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675화 (671/800)

675회

328일차

갈고, 갈고, 또 간다.

얼굴에 리자드맨의 피가 튀어 피범벅이 되더라도, 나는 정기톱질을 멈추지않았다.

지지징.

정수리부터 내려직은 정기톱으로 리자드맨을 세로로 반 갈라 죽여버렸다. 척추를 세로로 쪼개어 양 옆으로 잡아당기니, 잘려진 단면 뒤로 리자드맨의 창날이 나를 찌르려 들었다.

"어딜!"

나는 정기톱을 내려놓고 손으로 창대를 움켜쥐었다. 한 손으로는 정기톱을 내 라스푸틴에 끼워 고정시킨뒤, 나를 향해 창을 찌른 리자드맨의 창을 빼앗아 힘을 불어넣었다.

"크샤아앗!"

리자드맨은 괴성을 지르며 창을 더 앞으로 찌르려했다. 하지만 놈은 창에서 붉은 문신이 새겨지자마자 비명과 함께 창을 놓고 뒤로 물러났다.

할레오 스피어.

정기톱에 깃들어있던 할레오가 곧장 창으로 흘러들어가 무기를 강탈했다. 나는 창을 잡고 빙글 돌려 반듯하게 움켜쥔 뒤, 무기를 빼앗겨 당황해하는 리자드맨의 뒤로 창을 던졌다.

"라스!"

짧은 기합과 함께 창은 앞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리자드맨은 기겁을 하며 몸을 아래로 숙였지만, 마침 뒤에서 달려오던 다른 리자드맨이 창에 정수리를 얻어맞고 엎어져 쓰러졌다.

"멍청한 놈!"

나는 라스푸틴에 끼워둔 정기톱을 뽑아들었다. 투창과 동시에 창에서 빠져나온 할레오를 다시 정기톱에 깃들게 하며, 정기톱을 검처럼 사선으로 베었다.

휘릭.

리자드맨의 모가지가 반듯하게 잘려나가 땅에 떨어졌다. 놈의 시체에서 피분수가 뿜어져나오기 시작했고, 나는 그걸 발로 걷어찬 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후우, 후우."

몇 놈이나 죽였는지 모를 정도로 많이 죽였다. 리자드맨은 생각보다 수가 많았다. 자세히 보니 그냥 리자드맨이 아닌 듯 했다.

'드라고니안이다.'

레비즈의 알을 이용해 숱한 드라고니안은 만들어 본 나였기에, 나는 내가 갈아버리는 리자드맨들의 정체를 금방 알 수 있었다.

이 놈들은 레비즈 인형에서 태어난 알로 합성된 존재들이라는 걸. 원래는 온갖 수인이나 인간이었을 테지만, 바르바토스의 안배에 의해 레비즈 인형으로 양산된 드라고니안 알과 합성된 게 틀림없으리라.

"도, 도망쳐!!"

후방에 있던 리자드맨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나는 놈들을 향해 던질 무기를 찾다가 정기톱 이외에 다른 무기가 없음을 깨닫고 긴장을 풀었다.

"도망쳐봐야 다음 구역이지."

전방에 전이문 반응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내 로브를 살짝 들췄다.

"라임아, 간식이다."

꾸르르륵.

라임은 기다렸다는 듯 밖으로 빠져나와 내가 가른 리자드맨들을 먹어치우기, 아니 청소하기 시작했다. 전이문을 이용해 던전 포털로 후방을 습격하게 되면서, 나는 우리 군단의 네임드 중 단 네 명을 데려왔다.

그게 바로 라임이었다. 그녀는 최대한 많은 리자드맨을 빠르게 먹어치우기 위해, 슬라임의 형태로 몸을 바꾸면서까지 빠르게 리자드맨의 시체를 정리했다.

촤르륵.

나는 수통에 든 물을 머리에 부어 피를 씻어냈다. 몸에 꾸덕꾸덕 묻은 피야 라임이 다 빨아마시면 되는 일이지만, 나는 내 머리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일부러 냉수를 부었다.

