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658화 (654/800)

658회

261일차

쏴아아아.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왕성 전체를 뒤덮은 결계 위로, 약간의 쉴틈도 없이 비는 쏟아져내렸다.

때로는 소나기처럼, 때로는 여우비처럼, 때로는 폭우처럼 쏟아졌다.

하지만 그게 평범한 비는 아니었다.

세상 어떤 비가 ‘하얀 비’가 내린단 말인가? 어둑어둑해진 하늘에 검은 재가 섞여 빗물이 검게 내리는 경우는 있어도, 비가 하얀 색깔을 띄고 있다면 그건 뭔가 이상의 징조였다.

그리고 비가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결계마저 녹게 만든다면, 비는 평범한 자연현상이 아니게 된다.

“적의 수작이다.”

사람들은 깨달았다. 마왕군에게는 비조차 다루는 힘이 있으며, 비로 신성력의 결계를 녹게 만들었다.

아아아앙,하아앙!!

신성력의 결계 곳곳에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고, 작게 열린 틈으로 거친 신음이 흘러들어왔다.

마왕군이 여신교단의, 인류의 금기를 마구잡이로 자행하는 행위로 빚어지는 소음이 인간들을 괴롭게 했다. 특히 남자들이 더 괴로웠다.

아아앙, 주인님, 저한테 더 많이 싸주세요!

아녜요, 제가, 제가 더 보지 잘 조일게요.

마석 속의 고운 미성을 가진 여인들은 오크에게 아양을 떨며 자지를 탐했다. 욕정에 파묻힌 목소리는 남자들의 하초를 부들부들 떨게 만들었다.

-나, 나도 하고 싶어!

세상 끝내주는 금발 미녀와 하이엘프를 상대로 동시에 하룻밤을 보낸다?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세상 어떤 남자가 그걸 마다하겠는가. 한 명 만으로도 로망이 가득 차오르는데, 두 명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로망이 차오르다 못해 폭발하는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것은 발정나는 것을 참고자 하는 인간들의 이야기.

-당장 저들의 계획을 막아야 하오!

-또 무슨 짓을 저지를 지 모른단 말이오!

왕국군은 주민들을 진정시키며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았다. 마냥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분위기의 반전이 필요했다.

-거대 허상을 만드는 곳을 공격합시다!

야전.

왕도 오피큐스에 머무른 채 잠궜던 성문이, 아주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

“주인님, 인간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첩보입니다.”

“드디어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올리셨군. 흐흐, 얼마든지 환영하는 바이다.”

왕도에 짱박힌 병사들이 나오려고 한다는 말을 얼마나 학수고대 해왔는지 모른다. 마냥 앉아서 떡만 치기에는 우리도 조금 무안했다.

“다른 두 세력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수인 왕국이 도착하려면 앞으로 며칠은 더 있어야 하고, 아틀란티스는 도와줄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쯧, 예상했지만 역시나로군. 괜찮다. 애초에 적이 아닌 걸로 만족하고 있으니. 그리고 다행인 것 같구나. 적이 생각보다 약한 듯 하니.”

우리 군단 만으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륜의 도움을 받아 몸을 말끔히 단장했다.

쏴아아.

넵튜뉴스가 직접 내 몸을 훑고 지나가며 몸을 정화시켰다. 금방 사우나를 들어갔다 나와 몸을 닦은 것만 같은 개운함에 나는 온몸이 개운해졌다.

“크으. 이 느낌이야.”

콰득.

구울들이 가져온 로도페리의 양날도끼를 움켜쥐자마자, 내 몸에 깃들어있던 할레오가 양날도끼로 넘어갔다.

크아아앙!!

움켜쥐는 것 만으로도 함성이 터져나온다. 할레오는 왕국을 상대로 싸우게 되었음에도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쿵, 쿵쿵.

우리 군단은 모두 전투를 준비했다. 방금 전까지 허리를 흔들던 모두가 하던 걸 적당히 멈추고 전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와라.”

끼이익.

성문 정면이 서서히 열렸다. 안에서 바글바글한 머리들이 개미처럼 우루루 몰려나왔다.

‘며칠 계속 성 안에 갇혀 있으려니 좀이 쑤셨겠지.’

인간 병사들의 눈은 시뻘겋게 달아올라있었다. 간밤에 잠을 자지 못하기라도 한듯, 인간들은 하나같이 짜증과 피로를 내뿜으며 무기를 움켜쥐었다.

우어어어어!!

"이래서야 누가 좀비인 지 모르겠어."

"많이 시달린 것 같아보여요."

밤 11시에 몰려나가는 회사원들보다 더 지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성문을 열고 나온 인간들은 모두 기세가 흉흉했다.

속된 말로, 10번 연속 딸딸이라도 쳤는데도 아직 성욕이 가라앉이 않은 듯한 모습과고 같았다.

"아무래도 우리 포르노가 대유행 했나보구나. 흐흐, 에일라야. 너 이제 알몸 다 팔렸다."

