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664화 (660/800)

664회

261일차

조디악 왕국의 수호룡 파이톤.

그는 조디악 왕국을 지키는 수호룡일 지언정, 다른 평범한 드래곤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폭군’이었다.

주변의 생명체들을 하등한 존재로 여기며, 그들에게서 공물이나 제물을 받아 관상용으로 한 번 보고 창고에 처박아두는 드래곤의 전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파이톤은 조디악 왕국 주변의 여러 종족들로부터 공물을 받았다.

수인 왕국이 대표적인 예이며, 해저 왕국인 아틀란티스가 대표적인 예이다.

수인 왕국은 조디악 왕국의 근처에서 다른 국가들로부터 재물을 약탈하여 파이톤에게 상납해야만했다.

해저 왕국은 해안 도시 근처에서 적국이 바다로 왕국에 쳐들어오는 걸 막는 방파제가 되어야만 했다.

그들은 조디악 왕국이 만들어진 시작부터 끝까지, 드래곤의 위협 앞에 항상 공물을 바쳐야만 했다.

솔로몬의 등장이 아니었다면, 영구불멸의 착취는 왕국이 멸망할 때까지 계속 되었을 것이다.

“아, 아아….”

성검의 용사이자 해저 왕국 아틀란티스의 수장, 아쿠아리우스는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이게 현실이라니.”

수 백년 묵은 체증이 한 번에 가라앉는다. 근심 걱정 가득했던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것으로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간 것 같았다.

“홀리 드래곤이 지다니. 이게 말이 되는 일이란 말인가.”

파이톤의 명치에 난 바람구멍은 아쿠아리우스를 미칠듯이 기쁘게 만들었다.

키아아악--

드래곤은 전신의 힘이 약화되었다. 명치가 꿰뚫린 것으로도 이미 큰 충격이지만, 바람 화살이 스쳐지나가며 드래곤 하트를 스치고 지나간 듯 보였다.

“무너진다….”

파이톤은 날개를 펄럭였으나, 몸이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날개를 펄럭이며 거체를 띄울 힘을 잃은 파이톤은 천발을 받은 것 마냥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키에에엑!!

누가 저것을 왕국 수호룡의 고통어린 비명이라 부르겠는가. 누가 꼴사납게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드래곤을 왕국 최후의 보루라고 하겠는가.

“조디악 왕국이 무너진다...!”

수호룡이라 함은 결국 그 나라 백성들의 승리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였다.

콰드드득!

파이톤은 등부터 추락했다. 아래에 있던 왕성의 건물에 추락해, 건물이 드래곤에 의해 파괴되었다.

"마왕군이...인류를 상대로 이긴다고...?!"

그 어떤 마왕군도 하나의 '국가'를 상대로 이기지는 못했다. 아쿠아리우스는 마왕군의 힘에 전율했다.

"도대체 어떻게 홀리 드래곤을...!"

아쿠아리우스는 오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보기만해도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아 차마 보지 못했던 곳에는 자신이 예상치 못했던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있었다.

"엘프 여왕이...둘?"

한 명의 엘프 여왕 안에 정기를 가득 불어넣어 신성력을 사용했으면서, 이번에는 새로운 엘프 여왕의 안에 자지를 찌르고 있었다.

* * *

"하아, 하아, 하아...."

륜은 거칠어진 호흡을 몰아쉬며 루나의 품에 지쳐 쓰러졌다. 루나와는 달리 자궁으로 내 정기를 받지는 않았지만, 그녀 또한 성흔의 힘이 가득 차오를 정도로 열심히 신성력을 뿜어냈다.

"고생했다, 륜. 여기서 쉬어라. 라임, 네가 셋을 던전으로 데려가 쉬게 해다오."

"알겠음."

라임은 기절한 루나와 에일라의 아래로 몸을 비집고 들어가 슬라임 물침대를 만들어냈다. 륜은 루나의 위에 엎어져있었고, 물침대는 땅에 바싹 달라붙어 셋을 이동시키는 캐리어가 되었다.

"너도 정말로 고생했다, 메어리."

"하아, 하아. ...정말 힘들었어요."

메어리는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성검 비르고는 다른 이들의 힘 뿐만 아니라 본인의 신성력까지 모두, 바닥까지 사용했다. 평소의 연분홍빛이 사라지고 회색빛으로 변한게 약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으으...이대로 마액 부으면 마검으로 변할 것 같아요. 하하."

"...그건 아주 나중의 먼 미래에 일어날 일이다. 아직은 아니야."

나는 메어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다. 이제 나머진 우리에게 맡겨라."

"네...."

풀썩.

메어리는 고개를 떨구며 기절했다. 사실상 나를 제외한 우리 군단의 필살기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기절하고 쓰러진 셈이 되었다.

'나도 죽을 것 같기는 해.'

사정 후의 여운을 즐길 시간도 없이 계속 자지를 찌르고 허리를 앞뒤로 튕기고 정액을 싸질렀다. 조금이라도 밀리는 순간 우리 군단 전체가 신성력의 브레스에 유린당한다는 생각 때문에, 나는 한 순간도 허리를 멈출 수 없었다.

"후우."

나는 진한 여운을 즐기며 뒤에서 가져온 의자에 주저앉았다. 의자 옆에는 마석으로 이루어진 '스크린'이 놓여있었고, 나는 그걸 앞으로 잡아당겼다.