[괜찮으십니까?]

"그래. 괜찮다. 워낙 위선적이고 충격적인 장면을 봐서 잠깐 놀라서 그랬어."

나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광경에 나는 다시금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리자드맨의 정액이 뚝뚝 흘러내리는 레비즈 인형을 다시금 살폈다.

"어떻게 이런 인형에 알을 까게 한 거지?"

골렘에 박아서 알을 낳게 할 수 있는 건 던전의 주인 뿐이다. 하지만 이곳에 바르바토스는 없었고, 골렘에 좆질을 해대던 놈들은 리자드맨이라는 걸 제외하고 모두 제각각의 형상을 갖추고 있었다.

즉, 특이한 건 레비즈 인형 골렘 그 자체라는 말.

"인공 자궁이라도 달아둔 건가?"

골렘에 과연 어떤 장치가 되어있길래 알까기가 가능한 걸까.

[흠, 주인님. 위에서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정면은 현재 대치중이나, 서서히 밀어붙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

승기를 잡았다면 우리가 이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싸워온 경험을 바탕으로 바르바토스 던전의 병사 구성을 생각한다면, 약간의 우세가 곧 승리를 불러올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적의 병력생산기지를 털어먹었다. 자고로 모든 전쟁이 그렇지만, 보급고가 털린 전투는 십중팔구 열세로 전환되어 불리해지기 마련이다.

여기서 승리로 굳히기 위한 방안은 크게 세 가지.

약탈하거나, 방화하거나, 그걸 이용해 함정을 파거나.

"셋 다 해버리지 뭐. 샤이탄, 그거 준비는 다 됐냐?"

[예. 다 '이어졌습니다'. 금방 그녀가 도착할 겁니다.]

휘리릭.

"말씀나누는 도중에 이미 도착했답니다, 주인님."

가벼운 발놀림과 함께, 엘프를 닮은 여인-아스모딘이 나타나 내 옆에 섰다. 그녀는 발목까지 닿는 롱 드레스 입은 채, 내게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눈을 빛냈다.

스멀스멀.

아스모딘의 발 아래에서 빠져나온 나무 뿌리가 레비즈 인형들을 모조리 휘감았다. 그녀의 뿌리는 최대한 사지가 멀쩡한 인형들부터 집어들며 우리가 넘어온 포털을 향해 운반을 시작했다.

키아아악!

전방.

검은 갑옷을 입은 리자드맨들이 완전무장으로 전이문을 넘어왔다. 아까 전에 도망친 놈들이 대부분이었고, 나는 정기톱을 들고 앞으로 나서며 놈들을 위협했다.

"갑옷 입고 온다고 달라질 것 같냐?"

뷰릉, 뷰릉.

"다 큰 새끼들이 인형가지고 놀기나 하고!"

크샤아아앗!

리자드맨들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아직 아스모딘이 완전히 빼내려면 한참 남은 만큼, 내가 시간을 벌어야 했다.

"중고 쓰는 것도 억울한데, 세척까지 해야하잖아! 라임!!"

"불렀음."

라임은 내 옆으로 다가와 인간의 형상을 갖췄다. 그녀가 처음 집어삼켰던 거유 여마법사로 변해, 내 앞에 서서 큼지막한 가슴을 들어올렸다.

"놈들의 갑옷과 몸을 통째로 녹여버리겠어!"

라임은 옷 부분을 열어젖혔다. 큼지막한 유륜과 발기한 유두가 훤히 드러나자, 리자드맨들은 몹시 당황하며 엉거주춤 멈췄다.

씩.

라임은 두 팔을 수직으로 들어올렸다. 나는 그녀의 젖을 아래에서 잘 받쳐들며 호기롭게 외쳤다.

"레비즈 개틀링은 레비즈만의 전유물이 아니야!"

유두두두두두.

닿으면 녹아내리는 강한 산성의 점액이 라임의 유두-모양 배출구에서 탄환처럼 발사되기 시작했다. 나는 최전방의 리자드맨이 녹아내리는 것을 보며 문신의 힘을 더욱 강하게 끌어올렸다.

