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611화 (607/800)

611회

172일차

<잠시 뒤, 플라우로스 던전.>

"성기사단도 보내냈고, 이제 남은 건 놈들을 성기기사로 만들 차례군. 크하하, 울어도 소용없다. 패배자들이여."

나는 플라우로스 던전으로 옮겨진 성기사단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네놈들은 이제 내 것이다. 네놈들의 몸과 마음, 영혼까지 내 것이라는 말이다."

그들은 모두 사지가 뜯겨나갈 수 있다는 공포에 저항하지 못했다. 아무리 근력이 뛰어난 이들이라고 한들, 힘을 주려는 순간 뱃속에서 음충이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면 힘을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었다.

"환영한다, 이 작은 성기들아. 나는 군단의 주인, 모든 사랑의 지배자 라스푸틴이라고 한다."

나는 성기사들의 앞에서 다시금 나를 소개했다. 그들은 나를 무슨 벌레취급하듯 바라보고 있었지만, 성기사들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나의 몫이었다.

"너희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마. 복종하겠느냐, 아니면 죽겠느냐? 복종하려는 자는 숨을 쉬고, 죽고자 하는 자는 숨을 참아라."

지극히 심플한 제안에 성기사들은 하나 둘 서로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왜? 자진할 기회를 주마. 그냥 딱 눈 감고 숨만 안 쉬면 되는 거 아니냐? 스스로 숨을 참아서 죽는 놈 있으면 곱게 화장해서 보내주마."

앞으로 벌어질 일을 당하기 싫다면, 그냥 숨쉬지 말고 죽으면 그만. 성기사들은 하나 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지기 시작했다.

"읍, 끄읍, 푸하!"

하지만 그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스스로 숨을 참으면 아무리 의지가 강력해도 몸이 본능적으로 산소를 요구하기 마련이고, 몇몇 성기사들은 숨을 들이마셨다가 전부 밖으로 토해냈다.

"하고싶은 말은 많지만 그냥 결론부터 얘기하지. 너희들의 패착은 단 하나다. 잘못된 단장을 가졌기 때문이다."

"잘못된 단장...?"

"그렇다. 바로 이것."

나는 내가 앉아있던 촉수 뿌리에서 비켜섰다. 안에는 촉수와 점액, 마액에 절여진 인간 흉상이 나타났고, 성기사들은 눈에 핏발이 선 채 나를 향해 욕지기를 퍼부었다.

"단장님?! 이 더러운 마족 새끼!"

"아무리 마족이라도 그렇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개새끼가 개같은 짓 한 건데 문제라도 있나? 이상하군."

사실 더한 것도 할 수 있지만, 나는 레비즈로부터 얻는 드라고니안의 알을 생각하며 나의 분노를 가다듬었다. 덕분에 레비즈는 사지만 뜯겨나간 채 지속적으로 나의 씨로 알을 낳아왔다.

"보아라. 너희들의 단장이 어떻게 되었는지."

찌이익.

나는 레비즈의 눈가리개를 벗겼다. 바다처럼 가라앉아있던 레비즈의 눈동자에 서서히 당혹이 서리기 시작했다.

"읍, 으읍?!"

"하고 싶은 말이 많겠지만, 나는 너와 대화를 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서 말이야. 계속 입 닥치고 있어."

레비즈는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 듯 촉수뿌리에서 몸부림을 쳤지만, 나는 레비즈의 입에 채워둔 볼개그 재갈을 풀지 않았다. 덕분에 그녀의 입에서 흘러내린 침은 점액과 함께 목선을 타고 흘러내렸다.

찌걱. 나는 그녀의 허리를 들어올려, 뒷보지에 자지를 찔러넣었다.

"꺄아악! 아앙, 하아앙!!"

"다, 단장님...?"

한 때 부하들이었던 이들의 앞에서 자지가 찔리자마자 레비즈는 쾌락에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자궁문신은 쾌감이 시작부터 천장에 달해있었다.

