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602화 (598/800)

602회

158일차

고트다이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오크들이 후작성 복도에서 당당하게 거닐어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엘프들이 사용인들을 겁간하는 것에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슬라임들이 식량창고를 털어먹는 것에 대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으읍."

그는 이미 과다출혈로 죽어가고 있었다. 금방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몰려있었지만, 고트다이할은 정신을 가다듬고 죽음을 견뎌냈다. 이대로 죽기에는 너무나도 억울했다.

'안다이할이 있다.'

고트다이할 레오는 곧 죽는다. 이므신할 레오는 마족에게 더럽혀졌다. 하지만 레오 가문의 적자가 아직 어딘가에 살아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렇기에 고트다이할은 최후의 최후까지 좌절하지 않았다.

"으하하하! 후작가의 주민들이여! 보라! 저항하고 죽을테냐, 아니면 순응하고 복종할 테냐!"

그렇기에, 오크가 두 명의 수인 이므신할을 알몸으로 네 발로 광장을 기게 만드는 걸 눈앞에서 보더라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딸이 수치를 당하고, 가문의 이름을 본딴 성검이 타락하여 암캐가 된 것에 고트다이할은 그 어떤 말도 꺼낼 수 없었다.

마왕군에게 패배한 원흉은 다른 누구도 아닌 고트다이할 본인이니까.

'내가 진작에 병력을 보냈어야 해.'

토벌대를 진작에 파견해서 던전을 쓸어버려야 했다. 아니, 그도 이전에 남작령에서 원군 요청을 보냈을 때 무시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했다. 후작령 운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소규모 남작령은 자연도태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버렸어야 했다.

하지만 엎지른 물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고트다이할은 광장에 드러누운 주민들의 얼굴을 훑었다.

"그냥 이런 변태짓거리만 하고 안 죽이는 건가?"

"어떻게 된 거지? 우리는 죽는 게 아니었어?"

"저항하면 진짜 죽인다잖아.... 저항하지마. 그냥 좆까고 버텨."

격렬히 저항하는 자는 모조리 구울이 되어 다음 타깃을 노렸다. 가족이 구울이 된 것에 일가족이 모두 죽은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했지만, 처음부터 저항을 포기하여 일가족 모두가 살아남은 경우도 허다했다.

"저항하는 자는 죽고, 복종하는 자는 살 것이다!"

오크는 마치 영지전에서 승리를 한 귀족마냥 행세를 했다. 마왕군의 군대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행동에 주민들은 서서히 오크의 의도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이제 마왕군의 영토에 사는 주민들이다! 너희들의 지배자는 고트다이할 레오가 아닌 나, 라스푸틴이니라!"

고트다이할은 깨닫고 말았다. 마족 라스푸틴이 남작성 스피카 만큼은 절대 보여주지 않으려고 온갖 견제를 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남작성을 통째로 점령해버렸어.'

처음 거래를 텄을 때, 마왕군에서 인간들의 물건을 요구하는 것을 두고 단순히 인간노예들에게 쥐어 줄 물건들을 구하는 것으로 착각했다. 또는 마족 따위가 사람의 흉내를 내며 살아가는 걸 원하고 있구나 하고 착각했다.

"너희들의 새로운 지도자, 라스푸틴을 경배하라!"

"""라스!!"""

하지만 진실은 그게 아니었다. 오크가 이끄는 '군단'은 일반 마왕군과는 상식을 달리하는 존재들이었다. 인간을 잔인하게 죽이기는 하지만 섹스로 쾌락 속에서 보내버리는 괴상한 자비를 베풀기도 하고, 순순히 항복하는 자에게는 쾌락을 주었다.

"우오옷! 이게 꿈속에서나 보던 그린엘프 보지...!"

"꺄아악! 오, 오크 자지 싫.... ...흐끅, 흐응, 흐읏....!"

마왕군, 아니 점령군은 점령군 답게 후작성의 주민들을 상대로 성적 약탈을 시작했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겁간하는 행위는 비인도적이고 잔인하기 그지 없었으나, 당하는 이들은 마족의 일방적인 겁간에 쾌락속에서 당황했다.

남자에게는 엘프들이.