"가라, 라임! 놈들을 벌집으로 만들어버려!"

유두두두두두두.

슬라임 드래곤으로부터 내려져 온 유서깊은 슬라임 개틀링의 힘 앞에, 리자드맨들은 속수무책으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 * *

레비즈 안.

그녀는 평범하게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다.

파이톤 바르바토스가 살면서 단 한 명만 낳았던 반인반룡으로, 그(녀)는 한 명의 하프드래곤을 두고 심혈을 기울여 레비즈 안의 외형을 조각했다.

아무리 하프드래곤이라고 해도 자신이 직접 낳은 존재가 못난 건 용서할 수 없다!

다만 하프드래곤으로 태어나며 용인의 모습은 갖추었으나, 레비즈 안이 살아갈 인간 세상에서의 '인간화'모습은 따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파이톤은 자신의 자랑거리인 골렘 연성을 이용해 자신과 닮은, 그러면서도 더 예쁘고 인간 다운 외형을 만들어내느라 수많은 자원과 시간을 투자했다.

처음에는 기형의 골렘만 만들어져 전부 깨부수기 일쑤였지만, 드래곤이란 썩어 넘치는 게 시간이다.

그녀는 무려 20년만에 최고의 조형사가 될 수 있었다. 애초에 그녀가 빚어내는 골렘들은 기본적으로 '마나'를 베이스로 한 인형이며, 하프드래곤이 완벽한 인간으로 폴리모프하는 것도 마나로서 육체를 연성하는 것이다.

즉, 마나로 어떻게 조형하느냐에 따라 폴리모프한 외형도 달라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레비즈 안이라는 '인간'의 외형은 한 드래곤이 유일한 혈육에 대한 애정과 관심과 잉여력의 산물이 빚어낸 노력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골렘 인형들은 어떻게 되었느냐.

파이톤은 바르바토스로서, 레비즈를 조형하면서 만들어낸 인형들을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던전의 부하로서 '등록'하여, 시스템에 의해 살아있는 생명체로 만들었다. 드래곤의 영혼이 담긴 골렘들은 '마나가 깃든 정령'과도 같은 존재로 취급되었고, 덕분에 '파종과 산란'이 가능한 존재가 되었다.

그들 하나하나에 파이톤의 숨결이 깃들어있었다.

레비즈 인형은 사실상 파이톤의 분신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이렇게 많은 파이톤의 분신들은 던전 내에서 그녀의 눈과 귀가 되어 적을 요격하는 우수한 병사가 되었다.

본래 바르바토스의 던전은 레비즈 인형들의 위에 가면을 씌워 적을 요격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들은 드라고니안 골렘을 양산하는 '알 생산 인형'의 역할밖에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을 이용해 알을 생산하던 리자드맨들은 지금 오크의 습격을 받아 큰 곤란에 빠졌다.

"너, 너, 너! 갑옷을 입고 적을 요격하라!"

"""알겠습니다, 부단장!"""

리자드맨들은 인간 시절의 호칭으로 호기롭게 외치며 병영으로 달렸다. 부단장이라 불린 리자드맨 또한 바지를 추스르며 급히 전이문을 뛰어넘었다.

"크르르...! 감히...!"

레비즈 인형에 열심히 허리를 흔들다가 끊긴 분노를 터뜨리며, 부단장 리자드맨은 앞으로 달렸다.

그는 본디 조디악 왕국의 왕가에 충성을 바친 왕가의 수호기사 중 한 명이었다.

인간이었던 그는 오피큐스 국왕의 명령에 따라 드래곤의 인자를 이어받아, 던전의 기사 드라고니안이라는 새로운 존재로 탈바꿈하였다.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잃고 맡은 역할도 달라졌지만, 기사로서 주군과 나라에 충성을 다하는 그로서는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 너희들은 우수한 용기사로서, 우리 조디악 왕국의 영광을 되찾을 병사들을 양성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오피큐스 국왕은 그들에게 병력 '양성'을 명령했다. 열심히 허리를 흔들라는 임무에 심취한 기사들은 사람과 하등 다를 것 없는-오히려 각양각색의 맛을 가진 레비즈 인형을 마구잡이로 임신시키며 병사들을 만들어냈다.

