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625화 (621/800)

625회

179일차

무기는 도구다.

아무리 무기에게 이름을 붙이고 인격을 부여하고 온갖 칭송을 다 갖다붙인다고 한들, 결국 사용하는 자의 실력이 중요하다.

아무리 강한 무기도 사용자가 무능하다면 결국 무기는 가치가 없다. 무기가 진정으로 가치가 있으려면 우수한 사용자의 손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므신할은 내게 성검 레오를 빼앗겼다. 무기 안에 있는 AI같은 정령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으면서, 무기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도 모른 채 내게 빼앗겨 성검 레오는 마검 할레오로 타락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 손에 들어온 마검 할레오의 힘은 무엇이냐.

"버프."

마검 할레오는 내가 쥔 것을 마검으로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정확히는 내가 쥔 무기에 깃들어 '마검화'하는 힘이다. 평소에는 내 몸에 마기로서 깃들어 있다가, 한창 전쟁 중인 현재는 로도페리의 양날도끼에 할레오 색스가 되었다.

내가 성검 레오를 타락시켜 주인이 되면서, 나는 마검 할레오에게 두 가지 기능을 요구했다.

하나는 그 어떤 적과 맞서 싸우더라도 부서지지 않는 검.

내가 붙잡은 나뭇가지가 적의 날카로운 창날과 부딪혀도 잘려지지 않고 오히려 적의 창날을 휘게 만드는 힘을 요구했다. 타락의 과정에서 신성력을 많이 잃었지만, 나의 주문은 할레오에게 큰 어려움이 아니었다.

- 뭐? 그게 끝? 이므신할은 30m 넘는 사자로 변신해서 날뛰는 능력을 달라고 했는데?!

- 내가 휘두르는 무기가 곧 너다. 전장에서 너는 항상 할레오 색스가 될 것이다.

- 하지만 다른 무기에 깃들게 된다면....

- 그건 양날도끼가 없을 때의 얘기지. 나중에 무슨 일이 있다 싶으면 그냥 내가 빼앗은 무기만 강화해다오. 그게 너에게 바라는 것이다.

나의 전투방식에 맞게, 내 입맛에 맞게 바뀐 마검 할레오의 특성은 그렇게 주인의 힘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런 특성을 이어받은 할레오의 자식들, 그러니까 각 던전 주인들에게 지급된 마검들도 똑같은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강화.

버프.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추가된 기능이 있다면, 나 혼자만의 강화가 아니라는 것.

- 나는 군단이다.

나 한 명이 강해진다고 전쟁을 수월하게 이길 수 없다. 모두가 함께 싸우지 않으면 전쟁은 큰 피해를 입을 것이고, 당연히 우리 모두가 함께 강해져야한다.

- 우리는 군단이다.

따라서 새끼 마검들의 능력 또한 버프에 치중되어 있었다.

마검들이 던전 주인의 입맛에 맞게 창과 활 등으로 바뀐 건 지옥용광로의 지옥불을 다루는 드워프들의 뛰어난 야장술 덕분이지, 엄밀히 따졌을 때 새끼 마검 자체의 특징은 아니었다.

"아아, 이것이 와이파이라는 것이다."

마검의 진짜 기능은 힘을 주인을, 또는 주변을 강화하는 것. 마검을 쥔 주인에게만 힘이 전해진다면 주인에 대한 버프가 될 것이며, 그게 사방으로 방출되어 모두에게 깃든다면 광역 버프가 되는 것이다.

즉, 마검은 나라는 중계탑에서 전해지는 데이터를 받아 사방으로 퍼뜨리는 또다른 단말, 핫스팟이 된다.

"중계탑은 당연히 할레오 색스지."

할레오에게 바란 또다른 기능은 "나의 오라를 퍼뜨리는 중계기"역할을 해달라는 것.

할레오는 성검일 때도 엄청난 신성력을 뿜어내며 하늘길을 만들거나 거대사자가 되는 등 힘을 방출하는 것에 능했다. 따라서 내가 가진 오라가 그냥 퍼져나가는 것이 아니고 마검에 깃들었다가 다시 퍼지게 된다면, 나의 오라는 몹시 효율적으로 군단 전체에 퍼져나갈 수 있는 것이다.

