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5회
357일차
반란을 일으켰지만 반란을 성공시킬 뻔한 부하가 있다. 둘은 세력이 연전연승하게 만든 일등공신이고, 가성비가 정말 끝장나는 자들이었다.
이들을 죽여야 할까, 아니면 살려야 할까?
정답은 ‘죽여야’ 한다.
반란분자는 용서할 수 없다. 아무리 뛰어난 가능성을 가진 존재라고 해도 죽여야 하는 법.
그러나 그 자들이 있었다는 기록은 남는다.
나와 트랄이 포르네우스 던전을 탈출하여 스스로 시스템의 속박을 벗어던졌다고 해도, 우리가 포르네우스 던전에 살았다는 기록은 남아있다.
3성 오크, 파후우.
5성 오크, 트랄.
즉, 파후우와 트랄은 본인은 소환하지 못해도 3성 오크와 5성 오크는 소환할 수 있다. 던전 주인에게는 누구나 가능한 ‘마석 소환’이라는 방법이 있으니까.
‘품종 개량이다.’
근본적으로 내 눈앞에 있는 오크들이 태어난 방식은 내가 군단을 운영하는 방식과 큰 차이가 없었다.
높은 등급의 개체들을 서로 교배시켜 태어나는 새로운 개체의 등급이 최소한 3~4성 이상이 되도록 보정을 하면 된다.
더 좋은 개체로 자랄 수 있도록, 그리고 좋은 개체가 나오면 기존의 개체를 ‘폐기’하고 그들을 이용해 또다시 교잡시키는 것이다.
3성과 3성이 4성을 둘 낳으면 3성 둘을 폐기하고, 4성 둘을 교배시켜 5성을 낳게 하면 되는 일이다.
나는 그걸 오크를 비롯해 드라고니안, 엘프, 드워프 등 다양한 방면에 걸쳐서 연구를 했다면, 은갈치는 오크라는 종족 하나만을 연구하여 극의에 달한 것이다.
[주인님, 연구가 끝났습니다. 상대 종족의 이름을 알아냈습니다.]
“무엇이냐?”
[...파후오크.]
“이 년이?”
나는 악의 넘치는 종족명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포르네우스에게는 양심이라는 게 없는 건가? 어떻게 내 이름을 저 놈들의 이름에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
‘포르네우스 년이 그러면 그렇지.’
용서할 수 없다. 용서를 해보려고 해도, 자비를 베풀려고 해도 도저히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등급은?”
[전부 2성입니다. 간부급 개체는 4성입니다.]
“어떻게? 레벨은 거의다 80 언저리 아니었나?”
[마물 강화권으로 강화한 듯 하고...거기에 이 던전, ‘제물의 관’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듯 합니다.]
던전에는 제물을 바쳐 경험치로 승화하는 시스템도 존재한다. 나는 구울 종을 제외하면 사용하지 않지만, 포르네우스 던전은 아무래도 제물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 같았다.
[놈들의 특성도 알아냈습니다. 먹으면 먹을수록 강해지는 타입으로, 제물의 관을 이용하면서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이용한 것 같습니다.]
“아아, 이것이 카니발리즘인 것인가.”
파후오크는 파후오크를 먹는 것으로 강해졌다. 동료였던 자를 직접 먹어치우며 성장을 거듭한다.
도태되는 자는 먹히고, 살아남는 자는 더욱 강해진다. 포르네우스가 던전을 운영하는 방식은 그랬다.
“하지만 이 정도로 지독하고 효율적일 것 같지는 않은데….”
“왜요?”
“그 년, 빡대가리거든.”
인간박이라는 이유로 나를 쳐낸 것 자체가 포르네우스가 물고기 대가리라는 걸 말하고 있으며, 한 때 내가 환상으로 겪었던 또다른 미래를 통해 나는 알고 있었다.
나라는 존재를 중용한 지혜로운 은갈치의 미래를.
나의 인간박이를 존중하고 품는 자애로움을 가졌던 그녀는 나를 정식으로 남편으로 들이고 슬하에 딸 하나까지 들여 던전 전체를 아우르는 최강자가 되었다.
