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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679화 (675/800)

679회

328일차

쿵!

나는 놈의 위에 올라탔다. 플라잉 바디 프라스로 놈을 깔아뭉게고, 놈의 위에 올라타 마운트 포지션을 잡았다.

“네 왕국을 따먹으러 왔다!”

나는 팔꿈치를 아래로 향하게 만들어 미친듯이 찍었다. 주먹 대신 팔꿈치가 나의 무기를 대신했고, 오피큐스 국왕은 자신의 몸 위에 미세한 마나 실드를 펼치며 공격을 막아냈다.

쿵, 쿠웅!

하지만 마나 실드로 보호한다고 하여 충격량이 어디 가겠는가?

오피큐스 국왕은 내가 팔꿈치로 찍을 때마다 괴로워하며 이를 갈았다. 나에 준하는 근육질의 몸을 두고 뭘 하는지, 놈은 계속 지팡이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

“어서 힘으로 싸워! 안 그러면 종목 바꾼다!”

레슬링이 아닌 UFC가 될 것이다. 나는 연신 팔꿈치로 내리찍으면서, 놈이 왜 옥좌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지 생각했다.

옥좌에 뭔가 연동이 되어있는게 아닐까?

그렇다면 가장 강력한 가능성은 역시 마검 오피큐스의 지팡이일 가능성이 높다.

“흐흐, 네놈이 왜 거기서 버티면서 안 나오는 지 알았다.”

나는 놈의 위에서 두 발을 디디고 일어났다. 내 전신의 무게로 놈의 배 위에 올라타, 발을 좌우로 번갈아가며 제자리에서 뜀박질을 시작했다.

“오피큐스의 힘은 옥좌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거로구나!”

내 말에 오피큐스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정곡이 찔린 듯한 표정에 나는 놈의 복부에 발을 디딘 뒤, 한 발을 계속 강하게 굴렀다.

라-스톰프.

전신의 무게를 모두 발에 실어 발 아래로 충격파를 내보낸다. 오피큐스는 내가 발을 구를 때마다 마른 기침을 토해내며 괴로워했다.

“이, 개….”

“언제까지 욕만 하고 있을 거냐! 왕이면 왕 답게 싸워!”

“나를….”

오피큐스는 지팡이를 끝까지 놓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깨달아야했다.

“지켜라...바르바토스!”

“!!”

나는 급히 몸을 뒤로 돌렸다. 하지만 그보다 빠르게 내 몸을 휘감는 거대한 무언가에 나는 대처하지 못했고, 나는 무언가에 의해 던져져 바닥을 굴러야했다.

“크으윽…!!”

독액이 흥건한 바닥에 몸을 굴렀지만, 날아가면서 손을 겨드랑이 사이에 집어넣은 덕분에 다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땅에 손을 짚고 일어날 수 없어, 다소 일어나는 자세가 꼴사납게 되었다.

“젠장.”

그리고 잠깐 시간을 지체한 사이, 오피큐스는 옥좌에 지친 얼굴로 다시 앉았다. 놈의 앞에는 의지를 상실한 듯한 엘프 외형의 드래곤, 바르바토스가 나를 향해 손톱을 세우고 있었다.

드래곤조차도 조종하는 힘이라니, 이 얼마나 사기스러운 성검의 힘인가.

‘내가 가져가야겠다.’

조디악 왕국을 내가 가진다는 건 왕가인 오피큐스 또한 내가 가진다는 것.

그리고 오피큐스 가문의 것을 내가 모조리 가져가기에, 당연히 성검 오피큐스 또한 나의 것이다.

성검인지 마검인지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마검 쪽에 가까웠지만, 어차피 나는 둘 다 내 쪽에서 능동적으로 카운터 칠 수 있는 수단이 있었다.

신성력을 사용하면 내가 정액을 뿌리면 되고, 마력을 사용하면 내가 성수를 뿌리면 된다.

지극히 간단한 방법이지만 문제는 1:1에서 바르바토스가 등판했다는 것.

‘미치겠군.’

오피큐스의 힘은 대충 파악이 끝났다. 놈은 독을 사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지만, 현재 가장 큰 전력은 드래곤인 바르바토스를 조종하는 것이다.

“바르바토스여, 허억, 나를 치료하라…!”

바르바토스는 멍한 얼굴로 오피큐스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나를 상대로 포격을 날렸던 그 거대 드래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별다른 의지가 없어보였다.

위이잉.

그저 명령을 수행하는 인형일 뿐.

나는 바르바토스에게서 기이한 감각을 느꼈고, 동시에 내가 반드시 해야할 일에 대해 다시금 자각했다.

승리.

반드시 이긴다. 나는 오피큐스를 향해 손뼉을 쳤다.

“너는 대단한 놈이다. 그 짧은 순간에 나의 약점을 파악하고 대처하려고 하더니.”

