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7회
261일차
레벨링.
RPG라는 시스템의 세계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이 세계는 게임이 아니지만, 솔로몬의 시스템은 게임적 요소를 담고 있다.
그리고 나는 감히 얘기할 수 있다.
나는 게임 시스템을 이용하는데 있어서 솔로몬보다 더 뛰어나다고.
'에스투가 간혹 나 찾아와서 버그 리포트 하는 것만으로도 말 다 했지.'
오버 밸런스 스러운 요소가 있을 때, 에스투는 내게 다른 급부를 제공하는 대신 시스템을 막았다.
그리고 나는 그 때마다 그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사용할 곳이 마땅찮았던 물건들은 창고에 처박혔고, 이 계륵같은 물건들을 언제 어디서 사용하나 귀찮기만 했다.
그리고 전투를 거듭하면서 깨달았다.
'마지막 보스랑 싸울 때 안 쓰는 포션은 결국 쓰레기가 된다.'
최종 보스전에서 모든 아이템을 다 사용하던가?
아니다.
포션 100개가 꼭 필요한 전투가 아니라면 포션 100개 중 아무리 많이 사용해봐야 30% 정도밖에 사용하지 않는다.
나머지는 창고를 차지하는 잡동사니가 될 뿐이며, 그건 아무리 가치있는 보물이라도 마찬가지다.
마정석.
파종을 통해 임신한 여인이 알 낳는 속도를 무려 100배 빠르게 해주는 아이템도 마찬가지다.
효율을 중시하는 파후우가 이야기한다.
'이미 사용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았나? 사용할 거였으면 임신했을 때 바로 써서 알 낳게 했어야지.'
그 말이 옳다.
마정석을 사용하려고 했으면 진작 륜이 임신 했을 때 사용해서 알을 낳게 했어야 했다.
그러나 륜을 임신한 상태에서 가만히 두는 건 전력손실이고 경험치 손실이다.
'경험치 밭이 눈앞에 있는데 경험치작을 해도 경험치가 오르지 않는다?'
파후우조차 분개할 비효율의 극치다. 눈앞에 왕도 오피큐스라는 엄청난 경험치 덩어리가 남아있는데, 그걸 두고 륜을 가만히 둘 수는 없다.
그래서 마정석을 사용했다. 내 의지로.
"1성, 그 꼬마 아이가 이렇게 성장하다니. 참으로 감격스럽구나, 륜."
모든 하이엘프는 여왕이 될 자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여왕으로 등극한 존재는 없었다.
루나라는 여왕을 두고 새로운 여왕이 나타나는 건 왕위 찬탈인가? 아니다.
'여왕이 여럿 있으면 뭐 어때?'
전부 다 내 여자인데. 나는 륜을 침대로 이끌었다.
"륜. 5성이 된 너와의 첫 경험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공개하자꾸나. 하지만 저기, 우리의 사랑을 막고 있는 결계가 있구나."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돔 형태의 결계가 있는 이상, 우리의 사랑은 모두에게 보여줄 수 없다.
"저만 믿으세요, 주인님."
륜은 침대 위에서 번쩍 일어났다. 그녀의 모습은 흔히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엘프의 전형이었다.
루나가 성 안에서 자애로운 미소로 맞이하는 마음씨 넓은 여왕이라고 한다면, 륜은 갓 여왕의 자리를 물려받아 왕관을 쓴 공주라고 봐도 무방했다.
"와줘, 넵튜뉴스!"
륜은 하늘로 높이 손을 치켜올렸고, 그녀의 손을 향해 사방에서 물줄기가 흘러들어갔다. 성욕에 활활 타오르는 붉은 물덩어리가 아니라, 정화한 청정수와도 같은 푸른 물결이었다.
"정화된 건가. 좀 아쉬운데."
"걱정마세요. 제가 얼마든지 발정시킬 수 있으니까요."
"역시 륜이다."
정령왕조차 음란타락시키는 힘이라니, 이것이 하이엘프 여왕인가? 발정나지 않은 상태로 5성 하이엘프 여왕에게 소환된 넵튜뉴스는 내게 범해지던 때와 달리, 강인하고 완벽한 힘으로 륜의 손에 깃들었다.
"물의 정령왕이 활이 되다니."
"히힛, 주인님께서 주신 제 전용 무기에요."
맞는 말이긴 한데 넵튜뉴스가 조금 불쌍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은 들었지만,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니까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륜아, 이제 그걸로 저걸 어떻게 깨뜨릴 거냐."
"하나만 있으면 돼요. 화살."
륜은 내 앞에 무릎을 꿇으며 넵튜뉴스를 허벅지 위에 올렸다. 침대의 높이 때문인지 마침 얼굴의 위치가 딱 맞아떨어졌다.
"주인님, 화살 좀 주시겠어요?"
"뭐 어떻게 하려고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꾸드득. 나는 륜의 양 옆에 달린 핸들을 붙잡았다. 이제는 잡는 정도로는 가볍게 절정만 하는 건지, 륜은 눈을 감으며 혀를 앞으로 내밀었다.