나는 그녀의 와룡봉추, 장자방이 될 수 있는 놈이었다. 스스로 복을 걷어찬 이상, 남은 건 피의 복수 뿐.
그래서 더욱 혼란스러웠다.
미래와 대의와 지혜도 없이 매일매일 부하들 괴롭히고 섹스나 하기를 좋아하는 걸레 마족이 자신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든 오크를 배양하고 합성할 것 같지는 않았다.
“도저히 이런 걸 생각해낼 년이 아닌데.”
“누군가 옆에서 참모가 붙은 게 아닐까요? 가령...군단의 인장이라거나.”
“씁, 그런가?”
던전 주인 끼리의 쟁탈전이 아니라 군단장 간의 쟁탈전이라면? 아직 내가 취하지 못한 마왕의 딸이 인장으로서 포르네우스를 보좌하고 있는 거라면?
“그렇다면 더더욱 이 던전을 점령할 필요가 있겠어.”
나는 정의구현봉을 들고 앞을 향해 소리쳤다.
“숨지 말고 나와라! 포르네우스!!”
나의 사자후는 던전 전체로 메아리쳤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듣고 울화통에 뒤집어지지 않고는 못 견딜, 포르네우스 던전의 금기를 당당히 저질렀다.
“겁 먹은 꼬라지를 보니까 새가슴이 분명하구나!!”
구구구.
던전 전체가 주인의 분노를 머금은 듯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
“저새끼 무조건 죽여야겠어.”
오크의 위에 기승위로 올라타있던 포르네우스는 정수리까지 분노로 시뻘게졌다. 그녀의 아래에 있는 오크들은 오체투지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야!!”
“부르셨습니까?”
로브의 마법사는 포르네우스의 앞에 고개를 조아렸다. 포르네우스와는 달리, 펑퍼짐한 로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몸은 풍만하다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안 되겠어, ‘그거’ 소환해!”
“그거라고 하시면….”
“돼지새끼!”
포르네우스의 말에 오크들은 공포에 빠졌다. 특히 허리가 굽은 오크는 사색이 되어 벌벌 떨기 시작했다.
“본부대로.”
로브의 마법사는 소환진을 향해 지팡이를 뻗었다. 그녀는 중급 마석 일곱 개를 품에서 꺼내 소환진에 올렸다.
“액토플라즘.”
여인은 유리병 안에서 머리칼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 소환진에 흘렸다. 그리고 포르네우스는 시스템을 신경질적으로 두드렸다.
“인연소환!”
내키지 않는 말투로, 그녀는 무언가를 소환했다. 그곳에는 남들과는 다른 형태의 오크가 멍하니 서있었다.
“응애.”
갓 태어난 것처럼 중얼거리는 오크는 구울처럼 손을 앞으로 흐느적거렸다. 복부 부분은 무언가 내용물이 빠진 것처럼 피부가 흐느적거렸다.
보기에는 다소 흉측했으나, 저 알맹이 빠진 것 같은 오크야말로 포르네우스 던전을 강력하게 만든 최강의 ‘종마’였다.
“정말...짜증나게.”
포르네우스는 옥좌 바로 옆에 놓여진 침대에 누워 다리를 벌렸다. 부하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벌어진 그녀의 아래는 의외로 거무튀튀하지 않고 깨끗한 편이었다.
질척.
포르네우스가 자신의 음부에 손가락을 넣고 자위하기 시작하자, 갓 소환된 오크는 코를 킁킁거리며 포르네우스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보...지….”
다른 오크들과는 확연히 다른 남근을 빨딱 세우며, 오크는 포르네우스의 앞에 정확히 자리를 잡았다.
“박아, 싸.”
“부히이익.”
오크는 돼지처럼 울며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어찌나 그 힘이 강한지 포르네우스의 몸과 함께 침대가 들썩거릴 정도였다.
“...어헝.”
