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665화 (661/800)

665회

261일차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나의 청년막을 내어 준 적이 없다.

륜이나 루나의 뒤는 하루에도 수 차례 물고 빨 수 있지만, 왠지 모르게 내 여자들에게 내 뒤를 핥게 하는 건 하고 싶지 않았다.

약점이라면 약점이라고 해야할까. 한 번 꿈에서 내 뒤를 노리는 미친 괴물이 나타난 이후로, 나는 남의 뒤를 노릴 지언정 내 뒤를 내어주는 일은 결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파이톤을 쓰러뜨리기 위해 모았던 마지막 힘이 소진된 이상, 긴급처방을 내리는 수밖에 없었다.

전립선 마사지.

여러모로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나는 우리 군단에서 그 방면으로는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두 명에게 내 몸을, 내 뒤를 맡겼다.

그리고 나는 왜 내가 본능적으로 내 뒤를 그렇게 지키려고 했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오곡."

꿈 속인데도, 꿈인데도 나는 현실의 감각을 느껴야했다. 하필이면 내 뒤를 뚫은 것이 샤이탄의 꼬리였기에, 샤이탄에 의해 꿈속으로 넘어왔으니 꿈과 현실이 연동되어 버린 것이다.

[주인님, 그만 둘까요?]

샤이탄의 목소리가 세계에 울려퍼진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다, 으으윽...!"

아래로는 뷰릇뷰릇 정액을 흘려대면서, 나는 침대 위에서 추하게 대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꿈속이라 오크가 아닌 인간의 모습으로 대답을 했고, 샤이탄은 여러모로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주인님, 그냥 저희에게 맡기십시오. 그러면 감각 연동을 종료할 수 있습니다.]

"아니다, 아니야...아직은 괜찮, 흐억."

전립선을 꾹꾹 누르는 샤이탄의 꼬리에 나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어떤 애무와도 비교할 수 없는 감각이 나를 가득 채웠지만, 나는 몸을 간신히 이끌고 꿈속의 컴퓨터 앞에 앉았다.

모니터에는 안드라스와 하르파스를 통해 보이는 전장의 조감도가 보였다. 현실에서는 마석으로 이루어진 스크린이고, 그걸 샤이탄이 꿈속에서 내가 조작하기 쉽게 PC 형식으로 만들어냈다.

"끄, 으으...."

의자에 앉았는데도 배가 미친듯이 아프다. 아프다기 보다는, 그냥 앉아서 전립선이 눌려지는 이 감각에 몸을 맡기고 싶었다. 륜이나 여인들이 나에 의해 연속 절정을 느끼는 게 딱 이런 느낌이구나 하고 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파이톤...이 개새끼...나를 감히 이렇게 만들다니...!"

파이톤 때문에 부랄이 텅텅 비어버렸고, 파이톤 때문에 전립선을 강제로 자극하며 라스푸틴을 일깨워야했다.

딸칵. 나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붙잡았다. 전생, 직장을 구하며 게임을 할 시간이 줄어들어 종극에는 컴퓨터조차 킬 시간이 없게 되었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은 아직도 새록새록 남아있다.

"아아, 이것은 전통놀이라고 하는 것이다."

윷놀이가 규칙이 적힌 책자를 보고 하는 놀이던가? 아니다. 몸이 기억하고 머리가 기억하고 있다.

키에에엑.

"전생 김치의 화려한 컨트롤을 보여주, 흐오곡...!"

샤이탄의 화려한 꼬리 마사지와 함께, 나는 꿈속에서 현실의 군대를 조종했다.

* * *

"폐하! 남문이 뚫렸소! 적이 미친듯이 몰려오고 있소!"

"하늘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새끼 드래곤들이 화염을 퍼붓고 있습니다!"

"폐하! 동문도 뚫렸습니다! 성벽 전체가 무너져내렸습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오피큐스 국왕은 아무 말 없이 옥좌에 앉아 전장을 살폈다. 마도구를 통해 펼쳐진 전장 곳곳의 장면들은 마족들에게 유린당하는 왕국 백성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비추고 있었다.

[응기이이잇!]

정정. 유린은 유린이되, 그들은 성적으로 유린당하고 있었다. 남자는 엘프에게 겁탈당하고, 여자는 오크나 여러 마인들에게 겁탈당하고 있었다.

[남자는 따먹고 여자는 범해라!!]

마왕군의 간부로 보이는 오크들은 마검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인간 용사들을 제압했다. 최전선에서 힘 깨나 쓴다고 하던 용사들도 수의 폭력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비, 비켜! 내게는 고향에서 기다리는 내 소꿉친구가, 아아악!]

이름난 용사는 세 명의 블러드 엘프에 의해 결박당했다. 바닥에 깔린 용사의 위로 엘프 하나가 고간을 문지르듯 깔고 앉았고, 한 명의 블러드 엘프는 용사의 손을 자신의 가슴과 고간에 묻게하며 구속했고, 다른 한 명의 블러드 엘프는 용사의 바지를 벗겨 하반신을 구속했다.

[수, 수인은 싫어! 싫은데, 하아앙!!]

이름난 마법사는 까마귀 머리의 마인들에 의해 구속당했다. 지팡이를 빼앗겨, 날카로운 손톱에 목숨이 위협당한 마법사는 두 까마귀 마인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워져 들려진 채 숨을 헐떡여야만 했다. 그녀의 앞뒤 구멍으로 들어간 마인의 자지에 마법사는 혀를 내밀며 가버렸다.

패전보. 패전보. 패전보.

