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4회
151일차
메어리가 성검 비르고의 주인이 되었을 때.
나는 메어리와 함께 성검에 대해 연구를 했다.
성검이 단순히 용사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나는 용사의 의미가 '성검 사용자'라는 의미임을 깨달았고, 성검은 그저 신성력이라는 에너지를 담고 있는 무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검 각자 가지고 있는 고유의 <임무>를 완수하기만 하면, 성검의 힘을 어떤 식으로 사용하든 상관없는 것이다. 거기에 성검의 임무도 딱히 강제성을 지니지는 않으며, 성실하게 수행하는 자도 있는 반면 자신의 힘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성실하게 사용하는 자는 역시 트랄.
자신의 힘만으로 사용하는 자는 이므신할.
그리고 여신의 뜻에 따르며, 자기 나름대로 활용하고 있는 자들이 바로 우리다.
- 마액에 성검을 넣었더니 마기 섞인 마나를 먹어치우더라.
처음에는 성검을 교육한다고 마액 속에 집어넣었던 것이 계기였는데, 우리는 그걸 통해 성검의 실체를 파악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의 정액이 가진 또 하나의 가능성이 섞이게 된다면, 성검조차 이겨낼 수 있다.
물리적인 의미에서, 나는 진실로 성검을 마검으로 타락시킬 수 있는 것이다.
"우효오오옷!!"
전력을 다해 정액을 뿌린다. 사정을 하면서 다음 장소로 헤엄쳐 나의 씨를 뿌린다. 기생충은 원래 숙주의 몸에 알을 까는 것이 기본이며, 나는 알 대신 나의 씨를 마구잡이로 뿌려댔다.
쯔적, 쯔저적.
내가 뿌린 정액은 물속에 퍼진 물감마냥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사정량 강화>, <정력 증강>, <발기 지속>과도 같은 성마법을 풀로 도핑한 나의 정액은 한 발에 맥주조끼 하나는 채울 만큼 쏟아져나왔다.
"흐하하하! 안쪽에서부터 변해가는 걸 보니 너무 짜릿한 걸?!"
용사 이므신할. 그녀가 사용하는 성검 레오는 실시간으로 마기에 오염되고 있다. 거대한 몸이 성검 그 자체인 만큼, 나는 그 속에 직접 나의 정액을 뿌려 신성력이 있는 부분을 '마기'로 바꿔버렸다.
"어떻게 할 테냐! 성검 레오를 포기할테냐, 아니면 나와 치킨 게임을 해볼테냐!"
[크윽, 이 개변태 새끼가...!]
"최고의 칭찬이로군! 개변태의 정력을 한 번 느껴봐라! 내 정력은 무려 170명을 동시에 임신시킬 수 있을만큼 강하다!"
심지어 그 때보다도 더욱 강해졌다. 나는 자지를 좌우로 흔들며, 화단에 물을 주듯 성검 레오의 안에 좆물을 뿌렸다. 나와 성검 레오의 전투는 일종의 땅따먹기가 되었고, 나는 성검 레오의 몸 곳곳을 돌아다니며 몸의 연결을 끊어냈다.
"일단 너는 '레비즈' 형에 처한다!"
[뭐?!]
"사지를 자른다는 말이지!"
뷰릇뷰릇.
나는 사자의 몸이 구성된 팔과 다리를 향해 집중적으로 나의 씨를 뿌렸다. 신성력으로 연결된 부분에 마기가 역병처럼 침투하며 퍼져나갔고, 나는 성검 레오의 다리 근처까지 헤엄쳐 자세를 잡았다.
"크으으윽!"
피부가 불타는 것처럼 뜨겁다. 신성력의 바다에 직접 들어온 이상 피부가 타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내성을 가지고 있는 거지 무효가 아니기에, 실시간으로 도트데미지가 들어오는 것처럼 몸이 따가웠다.
"이까짓 상처 쯤!"
머리가 전부 타버린다고 해도 자지만 건사하면 된다. 불꽃 속에서 섹스도 해보고, 신성력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하프 드래곤과도 해봤다. 나는 그간의 숱한 경험을 통해, 신성력이 나를 죽이기 직전까지 버틸 수 있는 허용범위를 충분히 알고 있었다.
