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0회
352일차
샤이탄의 탄생 비화도 충격적이기는 했지만, 역시 가장 충격적인 건 샤이탄이 99% 에스투라는 것이다.
'더 맛있어졌어.'
왠지 모르게 샤이탄을 더 건드리고 싶고, 더 맛보고 싶어졌다. 사실상 서큐버스의 특이점인 날개나 꼬리 말고는 샤이탄의 몸은 에스투와 외견상 크게 다를 바가 없어보였다.
'더욱 가능.'
나중에 꿈속에서 샤이탄에게 '에스투 코스프레'를 해달라고 요청해야지. 그런 생각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에스투는 신수를 절정시켜 변하게 만든 지팡이를 이리저리 만지작거렸다.
"이걸 이렇게...다 됐다."
에스투는 지팡이의 형태를 완벽하게 바꿨다. 손잡이 부분은 대나무처럼 길쭉한 막대였으나, 윗부분으로 올라갈수록 DNA의 염기서열을 형상화한 듯한 나선형의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양 끝으로 휘어진 수염같은 가지는 좌우로 나뉘어 붉은 불과 파란 불이 반짝이도록 만들어졌다.
"파랑이면 친부고, 빨강이면 아닌 거야. 간단하지?"
"감사합니다, 장모님."
"내가 고마워야지. 왕국을 점령한 것으로 모자라서 왕국을 통치하려고 하는데. ...흠."
에스투는 나를 가만히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 진짜 마왕해볼래?"
"못할 것도 없죠. 마왕의 사위니까 이미 반쯤은 마왕 아닙니까? 흐흐."
"농담으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진짜로."
"저도 농담하는 거 아닙니다."
라스토피아가 마족들의 대표 국가라고 한다면 나는 '마왕'이나 마찬가지다. 이미 나는 마음속으로 마왕의 자리를 찬탈하고 솔로몬을 따먹을 생각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솔로몬으로터 마왕의 자리를 이양받는다면, 그건 그거대로 나쁠 게 없다.
마왕으로부터 정식으로 후계자로 인정받은 것 만큼 내 정통성을 주장하기에 좋은 방법도 없다.
"안 됩니다...."
하지만 샤이탄이 걸고 넘어졌다. 그녀는 명백히 걱정어린 눈빛으로 나를 보호하듯 내 앞을 가로막았다.
"지금 마왕의 자리를 이어받으면 분명 분란이 생길 겁니다. 바알이라면 모를까...아가레스 같은 자들이 마왕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덤벼들 것입니다."
마계는 약육강식이며, 마왕의 자리가 영구적인 권위는 아니다. 결국 강한 자가 마왕의 자리에 앉는 것이며, 솔로몬이 마왕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그가 마족 중 최강이기 때문이다.
즉, 샤이탄은 나보다 숱한 강자들의 존재를 걱정하고 있었다.
"확실히 그건 맞는 말이네. 하지만 이 정도로 활약한 군단이 또 없잖아?"
"마족들은 생각이 다릅니다. 분노의 군단을 빼앗으려고 들겠죠. 적어도 지금 당장은 불가능합니다."
"...흐음, 난감한데."
에스투는 샤이탄의 생각을 충분히 존중하면서도 마왕의 자리를 넘겨주는 걸 포기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네 생각은 어때?"
결국 에스투는 화살을 내게로 돌렸다. 샤이탄이 비록 당장은 반대 의사를 천명했지만, 내가 강력하게 마왕의 자리를 이어받겠다고 주장하면 샤이탄이 나를 따를 것이다.
에스투 또한 그걸 알고 있기에 최종의사결정을 내릴 내게 물은 것이다.
"마왕이라...탐나긴 하는데."
나는 샤이탄을 다시 일으켜세워 안에 내 자지를 꽂아넣었다. 샤이탄 덕분에 나는 평소처럼 발기할 수 있었고, 나의 자존심은 샤이탄의 몸 속에서 높이 치솟아올랐다.
"역시 저는 그냥 받는 것보다 빼앗고 약탈하는 게 더 좋습니다."
"나와 설령 적이 된다고 하더라도?"
"인류 전체를 굴복시키고, 여신 교단도 다 멸망시키고, 여신도 따먹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가 마족의 지배하에 들어간 순간, 저랑 한 번 섹스합시다. 여신을 따먹는데 일조한 일등공신에게 다리 정도는 벌려줄 수 있잖습니까?"
"......."
에스투는 나를 지긋이 노려봤다. 영혼까지 읽히는 듯한 기분이라 나는 괜히 소름이 돋았다.
"포르네우스에게 복수하고 싶고, 세력을 안정화하고 싶고, 마왕을 따먹고 싶고, 실은 여신도 네가 따먹고 싶은 거 아니야?"
"속으로 뭔들 생각 못하겠습니까?"
"사실은 요정왕이나 대천사, 신수같은 애들도 먹고 싶지?"
"딸내미랑 같은 침대에 눕혀놓고 모녀덮밥 삼시 세끼 바꿔먹고 싶을 정도죠."
"......정말 너같은 마족은 처음이야."
에스투는 진심으로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다행히 나에 대한 불쾌감이나 분노는 느껴지지 않았다.
"형제를 위한다는 오크는 많이 봤어도 섹스를 위한다고 외치는 오크는 진짜 처음이네."
"세상에 돌연변이 하나 쯤은 있을 수 있죠. 저도 그 날까지는 형제를 위해 싸웠습니다?"
"알아. 모든 던전의 일들을 내가 알고 있는데 설마 모르겠니."
이 모든 사단의 원흉은 은갈치 그 년이다. 아리에스 기사단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오크에게 수고했다고 다리만 벌렸어도, 지금 라스토피아는 라스토피아가 아니라 <더 포르네우스 임페리얼>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말이야, 혹시 막 그런 거 없어? 왕국을 점령했으니까 이제 만족했다거나."
