 만들었다.
"포르...네라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곱씹으며 나를 향해 도전적인 미소를 지었다.
"섹스로...절대 안 져요…."
"흐흐, 그래. 졌다고 절대로 말하지 마라."
뷰르르릇.
나는 그녀의 안에 사정했다. 그리고 자세를 바꾸지도 않고, 정액이 차오른 채로 다시 허리를 흔들었다.
"제발 지게 해달라고 말할 때까지 범하고 또 범해줄테니."
"......♥"
포르네라스가 졌다고 말한 건, 그녀가 보지에 열 아홉 번째 사정을 받고 난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