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673화 (669/800)

673회

324일차

고대 로마에는 콜로세움이 존재했다.

인간의 잔혹성을 증명하는 동시에 황제의 권위를 드높이는 이 투기장은 온갖 전투가 자행되었다.

로마의 지배계급이 빵과 서커스라는 명목으로 시민들을 잔혹한 전투에 미치게 만드는 수단이었지만, 나는 그조차도 활용할 각오로 라슬링장을 만들었다.

시작은 나와 여인들의 섹스였지만, 투기장에는 섹스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우승 상품은 그냥 엘프가 아닙니다! 한 번 맛보면 다시는 잊지 못한다는 바로 그 순정 엘프! 단 40명 뿐인 지고의 엘프, 바로 크림 엘프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

때로는 섹스를 위한 보상을 걸고, 강인한 전사를 찾는 진정한 의미의 투기장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우승 상품이라고 말을 했지만, 당연히 강요로 이루어진 건 아니다.

“스스로를 우승 상품이라고 주장하는 크림 엘프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군단은 강인한 전사를 찾고 있답니다. 엘프들은 오크의 자지 노예가 맞지만, 엘프들에게도 남편을 선택할 자유와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요, 저는 평생을 함께 할 남편에게 저를 상품으로 바치겠어요!”

크림 엘프(7XX세)는 자신의 진정한 정체를 숨기고, 일부러 외형도 젊어보이는 복장-제복으로 갖추고 스스로 드라고니움 케이지 안에 들어갔다.

그 모습은 마치 혼기 꽉 찬 골드미스가 혼인시장에 자신을 전라로 내놓은 것 같은 모습이라 안쓰럽기도 했지만, 당연히 라스토피아의 시민들은 엘프라는 외형과 그녀의 진심에 환호성을 보냈다.

“엘프 마누라는 못 참지!”

“꺼져라, 인간! 내가 남편이 될 것이다!”

라스토피아의 시민들은 투기장의 규칙을 준수하여, 상품을 차지하기 위한 대회에 참가했다.

당연히 참가자격은 라스토피아 시민 모두에게 열려있었다. 인간이든 수인이든, 하물며 엘프든 모두가 콜로세움에 모여 행사를 즐길 수 있었다.

““듀얼!!””

규칙과 룰을 준수하지 않으면 나락으로 떨어지겠다는 강인한 선서의 마법과 함께, 조디악 왕국 옛 귀족가 방면에 자리잡은 라슬링장은 성황리에 이 세계에 자리잡게 되었다.

서로 무기를 든 클래식한 결투.

무기 없이 오직 몸만을 이용한 원시적인 결투.

체스처럼 지적인 멋을 뽐내는 두뇌 결투.

만들어진 가상의 전장에서 별빛으로 반짝이는 마나의 힘으로 각종 병사들을 조종하는 전술 결투.

나는 현대에서 인기를 구가하는 모든 문화적 요소의 액기스만 모아 콜로세움을 열었다.

“이...이것이 어찌 지성인이 할 짓인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공공섹스라니, 파렴치하다!”

“정녕 교단이 정한 금기를 정면으로 거스를 것인가! 오크의 말에 현혹되지마시오!!”

누군가는 문화의 힘을 이용해 백성들을 문화에 매몰된 미친 자들로 전락시킨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그들은 모두 마액 담긴 홍차를 마시고 뿅 가버렸다.

“저 놈들을 사흘 동안 자지에 굶주린 블러드 엘프가 갇힌 우리에 집어넣어라.”

“으히이익! 라스토피아의 문화 굉장해여여어엇!!”

그리고 이곳에서 가장 인기를 구가하는 종목은 뭐니뭐니해도 라슬링.

“오늘의 청코너, 전설의 22연패! 썩큐버스!! 강력한 마법을 자랑하지만 자지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마는 그녀의 상대는 바로…! 666번! 666번 참가 희망자 계십니까!”

이미 성적 쾌감과 라스의 진정한 재미를 알게 된 라스토피아의 주민들은 라스쇼에 열광했다.

“아아앗! 이제 갓 성인이 된 듯한 금발의 구릿빛 피부의 청년입니다! 네? 뭐라고요? 어제 막 성년이 되어 섹스는 처음이랍니다!!!!!!!”

“““와아아아아아아------!!”””

모두가 환호성을 보냈다.

라스토피아의 기이한 규칙-미성년자는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때문에 성인이 아닌 자는 결코 -라스-할 수 없지만, 성인이 되는 즉시 누구와도 라스할 자유와 책임을 가지게 된다.

“과연 이기는 쪽은 누가 될 것인가?! 오늘만을 위해 자지를 갈고 닦아온 동정 금발 태닝 청년일 것인가, 아니면 레벨이 70이나 넘으면서 10레벨 마을 사람에게도 무릎을 꿇으며 다리를 벌리는 4성 서큐버스 일 것인가! 레디-----”

“““라스으으으으!!”””

