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1회
158일차
눈앞에서 딸을 아무 가치없는 존재로 먹고 버리듯 뱉어내기는 했지만, 이므신할이라는 존재는 그렇게까지 무가치한 존재가 아니다.
"이 세상에 가치없는 존재는 없다. 효율과 비효율만 있을 뿐.
이므신할이 보여준 능력은 단순히 용사로서의 실력으로 끝나지 않았다. 당장 성벽을 눈앞에 두고 성검의 이능을 통해 성벽을 넘어가는 판단을 내린 것 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재능있는 여인이라는 걸 스스로 입증했다.
그렇기에 비로소 그녀는 나의 씨를 품은 오크를 낳을 자격이 있다. 그녀의 오크방에서 태어날 나의 오크들은 자간 이후로 새로운 던전의 주인이 될 오크들이 될 것이다.
베디비어, 케이, 팔라메데스 등 온갖 유명한 기사들의 이름은 차고 넘친다. 만약 13명을 전부 채워버렸다면, 그 뒤로는 새로운 여인을 찾아 샤를마뉴의 라스 기사단으로 만들어버리면 그만.
결국에는 72던전이 모두 내 아들딸 오크들이 주인이 되고, 나는 그 던전을 총괄하는 라스토피아의 주인이 될 것이다. 이므신할은 오크들의 던전 주인화를 위한 좋은 모체가 될 것이다.
"문제는 지금 이 년이 맨정신으로는 내 자지를 아랫입으로 물지 않고 윗입으로 깨물려고 든다는 건데."
비록 성검의 주인이 내가 되었다고 한들, 이므신할은 성검의 주인이었던 자다. 정신을 붕괴시켜놓지 않는 이상 어지간한 수준의 고문으로는 마음을 되돌릴 리가 없다. 미르망처럼 성욕에 물들 때까지 박고 또 박는 행위는 내가 지루하기 짝이 없다.
'할레오 보지가 있는데 왜 내가 이므신할에게 박아야 하지?'
전 주인의 몸을 복사한 할레오나홀이 있다. 이므신할과 서로 번갈아가면서 박아본 결과, 이므신할과 별반 차이는 없지만 할레오 쪽이 더 능동적이고 야성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지를 자극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교우위에서 밀려버렸군. 할레오가 상위호환이 되어버렸어."
원본보다 카피본이 더 뛰어나고 효율이 좋고 색스럽기까지 한다면, 결국 이므신할의 정신을 망가뜨려 릴리의 새로운 육체로 쓰게 만드는 것 이외에는 이므신할의 용도가 없다. 하지만 우리 군단을 잠깐이나마 섬찟하게 만든 풍부한 전투 경험을 가지고 있는 만큼, 마냥 합성시키기에는 아쉬운 감이 없잖아 있다.
"그래서 자문을 구하러 왔다, 샤이탄."
"차원의 틈으로 들어오시다니. 완전히 승리한 것이 틀림없군요."
샤이탄은 나의 진입을 느끼고 바로 지하 2층으로 날아왔다. 그녀는 내가 끌고 온 이므신할을 보며 승리를 확신했다.
"레굴루스 성은 어떻게 됐습니까? 혹시 짬처리 하셨나요?"
"그래. 나머지는 아더와 부하들에게 처리해뒀다. 남작성에 이어 백작성도 한 번 씩 정리해봤으니, 이제 알아서 정리할 터. 이제 군단장이 점령지를 정리하고 그런 건 할 때가 아니지."
"맞습니다. 주인님께서는 말 안 듣는 인간들에게 소리 지를 시간에, 허리를 흔드시는 게 더 세상에 득이 됩니다."
"그래. 잡일은 부하들이 하고, 내가 씨를 뿌리는 게 더 효율적인 거지."
