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693화 (689/800)

693회

357일차

솔로몬이 내게 환영분신술을 가르쳐 준 것도 어느덧 닷새 가량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섹스를 분신들에게 맡긴 뒤, 라스토피아 운영에 집중했다.

"주인님, 신수 님이 만들어주신 친자감별기가 정상 작동하기 시작했어요. 108명의 남자들이 자식을 책임지기로 했고, 18명의 남자들이 야밤에 도주했어요. 어떻게 할까요?"

"죽음의 기사들에게 가서 쫓으라고 해. 임신 시키고 튄 남자들이 꼭 얘기해주고. 사지를 잘라도 좋고 잡아다가 강간해도 좋으니, 목숨만 붙여서 데려오라고 해."

[군단의 주인이시여, 폐기 구울들의 마석화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제물로 바치기도 불가능한 구울들은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불로 태워버려. 땅에 매장할 가치는 없고, 전부 화장시키지."

"주인님, 수도 재개발 부대에서 보고입니다. 빈민가를 재개발하던 도중에 던전으로 향하는 통로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30위 급의 던전인데 어떻게 할까요?"

"어디 보자. ......이거 킵 해둬. 나중에 내가 직접 처리한다."

나는 집무실에 앉아 곳곳에서 들어오는 보고를 처리했다.

내 여인들은 분신과 라스를 하며 성욕을 해소했다. 여기서 나는 큰 충격을 하나 받게 되었다.

의외로 내 여인들은 나만큼 성욕이 없었다.

물론 나만큼 성욕이 많은 이가 드물기는 하지만, 내 여인들은 분신과의 라스를 한 두 번 정도 경험만 해보고 굳이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자신과 하고 싶기 때문'에 나와 라스를 한 것이다.

나는 여기에 조금 감동을 받았다. 물론 그렇다고 분신들과 다시 하나로 합쳐질 생각은 없었다.

'창남 메타로 마석 모으는 재미가 쏠쏠해.'

나는 분신의 몸을 팔았다. 높은 가치를 가진 마석을 가져오면 '라스푸틴'과 라스를 할 수 있게 만들었고, 일부 마족들은 마석을 가져다가 분신과의 자유로운 라스를 즐겼다.

그리고 나는 성욕이 거의 거세된 상태로 군단 운영을 집중할 수 있었다.

각지에서 몰려드는 모든 일들을 신속하고 정확하고 실수 없이 처리할 수 있었다.

"주인님, 아리에스 영지 대성벽 방면으로 마족들이 넘어왔다고 합니다."

"그래? 영지가 비니까 놈들이 감히 대성벽을 넘어왔다 이거지? 흐흐, 왕국이 멸망했다는 소식이 거기까지 들린 모양이구나."

"주인님, 수인 왕국으로부터 전갈이에요. 인류 연합이 수인 왕국을 공격하기 시작했어요. 마르바스는 아예 수인족 전체를 이끌고 황무지를 떠나려고 할 생각이 있는 듯 한데...."

"수인 왕국의 토지는 척박하다고 들었다. 무슨 유적이나 자원도 딱히 없으니, 아예 리브라 영지에 모두 정착하라고 해. 리브라는 수인들의 구역이 될 것이다."

"주인, 그...드워프 왕국이 난리야. 사지타리우스 백작가 방면으로부터 보고가 들어왔는데, 드워프 왕국에서 대규모 병력을 파견했어. 규모는 대략 5천밖에 안 되는데, 문제는 드워프들도 섞여있고 장비도 화려해."

"양은 적어도 그만큼 질적으로 우수하다는 건가? 걱정마라, 로도페리. 드워프 왕국의 준동은 예상했다. 다만...."

나는 조디악 왕국의 세 방향에서 들어오는 공격에 짜증이 일었다.

"이걸 동시에 대처하려고 하니 조금 짜증이 나는군."

라스토피아가 조디악 왕국 전체를 차지하게 된 건 환영할 일이지만, 지켜야 할 영역이 넓어진 건 그다지 좋지 않았다.

"다른 왕국과 접경 지역에 도적들이 국경을 넘어오고 있대요. 약탈자들인 것 같아요."

"...끙."

솔직한 심정으로 몇몇 영지는 버리고 싶었지만, 그래도 수비에 부적절하다고 영토 자체를 버려서는 안 될 일이다.

"오피큐스 놈이 제대로 나라를 관리 안 하니까 이 모양 이 꼴이 된 게 아닌가? 나한테 왕국을 넘겨주기 전에 대성벽 너머의 마물도 제거하고 외치를 단단히 챙겼어야지!"

경영은 좋지만 전쟁은 지긋지긋하다. 라스토피아의 발전을 위해 내치에 신경을 쓰기도 골치가 아프건만, 전쟁이 끊이지 않는 것에 절로 짜증이 일었다.