여자들에게는 오크들이.

자신들이 꿈속에서나 즐겼던 그 상황이 현실이 되었고, 고통은 커녕 쾌락과 성행위의 즐거움만이 몸을 가득 채우는 것에 주민들은 의아함을 느꼈다. 심지어 그린엘프들은 스스로 개처럼 엎드려, 포로나 다름없는 남자들 스스로 허리를 흔드는 걸 허락하기도 했다.

그들의 겁간은 짝이 없는, 혼자 사는 이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가정이 있거나, 서로 백년가약을 맺은 이들을 대상으로는 직접 건드리지 않았다.

"그, 그만둬! 나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야! 흐흑!"

"선택하라스! 둘이서 섹스할 지, 아니면 따로 강간당할 지!"

""어...?""

"꾸물거리지 말고 라스해! 10초 안에 안 하면 내가 범할 거라스!"

서로 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는 강제로 서로 성행위를 하도록 만들었다. 남들의 앞에서 부부간의 정사를 하라고 하는 건 분명 수치스럽기 짝이 없는 짓이었으나, 신음과 체액 냄새가 가득한 광장에서는 그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일이었다.

"하, 하하하. 이런 미친."

고트다이할은 광장에서 펼쳐진 섹스판에 좌절했다. 주민들은 죽음의 공포에 이기지 못해 마물박이가 되거나 모두의 앞에서 정사를 나눴다. 성행위를 하는 것이 곧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 되어버렸고, 광장은 광란의 도가니에 빠져버렸다.

"천사들은 어째서...!"

그리고 그런 행위의 배덕감을 줄여주는 이들이 바로 천사들이었다. 하얀 날개를 단 천사들은 곳곳을 돌아다니며, 정사를 나누는 인간들에게 체력과 정력의 회복이라는 축복을 내려주었다.

"여신의 이름으로."

"이것은 여신의 뜻입니다."

"모든 건 여신께서 바라시는 대로."

천사들의 말에 인간들은 현혹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정말로 여신이 바란 일일까. 쾌락에 물드는 것이 정말로 여신이 바라는 일이라고 한다면, 최소한 당장 생명을 잃지는 않도록 천사들이 이끄는 마왕군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우오옷! 여신이시여!"

"여신이시여!"

곳곳에서 여신을 향한 신음섞인 기도가 터져나왔다. 엘프들은 비명을 토해내고, 오크들은 정액을 토해냈다. 남자들은 엘프에게 자신의 씨를 뿌렸다는 쾌감에 실신했고, 여자들은 건장한 오크의 씨를 받았다는 것에 이런 저런 배덕감과 함께 실신했다.

위이잉.

그리고 광장에서 실신하는 이들의 치골에 하나 둘 붉은 문신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언뜻 보면 성흔처럼 보이기도 하며, 언뜻보면 노예의 낙인처럼 보이는 문신들이 하나 둘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곳 위에 새겨지기 시작했다.

"보이느냐, 고트다이할. 너의 영지민들이 내 신민들이 되고 있는 것을."

라스푸틴은 고트다이할의 앞에 다리를 벌리며 앉았다. 그의 아래에는 네 발로 엎드린 이므신할이 엉덩이에 꼬리털을 박은 채 힘겹게 오크의 무게를 견디고 있었고, 오크의 앞에는 이므신할과 똑닮은 은발의 수인 여인이 쾌락의 신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복종하겠느냐, 아니면 죽겠느냐?"

고트다이할은 직감했다. 이것이야말로 오크의 마지막 자비라는 것을. 하지만 고트다이할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마지막으로 기염을 토해냈다.

"죽여라! 나의 아들, 안다이할이 내 복수를 할 것이다!"

"아들? 푸하하! 내가 얘기했지 않느냐! 너의 '딸들'은 내가 맛있게 잘 먹겠다고!"

"뭐....?"

짝. 라스푸틴이 손뼉을 치자, 뒤에서 이므신할과 닮은 여인이 하이엘프가 쥔 목줄에 끌려왔다. 나체에 안대, 그리고 귀까지 무언가로 뒤덮인 그녀는 붉게 상기된 몸으로 쭈뼛거리며 광장에 나타났다.