"초광역 혈류가속."

내 문신의 힘 중 하나인 피의 흐름을 빠르게 돌리는 능력을 광역으로 뿌린다. 피아의 구분 없이 뿌리는 오라이므로, 적의 심장박동 또한 빨라지고 쉽게 흥분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의 오라에 영향을 받은 이들은 모두 어떤 욕망에 들끓게 된다.

성욕.

오라가 깃든 이의 혈액을 빠르게 순환시키고 더욱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게 돕지만, 동시에 성욕까지 들끓게 만드는 버프 겸 디버프기.

- 적의 힘을 더욱 끌어올리게 만드는 게 버프지 디버프인가요?

샤이탄에게 지적을 받기는 했지만, 나는 샤이탄에게 논리적인 이유로 설명을 하여 피아를 가리지 않는 오라 방출이 디버프인 이유를 설명했다. 샤이탄은 금방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 쥬지를 터뜨리고 자궁을 쑤시게 만들려고 하시다니, 역시 주인님이십니다.

과도한 흥분은 고혈압에 더불어 심장마비까지 이르게 하며, 우리는 인류를 얼마든지 흥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차고 넘쳤다.

"내 피가 들어간 군단의 마검들이여! 나의 의지를 전하라! 세상에 널리 나 라스푸틴의 뜻을 전하라!"

나는 할레오 색스를 하늘 높이 치켜들며 소리쳤다. 할레오 색스로부터 방출된 붉은 오라는 밤하늘로 뭉게뭉게 피어올라 어떤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쎅쓰하고 싶다아아아아아!!"

심플 이즈 베스트.

나의 섹스에 대한 갈망은 마검에 깃들어, 불꽃과 함께 세상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 * *

쾅! 콰광!!

곳곳에 불기운이 넘실거린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의 비는 요새 곳곳에 흩날리듯 떨어지고, 병사들은 떨어진 불씨를 꺼뜨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젠장! 메리지! 자동포격마법 해제는 아직 멀었어?!"

"한참!!"

메리지를 비롯한 마탑의 마법사들은 요새에 새겨진 방위마법을 일시적으로 해제하느라 분주했다. 때문에 고위급 마법사들은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방위마법에 매달려 있어야 했고, 상대적으로 하급인 마법사들이 급히 뛰어다니며 불을 꺼뜨려야했다.

"이런 개수작을 벌이다니...!"

하늘로 날아드는 와이번 같은 무리를 저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위마법은 공중으로도 포격이 가능하다. 적들은 정찰 중에 그걸 알아내고 포격의 방향이 수직으로 쏘아지는 곳으로 열기구를 보냈고, 포격에 의해 터지는 것을 매개로 삼아 열기구를 터뜨렸다.

나무파편에 붙은 불씨. 열기구에 넣어둔 것처럼 보이는 철가시. 두 가지 요소는 요새를 지키는 병사들에게 몹시 위협적이었고, 포격마법은 아군에게 피해만 더 끼치는 바보가 되었다.

"더러운 마족 놈들! 마족들 주제에 잔대가리를 굴리다니!"

전술학개론에서 봤다면 적의 시설을 역이용한 훌륭한 사례라고 칭찬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칭찬할 대상은 적이고 당하는 쪽은 3군단, 인간들이었다.

"메리지! 방어막은 아직이야?!"

"재촉하지마! 이제 곧 끝나!"

차라리 방위마법을 적의 섬멸이 아닌 방어막 전개로 돌리는 쪽이 훨씬 나았다. 그리고 방위마법은 고위급 마법사들에 의해 서서히 아래에서부터 구형의 방어막을 펼치기 시작했다.

"안 되겠어! 너 그거 불러! 물의 정령왕!"

"그거라니, 정령왕님께 말뽄새가 뭐야!!"

메리지는 스태프를 높이 치켜들며 하늘 높이 소리쳤다.

"나의 부름에 응답하소서, 넵튜누스 왕이시여! 워터 엘리멘탈!"

