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616화 (612/800)

616회

176일차

흡혈귀.

서큐버스가 인간의 정기를 흡수한다면, 당연히 흡혈귀는 인간의 피를 빨아먹고 산다. 뱀파이어라고도 불리우는 종족은 당연히 나의 수집 대상 목록에 존재한다.

'최음제 레시피 중 하나이자 인장 중 하나가 뱀파이어지.'

현재 내가 보유한 종은 드라이어드, 서큐버스, 그리고 날개 잃은 천사.

나머지 핑크 드래곤, 거미여왕, 맨드레이크, 뱀파이어를 생각하면 언젠가 뱀파이어는 반드시 우리 군단에 넣어야 할 대상이었다.

그런 흡혈귀가 지금 아리에스 영지와 연결되어있는 자간 던전에 방문했다. 나는 플라우로스 던전을 거쳐 자간 던전으로 들어와, 부하들의 시야를 공유하여 적의 정체를 파악했다.

<네비로스> Lv.91, ★★★★★.

"샤이탄아, 네비로스면 몇 등급이었지?"

[24위 던전의 주인입니다.]

종족은 보이지 않는다. 상대의 등급과 이름만 알 수 있을뿐. 하지만 나는 상대의 모습을 보고 뱀파이어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창백한 피부. 긴 흑발의 생머리. 피처럼 붉은 눈동자. 검은 망토 사이로 은근히 비치는 노출도 심한 복장.

'심지어 시스루!'

자세하게 이야기는 나눠봐야 알겠지만 꼴림의 미학을 아는 상대다. 방향에 따라 안이 비치는 검은 망토 안에 비키니 아머에 가까운 옷을 입고있다니. 더군다나 몸매는 환상적이어서 금방 내가 침이 넘어갈 정도였다.

"일해라 좆침반!"

자지가 섰다. 나는 상대를 먹어도 되는 존재라고 확신했다. 내가 29위니 24위 던전의 주인 정도는 얼마든지 비벼볼 수 있겠다 싶었고, 마침 레벨도 91레벨로 상대하기 적당한 수준이었다.

'마검빨로 이길 수 있다.'

당장 뛰쳐나가서 할레오 색스를 휘둘러 사로잡은 다음 몸의 대화를 나누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보인 자비에 나 또한 자비를 베풀기로 했다.

"용케도 살아남았구나, 자간."

"상대가 저희를 봐줬습니다. 진정으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온 듯 합니다."

네비로스는 나의 부하들을 죽이지 않았다. 61위 던전의 주인과 20명의 드라이어드를 상대로 보인 자비에 나는 감사해야만 했다. 91레벨이 평균 30레벨 수준의 병사들 따위야 얼마든지 죽일 수 있으니까.

"씁. 죽였으면 바로 복수로 따먹는 건데. 우리 애 한 번 살려줬으니 봐준다."

만나자마자 덮치는 건 보류. 상대가 정중하게 나오는 이상 나 또한 정중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 나는 완전무장을 한 두, 옆에 할레오 색스를 놓고 그녀가 안쪽으로 오기를 기다렸다.

"이리오너라---!!"

나는 그녀를 향해 힘차게 소리쳤고, 네비로스는 움찔거리며 천천히 공동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포털을 통해 들어온 게 아니라 쟁탈전이 아니어서, 그녀는 내 정체를 순수한 감으로 떠볼 수밖에 없었다.

"너는 뭐지? 61위 던전에서 나올 법한 존재가 아닌 것 같은데."

"대화를 원한다고 했지? 그래서 내가 왔다. 무슨 연유로 이곳에 찾아왔느냐?"

"자기소개도 없이 일방적이네. 정보를 주지 않겠다는 뜻? 뭐 좋아. 애초에 그런 건 바라지도 않았으니까."

네비로스는 망토를 좌우로 펼치며 다소곳이 인사했다. 귀족 영애들이 드레스를 들어올리며 예의를 갖추는 자세였으나, 좌우로 망토가 올라가며 드러난 몸은 절로 피가 끓게 만들었다.

"푸훗. 하여튼 남자들이란. 나는 네비로스. 24위 던전의 주인이야."

"흠. 색욕의 군단 군단장, 라스푸틴 아스타로트이니라."