땡땡땡.

공이 울리며, 또다시 새로운 라슬링이 시작되었다.

프로 연기자들이 나와서 모두를 열광케하는 라스도 있으나, 날것 그대로의 풋풋하고 퓻퓻한 광경을 널리 보이는 라슬링도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라스에 빠져들었다.

여신교단이 금기로 정했던 것들이 하나 둘 금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고, 그들의 일상은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하나 둘 변화하기 시작했다.

서서히, 아주 천천히.

조디악 왕국은 껍질을 벗고 새로운 존재로 탈피하듯, 라스토피아의 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

“위대하신 라스토피아의 독재자를 위하여, 건배.”

샤이탄은 나를 향해 와인 잔을 들어올렸다. 일부러 정장을 갖춰입은 그녀는 내가 앉은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며 빈 잔에 와인잔을 채웠다.

“샤이탄아, 너 은근히 이런 컨셉 좋아하는 구나?”

“현대 문화의 우수함에 지려버린 것 뿐입니다.”

샤이탄은 일부러 쓴 안경을 치켜올리며 빙긋 웃었다. 그녀는 나의 꿈 속에서 현대의 모든 문화를 향유하며, 그걸 현실에 접목시키는 데 일등공신이었다.

꿈.

샤이탄이 내 꿈을 통해 접촉한 현대 문화를 서큐버스들에게 알리고, 그걸 서큐버스들이 다시 기술자들에게 꿈속으로 전파한다.

그리하여 기술자들은 꿈에서 간접체험을 하며 현대 문화의 정수를 익히고, 그걸 현실에서 재현해내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다.

“내 첫 인장이 서큐버스라서 정말 다행이구나.”

“샤이탄이라서 그런 게 아니고요?”

“샤이탄인 것도 그렇고.”

샤이탄은 비즈니스 정장 문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세상에 전파한 여자다. 전투에 나서는 블러드 엘프들도 정장의 위력을 깨닫고 라슬링장에 정장으로 나서는 경우도 제법 많았다.

“샤이탄 덕분에 정말 높이까지 올라올 수 있었어. 그래, 이제 내가 바르바토스가 된다.”

조디악 왕국의 국민들은 더이상 파이톤을 찾지 않았다. 오피큐스 국왕을 부르짖지 않았다.

이미 그들의 머릿속은 라슬링이 지배했고, 그들의 뇌는 라스뇌로 바뀌어 버렸다.

조디악 왕국 따위, 한참 전에 좋지 않게 헤어진 옛 여친 따위에 불과했다. 인간들은 원할 때는 벌려주고 새로운 경험만 잔뜩 겪게 해주는 라스토피아에 홀려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레모리는 걱정하더군. 이렇게 자극적인 요소만 계속 느껴서야 어디 나중에는 너무 과해지는 게 아니냐고.”

“예. 실제로 그런 자들도 하나 둘 나타나고 있습니다.”

내가 레비즈의 사지를 가른 것을 본 이들은 한 둘이 아니었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결손 따위에 대한 패티시를 느끼며, 그걸 받아 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주인님, 그들도 품으실 겁니까?”

“그게 라스토피아니까. 물론 하기 싫다는 자를 억지로 잡아다가 하면 그건 감금이고 범죄다.”

사지가 잘려도 던전의 합성환생을 거치면 다시 사지가 붙기야 하겠지만, 이전 종족의 순수성은 잃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특정 성벽을 내가 금지할 수는 없는 법. 그렇게 되면 내가 오히려 금기를 만들게 된다.

“나중에 여신을 만나면 물어보고 싶군. 혹시 여신이 직접 정한 금기가 있냐고.”

그러면 편하게 규칙을 정할 수 있을텐데.

‘내가 여신님께 물어봤는데, 이건 여신님도 안된다고 한다더라!’

멋대로 내가 금기를 정할 수는 없었다.

“그럼 물어보는 건 어떻습니까?”

“누구에게?”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하는 그 추기경에게요.”

“......오호.”

전 메타트뭐시기 대천사라면 여신조차 꺼리는 금기를 알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지금 그는 조디악 왕국에 없다.

조디악 왕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여신 교단의 본국에 있다.

그리고 미르망을 비롯한 성검의 용사들 대부분이 교단의 본거지에 있다. 조디악 왕국이 무너지고 있는 와중에도 그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교단에서 나오질 않고 있었다.

“나중에 만나게 되면 물어봐야겠군. 그걸 위해서도 우선 바르바토스를 우선 제거해야겠지?”

“예.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던전 공략의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사라락.

홀로그램이 반짝이자마자, 넓은 지도가 펼쳐졌다. 왕성 안의 지도는 어느덧 3할 가까이 밝혀졌고, 우리는 제법 많은 곳을 찾아낼 수 있었다.

“우리가 죽인 골렘의 수는?”

“300마리가 넘었습니다.”