태어나는 알들은 모조리 국왕의 손에 들어가, '바르바토스'가 낳는 알과 합성된 골렘의 '경험치'가 되었다. 일부 뛰어난 자질을 가진 알은 따로 뒀다가 국왕의 판단 하에 골렘으로 태어나는 일도 있었지만, 그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기사들은 그게 영광스러운 임무라고 생각했다.

그런 임무를 수행하는데 차질이 생긴 원인은 당연하게도 분노의 군단이고, 그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지하성-던전의 최심부에 나타나 아래에서부터 공격을 들어오기 시작했다.

알려야 한다.

부단장은 평소처럼 모든 전이문을 뛰어넘어 옥좌의 방 앞에 섰다. 이전과 달리 굳게 닫힌 철문이 알현실로 가는 문을 막고 있었고, 부단장은 이전처럼 문고리를 부여잡았다.

덜컹, 덜컹.

"......?"

문이 열리지 않았다. 마치 안쪽에서 문이 열리지 않도록 마법적 기운에 의해 닫혀있는 것 같았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덜컹, 덜커덕, 덜컹!

굳게 닫힌 옥좌의 방 문은 열리지 않았다.

* * *

"쓰으읍, 병사들이 밀리고 있나."

오피큐스 국왕은 바르바토스가 시야 공유 마법으로 펼쳐둔 전장에 입꼬리를 비틀었다.

"더 많은 알을 낳고 더 강한 병사들을 만들어야 하는 건가? 씁."

"......."

바르바토스는 침묵했다. 시스템은 또다른 적의 침입과 굳게 닫힌 보스룸을 열어달라고 시위를 벌이는 기사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지만, 바르바토스는 침묵하기로 결정했다.

딸의 사지를 잘라 좆집으로 쓰는 놈이나, 자신에게 이런 굴욕을 준 놈 모두 씹어죽여도 시원찮을 존재들이다.

그러니 둘을 일부러 충돌시켜 틈새를 엿봐야 한다. 그 일념만으로 분노의 군단, 아스타로트가 빨리 알현실까지 올라와 오피큐스 국왕과 서로 죽이기만을 바랐다.

<퀘스트> 같은 조합으로 연속 산란하라. ( 582 / 666 )

# 성공 시 ????

666개의 알이 모두 차오르기 전에.

바르바토스는 오피큐스 국왕 몰래 아래쪽의 상황을 살폈다.

"......으으."

꿀럭, 꿀럭.

전이문 너머에서 나뭇가지와도 같은 굵은 자지들이 레비즈 인형들을 휘감아 전이문 너머로 납치하고 있었다.

촉수 나무-텐타클 드라실.

솔로몬이 엘프들이 숭배하는 신수 유그드라실과 거래를 맺어 낳았다고 하는 전설의 마수는 자지 모양의 촉수를 번들거리며, 레비즈 인형들을 하나 둘 납치하고 있었다.

[야, 야. 듣고있냐? 쟤 이름은 플라우로스라고 해.]

오크는 리자드맨들을 정기톱으로 갈아버리며 천장을 향해, 바르바토스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앞쪽에 잘 청소하고 촉수 끼워서 무한 산란시키마. 아아, 이것은 '리퍼브'라고 하는 것이다.]

오크는 두 팔을 벌리며 광소를 터뜨렸다.

[레비즈가 낳은 알이랑 잘 합성해서, 새로운 산란머신으로 만들어주마! 러브돌도 섹스돌도 아닌, 임신인형이다!!]

꿀럭, 꿀럭.

촉수 자지에 휘감긴 레비즈 인형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긴 거리를 지나 촉수나무에 덜렁덜렁 매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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