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2회
151일차
혼자서는 세상을 구할 수 없다.
혼자서는 전황을 뒤집을 수 없다.
인간은 사회적 생물이며, 무리생활을 하기에 혹독한 자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모두, 나를 위해 길을 열어다오."
나는 나의 안에 있는 모든 힘을 갈무리했다. 내 눈짓만으로 내가 하려는 행동을 깨달은 이들이 하나 둘 표정이 굳었지만, 나는 내가 생각한 작전에 한 치의 오류도 없었다.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나만이 할 수 있다.
하이엘프 공주도, 성검의 용사도, 엘프 여왕도, 그 어떤 마족도 불가능한 행위를 나만이 할 수 있다.
"나에게 힘을 다오!"
나는 나의 부하들에게서 기운을 조금씩 받았다. 골렘들이 만든 임시 가림막 속에서 키스를 하고, 젖을 빨고, 밀액을 핥아 내 몸에 그들의 기운을 축적했다.
"주인님, 에일라가!"
"걱정마라! 금방 다 빨고 끝낼테니!"
성검 아리에스를 든 에일라는 혼자서 성검 레오를 상대하고 있었다. 30m 거대 은빛사자를 상대로 혼자서 황금빛 검을 휘두르는 여기사는 비등하게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에일라는 나나 루나같은 전사라기보다는 지휘관에 어울리는 여자다. 직접 싸우는 것보다 부하를 통솔하고 이끄는 것에 더 재능이 있으며, 성검 레오를 혼자서 이겨내지는 못한다.
시간벌이. 에일라가 시간을 버는 사이, 나는 나의 여인들을 상대로 기를 받아 나의 뱃속에 집어넣었다.
"음...! 이 정도면 됐다."
열 명이 넘는 이들의 정기가 내 몸에 깃들었다. 마나가 깃들어있는 경우도 있고, 신성력이 담겨있는 경우도 있고, 그냥 분위기상 젖을 빨아본 경우도 있지만, 그들의 힘이 내 몸에 하나가 되어 섞였다.
'한 방 승리를 위해 기운 받았다고 생각하는 거지.'
이들의 밀액을 받았다고 몸에 큰 변화가 실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약간의 기술만 활용하면, 나의 부하들의 몸을 통해 얻어낸 것을 나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
"리버스 라스푸틴."
약간의 성행위를 통해 발기한 라스푸틴이 가라앉는다. 자지에 몰려있던 피가 다시 전신으로 돌기 시작하며, 전신에 문신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광폭화."
라스푸틴으로 몰려든 정력이 몸의 활력으로 변환되기 시작했다. 심장이 쿵쾅쿵쾅 울리기 시작하고, 눈이 점점 붉어지고, 전신의 근육에 피가 펌핑되기 시작했다.
"군단에 명한다. 나는 달릴 것이다. 저 사자의 뱃속을 향해."
우와아아아!!
임신광선의 포격이 멎었다. 협곡 위의 그린엘프들의 구멍이 전부 차버렸다. 결국 선착순 프리섹스의 줄에서 짤리고 만 토벌대의 병사들은 그 사이에 제정신을 차리고 성검 레오의 앞을 틀어막았다.
'남이 싸지른 곳에 넣으라고 하면 당연히 정신이 퍼뜩 들지.'
아무리 꼴리는 야동이라도 보지에서 정액이 흘러내리는 건 클라이막스에서 봐야 흥분하는 법이지, 이미 정액에 절여진 여자의 모습을 보면 섰던 자지도 때로는 가라앉을 때가 있다.
하물며 시작과 동시에 남이 싸지른 걸 보고 거기다가 박으라고 하면 내키지 않기 마련. 따라서 인간들은 공짜로 다리를 벌려주는 이들을 찾는 게 아니라, 강제로 힘으로 때려눕혀서 겁간할 대상을 찾기 시작했다.
"흐흐, 저 타락 용사...새끈한데...."
"어차피 오크자지에 가버리는 걸레 여왕, 내가 따먹어도 되는 거 아니냐?"
"저 오크, 붙잡아서 성노예로 팔아버리면 되겠어. 귀부인들이 좋아하시겠군. 크흐흐."
"건방진 새끼들."
애초에 오크 고환을 자르고 엘프를 성노예로 만들려고 토벌대에 참가한 이들이기는 하지만, 말하는 뽄새가 시건방지기 짝이 없다. 에일라와 메어리까지 합류해 우리 군단이 서서히 승기를 잡고 있음에도, 저들은 성검 레오라는 존재의 힘을 과신하며 우리를 범할 생각에 빠져있었다.
