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5회
172일차
군단 내 성기사단에 대한 불만이 점차 고조되어가는 가운데, 정작 성기사단은 라스푸틴의 의도에 따라 새로운 여체를 상대로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크으, 다른 그린엘프랑은 느낌이 또 달라…!”
“현혹되지마라! 이것은 여신이 주신 시련! 성욕에 지지마!”
성기사들은 서로를 다독이며 몸에 신성력을 일으켰다. 과도하게 허리를 흔드는 바람에 떨어진 체력은 금방 회복되었고, 하루에 열 발 가까이 사정하며 고갈된 고환도 충전되었다.
“어흐, 흐어엉, 이, 미친 개자지 새끼들….”
그린엘프들은 앞뒤로 성기사단을 맞이하며 쾌락에 몸을 떨었다. 성기사단의 자지는 인간 주제에 오크 수준에 이를 정도로 거대했다.
색수병 환자들을 상대로 숱한 고욕을 치르며, 그들의 자지는 근육마냥 단련되었다. 색수병의 영향으로 자지가 더욱 커진 것까지 포함하니, 성기사들은 혼자서 열을 상대할 정도로 능숙해져버렸다.
“여신이시여!”
성기사, 세이지 클라크는 여신에게 기도를 올리며 사정했다. 천사들의 말에 따라 엘프를 상대로 사정 연습을 하며 쾌락을 토해내는 것이 시련이라고 생각하며 쾌락을 즐겼다.
“아, 아앙, 너무 좋아….”
세이지의 아래에 깔린 그린엘프는 혀를 내밀며 가버렸다. 창부나 색수병에 걸린 이들 마냥 가버린 그린엘프의 모습에 세이지는 진한 사정의 여운을 느꼈다. 사정으로 수그러든 자지를 뺄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그린엘프의 안에 넣고 호흡을 골랐다.
“.......”
순백의 여체에 정액이 한가득 뿌려져있다. 동화 속 요정이라고만 생각했던 엘프의 몸에 자신의 씨를 뿌렸다. 세이지는 절정에 의해 아직도 쾌감에 빠진 그린엘프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이거, 정말로 시련이 맞는 건가?
세이지는 협곡에서부터 있었던 전투 이후, 몇 주 간 거쳐온 여체들을 상기했다.
협곡에서부터 박은 그린엘프부터 시작하여 인간, 하피, 하피 에일로, 안드라스, 흑익룡, 슬라미아, 서큐버스, 드라이어드, 드워프에 이르기까지 최소 하루에 한 명과 정사를 나누었다. 마물이라 생각했던 이들도 마물이기 전에 한 명의 여인이었고, 그들은 성기사들의 신성력에 노출되면서도 남자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이제 한 바퀴를 돌고 돌아 그린엘프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아직까지 먹어보지 못한 여체들이 있기는 했지만, 이게 과연 맞는 일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혹시 천사들도?’
얼마전에 아는 동료가 그런 말을 하더라. 하피인줄 알고 박았는데, 팔다리가 사람의 것이었다고. 그건 천사가 아니냐고.
이미 천사들 중 한 명인 대천사 루시엘이 마왕군의 오크 대장인 라스푸틴에게 안겼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워낙 충격적인 장면이라 성기사들 사이에서 쉬쉬하기는 했지만, 대천사가 날개를 모두 접고 오크의 혀를 게걸스럽게 탐하는 것은 분명 큰 충격이었다.
‘천사들이 진짜 여신이 보내주신 이들이 맞는 건가?’
한 번 의심을 하기 시작하니 생각이 꼬리를 물고 새로운 의심을 낳기 시작했다. 사정에 따라 머리가 맑아진 세이지는 한 가지 가설을 만들어냈다.
‘사실은 천사들까지 섹스로 세뇌를 한 다음, 오크가 사기를 치는 게 아닐까?’
성기사단을 함정에 빠뜨리고 죽이기 위해. 세이지는 다른 성기사들이 엘프의 젖을 빠는 민트초코 향의 속에서 빠져나와 몸과 마음을 가다듬었다.