"훗. 여기는 괜찮습니다."

에일라는 일부러 몸에 두른 황금양털을 가리켰다. 그녀가 사용하기 나름이기는 하지만, 황금양털은 에일라의 중요 부위를 가리는 비키니 아머가 되어 국부를 가렸다.

"제 건 모자이크라는 걸로 다 가려졌지 않습니까. 주인님만 볼 수 있는 곳 아니겠습니까?"

"흐흐. 그렇지. 그리고 동시에 인간 놈들이 가장 따먹고 싶어하는 곳이기도 하고."

나는 에일라를 50m 허상이 비치는 침대 정중앙으로 옮겼다.

그리고 그녀를 침대에 반듯하게 눕힌 뒤, 일부러 모든 영상을 내려버렸다.

"메어리!!"

"네!"

메어리는 빛처럼 날아와 내 옆에 안착했다. 마물강화권의 힘을 이용해 80레벨이 훌쩍 뛰어넘은 메어리는 과거의 그레모리보다 훨씬 강력한 마녀가 되었다.

"그걸 씌워다오."

"넹!"

메어리는 신이 난 목소리로 가슴골에 손을 집어넣었다. 메어리의 손은 가슴 골 사이에 반짝이는 작은 아공간 속으로 쏙 들어가있었다.

"...너는 왜 아공간을 그런 곳에다가 만들어둔 거냐."

"어? 여기 좋지 않아요? 아니면 아래쪽에 있는 다른 구멍은-"

"아니다. 됐다."

나는 메어리가 괜히 이상한 말을 할까봐 덜컥 겁이 났다. 메어리는 콧노래를 부르며 내가 주문한 물건을 찾기 시작했고, 나는 그 사이 륜의 도움을 받아 넵튜뉴스를 호출했다.

"가장 빠른 물의 정령들을 소환해라. 그들은 나의 전령이 될 것이고, 내 부하들에게 나의 의지를 전달할 것이다."

쏴아아아.

허공에서 몰아치는 푸른 물결이 내 주변에 나타났다. 얼음으로 만들어진 붉은 늑대들은 발정난 듯 헥헥거리며 내 명령을 기다렸다.

"선봉은 언데드에게 맡긴다."

아오오오오오----

붉은 늑대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나는 늑대들이 향하는 곳에 자리잡은 두 명의 여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저항하는 자. 모두 죽여라."

와아아아------!!

거친 함성과 함께, 성벽 너머로 나온 인간 병사들은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왔다.

"감히 나의 것을 탐하려고 드는 저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죽음을 선사하라."

그르륵.

구울들이 하나 둘 붉은 안광을 터뜨렸다. 나는 하늘을 향해 치켜든 할레오 색스를 통해 내 힘을 사방에 퍼뜨렸다.

"라스를 위하여!!"

라아아아아아아-----!!

하서스와 라스투자드.

언데드 군단의 쌍두마차의 지휘하에, 구울들이 다가오는 적들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 * *

서걱.

거대한 대검이 붉은 궤적을 그리며 모험가 셋의 목을 날렸다. 모험가들을 목에서 피분수를 뿌리며 쓰러졌고, 전신에 피칠갑을 한 여인은 묵묵히 자신이 든 대검, 마검을 땅에 거꾸로 꽂았다.

"하서스! 적들이 너무 강해!"

유니콘의 위에 타서 낫을 거칠게 휘두르는 듀라한, 키메리에스는 비명을 질렀다. 호기롭게 언데드 군단이 나선 것 까지는 좋았지만, 인간들은 대 언데드 전에 특화되어있는 모험가들이었다.

"오게 두어라. 주인님이 굶주리셨다."

"그럴 때가 아니야!!"

"걱정마라. 주인님께서는 모두 보고 계시니."

싸아아!!

아래에서 뻗쳐나온 고드름침에 모험가들이 꼬챙이 꿰듯 몸이 꿰뚫렸다. 순식간에 수 십 명을 죽인 라스투자드는 왕국군과 마왕군이 왕도에서 맞붙은 최전선을 두 팔로 가리켰다.

"죽음이 가득하구나. 이 땅에 어울리는 종말의 안식이니라. 일어나라, 죽은 자들이여! 나 라스투자드의 명을 받들라!!"

키에에엑!!

죽은 구울들이 눈을 붉게 번쩍이며 하나 둘 몸을 일으켰다. 구울들과 싸우며 죽은 병사들 또한 하나 둘 몸을 일으켰다.

"으아아악!"

압도적인 수의 구울 부대에 언데드, 마왕군에게로 전황이 넘어오는 것 같았지만....

"죽여! 터뜨려버려!"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사지를 잘라버려!"

모험가들은 철저히 구울들의 부활을 막았다.

라스투자드의 미학상, 군단의 원칙 상 사지가 날아간 구울이라거나 몸이 터진 하자 있는 구울은 다시 부활시킬 가치도 없는 존재들이었다.