쏴아아아.

스태프에서 뿜어져나온 거대한 물줄기가 인간 형상의 거인이 되어 나타났다. 족히 10m는 훌쩍 넘어보이는 거인은 나타나자마자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들어올렸다.

쏴아아아----!!

정령왕의 두 팔에서 뿜어져나온 물줄기는 하늘을 뒤덮었다. 파편과 함께 떨어지던 불덩이들은 거센 물줄기에 얻어맞아 연기를 뿜으며 금방 식어버렸다. 군데군데 섞인 철바늘들은 물줄기와 함께 섞여 땅으로 흘렀다.

브롸아아아아아----!!

물의 거인은 손등이 안쪽으로 닿도록, 두 팔을 높이 치켜들며 괴성을 질렀다. 손목에 채워진 마력의 밴드에서 뿜어져나온 소용돌이가 하늘을 향해 솟구쳐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소용돌이는 요새 전체를 덮을 기세였다.

푸쉬이이---!!

적의 공격은 모두 물의 거인에게 흡수되었다. 불타는 파편과 철가시들은 모두 깔대기 속에 들어가는 것 마냥 물의 거인의 몸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렸다.

"좋았어! 잘한다!"

"넵튜누스 왕이시여, 적의 열기구를 막는 동안 정령들을 부려 요새의 불을...?"

퉤---!!

물의 거인은 갑자기 바닥에 무언가를 뱉어냈다. 오르드와 메리지는 붉게 빛나는 단검 두 자루에 오한이 들었다. 물의 정령왕이 본능적으로 쳐낸 두 개의 단검에는 마기에 더불어 형언할 수 없는 힘이 담겨있었다.

"저게...대체 뭐야?"

찌걱.

물소리가 들렸다. 오르드와 메리지는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며, 전장에서 들려서는 안 될 소리에 오한이 들었다.

"이거...?"

"설마 보고에 있던...?"

"크허어억?!"

젊은 병사 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쓰러졌다. 바닥에 누워 새우처럼 엎드린 그는 고간을 잡고 몹시 괴로워하고 있었다.

"서, 설마?!"

오르드는 몸에 마력을 두르고 병사에게 달려가 순식간에 바지를 벗겨버렸다. 병사의 바지속은 끈적하고 축축하게 젖어있었고, 딱딱하게 굳은 자지는 개울가에 흐르는 작디 작은 물줄기 마냥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이게 도대체 뭐야?"

"으헉, 허억, 흐어억...!"

청년은 괴로움에 자지를 붙잡았다. 손으로 잡고 흔들지 않고서는 도저히 몸이 버틸 수 없었다.

"사, 살려주세요! 저 자지가 터질 것 같아요!!"

"지, 진정하고 어떤 상태인지 말해봐!"

"껄떡댄다고요! 자지는 계속 쌀 때 처럼 껄떡대는데!!"

청년은 괴로움의 비명을 지르며, 눈물을 흘리며 손을 앞뒤로 움직였다.

"싸질 못하겠어요!"

청년의 자지는 쿠퍼액만 줄줄 흘러나올뿐, 사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르드와 메리지는 상대 특유의 추잡하고 더러운 공격에 치가 떨렸으나, 도대체 무슨 영문으로 적이 성욕을 터뜨렸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설마?"

메리지는 물의 정령왕이 뱉어낸 단검에 집중했다. 눈에 마력을 실어 사방을 훑으니, 이미 물의 정령왕이 조치를 취하기 전에 곳곳에 뿌려진 붉은 기운의 무구들이 정체불명의 오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저거 근처에 가지마! 숨을 쉬면 바로 놈들의 수작에 걸린다!!"

메리지는 비명을 지르며 곳곳을 뛰어다녔다.

"저것들 위에 보호막을 펼쳐! 이상한 오라가 퍼져나오지 못하도록 막아!"

"소, 소용없습니다! 마탑주님, 저기, 저곳에!!"

성벽위의 마법사가 평원을 가리켰다. 메리지는 레비테이션 마법으로 성벽위로 날아올라 마법사가 가리킨 적진을 확인했다.

