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회
177일차
대군을 상대하기에 최적화 된 용사 셋을 파견한 나는 추풍낙엽처럼 휩쓸려나가는 좀비 흡혈귀들을 보며 쾌재를 불렀다.
"싹쓸이! 전부 다 쓸어버려!"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빛은 흡혈귀들을 노릇노릇하게 구워버렸고, 버지니움 실드를 사방에 두른 보-빔 돌격에 흡혈귀들은 빛이 되어 소멸했다. 거기에 드워프제 갑옷 위에 어-썸한 황금양털 머플러를 두른 금발 여기사가 지나가니 금상첨화.
미르망은 음란용사 미르마망이 아닌 정숙한 귀부인으로서 활약하는데 주저함이 없었고, 메어리는 애초에 마물을 쓸어버리는 데 능숙했다. 에일라는 둘의 뒤를 따라 달리며 황금양털의 간-지를 뽐내고 있었다.
"그런데 샤이탄아, 네가 보기에는 저것들이 주력 같으냐?"
"아뇨.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가 사용하는 임시 구울 같은 존재가 분명합니다."
"그치? 시체를 흡혈귀로 만들어 써먹다니. 역시 대단한 놈들이야."
가챠로 24위 던전의 주인 자리를 따먹은 건 아닌 듯 했다. 탐욕의 군단장을 자칭할 만큼 네비로스는 제법 훌륭한 병력 운용을 자랑했고, 성검의 용사가 늘어난다 싶으니 바로 자신의 주력을 빼버리고 좀비들을 고기방패로 써버렸다.
"시간을 주면 병력이 충원되겠지?"
"예. 용사들은 시간을 벌려고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그래. 나의 형제가 저곳에 있다면 당연히 승기를 잡을 것이다."
의외. 그것은 아리에스 성에 나의 형제인 트랄이 사람들을 지키고 있었다는 것. 이름을 거론하기만 해도 싫은 성녀가 같이 있다는 게 몹시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성녀는 아직 트랄을 건드리지조차 못한 듯 보였다.
"용사들이 마왕군을 상대로 선전하는 동안, 우리는 왕국을 점령하면 되겠어."
아리에스 대성벽을 사이에 두고 탐욕의 군단과 용사들은 대치를 벌일 것이다. 대치만 벌여야 왕국의 전력이 분산될 가능성이 높았다. 만약 용사들이 너무 큰 활약을 펼쳐 탐욕의 군단을 대성벽 밖으로 밀어낸다면, 잉여전력은 바로 우리를 향해 올 확률이 높았다.
오는 건 괜찮은데, 텀을 두고 따로따로 왔으면 좋겠다. 우리가 노리는 건 왕국군의 각개격파다.
"왕국군 놈들, 분명 보면 까무라치겠지?"
"이 정도로 많은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 나도 여러모로 걱정이 되기는 하는데, 그래도 이제는 받아들일 때가 됐지."
전쟁에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지금까지 나는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지만, 언제까지 그게 통할 수는 없는 법이다. 부활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이미 숱한 이들이 한 두 번의 죽음을 경험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완전한 죽음의 앞에 선 이들을 동원해야만 했다. 나는 미노타우루스들이 들어올린 단상에 올라, 평원에 오와 열을 맞추고 선 이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전쟁이다, 군단이여!"
둥, 둥둥. 내가 아닌 홀리 오크들이 치는 북소리가 사방으로 울려퍼졌다. 마기와 신성력이 한데 어우러진 혼돈의 기운이 평원 전체를 뒤덮었다.
"나는 너희들의 생명을 빌리겠다! 분명히 말하마! 이 중 죽는 자들이 나올 수 있다! 그게 네가 될 수 있고, 네 앞에 있는 이들이 될 수도 있다!"
사기를 북돋아야 할 연설에서 오히려 사기를 꺾는다. 하지만 명백한 진실을 알려주어야만 병사들이 자신의 목숨을 지키면서 싸울 수 있다. 그 누구도 죽이지 않겠다는 새빨간 거짓말로 위안할 바에는, 잔혹한 현실로 경각심을 일깨우는 편이 백 배 더 나았다.