드라고니움이 골렘 300마리 만큼 나왔다는 이야기인 동시에, 파이톤이 300개나 되는 알을 낳았다는 말과 똑같았다.

앞으로 더 강한, 더 많은 골렘이 나올 거라고 가정한다면, 이미 그녀는 엄청나게 많은 알을 낳은 셈이었다.

“...예전에 안드라스가 그랬지. 다시 태어나기 위해 666개의 알을 낳았어.”

지금의 안드라스가 아닌, 665번째 알을 낳고 내게 박혔다가 666번째 알을 낳은 비운의 존재였다.

그녀는 666개의 알을 낳고 자신의 단계를 초월하려고 했다. 레벨은 지금의 나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정도였지만, 시스템이 알려주는 한계는 예기가 달랐다.

“만약에 바르바토스가 알 666개를 낳아서 초월을 시도하면 어떻게 하면 될까.”

말로만 듣던 드래곤 로드 급의 힘을 가지게 되는 건 아닐까? 나는 생각만으로도 불알이 벌벌 떨렸다.

"안되겠군. 던전 탐사 속도를 두 배로 늘린다. 에일라와 메어리, 아더를 주축으로 따로 하나 탐사대를 더 편성해야겠어."

내가 샤이탄의 허리를 잡아당기며 그녀의 하복부를 간질이자, 샤이탄은 요염히 웃으며 입맛을 다셨다.

"하긴 그렇게 하면 두 배로 조사할 수 있겠군요."

"그래. 왕국 국민들이 라슬링에 미친 이상, 나머지는 이제 속전속결이다."

더욱더 빠르게 던전 공략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가자, 샤이탄. 깨워다오."

던전 안에서 숨어 초월의 꿈을 꾸고 있을 바르바토스에게 냉혹한 현실의 쓴맛을 일깨워 줄 때가 되었다.

* * *

찌걱, 찌걱.

바르바토스는 벌써 몇 개나 되는 알을 낳았는 지 슬슬 세는 것 조차 질려버렸다. 443번째니, 444번째니 번호나마 이름을 붙여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전부 오피큐스의 조종으로 알로서 골렘 따위와 합성되어, 적의 진입을 조금이나마 늦추는 고기방패가 되었을 뿐이다.

심지어 라스푸틴은 톱날이 교차하며 갈리는 무기로 골렘을 잘라다가 광석으로 써먹었다. 그들이 던전에 들어올 때마다 드라고니움 장비는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더욱 많은 드라고니안 골렘들이 잘려나가 광석이 되었다.

"크흐흐, 멍청한 오크 놈...."

오피큐스는 적의 전력이 상승하고 있음에도 그저 웃기만 하며 옥좌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슬슬 던전에 비축된 식량은 줄어들기 시작했고, 식량이라고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배가 고프군."

오피큐스 국왕은 결국 마지막 수단에 손을 대고 말았다. 방금 낳은 따끈따끈한 알을 손에 움켜쥐고, 그는 천천히 소환진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또 골렘과 합성을 하는 걸까. 바르바토스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이, 이, 캬아아아악!!"

괴성과 함께 손을 뻗었다. 뱀과도 같은 쇠사슬이 바르바토스의 몸을 옥죄이며 몸에서 피가 흘렀지만, 바르바토스는 피눈물을 흘리며 괴성을 질렀다.

소환진 위에는 거대한 솥이 하나 놓여있었고, 그 안에는 물이 한가득 담겨있었다.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말이야, 별궁에 삼 년간 유폐를 당한 적이 있었지."

오피큐스 국왕은 헛웃음을 지으며 지팡이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의 지팡이 끝에서 불꽃이 피어올라, 물이 점차 끓기 시작했다.

"그 때는 말이야, 식량도 없었어. 하지만 나는 살아남았다.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덕분에...쥐는 엄청나게 많았거든."

"이 개같은 새끼가!!"

"그래서 뭐든지 먹을 수 있다 이 말씀."

퐁당.

오피큐스 국왕은 바르바토스를 향해 씩 웃었다.

"왜 그러는가? 고작 450개 중에 하나에 불과하거늘."

"이, 이...!!"

"배 안 부르면 다음 것도 어떻게 될 지 몰라. 그러니까 명령이다."

오피큐스의 지팡이가 아가리를 번뜩였다.

"내가 멈추라고 말할 때까지, 산란을 멈추지 마라."

"......!!"

마검에 의해 지배를 받는 바르바토스는 저항할 수 없었다. 아무리 머릿속에 분노가 가득차더라도, 저항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의지만큼은 저항할 수 있다.

<알림> 라스푸틴 아스타로트가 쟁탈전을 걸었습니다!

"......!!"

그래서, 입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핏물과 함께 집어삼켰다.

분명 그걸 알아버리면, 오피큐스는 더 많은 알을 낳으라고 재촉할테니.

"......."

바르바토스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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