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4회
186일차
조디악 왕국 2군단과 뱀파이어 흡혈귀들의 전투는 제 4관문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었다.
“흡혈귀들은 꺼져라!”
“인간들은 던전에서 꺼져라!!”
인간과 흡혈귀 마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서로 육탄전을 주고 받는다.
안그래도 강력한 마물들이 흡혈귀의 권능까지 가져 더욱 강해졌지만, 2군단의 최정예 장군들은 하나하나가 4성, 5성 급의 전력을 발휘하며 흡혈귀들을 상대했다.
전황은 백중세.
던전이라는 좁은 지형의 영향으로 인해 전투에 나설 수 있는 이들의 수는 제한되어있다. 아무리 적의 수가 많다고 한들, 최전방에서 싸울 수 있는 사람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전투는 사실상 던전의 부하들과 조디악 왕국의 장군들 사이의 피말리는 각축전이 되고 말았다.
“야, 나베리우스. 어떻게 하루 동안 적을 쫓아내지 못할 수 있냐? 너희가 마왕군이냐? 그러고도 군단이냐?”
“시, 시끄러워!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나베리우스는 마석을 소환시설에 쏟아부어 대량의 부하들을 부활시켰다. 개중에는 내가 인연소환의 리스트로만 확인했던 이들도 있었다.
평균 레벨 60대의 죽었던 흡혈귀이 아니라, 이미 죽어있던 이들.
전부 2~3성이지만 90레벨을 찍고 죽은 이들.
“이게 네 최종병기들이냐?”
“하하, 블라드 1세부터 10세까지! 90레벨을 찍어서 더이상 성장할 수 없어서 시스템의 관에 넣어둔 애들이지!”
<블라드>.
1세부터 10세라는 끔찍한 네이밍을 가진 마족들은 저마다 종족을 달랐지만 하나같이 90레벨, 1~2성이라는 것이 똑같았다. 그들은 마치 오랜 관속에서 잠들었다가 깨어나는 것처럼 눈을 떴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봤지? 이게 나베리우스 식 던전 운영이야."
"그렇군."
‘마르코시아스 던전에서 하던 짓이랑 비슷하네.’
저등급 부하들을 마물 강화권으로 90레벨로 키우는 것. 그래서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하급 마석으로 설령 죽고 나서도 부활하기 쉽게 만드는 것.
거기에 나베리우스는 한 술 더 떠서 한 가지 수작을 더 부렸다.
‘시스템을 무슨 포O몬 박스처럼 쓰다니, 이건 배울만하다.’
더이상 레벨이 올라갈 수 없는 존재를 일부러 죽여서-또는 죽은 상황에서-필요할 때 부활을 시키는 것.
마르코시아스는 극소수의 개체를 마석이 다 떨어질 때 까지 무한 부활시켰으나, 다양한 종족의 부하를 필요한 때에 꺼낼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매력적인 경영 전략이었다.
'죽였다가 부활시키는 방식만 아니면 제법 괜찮은데?'
그야말로 주머니 속에서 마물을 꺼내쓰듯 하는 전술에 나는 속으로 메모를 남겼다. 참고할만 하지만 생명에게는 비추.
“가라, 블라드 들이여! 인간들을 모조리 죽여버려!”
"""피의 축제를 벌여라!!"""
내가 속으로 메모를 남기는 사이, 나베리우스의 명령을 들은 블라드는 1세부터 10세까지 모두 각자 무기를 챙겼다. 나베리우스는 뼈성배에 담긴 내 피를 손바닥 가득 묻혀 그들의 얼굴에 위장마냥 펴발랐다.
"동맹의 힘이다! 마왕군을 위하여!!"
두근, 두근.
나의 피에 버프를 받은 블라드들이 송곳니를 반짝이며 사라졌다. 방금 전 사라진 블라드까지 포함하여, 나는 9할 이상의 살아있는 흡혈귀들에게 모두 내 피를 흡수하게 만들었다.
'한 방울이라도 들어가면 내 승리다.'
둥, 둥둥.
나의 광역 버프를 받기 위해서는 피를 흡수해야한다. 당장 나베리우스가 나를 믿고 주변에 버프를 뿌리고 있으니, 당연히 탐욕의 군단은 전체가 내 피를 머금게 되었다.
'부활해서도 마찬가지.'
탐욕의 군단에는 이제 완벽하게 내 피가 퍼져나갔고, 나의 오라에 버프를 받지 못하는 놈은 아무도 없었다.
‘슬슬 움직일까.’
나베리우스는 나를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이미 나는 나베리우스에게 확고한 신뢰를 쌓았다.
‘중간에 나랑 애들 셋이서 5관문 틀어막은 게 주요했지.’
2왕자와 장군들에 의해 4관문의 부하들은 전멸했다. 혼란에 빠진 나베리우스는 내게 지원을 요청했고, 나는 하서스와 라스투자드를 데리고 가서 5관문을 완벽하게 지켜냈다.