"보시다시피 너희들의 단장은 나의 노예가 되었다. 그리고 너희들에게 이걸 보여주는 이유는 단 하나. 저항하는 자는 이렇게 될 거라는 것이지."

"으힉?! 으히힉, 제, 제발 그러진, 햐아앙?!"

"에이, 시끄럽네. 플라우로스, 입을 막아라."

"우붑?!"

본보기라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자신들의 사지에 슬라임들이 달라붙어있고 사지가 잘려진 존재를 보여준다면, 성기사들은 자연히 두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너희들이 순순히 복종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들 레비즈 안이 키운 성기사들 아니냐? 크흐, 바이스라고 했던가? 심장에 꼬챙이가 박히고 다리가 잘려나가던 와중에도 나를 향해 검을 찌르려고 하던 것이 아직도 생각나는구나."

"부단장 님이...!"

"큭, 부단장님을 어떻게 했어?!"

"좋은 곳으로 보내줬다."

칼을 휘두르기는 커녕 염통꼬치에 사자다리살을 바베큐로 잘라먹으며 술잔을 나눴다. 하지만 당장 바이스가 이곳에 없는 이상, 성기사들은 당연히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동료들의 절반이 목숨을 걸고 시간을 끌었는데 아쉽게 됐군. 동료의 희생이 전부 물거품이 되었다니 말이야. 으하하하!"

성기사들의 눈에 하나둘 절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작 자신들을 팔아치운 동료들은 거지꼴로 꾸며 도시를 향해 유유히 걸어가고 있을텐데.

"흐흐, 죽어가던 놈들이 말하더군. 동료들이 꼭 복수를 해줄 거라고 말이야. 근데 뭐 이꼴로 어떻게 복수를 한다는 거지?"

"우리를 그만 모욕하라!"

"모욕을 듣기 싫으면 이기셨어야지. 아니면 귀를 막던가. 아, 귀도 막을 수 없구나? 크흐흐. 어쩌냐, 이미 붙잡힌 것을."

"으, 으읍, 으으응...!"

내가 허리를 잡고 있던 레비즈가 서서히 몸을 떨기 시작했다. 성기사들은 사로잡힌 단장의 굴욕에 눈을 감거나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들이 닫지 못하는 귀는 레비즈가 강제로 절정을 맞이하는 신음을 분명히 듣고 있었다.

"아아, 이것이 산란이라고 하는 것이다. 던전 주인의 특권이지."

"으히이잇!"

내가 레비즈이 가슴을 잡아당기자, 레비즈의 몸이 뒤로 젖혀졌다.

"보이느냐? 이 볼록한 배가. 나의 씨를 품어 아이를 가진 여인이. 지금부터 오크의 아이를 낳는 거다. 숙련된 조교의 시범을 보여주마."

수 백 개의 알을 낳았음에도 여전히 잘록한 허리와 군더더기 없는 등허리와 대비되는 임산부의 배가 꿀럭거리며, 균열을 가르고 새로운 생명을 낳았다.

"으히이이익!!"

찌걱, 찌그어억.

플라우로스의 촉수가 산파처럼 레비즈가 낳은 알을 받아 성기사들의 앞에 들어올렸다. 내 손바닥에는 절정으로 가슴에서 뿜어진 레비즈의 젖이 잔뜩 묻어있었고, 나는 그걸 혀로 낼름 핥아마셨다.

"크으, 탄산 오진다."

사실은 신성력에 혓바닥이 따끔거리는 거지만, 나는 이미 신성력이 담긴 모유도 혀로 이겨낼 수 있을 만큼 강해졌다. 나의 강함과 레비즈의 굴욕에, 성기사들의 눈에는 하나 둘 절망이 깊게 내려앉기 시작했다.

"흐흐, 보았느냐? 이제 네 놈들은-"

"시, 싫어.... 사지가 잘려서 오크에게 따먹히기는 싫어!!"

"시끄럽군. 플라우로스, 저 새끼 입 막아."

자신들이 처할 운명을 깨달은 것이다.