“닥쳐라, 이 더러운 놈…!”

“더러운 놈이라고 하니까 내가 더럽게 싸우지. 이거 안 되겠군. 이것만은 꺼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나는 허리 뒤로 손을 뻗었다. 등 뒤에서 무언가 준비하는 자세마냥 되자, 오피큐스는 기겁을 하며 나를 향해 견제구를 날리려고 했다.

“가라, 바르바토스!”

정정. 바르바토스를 보내 나를 죽이려고 들었다.

그녀는 독무가 짙게 낀 곳을 날아 내 목을 움켜쥐기 위해 달려들었으나, 나는 전력을 다해 뒤로 몸을 구른 것으로 공격을 피했다.

“크으으으….”

아프다.

육체적인 타격은 없지만, 기껏 잡은 마운트 포지션을 빼앗기는 것이 아프다.

바르바토스가 몸을 일으켜 나를 향해 다가오는 사이, 오피큐스 또한 옥좌에 앉아 호흡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이...추잡하고...더러운...오크 새끼…! 내 반드시 네놈의 배때지를 갈라서 창자를 끄집어내, 그곳에 양초를 쑤셔놓고 조디악 왕국의 부활을 기도하는 제물로 쓰겠다…!!”

구체적이고 잔인한 복수의 다짐에 나는 불알이 벌벌 떨렸다.

“나한테 그런 욕을 하다니, 모욕적이구나. 근데 나한테 그런 짓을 하려고 하는 건 본인도 그걸 당할 각오가 되어있다는 얘기지?”

“이 놈!”

“흐흐흐, 최후의 방법을 써야겠어.”

내 말에 오피큐스가 긴장하며 지팡이를 겨눴다. 모가지를 묶어둔 두 마리의 뱀이 어느새 매듭을 풀고 증오어린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미 혁명을 위한 기요틴 소드는 망가져버린 지 오래.

그렇다면 나는 나 스스로를 무기로 만들어야 한다.

다행히 방법은 안다.

승부를 본다면 이곳에서 봐야한다.

바르바토스와 함께 오피큐스를 눌려 죽이기 위해서는, 이 적당한 넓이의 공간이야말로 내 초필살기를 꺼내기에 최적의 장소다.

“내가 얘기했지? 이것만큼은 꺼내지 않으려고 했다고.”

나는 자세를 잡았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걸 하는데 있어서 자세를 잡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애초에 내가 이걸 하는 걸 보는 사람은 오피큐스와 바르바토스, 단 둘 뿐. 솔로몬이나 여신이 보고 있다면 조금 부끄럽기야하겠지만, 내가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게 할 수 있다면 문제는 없다.

“할레오!!”

나는 포즈를 취했다. 한 손은 바닥을 향해, 그리고 다른 한 손은 어깨 반대쪽을 향해 뻗었다.

“라스, 라스, 라라스!”

“바르바토스!!”

별 의미는 없는 기합이지만, 오피큐스는 그걸 주문으로 오해했다. 내 노림수에 오피큐스는 바르바토스에게 명령을 내렸다.

“드래곤으로 돌아가서 놈을 죽여버려라!!”

캬아아아악!!

바르바토스의 비명과 함께 그녀의 몸에서 마나 회오리가 터져나왔다. 눈 깜짝할 새에 부풀어 오른 그녀는 은빛으로 찬란하게 반짝이는 드래곤이 되었다.

던전 안이라는 시스템의 간섭 덕분인지, 왕성 내부라는 공간 안에서 그녀는 본인이 날뛰기에 딱 적당한 크기로 변신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리고 나 또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나는 두 팔을 크게 한 번 원을 그린 뒤, 내 배 위에 손을 올리고 호기롭게 외쳤다.

“변! 신!”

내 양손의 문신이 붉게 반짝이며, 나는 의식을 잃었다.

* * *

세상은 정확히 반으로 나뉘었다.

아래에는 은빛의 대지가 펼쳐져 있고, 하늘은 짙은 어둠으로 뒤덮여있다.

그 가운데, 내가 서있다.

서로 다른 기운으로 넘쳐나는 하늘과 땅 가운데, 내가 오롯이 서있다.

그리고 내 맞은 편에는 생전 처음 보는 여인이 서있었다.

사자갈기처럼 헝클어진 은발의 머리칼과 백옥같이 하얀 피부.

루나와 맞먹을, 아니 그보다 더 큰 거유.

내 것이라는 상징과도 같은 마기가 깃든 음문.

그리고 엘프처럼 뾰족한 두 귀.

이런 엘프를 본 적이 있던가?

아니다.

처음보되 처음 보는 건 아니다.

그녀의 얼굴은 이므신할을 무척이나 닮아있었다. 아니, 이므신할이 그녀를 닮았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것이다.