“으히, 흐헤헤….”
다행히 파트너 역의 그린엘프는 과도한 절정의 연속으로 새근새근 잠에 빠져버렸다.
다른 성기사들은 자는 그린엘프의 자궁구를 찔러 강제로 일으켜세우거나 실신한 상태로도 박았지만, 세이지는 더이상 삽입을 계속하지 않았다.
“저기….”
“왜 그러는가.”
“저희, 계속 이렇게 허리만 흔들어서야 되겠습니까?”
“그게 여신께서 내려주신 시련이라고 천사님들이 말씀하지 않았는가.”
바이스 부단장은 무슨 얼척없는 소리를 하냐는 눈빛으로 몸을 가다듬었다. 세이지는 바이스의 맹목적인 믿음에 속이 뒤틀렸다. 평소에 바이스를 비롯한 추기경파의 성기사들이 언제 이렇게 교리를 잘 따랐다고 저러는가.
“걱정 마시게. 한 때는 비록 적이었던 자들이나, 지금은 여신께서 다투지 말라고 천사들을 내려보내주시지 않았는가. 자네, 대천사님이 뭐라고 하셨지?”
“여자를 보고도 성기가 서지 않을 때까지 여자를 경험하라. 너희는 성욕에 물들어서는 아니 될 자들이다.”
“그런 천사님들의 말을 의심하는 건가?”
“그건….”
세이지는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의심스럽고 이상하기 짝이 없는 와중에, 천사들의 말이라고 그게 진실이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솔직히, 성기사들이 애초에 마족의 틈바구니에서 마족을 상대로 섹스 연습을 하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것일까? 세이지의 지능이 맹렬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건 확실히 이상해.’
이상하다못해 잘못됐다. 의심에 의심을 거듭하던 세이지는 한 가지 가능성에 도달했다.
‘설마 이건 오크의 세뇌?!’
성욕에 지지 말라고 천사들이 말했지만, 사실상 현재 성기사들의 모습은 쾌락에 물든 짐승이 되기 일보직전이었다. 색수병 환자들을 보면서 느꼈던 성욕에 패배한 짐승들의 모습이 성기사단에게서 조금씩 엿보이기 시작했다.
“이건….”
덜커덩, 덜커덩.
통로 밖에서 무언가 수레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세이지는 복도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세이지 경, 지금 무슨-”
“...무슨 소리 안 들리십니까?"
"......묶어서 죽이는 거라스."
복도 너머에는 까마귀 머리의 마인들이 수레를 몰고가고 있었다. 수레의 안에는 입에 재갈이 물린 퀘르벨스 추기경이 기절한 채 실려가고 있었다.
"예하…?"
"쉿."
"주인님께서 엄명을 내리셨으니, 계획대로 처리하는 거라스."
"추기경을 죽여서 여신교단에 보내는 거라스."
"추기경을 죽인 이들은 성기사단이 되는 거라스. 끼요오옷."
"성녀의 부하들이 정적인 추기경을 죽인 거라스. 바로 마왕군과 내통해서."
안드라스들이 흘린 말에 바이스와 세이지는 절로 검을 뽑아낼 뻔 했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지만, 마왕군은 추기경을 가만히 내버려 둘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근데 왜 추기경은 어떻게 죽이는 거라스?"
"그라비아인지 뭔지 하는 대사제가 말한 거라스. 리치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는 대신, 추기경을 살해하는 거라스."
"으흐흐, 그 남자가 천사들을 불러줘서 쉽게 세뇌할 수 있었라스."
"엘프에 이어 천사들까지 세뇌하다니, 역시 주인님이라스."
라그비아 대사제. 추기경과는 여신교단에서 정적으로, 추기경이 죽으면 이단심문관의 수장으로 가장 추대받기 쉬운 1순위 남자. 퀘르벨스가 죽는다면 다음 추기경이 되기에 어색함이 전혀 없는 존재.