일의 효율을 위해, 점령군이 으레 해야하는 일들은 부하들에게 맡기는 게 능률적이었다. 나는 던전 주인이자 군단장으로서 해야할 일에 몰두할 시간이 필요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계획하신대로 릴리의 새로운 육체로 쓰실 겁니까? 이므신할을 다른 종족으로 합성시키는 것도 딱히 나쁠 건 없어보입니다."
"그래. 하지만 그 전에 한 번 확인은 해보고."
던전으로 데려온 모든 여성 부하들을 상대로 나는 한 가지 확인 작업을 거친다. 그게 후작성 안의 기밀문서를 확인하는 것보다 더 급한 일이었다. 이므신할(순정)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난자감별사로서 나의 특기를 발휘할 때가 왔다.
"파종."
<라스푸틴 아스타로트 x 이므신할 레오> 던전 주인과 여후작의 결합
# 예상결과 : 이므신할 레오
오크 (☆☆~☆☆☆), 74%
오크 전사 (☆☆☆~☆☆☆☆), 25%
하이 오크 (☆☆☆☆), 1%
"미묘하군."
"미묘하네요."
나와 샤이탄은 동시에 같은 평을 내렸다. 아마 던전을 한창 확장해나갈 시기, 그러니까 남작성도 점령하기 이전에 이런 여자를 만났다면 나는 진심으로 그녀를 나의 아내로 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크라는 종족을 늘림에 있어서 이므신할은 분명 좋은 모체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미르망이라는 좋은 모체를 손에 넣었다.
"할레오에게도 비교우위에서 밀려, 홀리 오크를 낳을 수 있는 미르망 오크방에도 밀려. 아무리 내가 낮은 등급을 차별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높은 등급, 더 좋은 존재로 태어나게 하는 게 더 낫지 않겠어?"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4성짜리 1% 하이 오크를 뽑기 위해 씨를 뿌리기에는 정액이 아까울 수준이었다. 그럴 거면 차라리 레비즈한테 집어넣고 싼 다음, 두 시간 뒤에 나올 드라고니안의 알로 합성해버리는 편이 더 나을 지경이었다.
"쓰으읍. 이정도로는 아쉬운데. 이게 바로 계륵이라는 것인가."
"주인님, 비교를 해보시죠. 그럼 이쪽은 어떠십니까?"
샤이탄은 이므신할 레오의 목줄을 쥔 은빛 이므신 할레오를 가리켰다. 그녀는 혀를 헤벌쭉 내밀며 다리를 좌우로 벌린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인님, 파종하자!"
"끄응. 되기는 하나?"
나는 가계도의 파종 대상을 이므신할 레오에서 할레오로 변경했다. 시스템창에 잠시 노이즈가 꼈지만, 이내 곧 새로운 창으로 변환되었다.
<라스푸틴 아스타로트 × 사자검 레오> 던전 주인과 사자검 레오의 결합
# 예상결과 : 사자검 레오
하급마검 ☆☆, 44%
중급마검 ☆☆☆, 36%
상급마검 ☆☆☆☆, 18%
네메아의 사자 레오 ☆☆☆☆☆, 2%
"가능...하네?"
"솔로몬 님의 마법은 위대합니다. 던전 주인은 누구든 씨를 뿌릴 수 있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골렘도 임신시킬 수 있는데 성검이라고 불가능할 리가 없죠."
샤이탄은 시스템의 위대함에 가슴을 펴며 자랑스러워했다. 나 또한 마검이 마검을 낳는 현상에 오한이 들고 말았다.
"이므신할의 몸이라서 그런 건가? 야, 할레오. 너 잠깐 검으로 돌아가봐라."
"네? 싫어요! 지금은 검집이 여기 있지만, 검으로 돌아가면 검집이 없어진 단 말이에요! 아, 아니면 반대로-"
"돌아가!"
"히이익!"
내 엄포에 할레오는 다시 무기의 모습-할레오 색스로 되돌아갔다. 양날도끼가 된 그녀를 대상으로 다시 한 번 더 확인했지만, 여전히 파종 결과는 똑같았다.