버지나니야 비르고가 성검 비르고의 에고를 닮았던 것처럼.

"이렇게는 처음 만나는 구나."

나는 그녀의 숱한 다른 모습을 봐왔지만, 그녀의 진정한 모습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항상 고맙다.”

그녀는 내 감사 인사에 싱긋 웃었다. 말하지 않아도 나는 그녀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성검 비르고와도 대면하여 이야기를 나눴지. 이제서야 너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구나.”

“그러게요. 정말 많은 주인들이 있었지만, 저를 여기까지 이렇게 만든 주인은 당신이 처음이에요.”

여인은 사근사근한 어조로 자신의 배를 가리켰다. 엘프가 타락한 증거와도 같은 음문은 우리 군단의 상징이자 나의 상징이기도 한 라스푸틴의 문장이었다.

“역사가 증명해요. 당신은 둘도 없는 변태에요.”

“나같은 존재가 둘이나 있다면, 그 존재는 반드시 여자이기를 바랄 뿐이다.”

“...칭찬 아니에요.”

여인은 볼을 부풀리며 말했다.

“정말 어쩌다가 당신같은 존재가 나타난 건지.”

“너도 나와 동화되어있으면서 봤지 않느냐. 내 전생을.”

“그렇죠. 그래서 정말 어이가 없다는 거예요. 누구보다도 인간같은 사람이, 오크로 전생해서 이렇게 되어버리다니.”

“그게 다 포가년이라는 썅년 때문에 이렇게 된 거다 이 말이야.”

포르네우스가 나를 진성 오크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싫으냐?”

“아뇨. 결국 저는 도구가 된 몸이에요. 어떻게 사용하는 지는 주인의 마음이죠.”

그녀는 스스로를 도구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오피큐스 또한 마찬가지죠. 드래곤조차 조종하는 힘을 가진 도구.”

“그래. 그것 말고는 영 쓸모가 없어보이더구나. 너처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가 아니야.”

“풋.”

그녀는 옅게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내 전생을 봤기 때문일까?

아아아---아아---아--아---

갑자기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가능을 외치는 짐승으로 몸이 변할 것만 같은 웅장한 분위기였다.

“가세요, 주인님. 그리고 제 진정한 힘을 보여주세요. 오피큐스 따위한테, 이 레오의 힘을 보여주세요.”

여인, 레오는 나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나 또한 그녀를 향해 다가가 풍만한 가슴을 끌어안았다.

“그러지. 그런데 한 가지 정정하도록 하마. 레오가 아니라, 네 이름을 알려다오.”

“.......”

여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나는 그 당혹에 씩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진정한 네 이름.”

“...엘.”

그녀는 눈물을 주룩 흘리며, 내 볼을 붙잡았다.

“라이오넬. 그게 제가 아티팩트에 깃들기 전의 이름이에요.”

“예쁜 이름이구나.”

나는 그녀, 라이오넬을 쓰다듬으며 그녀에게 의식을 맡겼다.

“네 이름, 그리고 지금의 네 이름을 따서 명명하마.”

내 의식이 점점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에게 내가 생각한 이름을 속삭였고,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정말 솔직한 변태시네요.”

“너같은 미인을 놓칠 수 없지. 상대가 영혼이라면 의식이 되어서라도 박는다. 그게 나다.”

“네...고맙네요, 주인님.”

라이오넬은 내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저랑 하기 전에, 우선 건방진 오피큐스에게 본 때를 보여주시죠.”

“물론.”

사아아아.

세계의 모든 은빛이 내게로 깃들었다.

세계의 모든 어둠이 내게로 깃들었다.

성검 레오의 안에 깃들어있던 남은 신성력, 그리고 마검 할레오의 안에 깃들어있던 마력.

두 가지 상반된 힘이 모두 내 몸에 깃들어, 나는 성검-아티팩트의 진정한 힘을 끌어냈다.

“변, 신!”

몸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나를 가두던 세상도 시야가 변했고, 나는 나를 노려보는 거대한 드래곤과 똑같은 눈높이가 되었다.

“뭐, 뭐야…?”

옥좌에 앉은 오피큐스는 나를 보며 겁을 먹었다. 작아졌음에도 그의 겁에 질린 모습이 훤히 보였다.

겁쟁이.

그게 오피큐스의 본질이었다. 나는 작아진 그의 모습을 비웃으며, 나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오피큐스가 작아진 게 아니라, 내가 커진 것이다.

은빛으로 찬란하게 반짝이는 몸에, 검은 마기가 나의 문신과 똑같은 형태로 깃들어 반짝이고 있었다.

서로 상반되는 두 개의 기운이 내 전신을 가득 채우며, 드래곤 조차 감히 어찌해보지 못할 강력한 힘으로 나를 휘감았다.

라스푸틴.

라이오넬.

라스할레오.

내게, 사자와 같은 성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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