"그럴 리가요? 저는 아직 배가 고픕니다. 세상에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멈추겠습니까."
마르바스나 바르바토스의 경우처럼, 아직 내가 지배하지 못한 던전 주인도 숱하게 많이 남아있다. 아직 다른 세 군단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설령 지상을 지배해서 지상의 마왕이 된다고 하면...천계로 넘어가서 천계도 따먹어버리죠. 그걸로도 부족하다고 하면, 이 곳이 아닌 다른 세상을 찾아서 넘어갈 겁니다."
오크는 약탈이 기본이다.
"전 세상에 라스를 퍼뜨릴 때까지."
"......좋아, 좋아. 나도 '당장'은 마왕의 자리를 이어받으란 얘기는 아니었어."
에스투는 두 손을 들며 물러섰다.
"하지만 잊지마. 내가 네게 '샤이탄'을 내어준 이유를. 내가 직접 내 배아파서 낳은 자식을 네게 준 이유가 무엇인지, 너는 이미 샤이탄을 만난 날부터 알아챘을 거야."
"......."
후계자.
너무나도 무거운 기대에 나는 다시금 불알이 쪼그라들고 자지에 힘이 풀릴 뻔 했다.
찌걱.
하지만 샤이탄은 자지를 힘껏 조이는 거로 나를 지지했다. 나는 그녀의 응원에 힘입어 당당히 몸을 일으켰다.
"나중에 저한테 따먹히지나 마십시오."
"후훗, 그래. 그 기세야. 기대가 되는 걸. ...그래, 왕국을 점령한 기념으로 하나 선물을 주도록 하지."
에스투는 단걸음에 거리를 좁혀 내 머리에 손을 올렸다. 샤이탄은 에스투의 손길에 놀랐으나, 에스투는 가벼운 윙크를 하며 샤이탄을 진정시켰다.
"네게 가장 필요한 걸 선물해줄게."
"내가 가장 필요한 것?"
"그럼. 받으면 나한테 또 지난 번처럼 절할 걸?"
에스투는 내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무언가 구슬 같은 걸 내 입에 집어넣었다. 구슬은 내 입에서 사르르 녹아내렸고, 에스투는 검은 안개가 되어 흩어졌다.
"오크하면 이거지."
"이게 무슨-"
<기술> [미러 이미지]를 습득하겠습니까?
"......."
야-스-
* * *
위이이잉.
에스투는 포털을 넘어 던전으로 귀환했다. 플라우로스 던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휘황찬란한 던전은 조디악 왕국과 마찬가지로 왕성을 흉내낸 듯한 모습이었다.
"오셨습니까, 에스투 님."
"그래. 일 보렴."
에스투는 자신을 보좌하러 온 하녀 마족들을 적당히 물린 뒤, 옥좌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흑발의 소년이 눈을 감은 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늦었네."
사라락.
소년의 몸에서 검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곧 소년 마왕은 에스투와 똑 닮은 모습으로 변했다.
"그러게."
에스투 또한 자신의 모습을 바꿨다. 소년마왕은 에스투가 되고, 에스투는 소년 마왕-솔로몬이 되었다.
"조디악 왕국이 멸망함에 따라 분노의 군단이 소위 인류를 뒷치기 가능하게 되었지.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본격적으로 교단이랑 정면승부를 할 거야?"
"아니. 시간을 더 줘보려고."
솔로몬은 빈 공간을 향해 손을 위아래로 훑었다. 공간이 쪼개지듯 포털이 열렸고, 솔로몬은 에스투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조디악 왕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양식의 방이었다. 사람 수십 명이 서있으면 빼곡히 찰 공간에는 4인용 소파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고작 1년만에 왕국을 점령한 자야. 시간을 넉넉히 주면 진짜로 마왕조차 따먹으려고 들 지 모르지."
"어머, 마왕님 그러면 이제 은퇴하는 거야?"
"그러니까."
솔로몬은 소파에 누워 기지개를 켰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것 같아서, 몸을 여러 개 만들 수 있게 가르쳐주고 왔어."
"가르쳐주다니, 뭘?"
"환영복제."
에스투는 솔로몬의 옆에 앉아 그의 머리를 지긋이 눌렀다.
"...세상에. 진짜로 가르쳐줬어? 그거 '우리'들 고유 기술이잖아."
"그러니까 도박인 거지. 놈이 몸 여러 개를 사용해서 교단을 무너뜨리고 여신 교단에 큰 피해를 끼친다면...."
솔로몬은 입꼬리를 비틀었다.
"마왕 자리 주고 떠나도 괜찮지 않겠어?"
"진심이구나."
"당연하지."
솔로몬은 손을 허공에 그었다. 그는 안쪽에 손을 뻗어, 손에 딱 맞게 들어오는 네모난 물건을 집어들었다.
"나를 이곳에 소환한 여신 그 망할 년만 따먹으면, 나도 이 세계에 미련은 없어."
솔로몬은 에스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샤이탄이 우리 대신 그 오크를 마왕으로서 잘 보살필테니까."
"비선실세야?"
"선거도 없는 세상에서 무슨."
위이잉.
"그런데 오크 말이야. 몸이 두 개잖아?"
네모난 물체에서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솔로몬은 엄지 둘을 움직이며, 물체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뭐부터 할 것 같아?"
"...자기는 섹스하고 분신은 일 시키기?"
에스투는 길쭉한 물체를 집어들었다. 그들의 맞은편 벽에 걸린 검은 물체가 번쩍였고, 곧 오크 던전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우야."
"......분신도 같이 섹스하네?"
오크는 분신을 이용해, 샤이탄을 혼자서 범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