"너희들의 단장은 이미 알 낳는 기계가 되었노라. 그리고 너희들도 이와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자, 마지막 기회다. 순순히 우리 군단의 일원이 되겠느냐? 셋을 세겠다. 삼. 이. 일."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셋 셀 동안 성기사들은 그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앗싸. 찬스 끝. 버스 떠났으니 이제 징징거리지 마라."

나는 기쁜 마음으로 플라우로스에게 지시를 내렸다. 감히 내가 말하려는 타이밍에 내 말을 끊으려던 건방진 놈은 허공에 둥둥 들린 채 옆으로 옮겨졌다.

"던져!"

플라우로스는 가장 가까이 있던 성기사 하나의 몸통을 붙잡고 소환진 위에 내던졌다. 성기사는 완강히 저항했지만 슬라임들이 그를 짓눌렀고, 나는 시스템을 열어 화면을 두드렸다.

"한 번 성기사는 영원한 성기사. 분명 고레벨 전력은 그냥 죽이기에는 아깝지. 다만 내가 생각해보니까 굳이 너희들을 다독이고 설득하면서 전력으로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더라고."

성기사들이 얼마나 독한 지는 이미 레비즈를 통해 치가 떨릴 정도로 알아버렸다. 나는 레비즈가 갓 낳은 알을 성기사의 몸 위에 올렸다.

"한 가지 알아둬라. 남자도 여자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게 마물합성이고, 인간이 드래곤이 될 수 있는게 마물합성이다."

비바 솔로몬. 나는 소환진 옆에 미리 대기중인 알을 집어들고 다른 성기사들에게 소환진을 가리켰다.

"100% 여자만 태어나는 알. 100% 드라고니안이 태어나는 알. 이 두 개의 알과 합성된 성기사들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것 같으냐?"

성기사를 베이스로 하여 드라고니안과 그린엘프를 합쳐 만드는 새로운 종족.

"축하한다. 너희 단장의 자식으로 다시 태어나는 걸. 너희는 비록 레비즈가 직접 낳지는 않았지만, 레비즈가 배아파 낳은 알과 하나가 되어 레비즈의 딸이 되는 것이다. 이제 단장님의 고충을 너희가 덜어줘야겠지? 지금부터 레비즈 대신 알을 낳아라."

그들을 상대로 오크가 씨를 뿌려 새롭게 태어나게 될 후손들이야말로 우리 군단의 진정한 용기사들이 될 것이다.

<마물합성> 2개체 이상의 마물을 합성하여 하나의 개체로 만들어냅니다.

# 합성대상 : 성기사 세이지 클라크 (Lv.66, ★★★☆)

홀리드래곤의 알 (★★★★)

그린엘프의 알 (★★★★)

# 합성결과 : <????>, ★★★★☆

<알림> 던전의 주인에게 굴복한 포로와 깨어나지 않은 알들을 하나로 합성합니다. 반드시 던전 주인에게 복종하지는 않습니다. 괜찮습니까?

"예."

나는 가차없이 성기사를 드라고니안의 알과 하나로 만들었다. 세이지라는 성기사는 순식간에 코쿤에 둘러쌓였고, 그를 감싸고 있던 슬라임들은 코쿤에 밀려나와 슬그머니 다른 성기사들의 구속에 합류했다.

"크흐흐. 예전에는 포로들을 부하로 영입해서 합성하려고 온갖 개지랄을 떨었지.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코쿤 한 두 번 만들어보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나는 순식간에 '플라우로스의 던전'에서 만들어진 코쿤을 두드리며, 성기사들에게 두 팔을 벌리며 웃었다.

"마족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 걸 환영한다. 앞으로 우리 군단을 위해, 너희 단장의 휴식을 위해 열심히 낳아다오. 아아, 이것은 삼포제라고 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밭도 때로는 휴식을 취해야만 하는 법.

"성기사들 전부 알공장으로 만들려면 단장인 네가 그만큼 알을 열심히 낳아야겠지? 크하하!"

나는 레비즈를 다시 촉수 뿌리 안으로 밀어넣었다.

"성기사단이여, 협조를 부탁한다. 내 아들들 던전에 레비즈 하나 놓아주고 싶거든?"