까아악-

마석 스크린에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조감도가 펼쳐졌다. 안드라스와 하르파스, 두 명의 시야가 제각기 다른 장소를 비추며 전장을 실시간으로 내게 보여주고 있었다.

"이제부터 2단계다. 그레모리."

"이쪽은 아까부터 준비되어있었어. 맞지?"

"그래."

드래곤 폴. 용이 추락할 때, 즉 파이톤을 무력화시켰을 때를 대비한 우리 군단의 계획은 아주 간단했다.

"나, 륜, 루나, 메어리, 에일라. 이상 다섯 명의 전력 공백을 가정해라. 내 버프도...지금 당장은 안 돼."

부랄이 텅텅 비어버렸다. 덕분에 나는 우리 군단의 병사들에게 버프를 걸 수 없었다. 라스키토들을 비롯한 구울을 이전보다 세 배 빠르게 움직일 수 없게 되었고, 이대로 나는 지쳐 쓰러질 수밖에 없다.

"그레모리, 내 육체의 보호는 모두 네게 맡긴다."

"걱정마. 우리 예비 마왕님 털끝하나 건드리는 놈이라도 있으면, 내가 몸을 던져서라도 막을 테니까."

"...흐흐, 네가 얘기하니까 뭔가 어감이 이상한데. 그러지 마라. 플래그 박는 건 나 하나로도 족해."

나는 의자를 뒤로 젖혔다. 특별제작된 드라이어드 뿌리털 의자는 몸을 뒤로 눕히고도 전장이 한눈에 보이는 마석 스크린을 보기에 충분했다.

"샤이탄."

"네, 주인님."

보라색 안개와 함께 샤이탄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샤이탄은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고, 꼬리로 의자 뒤에 나있는 내 뒤를 조심스레 쓸었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이거...정말 싫어하셨잖아요."

"승리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대신...중간에 깨지 말게 해다오."

"예, 알겠습니다. 편히 주무십시오."

"군단장의 희생,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줄게."

슬립.

그레모리와 샤이탄이 동시에 수면 마법을 펼쳤다. 나는 의식이 깜깜해졌다.

푸--욱.

무언가, 샤이탄의 꼬리같은 게 내 뒤로 들어왔지만, 내 몸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승리에는 희생이 따르는 법.

나는.

"지금부터 긴급 전립선 마사지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청년막을 제물로 바쳐.

"그레모리. 꼬리의 제어는 당신에게 맡깁니다. 저는 지금부터 주인님과 꿈속에서 전장을 지휘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어. ...흐흥, 내가 후빨도 기가막히게 잘 하거든? 걱정하지마."

할짝.

...군단의 완전 승리를 가져올 것이다.

* * *

"막아---!!"

오피큐스 왕성 남문의 수비대장, 싸우라스트는 병사들과 함께 성문이 무너지지 않도록 몸으로 막았다.

쿵!

성벽이 크게 휘청거렸다. 성문이 흔들리는 건 예사고, 성벽 자체가 흔들거렸다. 싸우라스트를 비롯한 장정들은 죽을 각오로 성문을 사수했다.

"이곳이 무너지면...적 구울들이 들어오기 시작해!"

"대장, 더는 안 되겠어요!"

콰앙, 콰앙!

성문을 두드리는 힘이 더욱 거칠어졌다. 두터운 나무의 틈 사이로 얇은 칼날같은 손톱이 들어와 강철방패를 긁었다.

"으허어억!"

병사 하나가 방패를 놓치고 주저앉았다. 구울의 손톱에 당했나 싶어 싸우라스트는 아차 싶었지만, 병사는 꼴사납게 자신의 아랫도리를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뷰릇, 뷰르릇.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가 그의 전신을 축축히 적시고 있었다. 사정으로 인해 방패를 놓쳤다는 건 왕성 수비대로서 굴욕이었지만, 누구도 그를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이...개...!"

싸우라스트 또한 다른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발기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폭우의 실체가 미약 폭우라는 건 이미 다들 알고 있었다.

그래서 파이톤의 신성력 결계만을 믿어왔다.

하지만 파이톤은 적의 공격에 당했다. 어째서 적이 파이톤에 준하는 신성력을 가지고 있냐는 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걸 인정해버리면 여신은 진실로 마왕군에게 손을 들어준다는 얘기였으니까.

"인정할 수 없다...! 으아악!!"

대세는 기울었다. 차가운 이성은 이미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담담히 패배를 맞이하고 있었다.

여신은 파이톤을 보듬어주지 않았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들은 인류가 아닌 마왕군의 편을 들었다.

여신은, 조디악 왕국을 버렸다.

"으아아악!!"

싸우라스트는 악다구니를 쓰며 굳건히 자세를 잡았다.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 사정해버렸지만, 사정을 하면서도 의지를 다잡고 방패를 들어올렸다.

"이 성문 만큼은, 결코 무너지지 않-"

뀨와아앙!!

바로 옆.

십 수 미터가 넘는 슬라임 거인이 성벽을 박살내며 왕도의 안으로 쳐들어왔다. 앞으로 두 팔을 뻗은 슬라임 거인은 바닥에 대자로 엎어졌고, 근처에 있던 병사들을 모조리 깔아뭉갰다.

"아, 아아...."

크아아앙!!

슬라임 거인이 만든 길 위로 막대한 구울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훗날.

라스토피아의 역사가들이 말하기를.

그 모습은 마치 자궁구 속을 범하는 사정의 기세라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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