"일단 싸달라고 하면 싸주는 게 인지상정."
찌걱.
나는 우선 륜이 입에 나의 자지를 찔러넣었다.
* * *
"으헉?!"
3왕자, 엔티알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하늘에서 떨어진 마석 하나에 자신의 잉여 마력을 집어넣으며, 한 번 본 것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며 하던 나머지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우욱."
방 안 가득한 냄새에 엔티알은 테라스의 문을 활짝 열었다. 아무도 그를 챙겨주는 자가 없기에, 그는 본인 스스로 방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해야만 했다.
"...씻어야지."
손에 물 한 번 묻혀보지 않았으나, 이제는 손빨래로 옷을 매번 세탁해서 입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별궁의 수도 시설은 잘 갖춰져있었고, 꼭지를 하나 비틀면 물이 나오는 정도로 발달되어 있었다.
푸쉬이이이.
강철로 된 관에서 찬물이 뿜어져나왔다. 엔티알은 먼저 얼굴을 씻기 위해 손을 받쳤다.
톡. 톡, 톡.
물이 콸콸 쏟아지다 물방울만 몇 차례 떨어졌다. 갑자기 이게 왜 이러나 싶어 철관을 두드렸고, 아래로 무언가가 '쏙'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져 발치에 부딪혔다.
"으아악?!"
엔티알은 반쪽자리 마석에 기겁하며 자빠졌다. 엉덩이를 제대로 삐었으나, 그는 마석을 보자마자 아픈 것도 잊고 마석을 챙겨 마나를 불어넣었다.
"나온다, 나와!"
마석이 비추는 화상은 절반 가량이 뜯겨져있었다. 소리도 지직거리며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반쯤 잘려나간 화상 아래는 제법 선명했다.
츄릅, 츕, 츄릅.
오크의 탄탄한 허벅지 위로 여인의 얼굴이 앞뒤로 드나들었다. 복숭아같은 선홍빛 입술에는 애무로 인한 군침이 뚝뚝 흘러내렸다.
"어우야."
마석이 깨진 탓일까? 여인의 얼굴은 교묘하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인이 물고 빠는 남근은 흐리지 않았기에, 여인이 애무하는 오크가 누군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라스푸틴.'
에일라를 닮은 용사, 아리에스의 처녀를 앗아간 오크는 아리에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여인에게 애무를 받고 있었다. 기절할 때까지 치고 또 쳤건만, 이전에 반복해서 보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자극에 엔티알의 아랫도리는 또다시 뻐근해졌다.
"끙, 으윽, 끄으윽...."
엔티알은 강한 의지로 아랫도리에 피가 몰리는 걸 참으려했다. 하지만 이어진 화상의 장면에 그만 숨이 넘어가고 말았다.
"엘프!!"
귀가 뾰족한 하이엘프는 흘러내린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고개를 좌우로 이리저리 굴렸다. 엔티알은 용사로도 모자라 엘프를 상대로 봉사를 받는 오크가 진심으로 부러워졌다.
'나, 나도 하고 싶어!'
엘프는,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저런 엘프에게 매일같이 봉사를 받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엔티알은 생각만으로도 전신이 부들부들 떨렸다.
"나, 나머지 반쪽은?!"
엔티알은 꼭지를 끝까지 틀어놓았다. 물은 콸콸콸 쏟아지기 시작했고, 엔티알은 빈민가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손을 받쳐 마석을 찾으려 안간힘을 썼다.
엔티알은 없는 존재로서 별궁에 유폐되었기에, 그리고 별궁을 관리하는 이들에게도 철저히 존재가 지워졌기에 아무도 그가 물을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지 몰랐다.
콸콸콸.
엔티알의 손을 거친 물은 바닥에 떨어져 하수구로 빠져나갔다. 엔티알은 물에 딸려나오는 마석조각들을 찾아낼 때마다 뛸 듯이 기뻐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뚝.
물이 다시 끊겼다. 수도꼭지는 열려있는데 물이 나오지 않았다. 엔티알은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나와! 나와! 나와!"
쾅쾅쾅.
엔티알은 수도관을 주먹으로 마구 치며 외쳤다.
"제발 나와줘! 정신 나갈 것 같애! 제발! 제바아아알!!"
뚝, 뚝뚝.
물은
엔티알은 알지 못했다.
자신의 발치에 허망하게 떨어진 물방울이 수도관을 타고 흐른 마지막 물방울이라는 것을.
* * *
"폐하. 수도관을 파괴한 폭도들을 붙잡았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모조리 참하라."
오피큐스 국왕의 지시에 신하들은 눈을 질끈 감았다. 말은 폭도라고 하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적의 계략에 휩싸인 일반 군중이었다.
하지만 국왕의 명령은 지대했다. 왕이 죽으라고 하면 죽어야 하는 게 현재 오피큐스 왕국의 규칙이었다.