'설마.'
자신은 무언가 큰 착각을 하고 있던게 아닐까 싶은 순간.
"......세이지 경."
뒤에서 어깨를 붙잡는 손길에 세이지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은 허리를 흔들 때가 아닌 듯 하네."
바이스의 뒤에 있던 성기사들이 하나 둘 칼집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 * *
"눈치챘겠지?"
"예. 누가 눈치채지 못했어도, 바이스가 분명 안에서 선동하고 있을 겁니다."
우리는 일부러 성기사단이 허리를 흔들고 있을 곳 근처로 추기경을 묶어 이동시켰다. 마치 성기사단을 현혹시키고 추기경을 살해하려는 듯한 뉘앙스를 마음껏 풍겼고, 성기사단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그나저나 너도 참 대단하군. 그 사이에 라그비아 대사제를 엮을 생각을 하다니 말이야."
"성녀의 수족을 하나 둘 자르는 겁니다. 후후."
퀘르벨스 추기경은 수레에 실린 채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후작성을 점령하면서 우리는 고트다이할의 시신을 수습하는 동시에 주요 요인들을 사로잡았고, 개중에는 퀘르벨스 추기경과 라그비아 대사제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그나저나 조금 상처가 부족한 것 같군요. 한 대 얼굴을 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입술 정도는 터져야 실감이 날 것 같은데."
"우리 군단의 고문은 모두 성행위와 연결되어 있다. 오히려 폭력을 쓰는 건 맞지 않아."
"아.... 그건 아쉽군요."
오늘까지 라스베가스에서 편히 침대에 누워서 여신에게 기도를 올리던 그는 우리의 작전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어쨌든 저는 계속 기절해있을 겁니다. 실제로 작전 중에는 성기사들의 짐덩어리가 될 겁니다."
"걱정마시지. 성기사들의 움직임에 따라 얼마든지 작전은 선회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성기사단이 추기경을 결과적으로 '구출'한다는 것이야."
"예. 라그비아 대사제가 아닌, '추기경'만."
추기경 탈환 작전을 핑계로 성기사단이 추기경을 구하는 그림을 그리니, 추기경은 거기에 얹어서 라그비아 대사제가 추기경이라는 정적을 제거하려고 한다는 장식까지 더했다.
"정말로 괜찮겠나? 네 몸이 다칠 수도 있는데."
"어디 떨어져나갈 정도가 아니라면 괜찮습니다. 여신님의 은총만 있으면 다시 몸의 상처는 고칠 수 있으니까요."
"그 과정에서 고통이 장난아닐텐데?"
"괜찮습니다. 이 모든 고통이 성녀 그 년을 몰락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버티고 또 버틸 수 있습니다. 만악의 근원인 그 년만 제거할 수 있다면요."
퀘르벨스 추기경의 눈에는 성녀를 파멸로 인도하겠다는 광기까지 엿보였다.
"라그비아 대사제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지금 서큐버스의 품에서 모유를 빨고 있다. 후작성이 무너진 이후로 완전히 유아퇴행을 해버렸어."
신성력 하나는 우리 군단의 네임드들에 견줄만 하던 늙은 대사제는 패전의 충격으로 정신이 망가져버렸다. 그를 낚기 위해 마망 플레이를 해주던 서큐버스는 진짜로 그의 베이비 시터가 되었으나, 모든 정기를 뽑고 난 다음에는 '재활용'할 예정이었다.
"그렇다면 더더욱 작전은 잘 들어맞겠군요. 라그비아 본인이 밖에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될테니."
"그래. 여차하면 네가 선동하는 대로 진짜 리치로 만드는 방법도 있다."
"아뇨, 동지께서 생각하시는 대로 하시길."
퀘르벨스는 눈을 닫았다. 신속한 작전의 결행을 위해, 그는 눈을 감고 자신의 몸을 새우처럼 웅크렸다.
"모든 것은 여신의 뜻대로."