파이톤이 적의 공격에 쓰러짐에 따라, 승기는 확실하게 기울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왕도 오피큐스는 멸망이 확실했다.

"만 년 넘게 이어져야 할 조디악 왕국이 내 대에서 무너지는가."

"폐하!!"

"진정하라. 아직 확실하게 패배한 것은 아니니."

쿵. 오피큐스 국왕은 옥좌에서 몸을 일으켰다. 터질 것 같은 근육을 좀처럼 주체할 수 없던 그는 옥좌에 끼워진 뱀 머리의 지팡이를 뽑아들었다.

고고고고.

장식처럼 달려있던 뱀의 머리가 사나운 이빨을 번쩍이며 입을 열었다. 그에 신하들은 흠칫 놀랐고, 몇몇은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폐...하?"

"미안하다. 하지만 이기기 위해서는 희생이 따르는 법."

샤샤샥.

옥좌에서 뻗어진 검은 그림자가 신하들의 발목을 묶었다. 그림자는 마치 뱀처럼 흔들거렸고, 신하들은 그림자에 구속되어 꼼짝도 못하게 되었다.

"이, 이것은...?!"

"마족의 힘?!"

"틀렸다. 마검의 힘이다."

키시싯.

지팡이에 달린 뱀은 신하들을 비웃는 것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그림자는 점점 그 크기를 불려나가며 신하들을 그림자 속으로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폐하!!"

"나는 왕국의 주인이며, 너희들은 왕국의 신하들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너희들의 생명 또한 내 것이지."

콰득, 콰드득.

""아아아아악!!""

신하들은 하반신부터 그림자에 먹히기 시작했다. 마치 뱀이 인간을 먹어치우는 듯한 모습이었고, 대전에 있던 누구도 그림자에서 빠져나갈 수 없었다.

"무엇을 그리 놀라느냐. 최초의 12영지마다 성검이 한 자루 씩 있었는데, 설마 그들의 중심인 왕국이 그걸 억제할 힘이 없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오피큐스 국왕은 지팡이를 아래로 크게 때렸다. 그러자 아래의 그림자가 아가리를 쩍 벌리며 신하들을 모조리 집어삼켰다.

"스으읍."

그림자 속에서 녹아내린 신하들의 기운이 오피큐스 국왕에게로 깃들었다. 그의 머리칼은 마기가 서린 보라색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국왕의 눈은 드래곤의 그것 마냥 세로로 길게 찢어졌다.

쾅!

대전의 문이 열렸다. 문 앞에는 명치에 구멍이 뚫린 시종장-파이톤이 인간의 모습으로 들어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네 놈! 봉인을 풀면 어쩌자는 것이냐!"

"왕국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네가 죽어!"

"나는 죽어도 내 핏줄이 아직 살아있다. 유능한 놈이 하나, 무능한 놈이 하나. 누가 살든 오피큐스의 피는 이어질 것이다."

국왕은 비틀거리는 몸을 간신히 지탱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파이톤의 어깨를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이제 자유다. 오랫동안 오피큐스 가문을 위해 자유를 바쳐줘서 고맙다."

"네 놈...! 이성적으로 판단해! 도대체 뭐가 네놈을 미치게 만든 것이냐! 마검을 뽑아든 순간, 오피큐스 왕국이 끝났다는 걸 정녕 몰라?!"

"안다."

국왕의 눈은 흰자와 검은자가 바뀌어있었다.

"하지만...."

사아악.

지팡이 끝에서 뻗어나가는 그림자의 뱀들은 다음 먹잇감을 찾아 혀를 낼름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주인과 드래곤을 제외한,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먹어치우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내 아들을 죽인 것으로도 모자라, 감히 시체를 복제하여 양산한 저 놈들을 씹어먹지 않고는 참을 수 없구나."

"너...!"

"파이톤, 바르바토스, 레이시 안. 그대는 던전의 심처로 가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다 하겠다."

키에에엑!!

붉은 안광을 뿌리는 라스키토들이 왕성까지 들어왔다. 오피큐스 국왕은 입꼬리를 비틀며 지팡이를 바닥에 툭툭 건드렸다.

"조디악 왕국 최후의 보루-바르바토스의 힘을 똑똑히 보아라."

그림자 속에서 무수히 많은 뱀들이 아가리를 벌리며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 * *

"!!"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압도적인 살기.

그리고 나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멀리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주인님, 아직 정기가 가득 차지 않았습니다."

"정기의 문제가 아니야."

마검 할레오의 용사이기에 나는 알 수 있다. 저 멀리 존재하는 왕성에서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힘은 분명 '마검'의 기운이 분명했다.

"피스케스인가? 아니, 아니야. 저건 분명...."

구구구구.

갑자기, 왕성이 무너져내렸다. 거대한 그림자 속에 잡아먹히듯, 왕성은 땅으로 꺼지기 시작했다.

"...주인님! 성에 진입한 라스키토들이 전멸했습니다!"

"!!"

라스키토들은 한 명도 빠져나오지 못했다. 오히려 왕성에 잡아먹힌 것처럼 보였다.

"이게 대체...."

그리고.

구구구.

우리의 눈앞에는, 그림자로 이루어진 왕성이 오피큐스의 왕성이 있던 자리에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저건 설마...!"

"......던전입니다."

[오너라, 나의 적이여.]

전신을 짜릿하게 울리는 감각이 나를 일깨우기 시작했다.

[만년불락의 거성, 바르바토스 오피큐스에.]

...왕성 지하에 던전이 있었고, 던전은 지상으로 솟아나 우리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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