바깥에서 들어온 귀족도, 안에서 왕가의 차대 국왕을 두고 1왕자니 2왕자니 편을 두고 싸우던 이들도 모두 국왕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유일하게 수호룡 파이톤의 힘을 끌어낼 수 있는 국왕의 앞에 그들은 고개를 조아렸다.
"적은 물을 이용해 우리 인류를 괴롭히려고 하고 있다. 정령들마저 범하는 악마들이다. 그런데 정화된 물을 옮겨쓰는 수도관을 부순다? 죽어 마땅하다."
국왕의 말은 일견 틀린 것이 없어보였다.
"방을 붙여라. 왕국의 안녕을 해치는 자들은 모조리 왕국을 전복시키려는 역도로 간주할 것이다. 그리고 모두 참살하여 태워 죽일 것이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올바른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공포와 두려움으로 인류를 하나로 묶어, 왕국의 운명을 걸고 마왕군과 싸우려는 국왕의 대처가 정말 옳을까?
"더이상 할 말이 없다면 경들은 이만 물러가라."
국왕은 신하들을 물렸다. 밤늦은 시간 긴급사태에 모인 신하들은 결국 냉정한 국왕의 결단을 실행으로 옮겨야 했고, 마왕군의 계략으로 인해 성욕에 미친 왕국의 백성들을 참살해야만 했다.
"후우...지치는 구나."
국왕은 옥좌에 지친 몸을 눕히며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왕도로 오는 자들을 하나도 들이지 않는 거였는데."
"고레벨 전사 하나를 들이기 위해 버러지 100명을 들였으니 그 정도는 감당해야지."
옥좌의 뒤에서 파이톤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손에는 하급 마석 수백개가 허공에서 춤추고 있었다.
"인간들 사이에 떠도는 것들을 전부 다 수거해왔다. 신성력 배리어도 지하수로 입구에 설치해뒀으니, 앞으로 인간들이 마석을 두고 서로 죽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오피큐스 국왕은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렸다. 대리석 바닥에 펼쳐진 마법진은 왕성 바깥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비췄다.
죄다 살색의 향연이었다. 여전히 하늘에는 50m짜리 거대 오크가 수치심도 모르는 지 자지를 내밀고 여자들을 탐하고 있었다.
"씁."
이번에는 금발의 여용사와 엘프 여왕을 동시에 무릎 꿇리고 애무를 받고 있었다. 두 여인은 능숙하게 합을 맞추며 입과 혀를 이용해 오크의 자지를 물고 빨았다.
"저기다가 메테오라도 떨어뜨리는 방법 없나?"
"마력 낭비다. 저쪽에는 메테오를 요격할 수단이 너무 많아."
파이톤의 거절에 국왕은 이를 악물었다. 가만히 내버려두기에는 평원 한복판에서 침대까지 깔아두고 성교를 나누는 오크의 능욕을 참을 수 없었다.
"젠장. 저 놈을 꼭 죽여서 내...응?"
툭, 투둑.
무언가가 신성력의 결계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상한 기분이 든 국왕은 파이톤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무슨 일인가?"
"이, 이런...."
파이톤은 몹시 일그러진 얼굴로 당황했다.
"결계가...녹는다고?"
푸쉬이이.
왕도를 둘러싼 돔 형태의 결계는 은빛 연기를 일으키며 서서히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 * *
쏴아아아.
하늘에 비구름이 가득 몰려있다. 하르파스를 비롯한 흑익룡들은 비구름 위에서 날개를 펄럭이며 화살이 날아오기만을 기다렸다.
휘이이익-
지상에서 은빛의 화살 하나가 하르파스를 향해 날아왔다. 정확히 하르파스 들고 있던 하트 모양, '라스'라고 적힌 쿠션의 정중앙에 박힌 마력의 화살은 왠지 모르게 우윳빛깔을 띄고 있었다.
"냠."
하르파스는 마력의 화살을 뽑아 막대과자처럼 입안에 넣고 잘근잘근 씹었다. 다른 흑익룡들도 날아든 화살을 받아들고 입안에 머금었다.
"모두 준비해. 륜 여왕님이 정령왕, 그리고 군단장 님의 도움을 받아서 만든 실드 브레이커니까."
잘근잘근. 하르파스의 입에는 진한 오크의 육향이 퍼져나왔다. 하르파스와 흑익룡들은 군단장의 정기담긴 정령의 화살을 진정으로 맛있는 간식을 먹듯 삼켰다.
"브레스, 발사------!"
브웨에에에ㅔ에ㅔㅔㅔㅔㄲ!!
흑익룡들은 입을 쩍 벌리며 비구름을 향해 브레스를 날렸다. 비구름은 뚫리지 않고 흑익룡들의 브레스를 머금으며 더욱 크기를 키워나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커질만큼 커진 순간.
투둑, 투두두둑.
하얀색으로 물든 빗방울이 퓻퓻퓻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아, 이것은 산성비라고 하는 것이다."
신성력의 결계를 깨뜨리는 방법.
마액 폭격.
"신성력 살살 녹는다!"
나의 정액에는 신성력과 만나 중화시키는 특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