1던전 1레비즈를 위하여.

"드라고니안이 나올 지 그린엘프가 나올 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씨를 뿌린 만큼 수확을 기대하도록 하마."

라스.

* * *

강한 모체는 언제든지 환영.

성기사들은 모조리 단장인 레비즈의 전철을 밟게 되었고, 나는 느긋하게 플라우로스 던전을 빠져나와 나의 던전 지하 1층으로 향했다.

카앙, 카앙, 카앙!

지하 1층의 계단만 내려왔을 뿐인데 벌써부터 경쾌한 망치소리가 던전 통로 전체에 울려퍼진다. 나는 망치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로도페리야! 섹스하러왔다!"

"아, 잠깐만. 지금 집중 중이니까 잠시만 기다려."

지옥대장간의 주인이 된 로도페리는 작업용 망치를 든 채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하얀 나시티에 작업용 청바지를 입고있는 모습이 여간 섹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드워프들도 모두 로도페리처럼 저마다 모루를 붙잡고 망치를 두드리고 있었다.

"다 됐다."

로도페리는 모루에서 때리고 있던 무기를 집어들었다. 다소 투박해보이는 거대한 낫은 키메리에스를 비롯한 듀라한들의 새로운 무기였고, 낫은 우리 군단을 상징하는 것처럼 적색과 녹색이 멋드러지게 어우러져 있었다.

"역시 드워프다. 마검조차 다른 무기로 바꿔버리다니."

"마검의 주인이 직접 낳은 마검에 지옥불, 그리고 드워프 장인의 기술이면 못할 것도 없지."

"내가 낳은 건 아니고 할레오가 낳은 거 아니냐?"

"그게 그거지."

로도페리는 자신이 새로이 개조한 낫을 내게 건넸다. 내가 살짝 문신의 힘을 일으키기 무섭게 낫은 문신의 버프를 받는 것 마냥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흐흐. 아무리 만병지왕은 검이라고 한들, 종족마다 어울리는 무기가 있기 마련이지. 이건 바로 듀라한들에게 보내도록 하마. 고생했다, 로도페리."

"우리야 망치만 두드리면 되지만, 너는 허리를 흔들어야하잖아."

"그게 무슨 고생이라고."

지옥대장간에 있는 드워프들이 모루 위에 놓고 두드리는 무기들은 모두 마검이었다. 내가 사자검 레오, 그러니까 할레오를 상대로 씨를 뿌려 낳은 마검들이 드워프들의 손에 의해 새롭게 재탄생되고 있는 과정이었다.

누군가에게는 검으로. 누군가에게는 활로.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는 방패로.

"랜슬롯은 어떤 무기를 사용하기로 했지? 아더는 대검이었고, 트리스탄은 활이었던 걸로 들었는데."

"그 아가씨? 대검. 클레이모어 타입. 그걸로 다 썰어버리고 싶은 모양인가봐."

"흐흐, 그래. 아주 좋다."

마검들을 무한정으로 양산하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마검도 '부하'로 등록되어 버렸다.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면 품질을 끝까지 올려 던전 주인의 특권으로 쥐여주는 것이 마검의 가치를 올리는 일이었다.

"던전 주인 정도면 다들 마검 한 자루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지. 흐흐흐."

1던전 1레비즈에 이어, 1마검까지.

72위 던전부터 나 아스타로트의 29위 던전까지 모두 우리 군단의 멀티화 작업은 제법 순탄하게 굴러가고 있었다.

"마르바스가 말한 디데이까지 잘 부탁한다."

"......아직 반 년이나 남았는데?"

"반 년이나? 아니지. 반 년 밖에 안 남았지."

마르바스가 나를 한 자릿수 던전 주인들에게 소개하기로 한 동시에, 마르바스와 씨를 교환하기로 한 날 까지 앞으로 반 년.

"남들앞에 설 때, 당당히 왕국을 무너뜨린 남자라고 소개해야하지 않겠어?"

나는 반 년 안에 이 왕국을 멸망시킬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