"이 놈들, 나를 동시에 엿먹이려고 하는구나. 흐흐."

나는 적들이 가진 악의를 느낄 수 있었다.

원래 1등은 다른 모든 이들에게 질투를 받는 법이며, 실제로 동맹을 맺지 않았더라도 놈들은 우리 왕국의 혼란을 틈타 땅과 자원을 야금야금 삼키려다보니 함께 공격을 하게 되었으리라.

"전쟁 들어오는 거 막을 이유는 없지. 좋다, 전쟁이다."

나는 깃털펜을 내려놓았다.

"모든 방위의 군사들을 재편하겠다. 분노, 오만, 색욕, 탐욕의 군단을 각각 따로 편성하여 네 방향으로 대처하지."

아리에스 영지 방면으로 대성벽에서 넘어오는 마물들을 대처할 오만의 군단.

수인 왕국의 퇴각을 지원할 색욕의 군단.

사지타리우스 영지 방면, 그러니까 알로켄 던전의 황야를 넘어오려는 드워프 왕국을 대처할 탐욕의 군단.

그리고 중군이라고 할 수 있는 분노의 군단.

"주인님, 분노의 군단으 어느쪽을 지원하시겠습니까?"

"아니, 지원이 아니다. 분노의 군단은 분노의 군단대로 따로 전선이 있단다."

분노의 군단은 반드시 분노를 해결해야만 하는 곳이 있다.

다른 누구를 상대로 포기할 수 없는, 혼의 바닥에서부터 끌어오르는 분노를 터뜨려야만 하는 곳이 있다.

설령 대상이 내가 알고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한들, 그 '이름'을 달고 있는 것 자체가 내 분노를 사게 만든다.

나의 자지가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나라는 존재를 화나게 만드는 자가 있다.

그리고 마침 그 분노를 풀 수 있는 좋은 계기가 생겼다.

"...오늘 일은 여기까지. 나머지는 밑에 행정관들에게 맡기자꾸나."

나는 라스토피아의 일을 잠시 놓았다. 적절한 휴식과 적절한 업무의 병행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일이 많이 쌓여있었다. 내가 열심히 하면 할수록 일이 더 쌓이는 악순환의 반복이었지만, 썩 나쁘지는 않았다.

"주인님, 저희 열심히 했잖아요."

"그래."

"그럼 저희랑 라스 해주시면 안 되요...?"

"...분신이랑 하고 오면 안 되나?"

아직 던전 쪽의 일을 미처 다 하지 못했는데, 라고 말할 틈도 없었다.

"저희는 익숙한 주인님이 더 좋아요!"

"분신은 뭐라고 해야하나...약간 부족한 느낌?"

"주인님 치고는 너무 가볍단 말이에요!"

"......."

일해야 하는데. 나는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켜, 나의 마음가짐을 다잡았다.

'라스도 일이다.'

자지가 벌떡 섰다.

* * *

새삼스럽지만, 나는 던전을 경영하는 것에 나름의 재미가 많았다.

정확히는 세력을, 내 것을 불려나가는 것에 흥미가 많았다.

오크로 태어난 이래, 포르네우스 던전에서 살아가던 나에게는 '먹는 것'에 가장 흥미가 깊었다.

'짬밥 몰래 먹는 음식이 그렇게 맛있더라.'

트랄과 함께 포르네우스 몰래 야생동물을 잡아 잡내를 제거하고 구워먹는 등 제법 많은 요리를 했었다.

포르네우스 던전에서 제공하는 음식들은 하나같이 개밥만도 못한 것이었고, 나는 전생 인간으로서 도저히 짬통에 고개를 처박고 음식을 먹고 싶지 않았다.

가령 야생의 노루를 잡아다가 포를 떠서 구워먹는다거나.

처음에는 고기 비린내를 잡을 방법이 없어 노린내 째로 삼켰지만, 나중에는 나와 트랄이 먹던 것을 포르네우스가 발견하고 고기를 빼앗긴 적도 있었다.

생각해보니 한 번 더 빡친다. 썩을 포가년.

아무튼, 식도락.

그게 내 오크 인생 첫번째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포르네우스 던전을 나와 파후우 쿰처쿠 척이라는 이름을 달았을 때, 나는 식도락에 더불어 색도락을 함께 즐겼다.

'섹스가 이렇게 즐거운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지.'

고삐 풀린 망아지가 어떻게 미쳐 날뛰는 지 내가 직접 시도해봤고, 마침 던전이라는 것은 성행위를 많이 하면 할수록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다.

섹스, 아니 라스를 통해 나는 더 단단한 나로 성장할 수 있었다. 싸움과 투쟁, 살아남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던 오크는 이 세상에 살았다는 흔적을 조금이나마 남길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오크 인생 두번째 유희는 단언컨대 라스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오크 인생에 있어서 세번째로 흥미가 많고 내가 빠지게 된 것이 바로 '경영'이다.