그 사이 부활한 부하들은 우리의 지원에 힘입어 인간들을 쫓아냈다. 내 버프와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쯤 나베리우스는 2왕자의 망치에 진작 으깨졌을 것이다.
- 섹스에 미친 놈인 줄 알았는데 제법 잘 하잖아...?
그 뒤로 나베리우스는 어지간한 문제에 대해 내게 동조하고 따랐다. 나를 거의 완벽한 동맹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나베리우스. 블라드들은 선전하고 있는가?”
“흥, 거, 걱정마. 쟤들이 우리 던전의 에이스들이라고!”
“상대도 최정예인데?”
우리가 상대한 3군단에도 만렙 둘이 있었다.
당연히 3군단보다 더 강한 2군단에도 그만한 강자들이 있었고, 아리에스 대성벽의 탈환을 위해 나선 장군 중 100레벨이 무려 세 명이나 있었다.
'여기는 왕자도 사기고.'
심지어 2왕자는 레벨도 100, 등급도 5성이라더라. 도망친 3왕자의 등급이 어느 수준인지 궁금해지는 동시에, 도대체 1왕자는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 질 지경이었다.
“블라드들은 충분히 잘 싸울 수 있어! 지금도 봐! 적들을 상대로...충분….”
“간신히 밀어냈군. 아, 한 놈 죽었다.”
블라드 4세는 2왕자의 신성망치에 맞아죽었다. 하지만 2왕자도 상당한 피해를 입고 뒤로 물러났다.
어차피 블라드 4세는 하급마석 10개면 부활하는 몸이다. 나베리우스의 장담대로, 우리는 승기를 거머쥐었다.
“야, 슬슬 여유 생기는 데 나 그거 한 번만 보면 안 되냐?"
"지금?"
"어. 꼭 보고싶거든."
"...흥, 알았어. 이쪽으로 따라와."
나베리우스는 나를 던전의 안쪽 구멍, 포털을 향해 인도했다. 나베리우스가 딱히 출입은 금지하지 않았지만 한 번도 들어와본 적 없던 포털 너머에는 관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이건?"
"인장이야."
"......인장을 관에다가 모셔놓는다고? 인장이 무슨 드라큘라 백작도 아니고...."
내 눈앞에 놓인 관은 전형적인 스테레오 타입의 육각형 관이었다. 은색 십자가가 큼지막하게 박힌 관에는 옆에 자물쇠까지 채워져 있었다.
"이거 어떻게 여는데?"
"장식이야. 그냥 손으로 밀어서 열면 돼."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끼이익.
나는 관을 옆으로 밀었다. 그리고 자지가 부르르 떨렸다.
"......인장이군!"
긴 금발, 머리띠에 달린 박쥐모양의 장식, 빈유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손과 날카로운 손톱, 로도페리에게서 가슴만 뚝 떼어놓은 것 같은 작은 체구, 그리고 흡혈귀들이 가득한 이곳 나베리우스 던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고스로리 스타일의 드레스.
그 모든 것보다 먼저 들어온 것은 좌우로 살짝 열어젖힌 셔츠 맨 아래 단추 사이로 보이는 탐욕의 인장이었다.
새액- 새액-
붉은 장미 속에 파묻힌 탐욕의 인장은 쿨쿨 자고 있었다. 내가 그녀의 볼을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거 뭐임?"
"처음 소환 될 때부터 그랬어. 덕분에 그게 인장인지 파악하는 게 엄청 늦었지. 별 등급은 4성이고 인장이라고 밝혀지기 전까지 모든 정보는 '???'같은 식으로 가려져 있었어. 합성으로 갈아버리는 것도 안 되는데, 한 번도 깨어나지 않고 잠만 자더라."
"......."
누구는 소환되자마자 꿈에서 다리 벌릴 생각을 하고 있던데, 누구는 꿈나라에서 빠져나올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나는 인장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나베리우스에게 심심한 애도를 표했다.
"안 됐군. 그래서 그냥 이렇게 놓아두기만 했나?"
"아니. 그래도 나름 성과는 있었어. 인장이 '뱀파이어 프린세스'거든? 내가 가장 먼저 얘 피를 받았지."
나베리우스는 자신의 입술을 살짝 들어올렸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반짝이며, 그녀는 상쾌한 미소로 인장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그러고나서 내 피를 부하들에게 전해주고, 또 부하들이 흡혈귀들을 엄청나게 양산하고. 씁, 갑자기 튀어나온 용사들만 아니었으면 1만 흡혈귀가 대륙을 쓸어버렸을텐데."
"그것 참 무시무시한 말이군. 갑자기 용사들이 튀어나오다니!"
"너도 조심해. 용사 년들한테 된통 걸렸다간 잘못하다간 훅간다?"
"조심하도록 하지."