"......어머, 군단장? 그럼 딱 맞게 왔네. 이쪽도 같은 입장이거든."

네비로스는 흡혈귀 특유의 긴 혀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녀의 혓바닥에는 그림으로만 봤던 인장, 탐욕의 인장이 박혀있었다.

"다시 한 번 소개하지. 탐욕의 군단장, 네비로스라고 해."

"흐음, 24위가 군단장이라?"

"29위도 군단장을 자처하는데 뭐 문제있어? 그나저나 겁대가리도 없네. 인장도 없이 군단장을 자처하다니."

"흐흐흐, 증거를 바라느냐? 잠깐 기다려봐라."

짝. 나는 박수로 증거이자 인장을 소환했다. 우리의 뒤로 열린 포털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색욕의 인장, 드라이어드 아스모딘은 정장 차림으로 내 옆에 비서처럼 섰다.

"나의 사랑스러운 인장이니라."

나는 아스모딘의 허리를 거칠게 뒤에서 휘감아 가슴을 와락 움켜쥐었다. 그와 동시에 아스모딘의 하복부에 새겨진 색욕의 인장이 분홍빛으로 옅게 반짝였다. 여인의 앞에서 대놓고 여인, 인장을 희롱하는 모습에 네비로스는 콧방귀를 뀌었다.

"누가 색욕의 군단장 아니랄까봐 하는 짓 하고는. 좋아. 그런 놈이라 이거지?"

"그래. 다른 인장도 아닌 색욕의 주인이다. 흐흐."

언젠가 샤이탄과 작전회의를 할 때,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소개하기를 색욕의 군단장이라고 소개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그게 상대에게 더 설득력있게 들릴 거라나 뭐라나.

색욕의 군단장이 인장을 옆에 끼고 성희롱을 하든 섹스를 하든, 상대는 크게 신경쓰지 않을 거라는 이유였다. 그게 색욕의 군단장이니까.

"그래서 네비로스여, 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인가?"

"그냥 원군을 요청하러 왔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거물을 낚아서 지금 잠깐 생각 정리 중이야."

"원군?"

"그래. 조디악 왕국을 밟으려고 하거든."

안그래도 좆이 발깃한데 귀까지 솔깃한 말을 하니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세하게 한 번 이야기해보시지. 조디악 왕국을 점령하는데 원군이 필요하다?"

"그래. 병력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우리는 아리에스 영지를 넘어 수도로 진격할 거야. 대의를 위해 함께 따라줬으면 좋겠는데. 너도 군단장이니까 당연히 따를 거지? 마왕님의 말씀을."

"......."

본디, 군단은 마왕이 72 던전을 일곱 개의 세력으로 묶기 위한 장치였다. 서로 싸우고 반목하는 게 아니라, 서로 협력하여 인류를 상대로 함께 싸우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체계였다.

단지 인장이 마왕의 딸이라는 이유로 내가 군단을 모조리 삼키려고 하고 있지만, 본래의 취지에서 어긋난 행동을 하는 건 분명 좋지 않다. 인류를 상대로 연합하자는 제안에 뒷통수를 쳐서 군단을 집어삼킨다?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

오히려 왕국군에 더불어 탐욕의 군단까지 적으로 돌릴 가능성이 있다. 과도한 전선 확장은 사양이며, 특히 지금처럼 우리 군단의 병사들이 대처 불가능한 5성급 강자들이 득실거리는 전투라면 더더욱 사양이다.

"좋아. 그러면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지?"

"음...너희 세력이 어느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최소 평균레벨 60정도는 되는 마족 병사 200명 정도는 보내줘야겠지?"

"뭐? 개소리하지 마라."

지극히 애매한 숫자다. 체면치레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대규모 병력을 파견하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탐욕의 군단에 휩쓸리고 사로잡혀 인질이 될 수 있을만큼 애매한 숫자였다.

"이거 완전 날강도 아니냐?"

"뭐? 날강도? 뭐라는 거야. 인류랑 싸우는 데 그 정도 병력도 못 준다고? 너희 군단 그거밖에 안 돼? 좆은 더럽게 큰 주제에 배포는 고블린 좆보다 더 작네!"

"뭐...라고...!"