쿵, 쿵쿵쿵!!

붉은 양날도끼를 두드리는 검은 로브의 오크에게서 엄청난 오라가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오라의 기세만으로는 물의 정령왕을 훨씬 뛰어넘는, 흡사 마탑의 높이에 준할 정도로 붉은 오라는 거대한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라스...푸틴...?"

붉은 오라의 원에는 라스푸틴이라는 문구가 빙 둘러져 있었다. 원의 한 가운데에 나타난 붉은 연기는 마치 숫사자처럼 사납게 피어올랐다.

쾅콰광! 콰과광 쾅콰과광!!

팡파레가 울려퍼지듯 열기구가 터지기 시작했다. 방위마법의 포격이 닿기도 전, 그리폰들이 막기 전에 적의 공군들은 하늘에서부터 열기구를 터뜨려 불을 붙였다.

파바바방!!

폭죽처럼 터지는 열기구에서 마찬가지로 붉은 기운의 무구가 엿보였다. 메리지는 스태프를 높이 치켜들어 물의 정령왕에게 가리켰다.

"넵튜누스 님이시여, 저 무기를 막아주소서! ...네? 뭐라고요?"

물의 정령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계약자의 뜻을 따르는 건 정령의 기본이지만, 정령왕 조차도 항거할 수 없는 어떤 힘에 굴복한 것처럼 보였다.

슈--웅!

소용돌이는 갑자기 구멍이 숭숭 뚫렸고, 구멍 사이로 붉은 무구들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병사들의 성욕을 폭발시키는 무구들만 골라서 피하는 물의 정령왕에 오르드와 메리지는 큰 충격에 빠졌다.

"어째...서?"

으아아아아아!!

땅에 떨어진 마검에서 터져나온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쎅쓰하고 싶다아아아아아!!!

찌걱.

오르드와 메리지는 자신도 모르게 달아오른 몸에 입을 쩍 벌렸다. 점차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하고, 아랫도리가 쿡쿡 쑤셔오기 시작했다.

"미...친...?"

푸슈우우웃!! 찌걱, 뷰르르릇.

곳곳에서 병사들이 하나 둘 지리기 시작하며 푹푹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전력질주를 한 것 마냥 얼굴이 시뻘게져 호흡을 가쁘게 쉬고 있었다.

"자, 장군님! 싸, 쌀 것 같아요...!"

"근데 못 싸겠어요!"

"누, 누가 제발 빼게 해줘! 씨, 씨발 뭐냐고! 쌀 것 같은데 왜 안 나오는 거야아아아!!"

쿵, 쿵쿵쿵.

사방으로 퍼지는 붉은 오라에 피의 흐름은 더욱 빨라질 뿐, 요새의 3군단 병사들은 속수무책으로 쿠퍼액을 줄줄 흘리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 * *

"누가 보면 영화관인 줄 알겠어."

할레오는 영화 인트로마냥 포효를 내지르고 흩어졌다. 나의 의지는 공기를 타고 넘어가 요새 안의 인간들에게 퍼져나갔다.

"벌써부터 좆 터질려고 하면 어쩌냐. 지금부터가 본방인데."

이제 막이 올랐을 뿐. 폭탄 드랍은 어디까지나 오프닝에 불과하다. 블록버스터는 영화 시작부터 터뜨려야하니까.

"이제 섹스어필로 관객 시선을 끌 차례인데, 벌써 쓰러지면 곤란해."

성벽 근처까지 다가온 우리 군단의 병사들은 오와 열을 맞춰 멈춰섰다. 나는 군단의 앞에서 할레오 색스를 치켜들며 지시를 내렸다.

"라스푸틴이 모든 그린엘프들에게 명한다!!"

나의 목적은 단 하나. 코피도 쥬지도 성욕도 전부 팡팡 터뜨리는 것.

"벗어-----!!"

눈으로 보는 것 만큼 효과적인 게 또 없다.

펄-럭.

나의 지시에, 그린엘프들이 입고있던 검은 로브들이 일제히 하늘로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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