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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677화 (673/800)

677회

328일차

모든 전투가 그렇지만, 성검의 용사와 싸울 때는 상대가 어떤 힘을 사용하는지 우선 파악할 필요가 있다.

나는 우선 오피큐스 국왕의 겉모습을 파악했다.

그는 나만큼이나 근육질의 몸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 주제에 오크인 나와 키가 거의 비슷하다 싶을 정도로 컸다.

그렇다면 전사인가? 나는 그의 무기로 눈을 돌렸다.

‘그냥 지팡이인데.’

오피큐스의 손에는 금속으로 된 지팡이 하나가 들려있었다. 마법사들이 흔히들 사용하는 사람 키만큼 길쭉한 검은 철제 지팡이였다.

키샤아앗.

그리고 손을 잡은 윗부분 부터는 세 마리의 검은 뱀이 서로 몸을 휘감으며 머리를 삼지창처럼 들어올렸다.

뱀을 다루는 사술을 사용하는 놈일까? 그렇다면 옆에 바르바토스가 힘없이 묶여있는 것도 이해가 간다.

“너, 혹시 드래곤을 조종하는 힘을 가지고 있냐?”

“흥.”

오피큐스는 대답 없이 지팡이를 내게 뻗었다. 세 마리의 뱀이 나를 향해 아가리를 벌렸다.

퉷--!!

놈들의 입에서 짙은 녹색의 점액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나는 그걸 잽싸게 옆으로 몸을 돌려 피했다.

푸쉬시시.

녹색의 점액은 알현실 벽에 닿아 주변을 녹이기 시작했다. 나는 닿았으면 피부부터 썩어 녹아내렸을 극독에 아찔해졌다.

“와, 독법이냐?”

독을 주로 활용하는 마법사. 나는 끔찍한 적을 만난 것에 앞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이 이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돼지같은 놈이 몸은 날래구나.”

오피큐스는 나를 향해 다시 지팡이를 겨눴다. 세 마리의 뱀들이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고, 놈들의 입에서 독액이 레비즈의 유두개틀링처럼 발사되기 시작했다.

“으아, 젠장!!”

나는 독액 샤워를 피해 급히 땅을 박차고 달렸다. 사선으로 달리며 거리를 좁히려고 했지만 세 마리의 독사가 내뱉는 극독에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놈들은 내가 앞으로 디디려는 곳에 예측샷을 날리며 나를 죽이려들었다. 다행히 나는 한 번도 맞지 않았지만, 주변은 독액으로 흥건하여 바닥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젠장, 왕성 아깝게 뭐하는 짓이야!!”

“왕성? 그건 내가 사는 곳이 곧 왕성이니라.”

“몰락한 왕국의 마지막 왕 주제에.”

“흥. 왕국은 다시 되찾으면 그만. 네 놈의 나라가 라스토피아라고 했나? 네 놈을 죽이고 내가 그 나라를 빼앗아, 다시 조디악 왕국의 이름으로 박아넣어주마.”

놈은 나에게서 라스토피아를 빼앗으려고 들었다. 나를 죽이고 내 자리를 찬탈하여, 수많은 여왕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끔찍한 속내를 엿보였다.

“미친 새끼. 그럼 나는 너를 잡아다가 여자로 만든 다음, 뒷보지에 자지를 박아주마.”

“...흥.”

세 마리의 뱀이 더 크게 아가리를 벌리며 독액을 흩뿌렸다. 엄청난 양에 나는 결국 할레오 기요틴을 내 앞에 수직으로 꽂았다.

[아갸가가가각!!!]

할레오가 비명을 질렀다. 독액을 정면으로 얻어맞은 할레오는 괴로움에 고통을 호소했으나, 독액은 검신을 뚫지 못하고 검신에 맞아 튕겨나갔다.

[주인님, 너무 따가워요!!]

“어느 정도로?”

[벌에 쏘이는 것 같아요!]

“칫.”

할레오가 버티기에는 적의 공격이 다소 매서웠다. 건방지게 오피큐스는 제자리에 가만히 선 채로 내게 계속 독액을 겨누기만 하고 있었다.

‘반격의 시간이다.’

나는 다른 기요틴 소드를 집어들었다. 내 몸을 독액으로부터 지키는 기요틴 소드에 할레오를 집어넣었기에 마검의 힘은 없지만, 대신 문신의 힘이 있다.

셋, 둘, 하나.

나는 독액이 뿌려지는 패턴을 읽은 뒤.

“언제까지 숨어있을-”

“라스으으으으!”

놈이 입을 여는 순간, 기합과 함께 기요틴 소드를 힘껏 휘둘러 던졌다.

“부메랑이라고 들어는 봤냐!!”

팔과 허리, 전신의 모든 힘을 밀어넣어 기요틴 소드를 내던졌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간 기요틴 소드는 오피큐스 국왕의 허리를 정확히 노리고 있었다.

“흥.”

오피큐스 국왕은 지팡이를 옆으로 놓았다. 그러자 옥좌부터 입구까지 이어진 붉은 융단에서 그림자가 튀어올랐다.

키샤아앗.