다른 오크들의 위에서 신음조차 흘리지 않던 포르네우스는 혀를 내밀며 몸을 떨었다. 그에 다른 오크들은 열패감과 굴욕감을 느꼈다.
“더 세게! 더 강하게!”
“부힉, 히이익!”
포르네우스의 명령에 따라 오크는 미친듯이 허리를 흔들었다. 포르네우스는 스스로의 입을 손으로 가리며 몸을 떨었다.
“싸, 싸…!”
“우효오오옷!!”
푸슈우우웃.
30분 가량 이어진 성교에 먼저 지친 쪽은 포르네우스였다. 포르네우스는 명령으로 직접 오크에게 사정을 명령했고, 자신이 가는 타이밍에 맞게 질내사정을 끝마쳤다.
“...후우.”
기분좋게 절정한 포르네우스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뒤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오크들이 몸을 일으켜 3성 오크를 붙잡고 어딘가로 끌고갔다.
퍼---억.
어디선가 좋지 못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포르네우스는 하얀 정액이 흘러넘치는 걸 손가락으로 집어넣으며 입맛을 다셨다.
“젠장…. 이렇게 속궁합 잘 맞을 줄 알았으면 원본을 남겨둘 걸. 아무튼 덕분에 고맙네. 네 덕분에 사라진 놈 자지도 이렇게 즐길 수 있고.”
“...포르네우스 님께 도움이 되어 영광입니다. 그런데 포르네우스 님, ‘액토플라즘’으로 소환하시는 이 오크 말입니다. ...왜 직접 산란까지 받으시나요?"
"맛있게 섹스 잘하니까. 그리고 하나 더 있지."
짝.
포르네우스는 아공간을 열어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검게 반짝이는 물건을 본 로브의 마법사는 눈을 빛내며 놀랐다.
"마정석?"
"그래. 이거 하나면 산란 백 배 빨리 할 수 있단 말이야?"
포르네우스는 마정석을 자신의 음부에 밀어넣었다. 그러자 포르네우스의 배가 급격히 부풀어오르기 시작했고, 포르네우스는 눈을 까뒤집으며 이를 악물었다.
푸슈우웃----!!
조수가 천장에 튈 정도로 뿜어져나왔다. 포르네우스의 보지에서 녹색의 짙은 알이 하나 흘러나왔다.
"하아, 하아, 하아.... 이게...최고야. 정말."
포르네우스는 산란의 절정에 절여진 눈으로 자신이 낳을 알을 사랑스럽게 들어올렸다.
"속궁합이 최고라는 말은, 낳는 알도 최고라는 말이지."
"설마...."
"그래. 내가 그 새끼랑 파종 산란을 하면...99%로 5성이 나오더라고."
포르네우스는 알을 다른 오크에게 집어던졌다.
"가서 합성해. 이거 꽝이야."
"추휘익. 감사합니다, 주인님."
포르네우스는 합성되는 오크를 향해 비웃으며 기지개를 켰다.
"으으, 산란 쿨타임만 없었어도 매번 낳는 건데 말이야. 오, 죽었다. 후후."
포르네우스는 이번에는 직접 중급 마석 일곱 개를 꺼내 소환진 위에 던졌다. 로브의 마법사는 손을 머뭇거리며 소환진 위로 액토플라즘을 던졌다.
위이잉.
"응애."
또다시, 영혼이 없어보이는 오크가 소환되었다. 포르네우스는 오크의 앞에서 한쪽 다리를 들어올렸다.
"네 주인을 임신시켜라, 파후우."
"부히익."
알맹이가 없는 오크의 액토플라즘은 꼭두각시처럼 포르네우스를 들고 범하기 시작했다. 포르네우스는 쾌감에 절여진 눈으로 로브의 마법사를 향해 엄지를 들어올렸다.
"네 덕분에 아주, 크흥, 좋게 됐어. 도망가서 자리만 차지하는 놈의 육체를 소환할 수 있다니. 이건 정말 고맙네. 응."
"......예. 감사합니다."
로브 아래, 은발에 가려진 여인의 눈빛은 몹시 슬퍼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