"당하기 전에 먼저 타락시킨다!"
뷰르르릇.
나는 한 번 더 정액을 짜냈다. 자지를 앞뒤로 흔드는 내 손길은 나만의 손길로 끝나지 않고, 내 자지를 거쳐간 모두의 손길이 담겨있었다. 사정과 동시에 내부를 오염시키기 시작한 정액은 다리를 향해 큰 원을 그리듯 퍼져나갔다.
"됐다!"
몸통과 다리 사이에 녹색의 강물이 생겨났다. 나는 허리를 앞으로 튕겨 그 반탄력을 이용해 뒤로 물러났고, 그와 동시에 성검 레오의 몸이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흐하하! 다리 한 쪽을 잃었구나!"
나의 정액은 다리와 몸통 사이의 연결부를 차지했다. 마기는 신성력 사이에 자리를 잡아 다리를 끊어내는데 성공했다.
[이 놈, 이 노오옴!!]
"몸 전체를 내 정액으로 오염시킬 필요는 없지."
탁탁탁. 나는 천천히 자지를 앞뒤로 흔들며 한숨 여유를 가졌다. 끊어진 한쪽 다리는 옆으로 기울어지듯 넘어져 땅에 떨어졌고, 순식간에 빛무리가 되어 사그라들었다.
"몸을 딱 일곱 개로 나뉘어주지. 흐흐."
사지를 떼어내고, 몸통을 가슴과 배로 갈라 떼어낸다. 그리고 가슴과 연결되어있는 목을 잘라내면 정확히 일곱 개로 나뉘게 된다.
[흐흥! 하지만 고작 이 정도로 나를 이길 수는...없어!]
"그래? 그럼 더 뿌려주지."
성검을 마검화시킬 수 있는 건 내 자지에서 나올 정액만 있는 게 아니다.
"내가 뭐하러 등신같이 이걸 다 오염시키고 앉아있냐?"
이미 내 몸에서 나온 정액도, 성검을 오염시킬 수 있다.
퍽.
내가 아직 정액을 싸지르지 않은 곳. 앞다리 한 쪽이 무너져내렸다. 그곳에는 외부에서 퍼진 것처럼 보이는 녹색의 짙은 마기가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그거 아냐? 신성력으로 힐 주문을 쓰면 인간들에게는 체력 회복이지만, 마족에게는 공격기가 된다는 걸. 지금도 마찬가지다."
휘리릭.
마침 내 근처로 둥근 물체가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성검 레오의 몸속에 파고든 점액 덩어리를 집어, 겉을 손톱으로 살짝 짖이겼다.
"마액도 마찬가지. 이건 우리 군단 병사들에게 포션이지만, 너에게는 몸을 좀먹는 극독이지."
콰득!
* * *
끼아아악!!
하늘에서 검은 날개가 펄럭거리기 시작한다. 흑익룡들과는 다른 새의 날개를 펄럭이며 등장한 조인-안드라스들은 높은 곳에서 날개를 펄럭이고 있었다.
"군단이여, 지금부터 우리가 주인님께 받은 은혜를 갚을 때가 되었다."
조인들의 선두에 선 흑발의 여인, 안드라스는 허리띠에 묶어둔 슬라임 껍질을 꺼내들었다. 안에는 하얗고 끈적한 마액이 찰랑거리고 있었고, 안드라스들은 물풍선마냥 늘어진 슬라임 껍질을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주인님 5성 되시고 난 뒤에 버리지 못해서 아까웠던 4성 마액, 여기서 모조리 던져버려!"
휘리릭.
안드라스들은 병균이 퍼지는 것 마냥 전신이 녹색으로 물들어가는 성검 레오를 향해 마액이 담긴 껍질을 집어던졌다. 위에서 짓누르고 있는 성검 아리에스가 닿지 않게, 옆으로 비스듬히 날아들며 슬링샷처럼 집어던진 마액 주머니는 성검 레오의 옆구리를 때렸다.
찰팍!