그림자의 뱀은 기요틴 소드를 깨물었다. 동시에 아가리와 함께 목이 반듯하게 잘렸고, 오피큐스 국왕은 예상치 못한 기요틴 소드의 강력함에 눈빛이 흔들렸다.

“칫.”

오피큐스 국왕은 혀를 차며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렸다. 그러자 검은 빛의 마나 실드가 여러 겹 생겨나 기요틴 소드의 궤적앞에 쌓였다.

카---앙!!

기요틴 소드는 마나 실드에 박혔다. 무려 10겹이 넘는 마나 보호막을 부수며 날아갔으나, 아쉽게도 오피큐스 국왕에 직접 칼이 닿지 못했다.

보호막에 박히기는 했으나, 보호막을 완전히 깨뜨리거나 가르지 못했다.

유감스러운 성과지만, 효과를 봤음에 나는 만족했다.

“흥, 무엇이 그렇게 웃기지?”

“이길 자신이 있으니까.”

나는 할레오 기요틴에 묻은 독액을 털어냈다. 손잡이 부분에 아주 작게 튀어 피부가 따끔거렸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너는 지금 무기 하나를 잃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것이냐.”

“잃기는 누가 잃었다고 그래. 부메랑은 원래 돌아오는 거야.”

나는 옆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마나 보호막에 박혀있던 기요틴 소드가 부들부들 떨리면서 내 손으로 다시 돌아왔다.

“뭣…?!”

“신기하지? 이게 할레오의 힘이란다.”

내가 붙잡은 모든 무기를 마검화하는 할레오는 내가 강해짐에 따라 그 기능도 향상되었다.

특히 몇 가지 조건만 갖춰지면 이렇게 내가 투척한 무기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기능까지 갖추게 되었다.

“한 번 더!!”

나는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기요틴 소드를 집어던졌다.

부웅, 부웅, 부웅----!!

방금 전의 공격이 초승달이었다면, 이번에는 반달처럼 휘어지며 공격이 날아갔다. 마나 보호막이 켜져있던 반대편이었다.

“큭!”

오피큐스는 급히 마나 보호막을 만들며 대검을 막으려했다. 이번에도 대검은 여덟 겹의 보호막을 뚫어내는데 성공했다.

“어휴, 이래서야 보호막만 깎다가 끝나겠어.”

한 번 기요틴 소드를 부메랑처럼 날릴 때마다 전력투구를 하는 것은 빠르게 지칠 수 있다. 오피큐스의 근처에 펼쳐지는 마나 보호막은 부메랑이 날아오는 궤적에 정확히 펼쳐져 마나의 낭비가 없었다.

‘귀찮은 녀석.’

오피큐스는 효율적인 전투를 하고 있고, 나는 극히 비효율적인 체력 소모에 짜증이 났다. 이대로 계속 가면 내가 탈진하거나 할레오가 고통에 쓰러지거나 둘 중 하나다.

‘이런 때를 위한 좋은 방법이 있지.’

나는 숨을 짧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돌아오는 기요틴 소드를 손으로 붙잡은 다음, 할레오를 움켜쥐고 몸을 크게 뒤집었다.

“오크하면 칼폭이지!!”

나는 두 개의 기요틴 소드를 들고 빙글빙글 돌았다. 그냥 다리를 빙글 도는게 아니고, 몸을 거의 90도에 가깝게 숙이며 몸을 돌렸다.

“회전 회오리이이이이!!”

할레오와 그냥 기요틴 소드가 교차하며 폭풍을 일으켰다. 나는 나 스스로를 축으로 삼아 두 개의 기요틴 소드를 선풍기의 날개처럼 돌렸다.

키샤아앗!!

독사들이 다시 나를 향해 독액을 뱉었다. 하지만 내가 일으키는 칼날폭풍을 뚫어내지는 못했다. 검날이 빠르게 회전하며 일어나는 검풍이 독액을 바닥으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크읏…!”

하지만 나도 모든 독액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할레오가 검풍을 일으킬 때는 완벽하게 막아냈지만, 다른 기요틴 소드를 앞으로 휘두를 때는 검풍을 뚫고 독액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그러니 짧은 순간이나마 독액을 튕겨낼 필요가 있다.

“흐랴아앗!”

나는 앞으로 회전하던 기요틴 소드를 집어던졌다. 오피큐스는 나를 비웃으며 기요틴 소드의 궤적을 향해 마나 보호막을 만들었다.

“어리석은 놈, 같은 수가 통할 것이라고-”

푸쉬이이이!!

나는 독액을 뒤집어썼다. 로브가 독액에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나는 로브를 벗어던지며 바닥을 굴렀다.

“무, 무슨-?!”

서걱!

오피큐스를 향해 날아간 기요틴 소드는 마나 보호막을 모두 자르는 걸로 모자라, 오피큐스의 어깨를 스치듯이 베고 지나갔다.

“크아아악!”

그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비틀거렸다. 기요틴 소드의 칼날은 매끄러운 칼날이 아니라 톱날로서 칼날이 몹시 거친 녀석이었다.