"검이 디폴트인 건가.... 아니. 잠깐만. 이거 뭔가 이상한데?"
"무엇이 말입니까?"
"다른 성검도 그러면 파종 되어야 하는 거 아니냐?"
"......오호. 메어리가 상당히 흥미로워할 문제로군요. 역시 메어리는 주인님 딸이 확실합니다. 이런 곳에서 호기심을 느끼는 걸 보면."
"호기심이 아니라 효율의 문제 아니냐. 이거 잘하면 쟤들 상대로 신성무기를 뽑아낼...."
나는 다른 성검도 가능한지 확인했다. 하지만 아리에스나 사지타리우스는 성검이 아닌 에일라나 미르망같은 성검 사용자가 대상이 되었고, 비르고는 시스템으로 막혔다.
"메어리가 알면 신나하겠군. 성검의 비밀이 또다시 새롭게 풀리다니 말이야."
내가 주인이 되었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마검이 되었기 때문이거나. 그도 아니면 이므신할의 몸을 복사하여 빼앗았기 때문이거나. 이유가 뭐든 나는 이제 마검을 임신시켜 마검을 낳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축하드립니다. 검박이를 뛰어넘어, 이제는 검을 임신시키셨군요."
"거 세상에 12자루 뿐인 성검인데 임신 좀 시킬 수 있지. 성검 정도는 되어야 내 씨를 이어받은 검이 나오지 않겠느냐. 흐흐."
"마검을 낳으려면 당분간 던전에 계셔야 하겠군요. 저는 좋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시길. 후후."
샤이탄의 음흉한 미소와 함께, 나는 두 이므신할의 비교를 끝냈다. 역시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로, 나의 좆침반은 수인 이므신 할레오 쪽으로 기울었다.
"선택을 내릴 시간이군."
이므신할을 릴리의 새로운 육체로 만들어 원탁을 13명 전부 다 채울 것이냐.
아니면 오크 공장으로 만들어 샤를마뉴의 라스 기사단을 새롭게 만들 것이냐.
결과적으로는 이므신할의 자궁이 오크들의 아기방이 된다는 건 똑같지만, 모체가 릴리가 되냐 이므신할이 되냐 하는 건 큰 차이가 있었다.
"역시 이럴 때는 본인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좋겠지?"
"안 그래도 그럴 것 같아서, 본인에게 연락을 넣었습니다."
"그래? 그러면 포장 좀 하자."
잠시 뒤.
"릴리! 이 년은 네 새로운 몸이다! 이므신할은 너의 스페어다!"
마침 라스베가스에서 주민 관리를 맡고 있던 릴리는 내 서프라이즈 선물에 화들짝 놀랐다.
"네? 저보고 다른 인간이랑 합성하라고요?"
"그래! 어떠냐? 흐흐, 네가 나의 자식을 낳을 수 있는 새로운 몸이 되는 것이다!"
"명령은...아니죠? 그, 다른 인간이랑 합성되는 건 조금 그런데."
"뭐...라고…?"
선물이 까였다. 릴리는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눈빛으로 이므신할을 꺼려했다.
"후작가의 피가 제 몸에 흐르면 분명 인생역전을 하는 건 맞지만, 그래도 제 안에 다른 사람이 존재한다는 건 조금 기분이 그래요."
"......."
그건 그렇긴 하다. 내가 만약 환생이 아니라 전생으로, 포르네우스에게 충성을 다하는 돼지 오크 파후우가 나와 같은 몸을 쓰고 있었다면 진작에 때려쳤을 지도 모른다.
"음...마족감수성에 너무 심취해있었나. 미안하다, 릴리.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다니, 내 사과하마."
"왜 저를 합성하려고 하신 거예요?"
"그거야 던전을 관리할 오크 자식들이 필요하니까. 이왕이면 네가 낳을 자식들을 던전 관리직으로 돌리려고 했지."