"흐흐. 소개하마. 너희 레오 가문의 시초이니라. 축하한다. 네 무능한 아들은 너희 가문의 시조로 다시 태어났으니."

"안...다이할...?"

고트다이할은 직감했다. 자신이 직접 기사단의 군기를 넘겨준, 사랑하는 아들은 여자가 되어 나타났다.

"이...쓰레기같은...!"

"그거 참 고맙군. 그런데 진짜 쓰레기는 누구지? 어떻게, 딸이 된 아들의 처녀라도 가지고 싶으냐? 왜 발기했지? 혹시?"

"아니다! 이건, 커헉!"

울화가 치밀어올라 또다시 피가 흘러나왔다. 이미 속은 진탕이 되어 들끓고 있었지만, 고트다이할은 머리끝까지 치솟은 분노로 간신히 정신을 가다듬고 있었다.

"너무 그렇게 열내지 말거라, 고트다이할. 상대가 나였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거다. 아, 안다이할 처녀는 내가 잘 먹었다. 그냥 자지를 넣었다가 빼서 아다만 깼으니까 중고는 아니다. 아아, 이건 '리퍼'라고 하는 것이다. 포장만 벗긴 셈이지."

"크허억!"

또다시 왈칵 피가 앞으로 쏟아졌다. 늙은 노인이 뿜어내는 검은 피는 도로를 적셨고, 라스푸틴은 고트다이할의 눈앞에서 안다이할의 몸을 좌우로 흔들었다.

"축하한다, 장인어른아. 이므신할은 내 오크 자식들을 낳을 것이며, 그들은 모두 던전의 주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마검 레오로부터 파생된 마검의 주인이 되는 거지! 오오,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레오 가문의 피여! 정말 대단하지 않느냐?"

"크, 허, 허억...."

고트다이할은 앞으로 고꾸라졌다. 오크의 말에 더이상 이성을 참을 수 없었고, 안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자신이 쏟아낸 피에 얼굴을 처박았다.

"그리고 네 딸, 안다이할은 내가 요긴히 써주지."

라스푸틴은 죽어가는 고트다이할의 머리를 손으로 눌렀다. 라스푸틴의 손에서 뿜어져나온 붉은 오라는 고트다이할의 고통을 쾌락으로 바꾸어버렸다.

"저기 높으신 분이 너희 가문의 피가 궁금하신 것 같더라고. 그래서 팔아치우기로 했다. 네 딸 안다이할, 비싼 값에 팔아버리려고."

"......."

뷰르르릇. 죽음의 고통이 쾌락으로 치환되어, 고트다이할은 절정의 연속 속에서 의식을 잃고 말았다.

* * *

<잠시 뒤. 후작성 침실.>

<레오>. ★★★★★. Lv.1.

에일라가 <아리에스>로 태어나 내게 에일라 라스푸틴 아리에스라는 이름을 받았듯이, 일주일 사이에 안다이할 또한 <레오>로 다시 태어났다. 6성 100레벨로 태어난 아리에스와는 달리, 안다이할 레오는 5성이 되었지만 1레벨이 되고 말았다.

"뭔지 알 것 같네. 성검의 주인으로 환생했지만, 성검이 사라지면서 모든 힘을 잃어버린 거야."

나신의 안다이할은 자신의 몸을 이곳저곳 만지작거리며 몸상태를 확인했다. 나는 이므신할과 할레오의 동시 펠라를 받으면서도 좀처럼 불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젠장, 영악한 자식. 아다를 깨고 나서 빙의를 하다니."

"그럼 당연하지. 설마 남자를 여자로 만들어놓고, 그런 몸으로 나보고 떡치라고? 에이, 그건 너무 자지가 아깝지."

"끄응...."

추켜세워주는 립서비스 한 번 일품이다. 소파에 앉은 안다이할은 다리를 꼬며 나와 마주 앉았다.

"축하해. 설마 진짜로 후작성을 점령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어."

"나로서는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어떻게 새로운 몸은 만족하느냐, <마르바스>?"

"물론. 용사 가문의 씨를 이렇게 쉽게 얻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는 걸. 후후, 고마워. 이거 그대로 들고가도 되는 거지?"