블랙잭처럼 날아가는 껍질은 성검 레오의 주변에 닿자마자 타들어갔으나, 안에 담긴 내용물은 떨어지는 궤적 그대로 성검 레오의 몸에 닿았다.
푸쉬이이이---
강철같은 외부 장갑에 닿은 마액은 갑주를 부식시키기 시작했다. 운좋게 피부에 닿은 마액은 끈덕지게 달라붙어 성검 레오의 몸을 녹색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외형은 드래곤처럼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나, 거대한 몸 자체가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몸이다.
내부에서는 라스푸틴이 실시간으로 정액을 뿌리고 있다면, 외부에서는 라스푸틴이 이미 체외로 뿌렸던 정액들이 마석에 녹아들어 마액으로 뿌리고 있었다. 원액과 희석액의 차이일 뿐, 성검의 신성력을 타락시킨다는 효과는 똑같았다.
[크아아아! 이, 이 미친 놈들이!!]
성검 레오는 욕지기를 내뱉으며 발버둥을 쳤다. 갈기털을 전부 뽑아내며 안드라스를 요격하려고 했으나, 등 뒤에 올라타있던 성검 아리에스가 뿔로 뒷통수를 좌우로 갈겨버렸다.
[커헉!]
퍽, 퍽퍽퍽.
황금양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뿔을 내리쳤다. 사자는 뒷통수를 얻어맞을 때마다 고개가 아래로 수그러들었다. 황금양의 무게를 이겨내려면 사지가 멀쩡한 상태로 몸을 지탱해야했으나, 그 사지가 하나 둘 떨어져 나가기 시작하자 견디지 못한 것이다.
쿠----웅!!
오른쪽 다리와 왼쪽 다리가 무너져내렸다. 안드라스들이 일격이탈로 마액 주머니를 던지기 무섭게, 이번에는 하르파스와 흑익룡들이 교차하듯 날며 부리를 쩍 벌렸다.
"브레스 발사!"
하르파스의 외침과 함께, 흑익룡들이 우윳빛깔의 브레스를 뿜어냈다. 분명 브레스인데 왠지 모르게 끈적해보이는 브레스는 성검 레오의 몸에 닿자마자 사방으로 튀었고, 브레스를 얻어맞은 곳 전체가 녹색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후후! 용사를 이렇게 손쉽게 이길 수 있다니!"
"야, 하르파스! 넌 왜 안 쏴!"
"아이, 저 년이...."
하르파스는 안드라스의 외침에 뒤집어 쓰고 있던 후드의 부리를 열어젖혔다. 그리고 짜증섞인 눈으로 입을 벌렸다.
"아깝게...!"
하르파스는 입을 살포시 벌리며 손가락을 안으로 밀어넣었다. 안에서 무언가를 꾹 누르나 싶더니, 그녀는 성검 레오의 몸통을 향해 입을 겨눴다.
"푸훼에에엣!!"
하르파스의 입에서 폭포수가 쏟아져나와 성검 레오의 몸을 적셨다. 안드라스들이 던진 마액 주머니나 흑익룡들이 뿜어낸 브레스와 달리, 하르파스가 토해낸 폭포수는 남들보다 훨씬 더 끈적하고 농도가 짙었다.
"으으으...지금까지 모아온 주인님의 씨가...."
한 번 크게 게워낸 하르파스는 입가에 흐르는 끈적한 물을 손으로 닦으며 뒤로 날개를 펼쳤다. 한바탕 마액을 뿌려댄 조인들은 다시 마액의 보급을 위해 협곡쪽으로 날아들었다.
"아항, 항, 자, 잠시만요, 흐흣."
혼자서 인간들과 1:2~5를 벌이고 있던 그린엘프들이 협곡 방면을 향해 엎드렸다. 미리 준비해 둔 상자에서 마액을 바른 화살을 꺼내든 그린엘프들은 인간들에게 박히면서 성검 레오를 조준했다.
"자, 잠시만요! 제, 제가 쏴야하는 거지 당신이 쏴야하는 게, 흐으읏?!"