나를 욕하는 건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나의 도량을 고작 고블린 좆 따위와 비교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아무래도 뜨거운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겠군. 야하게 입고 온 건 나한테 박히고 싶어서 그런 거지, 응?"

"박히고 싶은 게 아니라 남자를 유혹하고 피를 빨아먹기 위한 거야."

"그럼 이번에 식사습관을 바꿔보는 건 어때? 피가 아니라 좆을 빠는 거다."

"미친 새끼."

“미친 게 아니다! 색욕의 군단장이기 때문이다!”

네비로스는 나의 분노에 손을 흔들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은 너무나도 섹시해서 섹스하고 싶어 질 정도였다. 머리칼을 들어올리니, 눈가에 박힌 검은 눈물점이 더욱 나를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흡혈귀. 아직까지 내가 나의 군단에 넣지 못한 종족. 기대 수명은 대략 천 년 정도.

‘이거 각인데?’

뱀파이어를 영입하여 우리 군단의 또다른 종족으로 삼는다. 남자 뱀파이어는 그대로 두고, 여자 뱀파이어는 엘프와 합성하여 새로운 엘프로 재탄생시킨다. 이른바 블러드 엘프 처럼.

“그러면 교섭은 결렬이네. 아쉽게 됐어, 속이 고블린 좆보다 작은 군단장 님.”

“기다려라. 왕국을 상대로 동맹을 맺는 건 찬성이다. 하지만 병력은 보낼 수 없어. 우리도 지금 왕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거든.”

상대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어느정도 내가 가진 패를 꺼내야 했다.

“나는 분노의 군단장과 오만의 군단장과 함께 힘을 합하고 있다. 한 명은 용사를 상대하느라 여념이 없고, 또 다른 한 명은 여신교단과 전력으로 맞서 싸우고 있지.”

파후우, 라스푸틴, 아스타로트. 세 존재는 오늘도 열심히 군단을 위해 일하고 있다.

“흐음, 그래서?”

“색욕의 군단은 현재 후작령을 점령한 이후, 왕도로 곧장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감히 분수도 모르고 덤벼든 놈을 제압하느라 지금 정신이 없어.”

“분수?”

“쟁탈전이 걸렸다. 상대는 마르코시아스. 한 번 집에가서 쟁탈전을 걸어봐라. 아스타로트 던전과 마르코시아스 던전 둘 다 쟁탈전이 안 걸리지.”

아무리 왕국을 상대한다고 한들 집에 강도가 들었는데 어찌 원정을 나갈 수 있을까. 네비로스는 내 말에 긴가민가하는 눈치였지만, 어차피 진실을 확인하고 나면 내 말을 믿게 될 것이다.

“최소한 마르코시아스 놈을 밟아두고 난 뒤에 왕국과 마저 전쟁을 치를 것이다. 굳이 전력을 둘로 나누어 각개격파 당하기는 싫거든.”

“흐응, 겁을 먹은 거야?”

“부하들을 사지로 몰고 들어가는 취미는 없어서 말이지. 아니면 네 방식은 그런 건가? 마구잡이로 낳은 자식들을 칼 하나 쥐어주고 돌격하라고 명령하는 그런 타입 말이야.”

“......전혀. 흡혈귀가 얼마나 손이 귀한데 그런 짓을 하겠어? 나는 아니야.”

무의미한 병력 손실에 대해서 혐오하는 것도 마음에 든다. 고압적인 자세는 다소 고깝기는 하지만, 어차피 안에 자지를 밀어넣으면 눈이 뒤집힐 게 뻔하니 약간의 굴욕은 참을 수 있다.

“제안을 하나 하지. 너희들의 병력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밝혀다오. 원군을 보내도 될 지 아닐 지는 그걸 듣고 판단하겠다.”

“우리 군단의 전력을 알아낸다음 약하면 뒷통수라도 치려고?”

“약한 자는 강한 자에게 잡아먹히는 법이지.”

“...흐흥, 좋아. 귀족급 뱀파이어만 족히 1000명은 족히 있단다. 너희 군단에 얼마나 많은 전력이 있을 지 모르지만, 우리 군단을 상대로 이길 수 있겠어?”