감히 나의 여자들에게 년들이라고 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
"나는 그러면 인장을 좀 더 살펴보고 가도록 하지. 하서스, 라스투자드! 너희가 잠깐 저기 인간들이랑 싸우는 곳에 다녀와라. 나베리우스여, 이 둘은 너희 던전의 블라드 급의 인재다. 이들을 잃으면 동맹이고 뭐고 없다. 너부터 죽여주마."
"흥, 남의 부하들 빌려서 집 지키는데 설마 내가 그런 몰상식한 짓을 할까봐? 걱정마. 안 죽여."
나베리우스는 몸을 돌려 포털을 넘어갔고, 하서스와 라스투자드는 몸을 돌려 나베리우스의 뒤를 따라갔다. 나는 순순히 나를 인장 앞에 두고 떠난 나베리우스에 어이가 없었다.
"무슨 배짱으로 나를 인장앞에 두고 간 거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법이며,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길 수 없는 법이며, 금발양아치 앞에 소꿉친구를 두고 딴짓하러 간 격이다. 인장 컬렉터인 내게 인장을 맡기는 건 나보고 가져가라는 말이나 마찬가지.
"이건...날 미소짓게 하는군."
나는 탐욕의 인장-임시 명명 뱀프를 향해 손을 뻗었다. 말랑말랑한 피부는 베이비파우더 같은 향기가 느껴졌다. 나는 뱀프의 등허리 아래로 손을 밀어넣었다.
"흡--!!"
전신에 힘을 주고 당기는데도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힘을 적게줬나 싶었지만, 나는 루나를 들박할 때만큼 힘을 주며 뱀프를 일으켜세우려고 했다.
"허억, 허억. 관에 본드칠이라도 해뒀나?"
뱀프의 몸은 좀처럼 들어올려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호흡을 짧게 고른 뒤, 뱀프의 눈꺼풀을 살짝 들어올렸다.
"와...안 올라가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눈꺼풀이라고 한다만, 설마 진짜로 올라가지 않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나는 좀처럼 열리지 않는 눈동자에 오한이 들었다.
"설마 이것 때문에 나를 그냥 놔두고 떠난 건가? 세상에."
관속에 파묻혀 움직이지 않는 인장. 어떤 이유로 인장이 영면을 택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나베리우스는 내가 인장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나를 혼자 남겨둔 것이다.
"개꿀."
어떻게 이런 기회가 나에게 올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뱀프의 이곳 저곳을 만지작거려 상태를 확인했다.
"피는...흐흐, 송곳니로 손목을 깨물었구나."
뱀프의 손목에는 나베리우스가 깨문 흔적이 역력하게 남아있었다. 동시에 나베리우스가 남긴 흔적 이외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나베리우스는 피를 먹었으니, 나는 인장을 먹어야겠군."
나는 살짝 옆으로 치워놓은 관뚜껑을 완전히 밀고 안에 몸을 비집고 들어갔다. 내 아래에 반듯하게 누운 뱀파이어 프린세스를 몸으로 짓누르는 상태가 되었고, 나는 나의 자지에 모든 기운을 밀어넣었다.
"라스푸틴."
뱀파이어라면 응당 피냄새를 맡으면 가만히 있지 못한다. 그게 나같이 미남인 남자의 피라면 더더욱 참지 못할 것이다. 여전히 탐욕의 인장은 아무 반응이 없지만, 나는 한 가지 확신을 할 수 있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깨우는 것은 왕자님의 키스.
"그러므로 잠자는 마왕의 흡혈귀 공주를 깨우는 것 또한, 용사 님의 자궁구 키스."
쿵! 로도페리의 양날도끼가 미끄러지듯 땅에 떨어졌다. 나는 양날도끼에 깃들어있던 할레오를 내 몸속으로 회수한 다음, 나의 혈기가 몰린 곳을 향해 밀어넣었다.
"흔히들 말하지. 여자의 몸보다 훨씬 큰 거근은 여자 잡는 무기라고."
그리고 내가 가진 성검의 힘은 무기의 강화.
따라서, 나의 자지는 <라스푸틴>화에 더불어 한층 더 파워업할 여지가 남아있었다.
"여기에 모든 힘을 쏟으면 섹스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지만...흐흐,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 집주인이 눈감아줬는데."
나는 관뚜껑에 손을 뻗었다. 안에서 나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면 여러모로 민망한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니, 나름 주의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애초에 나베리우스에게 내가 인장을 범하겠다고 얘기도 안 했다. 만약 내가 하려는 행동을 알았으면 분명 나베리우스는 나를 제지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번 세운 자지는 싸지 않고 발기를 풀 수 없는 법.'
"내가 언제 누구 허락받고 여자를 안았나?"
주인 몰래 인장 따먹기.
나는 나베리우스가 한참 인간들과 싸우고 있는 동안, 그녀가 군단장이라는 증거인 인장의 속을 향해 자지를 밀어넣었다.
"우효오옷! 역시!"
자지가, 아주 천천히 균열 사이로 밀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송곳니도 핏줄을 찌르는데, 자지가 보지를 찌르지 못하면 안 되지!"
아.
역시 인장은 극상의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