그린엘프들은 성욕에 눈이 돌아간 병사들의 방해공작에도 화살을 쏘는데 성공했다. 마액이 발린 철촉은 허공을 가로질러 정확히 성검 레오의 엉덩이를 저격했다.
[키아아악!!]
엉덩이가 손바닥에 얻어맞은 것처럼 녹색으로 물들기 시작하자, 성검 레오는 꼬리를 마구잡이로 흔들기 시작했다. 두 다리로 지탱하고 있던 몸도 이제는 무너져내렸고, 성검 레오가 버틸 수 있을만한 방법은 많지 않았다.
퍽, 퍽퍽퍽!
사자의 꼬리가 위에서 짓누르는 황금양의 엉덩이를 채찍처럼 후려쳤다. 황금양은 꼬리채찍을 맞을 때마다 경련하며 몸을 떨었지만, 자신도 은빛사자의 뒷덜미를 뿔과 턱으로 찌르며 괴롭혔다.
꾸르르륵.
성검 레오의 몸이 절반 이상 녹색으로 물들어버렸다. 굴러다니는 골렘들을 상대하느랴 여념이 없던 토벌대 병사들은 짙게 변해가는 성검 레오를 보며 입술이 바싹 말랐다.
"저, 저거...!"
절반 이상. 마치 전황의 승패를 점치듯, 성검 레오의 오염이 절반을 넘어가는 것에 토벌대는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토벌대의 대장인 이므신할은 성검 레오로서 끝까지 저항하고 있으나, 지휘를 내려줄만한 이들은 모조리 협곡 위에 올라 그린엘프를 상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거...지는 거 아니야...?"
병사들이 하나 둘 패배를 점치고 있던 순간.
[아, 아흑...!]
들려서는 안 될, 신음소리가 조금씩 성검 레오에게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 *
성검에는 정령이 있다.
성검 비르고가 내게 그 모습을 드러내 펠라로 충성을 바친 것처럼, 모든 성검에는 성검이 성검으로서 기능을 하기 위한 AI같은 것이 담겨있다.
성검 레오도 마찬가지.
이런 거대한 몸의 사자를 진짜 사자처럼 움직이는데 이므신할이 쉽게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다. 분명 성검의 보조가 필요할 것이며, 이 거대한 몸을 움직이는 '코어'가 어딘가에 있을 게 틀림없었다.
'자궁은 아니야.'
일단 냅다 자궁부터 훑고갔지만 자궁은 아니었다. 신성력의 바다 속에서 죽어라 헤엄을 치며 사지를 잘라내며 살폈지만 좀처럼 핵이라고 부를만한 건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좆되겠는데.'
프로 잠수부가 아무리 뛰어난 장비를 가지고 잠수한다고 한들, 산소통의 산소가 고갈되면 심해의 물고기밥이 될 수 있다. 내 몸도 이제 슬슬 한계를 외치고 있었고, 나 또한 내가 뿌려댄 녹색의 물길을 피해다니며 찾느라 시간이 부족했다.
'어디에 있을까.'
순간, 내 앞에 거대한 금빛의 뿔이 위에서부터 파고들었다. 성검 레오의 목을 찌르고 들어온 크고 우람한 금빛 뿔에서 새어나오는 별빛과 분홍빛의 기류는 나를 향해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우오오오!"
나는 앞으로 힘차게 헤엄쳤다. 입을 꾹 닫고, 녹색의 물결까지 뚫고 헤엄치며 전력으로 헤엄쳤다. 전신의 감각이 마비될 정도로 힘겨웠지만, 좆따라 가는대로 흘러간 끝에 나는 발견하고 말았다.
"안녕?
"히이익!"
심장.
너무 고전적이라 처음부터 배재했던 위치에, '그녀'가 있었다.
"사자자리라고 사자귀에 꼬리를 달고 있다니, 그거 너무 고전적인 거 아니냐?"
[그, 그만둬어어어!]
이므신할의 비명이 울려퍼진다. 이므신할과는 다른 또다른 존재를 눈앞에 두고, 나는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마검으로 타락시키려면, 당연히 검을 타락시켜야 하지 않겠냐! 승부다, 성검 레오!"
나는 "레오"를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