시작은 작은 마을, 라스촌이었다.

인간 여럿을 납치해 온 다음 주먹구구 식으로 문명을 시작하려던 조잡한 시작부터, 황무지를 개척하여 시장을 형성하고, 나중에는 왕국의 수도를 싹다 밀어버리고 한 구역을 재개발하기에 이르렀다.

그럴 때마다 이 세계의 사람들, 라스토피아의 국민들은 현대 문명의 위대함을 찬양했다.

일부러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일상 생활의 편의를 가져오는 것들만 모아서 적용했기에, 라스인들은 현대의 부작용이 한 번 '걸러진' 현대 문명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아아, 이것이 바로 현실 문명이라고 하는 것이다."

현대 치트를 남발하던 주인공들이 이런 재미를 만끽하며 살았을 것이다. 모든 것은 식도록과 색도락을 위한 것이지만, 그걸 위해 실체화되어 도입되는 수많은 현대문명은 라스토피아 왕국 전체의 발전을 가져왔다.

누군가가 이야기했다. 인간은 전쟁을 통해 발전하는 종족이라고.

하지만 이곳에서는 전쟁이 아닌 라스로 문명이 발전한다.

싸우는 것은 침대에서 둘이 알아서 뒹굴라고 하고, 라스토피아는 사랑과 평화로 라스인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라스를 위하여.

모든 것은 조금 더 편하게 라스하기 위해 발전해 나갈 것이며, 나는 현대로 치면 중세 수준에 이르러있는 문화와 인간들의 의식 수준을 현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갖은 혁명을 일으켰다.

신분혁명. 라스푸틴 아래 모두가 평등하게 만들어, 노예제도를 없앴다. 라스푸틴이라는 독재자이자 군왕의 아래 귀족도 노예도 없게 만들었다.

분뇨혁명. 정화조 시설을 도입하여 거리에 분뇨가 없어지게 만들었다. 블러드 엘프가 된 여인들은 대변을 볼 일이 사라지게 되었고, 전부 마나로 배출할 수 있게 되었다.

의복혁명. 이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스타킹으로 시작된 의복혁명은 라스인들에게 꼴림의 미학과 실용성, 그리고 제복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 이른바 스타킹으로 산업혁명을 일으킨 셈이다.

복지혁명. 이건 현재 체계가 잡혀나가는 중이나, 성공한다면 무상복지의 이로움을 가져오면서 최소한의 유상복지가 이루어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세금혁명. 세금을 조디악 왕국보다 낮추고 지역마다 일원화하여, 오직 라스토피아 왕국을 위한 세금만 내도록 만들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각종 혁명을 일으키다보니 기존의 체제나 의식과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나는 그런 자들에게 반문했다.

"너 왜그래? 성녀추종자니?"

나는 나 스스로 이단심문관이 되어 성녀의 추종자들을 뿌리채 뽑아냈다.

"아아, 이것은 '박제'라고 하는 것이다."

여신교단의 교리를 그대로 남겨두되, 성녀의 흔적이나 우리 군단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들을 딱잘라 없애버렸다. 혹은 그것들을 하나로 뭉쳐 모두가 비난하지 않고는 못 견디게끔 만들었다.

"내가 라스푸틴이고 내가 독재자인데, 딱 두 개만 금기를 만들자."

모두가 라스로 하나되는 라스토피아에 유이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가 있었다.

"포르네우스랑 성녀는 우리 라스토피아의 일원이 될 수 없다."

마족 중에는 포가년이라고 부르며, 인간 중에는 성-창-녀라고 부르는 존재가 있다.

전자는 내 개인적인 원한으로 빚어진 라스토피아의 대역죄인이며, 후자는 라스토피아의 건국이념에 정확히 대치되는 것들을 주장하는 반란분자다.

"모두를 받아들여도 이 둘은 절대 안 되지."

둘은 구시대에 머물러 있어야 할 악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우리 던전, 군단, 세력, 라스토피아를 운영하는 기본 골자에 이 둘을 철저히 배제하는 관점으로 왕국을 경영할 것이다. 기존의 것을 철폐하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구시대의 유물이 필요하니까.

"모든 것은 라스토피아를 위하여."

라스토피아의 역사서에 포르네우스라는 이름은 없을 것이다.

라스토피아의 역사에 '성녀'라는 존재는 이름조차 등재되지 않고, 존재조차 의미가 사라질 것이다.

나는 나의 승리를 위해, 라스토피아의 역사에서 두 존재를 지워버릴 것이다.

그걸 위한 첫번째 행위.

"이 세상에 포르네우스라는 이름을 지워버린다."

<알림> [포르네우스] 던전에 쟁탈전을 거시겠습니까?

"야-스."

나는 포르네우스의 이름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포르네우스 던전에 쟁탈전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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