"이번 전투에서 우리는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다! 목숨을 초개와도 같이 내던지는 각오로 싸워, 조디악 왕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쥘 것이다!"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연설에 오크들 조차 주변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목에 힘을 주고 당당히 소리쳤다.
"죽은 자는 부활할 것이다! 걱정마라, 너희들은 죽어도 죽지 않는 자! 단지 잠깐의 휴식을 취할 뿐이다! 내가, 오크들이 너희들을 살릴 것이다!"
평원에 모인 이들 모두 눈에 이글거리는 열기가 들끓기 시작했다. 죽을 수 있지만 죽지 않는다. 이 모순이 통하는 게 바로 던전이며, 군단이며, 나의 군세다. 죽은 자들은 모조리 마석으로 다시 살아날 것이다. 자신들의 대장만 잘 지킬 수 있다면.
"던전의 주인이자 오크 백인대장들은 들으라! 너희는 너희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해라! 목숨을 아껴라! 엘프들의 뒤에 숨어라! 앞에서 싸우지 말고, 중상을 입은 엘프를 후방으로 옮기도록 지시해라! 너희들이 할 일은 단 하나, 살아있는 것!"
본디 오크는 앞에서 싸우는 것이 주 임무였다. 하지만 이제 왕국과의 대규모 전쟁을 앞둔 이상, 던전주인이자 마검 사용자인 오크의 역할은 엘프 병사들을 지휘하는 간부이자 엘프들의 전력을 강화할 살아있는 토템이었다.
"나는 너희들에게 축복을 내려줄 것이다. 적과 맞서싸워 물러서지 않는 용기!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힘! 그리고 너희들의 들끓는 성욕을 활력과 생명력으로 바꾸어주는 라스의 축복!"
여신교단은 인류연합의 병사들을 신성력으로 버프한다. 그에 걸맞게, 우리 군단은 우리 군단의 방식대로 버프를 이어받을 수 있다. 내 라스푸틴으로부터 흘러나온 붉은 아우라는 나의 자식들을 찾아가 마검에 깃들고, 그게 그린엘프들에게로 퍼져나가 광역 버프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 수가 무려 3천. 나는 3천 명의 그린엘프 앞에서 주먹을 움켜쥐었다.
"하나! 우리는 신성한 라스의 의지로 하나로서 존재한다!"
"""라스!!"""
오크들이 선창하며 땅을 구른다. 그린엘프 병사들은 절도있는 자세로 발을 구르며 따라 소리쳤다.
"""군단을 위하여!"""
"하나! 우리는 군단 수호와 자손 번성의 임무하에, 살아남아 세계에 자손을 널리 퍼뜨릴 의무를 가진다!"
"""라스!"""
"""군단을 위하여!!"""
엘프들의 악다구니는 듣기에도 좋은 꾀꼬리들의 합창이었다. 나는 마지막 기치를 내걸고, 모든 군단의 앞에서 나의 자존심을 치켜올렸다.
"만인의, 만인에 의한, 만인을 위한 섹스를 위하여!!"
"""라스!!"""
군단이라는 경계를 넘어, 왕국과 전 세계에 라스라는 꿈과 희망, 그리고 사랑을 퍼뜨려야한다. 그걸 위해 나는 3천 그린엘프 징집병을 비롯한 온갖 마족들을 긁어모았다.
"5천 병사들이여, 라스하라!"
그 수가 무려 5천.
3천이 그린엘프고 1500명이 구울이었지만, 5천이라는 수는 분명 무시할만한 수가 아니다. 1500명의 구울을 제외하면 모두 죽어도 살아날 수 있는 부활의 기회를 가진 무한의 군대다.
"우리가 왕성을 군화로 짓밟는 그 날, 나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왕가의 옥좌에 앉아 에일라를 취하고 임신시키겠다!"
"""우오와아아아아아!!"""
광기어린 함성이 평원에 울려퍼졌다. 나는 마검 할레오 색스를 움켜쥐고 하늘로 높이 치켜들었다.