"아아. 성녀의 몰락을 위해."
푹.
나는 퀘르벨스의 등에 단검을 찔러넣었다.
* * *
자정.
"형제들이여. 우리는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바이스 엑슈얼을 비롯한 성기사들은 한자리에 웅크려 모였다. 다른 어린 성기사들이 그린엘프들을 1:2로 상대하는 동안, 계급이 높은 성기사들이 모여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우리가 비록 한 때는 서로 파벌로 갈렸으나, 지금은 서로 함께 힘을 합쳐야 할 때입니다."
"흥, 그 말을 믿을 것 같소? 세뇌에 가장 먼저 당해서 엘프 보지에 자지를 박으러 간 자가 누구요?"
"...지금은 여신님의 시련을 통과하여, 이렇게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형제님."
"입에 그린엘프 젖이나 닦고 말하시지. 우리는 당신을 믿지 않소, 경."
성기사들 대부분은 바이스를 믿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단장이었던 레비즈, 그리고 성녀를 지지하는 자들이 많았다.
"솔직히 말해서 추기경을 구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 라그비아 대사제를 잡아서 진실을 추궁하는 편이 더 낫지 않겠소? 솔직히 대사제 님이 리치가 되고 싶어서 인류를 배신했다느니 하는 것도 믿기지는...끙, 서큐버스 때문에 긴가민가하군."
"...좋습니다. 둘 다 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일단 두 분 중 한 명이라도 구하는 걸로 해봅시다."
성기사들은 머리를 맞대어 결론을 내렸다.
던전에서 탈출한다.
퀘르벨스 추기경을 구출하거나, 라그비아 대사제를 포획한다.
"저, 저기. 만약에 저희가 여신님의 시련을 마음대로 벗어나는 거라면 어떻게 됩니까?"
세이지의 말에 바이스를 비롯한 성기사들은 고뇌에 빠졌다. 만약 여신이 내려준 시련을 스스로 내팽겨친다면, 여신을 따르는 이르서 크게 참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상황은 여러모로 이상했다. 결국 성기사들은 바이스의 의견에 따라, 한 가지 기책을 내놓았다.
"무엇을 하느냐, 거기 옹기종기 모여서."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 하얀 날개를 펄럭이는 천사가 날아와 바이스의 앞에 착지했다. 은은한 신성력을 뿌리는 천사의 앞에 선 바이스는 성호를 그렸다.
"여신이시여!"
"뭐, 뭘?!"
바이스는 천사를 덮쳤다. 천사는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달라붙는 바이스의 행동에 기겁했지만, 바이스는 천사를 바닥에 엎드리게 만든 다음, 강제로 옷을 들춰 엉덩이에 손가락을 찔러넣었다.
"여신의 종복이여! 진실을...제발!!"
"꺄아악!!"
바이스의 손가락에서 빛나는 손에, 천사는 눈을 까뒤집으며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곧 바이스는 손가락을 밖으로 빼냈다.
철푸덕.
신성력의 밧줄 끝에 은빛 음충이 목줄이 채워진 채 껄떡거리고 있었다. 성기사들은 모두 성호를 그리며 여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역시...."
"아...?"
천사는 흐리멍텅한 눈동자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세뇌를...풀...."
철푸덕.
기력이 다한 천사는 바닥에 엎어졌다. 성기사들은 차갑게 굳은 얼굴로 하나 둘 그린엘프들의 엉덩이에 손가락을 푹푹 찔러넣었다.
"아아앙!"
"꺄아아악! ...어라, 나, 왜, 이런 곳에...."
"...이 악독한 마족 새끼들이!!"
바이스가 신성력을 방출하며 포효를 내지르자, 숱한 여인들의 몸에서 빠져나온 음충들은 혼비백산하며 도망가버렸다.
"더이상 현혹되지 않겠다, 더러운 마왕군이여!"
"""여신의 이름으로!!"""
성욕에 가득차있던 성기사단이 하나 둘 총기를 되찾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