모험가들은 자신들의 체력과 마력을 담보로 구울들을 부숴나갔다. 이미 언데들들에 대한 대처법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만큼, 언데드는 서서히 열세에 빠졌다.

이대로라면 전선이 밀리고, 언데드 군단이 좌우로 밀려나간다. 뭔가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싶은 순간.

쿵, 쿵쿵.

붉은 오라가 전장을 한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 * *

"흐하하! 내가 살아있는 스태츄니라!"

나는 마음껏 문신의 버프를 뿌렸다. 붉은 오라는 할레오 색스를 통해 사방으로 퍼져나가 우리 군단의 구울들을 위한 힘이 되었다.

"음...밀리는 것 같아요."

하지만 구울의 힘을 늘리는 것으로는 역부족. 아군에게 광역 버프를 걸어도 상대가 버프한 것 보다 훨씬 더 강하다면, 버프는 죽는 시간을 지연하는 정도밖에 지나지 않는다.

"크흠. 그래도 방법이 없다. 이제-"

"끝났어요! 가져올게요!!"

메어리는 환호성을 내지르며 가슴골에서 물건을 꺼냈다. 아공간 4차원 주머니에서 꺼낸 물건은 무지개빛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고글'이었다.

상급 마석 여러 개가 잘 정제되어있는 고글은 한 쪽에는 루시펠의 인장이, 다른 쪽에는 아스모딘의 인장이 작게 새겨져 있었다.

"고맙다, 메어리. 다른 녀석들에게도 감사해야겠군."

나는 후방에서 물건을 만들어준 부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이것만 있으면 나는 적들에게 우리의 사랑을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다.

"할레오! 여기에 깃들어라!"

나는 색스에 깃든 할레오까지 마석 고글에 스며들게 만들었다. 고글은 붉은 안광을 뿌리기 시작했고, 침대로 향하는 흑마법사들의 투시마법의 마나를 모두 내 고글에 깃들도록 만들었다.

"모든 라스인들이여! 나에게 힘을!!"

나는 하늘 높이 두 팔을 치켜들었다. 모두가 나를 볼 수 있게끔, 동시에 성욕에 미친 자들이 내게 힘을 줄 수 있게끔.

"이것이야말로 문화 치트!!"

위이잉.

허공에 띄워진 50m 허상의 장면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좌우로 크게 흔들리는 허상은 허상 속에 허상이 잔상으로 안으로 파고들었다.

나는 고개를 내렸다.

흘깃 위로 눈만 치켜떠서 허상을 살펴보니, 내가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그대로 엿보였다.

"새끼들, 아주 미쳐버리게 만들어주지. 아아, 이것은 1인칭이라고 하는 것이다."

마치. 자신이 직접 오크가 되어 박는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군단이여! 내가 그대들을 강화하고, 적들을 약화시키겠다!!"

"""라스으으으으!!"""

아군의 버프와 적군의 디버프가 공존할 때, 가장 전력 효율이 좋은 법. 우리 군단은 버프와 디버프 모두 라스로 통한다.

"내가, 우리가! 놈들의 좆을 터지게 만들어주마!"

스륵.

내 바로 앞에, 에일라와 륜이 손을 맞잡고 침대에 누웠다. 둘은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나를 대놓고 유혹했다.

찰싹!

나는 두 명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때리며 고정시킨 뒤, 둘의 속옷을 잡아 끌어내렸다. 멀리서 인간들이 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둘의 속옷을 내린 곳을 향해, 어떤 여자의 면상이 떠올랐다.

- 야한 건 안 돼요!

둘의 음부 바로 위에는 말풍선 하나를 들고 열받게 비웃는 표정을 짓고 있는, 성녀의 얼굴이 박혀있었다. 아무리 좌우로 살펴봐도 성녀의 열받는 얼굴이 움직이며 둘의 음부를 보호하고 있었다.

"아아, 이것은 짤방이라고 하는 것이다."

성녀의 얼굴만 따로 때어낸 다음, 그걸로 가장 은밀한 부위를 가린다.

현실의 장면은 모자이크 따위 없지만, 저들이 보는 실시간 스트리밍 허상과 배포될 마석 영상에는 성녀의 얼굴이 모자이크 대신 박혀 여인들의 음부를 보호하리라.

성검 비르고의 버지니움 실드.

고글에 깃들게 한 성검 비르고의 힘까지 동원해, 나는 내 여인들의 음부가 만천하에 드러나는 걸 막았다.

"검열이 없는 세계, 라스토피아로 오라! 인간들이여!"

물론 우리 군단의 일원이 되어도 직접 보여주지는 않는다.

다만....

군단의 주민으로서 던전에서 일하다가 나와 내 여인들이 나누는 사랑을 옆에서 구경하는 거라면,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오라, 노모의 세계로!"

밝고 맑고 찬란한 라스토피아에 오는 자에게 영광을.

나는 에일라와 륜이 살랑거리는 엉덩이를 향해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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