"여신과 마왕의 이름으로! 왕성을 점령하고 모조리 약탈할 것이다! 남자도 범하고 여자도 범해라! 그들의 모든 재산은 우리의 것이 될 것이며, 그들의 모든 권리는 너희들의 것이 될 테니!"
인간이라면 혹하지 않을 수 없는 현혹의 기회. 전 인간들은 나의 달콤한 제안에 꿈에 부풀었다.
"우리는 왕국을 따먹을 것이다!"
"""라스으으으!!"""
분노의 군단, 5천 마왕군이 후작성의 평원에서 진군을 시작했다.
* * *
"...와우."
마르바스는 영체 상태에서 허공에 떠 분노의 군단을 구경했다. 약속의 날을 지정하기는 했지만, 설마 자신을 따먹겠다는 일념으로 벌써부터 병사를 일으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대단하네. 이 미친 새끼."
무려 3500 명에 이르는 병사들이 모두 던전에 등록된 병사들이다. 그 잘난 바알조차 던전에 등록된 소속 병사의 수가 500명 밖에 안 되는데, 어떻게 저런 대군을 만든 것인가.
"꼼수 진짜...."
하위 던전을 점령하여 강제로 C등급까지 끌어올린다. 그리고 던전마자 가진 특성 중 정원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정원을 300명까지 초과 가능한 던전으로 바꾼다.
그리고 그 던전에서 그린엘프의 알을 까거나 인간과 합성한다. 72위 던전부터 60위 던전까지, 평균 300명에 준하는 그린엘프들이 던전에 등록되어 쏟아져나왔다. 언제부터 이런 걸 준비했을까 두려울 정도로 병사들은 체계적으로 뽑혀나왔다.
"이건 못 이기면 머저리지."
마르바스는 느긋한 미소로 행열의 가운데에 선 오크를 바라보았다. 분노의 군단장은 키메라 골렘들이 만든 요상한 가마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군단장을 따라 들어간 여인의 수는 무려 스무 명에 이를 정도였고, 거의 종족별로 한 명씩은 들어갔다 싶었다.
"도대체 뭘 하려는...?"
찌걱찌걱찌걱찌걱!
가마-처럼 생긴 나무집 안에서 추박한 물소리가 울려퍼졌다. 마르바스는 병사들을 행진시켜놓고 자기는 성교를 즐기는 군단장의 행패에 경악했지만, 나무집 안에서 울려퍼지는 붉은 기운에 까무라쳤다.
"와...미친?"
광역버프.
그들은 행군간에 라스를 하고 있었다.
* * *
"아아, 평원에 민트초코 향이 가득해."
나는 왕도를 향해 진군하는 병사들의 한 가운데에서 침대에 누워 하품했다. 행군은 단어 자체가 지루할 수밖에 없었고, 묵묵히 앞으로 걷는 것 이외에는 할만한 것이 없었다.
"이야, 도로 잘 닦여있어서 다행이네. 안 그랬으면 지루해서 죽을 뻔 했어."
나는 키메라 스톤골렘의 가마 위에 누워 밤하늘을 만끽했다. 그래도 내가 군단장인데 내가 직접 걸어갈 이유는 하등 없었고, 지치지 않는 키메라 스톤골렘들이 든 호화로운 가마에 누워 마음껏 휴식을 취했다.
가마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폐가 있다. 겉은 드라이어드 나무 판자로 지은 집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아스모딘의 뿌리털을 손질하여 만들어낸 나무집이었다. 천장도 있고, 기둥도 있고, 안에 침대도 있는 완벽한 집이었다.
침대만 있어서 그렇지. 나는 사람 서른 명 정도가 누워도 될 법한 침대의 한 가운데에 앉아, 루나의 허벅지를 베고 밤공기를 즐겼다. 덤으로 그레모리도 즐겼다.
"그레모리야. 네 떡방아가 좀 약한 듯 하구나. 애들 행군이 영 느려졌어."
"뭐래. 야밤에 계속 걸으면 피부 나빠지는 거 몰라? 슬슬 휴식을 취할 때가 됐어."