"물론."

코쿤을 열어젖히고 새롭게 태어난 안다이할은 여체가 되었지만, 5성인 것을 제외하면 딱히 득이 될만한 곳이 없었다. 릴리의 외장자궁은 이미 이므신할이 맡고 있었고, 이므신할보다 파종의 효율이 낮았다.

오크 2성 100%.

56%확률로 3성 이상 오크를 뽑아내는 이므신할의 압도적 승리였다. 그래서 나는 자지를 한 번 넣어 안쪽의 감촉을 확인한 뒤, 안다이할의 몸을 더욱 가치있는 곳에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시험은 통과했고, 선물도 줬다. 자, 이제 보지 대주라."

"그러게. 얘, 이 몸으로 정액 받아가는 건 안 되겠지?"

"당연하지. 본체 데려와. 네가 박히기로 했잖냐."

레벨 1 안다이할을 제물로 바쳐, 레벨 100 마르바스와 섹스를 한다. 마르바스가 안다이할을 폐기하지는 않기로 했기 때문에, 나는 부담없이 안다이할을 대여할 수 있었다.

'오나홀 빌려주고 마르바스 따먹으면 개이득이지.'

가만히 던전에 놔둬봐야 장식품 이외의 가치는 없는 존재를 대여하고 마르바스와 떡을 친다. 던전 주인들 간의 씨 교환을 통해, 나는 마르바스와 섹스를 하고 마르바스가 낳을 알까지 하나 챙겨올 수 있다.

"마르바스, 그거 하자. 그거."

"그게 뭔데?"

"알 까기말고 또 다른 게 있어?"

"...하아. 너 혹시 나랑 섹스하려고 이긴 거 아니지?"

마르바스는 한숨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검은 안개가 그녀의 몸에서 퍼져나왔고, 마족다운 차림으로 변한 그녀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좋아. 약속은 약속이니까. 대신 너도 내 '파트너'가 되어줘."

"섹파라면 얼마든지. 아, 그건 아쉬운데. 우리 그런 가벼운 관계로 끝내기에는 내가 너무 멋지지 않냐?"

"......."

마르바스는 잠시 굳은 얼굴로 나를 노려봤지만, 곧 한숨과 함께 내가 맞잡은 손을 흔들었다.

"마검을 지닌 자. 성검 사용자를 무려 셋이나 데리고 있는 자라면 그 정도 자부심은 가져도 되지. 음. 좋아. 일생 일대의 도박을 해봐야겠어."

"도박?"

"그래. 우리, 거래를 하자."

마르바스는 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내게 달콤한 유혹을 속삭였다.

"네가 내 마왕해라. 어때?"

"호오. 그거 참 꼴리는 소리로군.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나 있는 거냐?"

"물론. 약육강식은 마족의 근본 아니야? 낡고 늙은 것들은 이제 자리를 비켜주셔야지. 나는 말이야...."

마르바스는 입술을 핥으며 눈을 반짝였다. 안다이할의 눈동자 속에 비친 그녀의 본모습이 얼핏 스쳤다.

"마왕같은 건 하기 싫지만, 그래도 누가 내 위에 있는 건 싫거든? 어때? 네가 마왕하고, 나는 침대에서 막후정치를 하고. 후후훗."

"......분명히 말하지만, 내 위에서 나를 볼 수 있는 건 내 위에 기승위로 올라타서 헐떡이는 여자 뿐이다."

나는 마르바스의 머리를 붙잡고 시선을 맞췄다.

"좋아. 알동맹이다. 근데 명심해라, 나의 침대에 너의 자리는 없다는 것을."

"흐응, 그게 무슨 말일까?"

"글쎄."

마르바스의 자리는 있을 지언정, 감히 나를 뒤에서 조종하려는 년의 자리는 없을 것이다.

"수인족 여왕의 몸, 너무나도 탐이 나서 말이야."

그레모리에게 딱 어울리는 새로운 육체가 될 것이다.

"...흐흥, 그게 보였어? 대단한데. 좋아. 침대에서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지."

마르바스, 수인족의 여왕은 내 속내를 눈치채지 못한 채, 나와 동맹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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