"어우, 지금있는 아들들만으로도 어깨힘주고 다니는데 이정도로 신경써주시다니.... 몸만 괜찮았어도 랜슬롯 동생 낳는 건데 아쉽네요."
"그래서 새 몸을 만들어주려고 한 건데...씁. 아쉽군."
예전에도 한 번 물어봤지만, 릴리는 인간으로서 지내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주인님, 오크 자식을 늘리는 거라면 그냥 레비즈처럼 사지 자르고 얘를 오크싸개로 만들어버리면 그만 아녜요?"
"역시 인간은 무섭구나! 인간감수성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야."
"샤이탄도 한 수 배워갈 정도입니다, 주인님."
"뭐야, 샤이탄. 갑자기 자기를 왜 이름으로 부르고 그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레비즈 형. 인간과 마족의 경계에 선 나로서는 쉽게 선택을 내리지 못하는 문제였다. 사지를 자르기에는 조금 아까운 이므신할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주인님, 굳이 얘를 저한테 주시는 이유가 뭐예요?"
"그야 우리 군단의 오크 어머니는 너 하나 뿐이니까."
내 말에 릴리는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어딘가 이상해서 고개를 돌리니, 릴리는 소녀처럼 얼굴을 발그레 붉히며 몸을 베베 꼬았다.
"...어머나, 그거 프로포즈 같은 건가요. 후후. 제 위신도 엄청 세워주시고. 프로포즈 선물로 반지가 아니라 자궁을 주시는 건 정말 마족 다우신 선물이네요."
"프로포즈같은 로맨틱한 걸 즐기는 타입은 아니지만, 모처럼 서프라이즈가 통하지 않게 되었으니 유감이군. 릴리, 혹시 바라는 거 있느냐? 다른 거라도 주도록 하지."
회심의 자궁 선물이 통하지 않게 된 이상, 릴리가 실망하지 않도록 새로운 선물이 필요했다. 한참을 생각하던 그녀는 손가락으로 이므신할을 가리켰다.
"저거, 저한테 주세요."
"응? 합성은 싫다고 했지 않느냐."
"아뇨, 아뇨. 노예로 부릴 거예요. 어차피 제 대신 임신할 자궁 아녜요? 그러면 저한테 질싸해주시고, 그거 긁어내서 쟤 안에 넣어도 파종 되죠? 그게 안 되는 건 아닐텐데."
"...안 될 건 없지."
플라우로스 시스템을 이용하면 내가 직접 사정하지 않아도 파종은 가능하다. 릴리의 안에 들어간 나의 씨가 밖으로 흘러나온 뒤, 그걸 다시 촉수 등을 이용해 이므신할에게 집어넣는다고 파종이 불가능해지는 건 아니다.
"왜 갑자기 이므신할을 달라고 그러는 거야?"
"귀족을 노예로 부릴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으니까요. 더군다나 용사였던 사람을...후후. 배덕감이 장난아니네요. 화전촌 사냥꾼이 후작이었던 년을 전용 노예로 삼고."
남들의 위에 서고자 하는 릴리의 상승욕이 후작을 노예로 삼는 것으로 발현되었다. 나는 음흉하게 웃는 릴리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귀에 속삭였다.
"...릴리. 네게 노예로 주도록 하겠지만, 보지 3개는 나의 것임을 잊지 말거라."
"푸흡. 주인님 전용 자궁인데 설마 제가 그런 것까지 시키겠어요?"
릴리는 내 자지를 쓰다듬으며 내 가슴에 입술을 맞췄다.
"알몸에 목줄 퍼레이드 한 번 후작성에 다녀오면, 후작령의 인간들 전부다 깨달을 걸요? 아, 우리는 마왕군에게 패배했구나."
"......릴리야."
나는 릴리의, 인간의 가능성에 찬사를 보냈다.
"가자."
"저, 저두요!"
나는 두 마리의 이므신할에게 목줄을 채워, 후작성의 광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