귀족급 뱀파이어. 나는 시스템을 통해 샤이탄이 전한 정보를 눈으로 훑었다. 4성에 평균 레벨이 무려 75수준에 이르는 뱀파이어가 무려 천 명이나 있다는 말에 나는 살짝 까무라칠 뻔 했다.

“흥. 고작 뱀파이어 천 명이 모여봤자지. 네비로스, 그게 네 전력인가?”

“자신감 넘치네. 뭘 믿고 그렇게 건방을 떠는 거야?”

“내 자지.”

나는 바지를 훌러덩 벗어내려 내 자신감의 원천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라스푸틴>을 하지 않아도 원체 큰 자지가 드러나자, 네비로스는 굳은 얼굴로 내 자지를 노려봤다.

“내가 색욕의 군단장인 이유를 보여주마. 마왕의 딸 아스모딘이여! 내 앞에 쪼그려앉아 입으로 봉사하며 자위해라!”

“네, 쥬지님!”

아스모딘은 지체없이 내 명령에 따라 엎드려 자지에 입봉사를 시작했다.

“어, 어떻게 마왕의 딸을…?!”

“으하하! 나의 자지에는 세뇌의 힘이 달려있다! 그 어떤 여자도 나의 거근이 박히면 반해버리는 거지.”

“......좆으로 세뇌를 하는 타입인 건가? 무섭네. 적을 사로잡아서 여자들만 범해서 노예로 삼다니. 역시 색욕의 군단이야. 그쪽 인장의 힘은 그런 거구나?”

“그, 그렇다!”

색욕의 인장은 다른 인장에 비해 더 꼴리게 생겼을 뿐이지만, 아무튼 나의 자지는 여성을 세뇌할 수 있는 힘이 있게 되었다.

“이걸 나한테 굳이 보여주는 이유는 나를 범해서 자지의 노예로 만들겠다는 거지?”

“물론. 네가 나의 ‘적’이 된다면 말이야. 나도 세뇌로 범하는 것보다는 서로 즐기면서 하는 게 더 좋거든.”

“...흐응, 그래. 좋아. 그 정도 힘이면 29위까지 올라갈 법도 하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아리에스 영지에 성녀와 그 일행이 있다고 들었다. 성녀를 사로잡으면 우리에게 넘겨라.”

내 말에 네비로스는 혀로 입술을 핥으며 입맛을 다셨다.

“마왕의 딸을 변녀로 만든 것처럼, 성녀를 창녀로 만드시겠다?”

“창녀라니? 안 될 말씀. 이 몸 전용 육변기로 만들 생각이다.”

“육변기….”

적나라한 말에 네비로스는 분명히 흥미가 동하는 듯 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성녀를 오크의 육변기로 만든다? 그것만큼 인류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컬쳐 쇼크가 어디있겠는가.”

“과연. 너는 인간에게 박더라도 마왕군의 대의를 위해서 힘쓰겠다는 거지?”

“...오, 오. 그래. 세계는 설령 나를 인간박이라 욕할 지언정, 나는 인류 연합으로부터 반드시 승리를 챙길 것이다!”

나의 포부에 네비로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팔짱을 꼈다. 바닥을 발로 탁탁 두드리며 그녀가 생각에 잠긴 동안, 나는 팔짱 위로 봉긋 솟아난 가슴을 마음껏 눈으로 구경했다.

“원군 대신이라...확실히 세뇌가 가능하다면 못 할 것도 없지.”

“그렇지? 그러면 서로 확실한 동맹의 증거를 남기자고. 알 동맹이다. 어때?”

“싫어. 섹스하자는 거잖아.”

“쳇, 들켰나.”

네비로스는 날카로운 송곳니를 씩 드러내며 다리부터 안개가 되었다. 떠나려는 듯한 모습에 나는 그녀를 향해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야! 보지 보여주고 가!”

“내일 다시 올게. 동맹을 맺을 지, 한 번 생각해두겠어.”

네비로스는 안개가 되어 흩어졌다. 나는 안개가 되어 흩어진 흔적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한숨이 절로나왔다.

“아...눈요기 잘 하고 있었는데. 됐다, 아스모딘. 이제 그만해도 되는 부히이익?!”

네비로스가 뱀파이어라는 것에 너무 꼴렸던 걸까. 나는 그만 아스모딘의 안에 지려버리고 말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