덕분에 놈의 어깨는 기요틴 소드-아니 할레오 기요틴에 제대로 짖이겨졌다. 나는 독액이 묻어 검신이 녹아내리는 기요틴 소드에 입술을 깨물었다.

“비싸게 만들었는데...씁….”

“무,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이냐…!”

“적한테 그건 거 왜 알려주냐?”

오피큐스에게는 알려줄 필요가 없으나, 어차피 곧 알게 될 것이다. 나는 그의 어깨를 박살낸 할레오 기요틴을 향해 손을 뻗어 회수했다.

“카아악!”

오피큐스는 또다시 비명을 질렀다. 마나 실드로 막으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고, 놈은 급히 몸을 숙이며 어깨 반대쪽이 또 사자의 발톱에 긁혔다.

[주인님, 괜찮으세요?!]

‘좀 따갑긴 하지.’

나는 ‘할레오’를 부메랑으로 던졌다. 애용하던 검은 로브를 제물로 바치고, 기요틴 소드에 독액이 묻는 것까지 감안하며 나는 오피큐스에게 공격을 날렸다.

“내가 로브를 벗고 슈트 차림이 되는 건 오랜만이군.”

나는 전신에 착 달라붙은 검은 광택의 라텍스 슈트를 두드리며 다시 할레오 기요틴을 움켜쥐었다. 내 근육덩어리 몸의 굴곡이 모두 드러나는 라텍스 아머에 오피큐스는 괴성을 질렀다.

“이 더러운 새끼!!”

그는 내 모습을 진심으로 혐오감이 든다는 눈으로 분노를 터뜨렸다. 나는 그를 향해 몸을 활짝 펼치며 그를 비웃었다.

“꼬우면 보지 말든가!”

적의 시각을 테러하여 한순간의 방심을 유도할 수 있다면, 나는 라텍스 슈트가 아니라 바니걸 슈트라도 입을 수 있다.

라스토피아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깃들어라, 할레오!”

나는 목 주변에 늘어진 후드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얼굴 앞의 지퍼를 집어올렸다.

“변, 신!”

나는 라택스와 하나가 되었다. 두 개의 기요틴 소드는 등 뒤로 붙잡은 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투두두두두!!

독액이 내 몸을 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때리기만 할 뿐, 내 몸을 녹게 하지는 못했다.

“무, 뭐야?!”

“아아, 할레오 레더 아머라고 하는 것이다.”

다소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내 몸을 전부 뒤덮은 라텍스는 내 신체를 보호하는 절대방벽이 되었다.

바퓰라의 가죽을 벗겨 만든 라텍스 아머에 문신의 힘을 깃들게 하고, 거기에 더해 할레오까지 깃들게 한다.

"언젠가, 무기로 대처가 안 되는 때를 대비해 준비한 수단이지.”

나는 신체의 모든 노출을 차단했다. 그리고 신체의 모든 부분을 할레오로 뒤덮었다.

즉, 나는 움직이는 마검이 되었다. 나는 독액에 기요틴 소드가 노출되어 녹아내리지 않도록 최대한 섬세하게 내 몸 뒤에 검을 숨겼다.

“오, 오지마라 이 더러운 것!!”

“더럽다니. 노출 하나 한 곳 없는데 어디가 더럽다는 말이냐?”

나는 가볍게 허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유독 아래쪽이 툭 튀어나와있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이다.

‘슈트계 히어로의 운명이지.’

큰 걸 어찌하란 말인가. 내가 나의 라스푸틴의 모양을 적나라하게 세우자, 오피큐스는 기겁을 하며 내게 지팡이를 겨눴다.

키샤아아앗!!

세 마리의 뱀들이 내 라스푸틴을 깨물기 위해 아가리를 벌렸다. 가까이서 보니 드래곤과도 같은 외형이었고, 나는 놈들의 움직임에 승리를 확신했다.

우물, 우물, 우물.

“애무하냐?”

뱀들은 할레오의 방벽조차 뚫지 못했다. 세 마리의 뱀은 라스푸틴의 겉을 깨물며 독니를 박아넣으려했지만, 딱딱하고 단단한 라스푸틴에는 이빨 하나 들어가지 않았다.

“내가 예전에 불구덩이에 뛰어든 적이 있었지. 그 때 머리털이 홀라당 날아갔단 말이야. 그 때 이후로 나는 결심했다. 내 몸 만큼은 철저하게 지키자고.”

“가까이 다가오지마라! 명령이다!!”

“하지만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근접하는 방법밖에 없지. 그래서 나는 내 육체를 무기로 삼고, 할레오를 내 갑옷으로 삼았다."

한 때 성검 레오의 용사, 이므신할 레오가 막대한 신성력으로 자신의 몸을 감쌌던 것처럼.

나는 라택스 슈트에 할레오의 모든 힘을 압축하여 갑옷으로 만들었다.

"왜 그렇게 기겁해. 겁나 섹시하지않아?"

"이, 이 미친 놈이!!"

"좆간이 오크보고 미친 놈이라고 하다니, 어이가 없군. 그보다 오피큐스여."

나는 기요틴 소드를 땅에 꽂은 뒤, 옥좌를 올라가는 계단에 발을 디뎠다.

"라슬링, 한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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