그레모리는 내 위에 기승위로 올라탄 채 주변의 눈치를 봤다. 말은 부하들을 신경쓰는 눈치였지만, 실상은 자신의 차례가 넘어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야, 뭐해? 어디보자, 지금 기다리고 있는 사람 안 보여?"
그레모리의 옆으로는 륜, 라임, 안드라스, 하르파스, 릴리, 니무에, 루나, 니프엘라, 로도페리, 키메리에스, 루시펠, 아스모딘, 샤이탄이 기다리고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기절하여 잠에 빠진 여인들까지 포함하면 족히 십 수명은 그레모리의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야, 슬슬 세 번째 가지 않았냐?"
"아, 안 갔어...."
그레모리는 다른 여인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허리를 흔들기를 주저했다. 다른 여인들이 제발 가버려라, 제발 가버려라 저주를 내뱉고 있는 와중에 섹스에 집중할 수 있는 건 분명 이상했다.
"이러다 날 새겠어. 왕도에 도착하겠다고. 그렇지 루나야?"
"그러게. 일주일 거리를 사흘만에 주파하겠는 걸."
나는 가볍게 허리를 위로 튕겨올렸다. 그레모리는 내 위에서 비명을 지르며 뒤로 크게 넘어갔다. 뒤에서 받치고 있던 아스모딘과 루시펠이 그레모리를 잡아 내 자지에서 뽑아냈다.
쥬르륵.
그녀의 보지에는 내가 뿌린 정액이 한 가득 뻐끔거리고 있었다. 던전 안이 아니라서 파종이 아닌 순수한 섹스의 목적으로 질내에 사정한 셈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행군'에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위이이잉.
내가 그레모리의 질내를 쑤시며 퍼진 오라는 군단 전체로 울려퍼졌다. 선두의 구울부터 우리 주변의 그린엘프, 그리고 후방에 자리잡은 천사 부대까지 모조리 나와 여인들이 펼치는 섹스의 향연에 버프를 받았다.
성욕의 활력화.
나무집 위에 달린 할레오 색스를 통해 퍼져나가는 라스오라는 부대 곳곳에 퍼진 오크들에게 수신되었고, 오크 백인대장들은 마검을 중계기마냥 소속 부하들에게 뿌렸다. 덕분에 마왕군의 병사들은 나의 오라를 한 번 거쳐서 받는데도 큰 무리없이 받았고, 들끓는 성욕은 그들의 활력이 되어 행군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 속도가 무려 한 시간에 3~40km 정도는 나아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우리가 더욱 거칠게 섹스를 하면 그만큼 행군 속도는 빨라졌고, 병사들은 지칠 줄을 몰랐다.
내 자지가 지쳐야 발걸음이 멈추는데, 내 자지가 어찌 지칠 수 있겠는가. 중간에 쉴 생각이 없으니, 병사들은 논스톱으로 달리고 달렸다. 그럼에도 지치지 않았다. 내가 그들의 피로를 오라로 씻겨냈으니.
"그레모리도 가버렸으니 슬슬 쉬어야지."
군단의 병사들에게도 휴식이 필요했다. 성난 자지와 보지를 맞출 시간이.
"인장들은 이리와라. 오랜만에 인장베로스 한 번 하자꾸나."
"후후, 뭘 하시려는 겁니까?"
"식욕, 수면욕의 성욕화."
성욕을 체력으로 돌린 만큼, 부족한 성욕을 채울 때가 되었다.
"잘 사람은 자고, 떡 칠 사람들은 치라고 해. 어차피 그런다고 우리가 피곤한 게 아니잖아?"
알을 낳지 않는 섹스 정도는 우리에게 가벼운 키스에 지나지 않았다.
"어차피 인간 놈들, 여기까지 오려면 7일은 더 걸릴 거 아니야?"
나와 내 여인들의 섹스가 너무 격렬했던 걸까.
우리의 행군은 인간의 상식을 무너뜨릴 정도로 신속했다.
"...군가로 섹스 밤 괜히 불렀나?"
다들 흥에 겨운 나머지, 우리는 사흘 거리를 한나절만에 주파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