"라스를 깨우친 자들에 대해서 나는 관대하다. 하지만 나의 것을 탐하려는 자들은 가만두지 않지. 륜, 저들을 어찌해야하겠느냐?"
"감히 주인님 전용 보지에 자지를 꽂을 생각조차 못하게, 대가리에 화살을 꽂아줘야해요!"
"정답이다. 너희들에게 그걸 맡기도록 하마."
내가 상대할 자는 토벌대의 정신적 지주, 성검 레오. 마침 시간벌이를 위해 뛰쳐나간 에일라가 백덤블링을 하며 내 옆에 섰다.
"에일라, 네게 지휘를 맡긴다. 성검 레오를 향해 달려가는 길을 열어다오. 내가 놈과 1:1로 싸우겠다."
"주인님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츕. 땀에 젖은 에일라는 망설임없이 나의 가슴에 입술을 맞췄다. 입술과 자지에는 몇 번이고 키스를 받았지만, 심장이 있는 곳에 키스를 받는 건 또 처음이었다.
"버프가 과한데."
"주인님께 받은 힘과 사랑을 나눠드린 것 뿐입니다."
"크, 역시 내 동정을 가져간 여자. 돌아오고 나면 침대로 가자. 처녀 바로 가져가주마."
나는 에일라에게 지휘권을 모두 양보했다. 다른 부하들도 에일라의 손짓에 맞춰 전열을 가다듬었다. 다들 에일라의 전투 실력은 못미더워할 지 언정, 대군을 통솔하는 지휘능력만큼은 나 다음으로 확실하게 믿고 있었다.
"간다! 나를 위해 길을 열어라, 군단이여!"
"""라스토피아를 위하여!!"""
나는 앞으로 달렸다. 몸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기 위해 양날도끼조차 골렘에게 건네주고, 맨몸으로 앞으로 달려나갔다.
[저 오크! 오크를 죽여! 저 놈만 죽이면 모든게 끝난다!!]
성검 레오는 나를 향해 포효하며 토벌대의 사기를 가다듬었다. 용맹한 사자의 기상을 얻은 토벌대들은 우렁찬 함성과 함께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저 놈만 죽이면!"
"엘프가 내 것!"
"그 엘프가 너부터 죽일 것이다!"
피융. 여느때처럼 내 귓불을 스친 바람화살이 전방에서 달려드는 토벌대의 정수리를 꿰뚫었다. 나는 허공에 피를 뿌리며 뒤로 넘어가는 놈의 갑옷을 발로 밟고 높이 뛰어올랐다. 내가 떨어지려는 곳에는 나를 향해 활을 겨눈 궁수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쏴---!!"
궁수들은 활시위를 당겼다. 륜의 바람화살이 일부 궁수들을 저격했으나, 워낙 수가 많았다.
구어어어어!!
내가 떨어지려던 순간, 뒤에서 키메라 스톤골렘 하나가 나를 덮치듯 나를 붙잡았다. 내가 달려온 길을 그대로 따라온 스톤골렘은 나를 품에 안아들고 몸을 한 바퀴 굴렀다.
우지직!
아래에서 무언가 으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스톤골렘의 몸도 겉면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를 바라보는 까마귀 눈동자에는 확신이 있었다.
승리.
"끼요오오옷!!"
키메라 스톤골렘은 몸을 한 바퀴 돌며 나를 힘차게 앞으로 내던졌다. 나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고, 스톤골렘은 인간들의 틈바구니에 대자로 누워버렸다.
"잡아라, 하르파스!!"
"으아아아!"
하늘에서 급강하한 하르파스는 내 팔을 붙잡았다. 반대편에서 흑익룡 두 마리가 내 팔을 잡아들었다.
"라스 만세!"
"히이익!"
Y자로 하늘에 들어올려진 나는 조인 세 명의 도움을 받아 잠시 허공에 체공했다. 덕분에 내가 날아갔을 예정이었던 경로에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아오른 걸 무사히 피할 수 있었다. 근처에 있던 마법사의 요격은 무위로 돌아갔고, 조인 셋은 내 팔을 잡고 몸을 흔들었다.
"하나, 둘!"
"세에엑!"
"쓰!"
셋은 힘겹게 나를 앞으로 내던졌다. 나는 다시금 앞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방패 들어! 안 들면 좆으로 찌른다!"
"우, 우와악!"
내가 떨어지려는 위치에 있던 방패병은 괴성을 지르며 방패를 들어올렸다. 나는 놈을 향해 두 다리를 뻗었다.
"잘했다!"
콰드득! 내 전신의 무게를 실은 플라잉 드롭킥이 방패에 꽂혔다. 철판은 우그러지고, 병사는 방패와 함께 뒤로 넘어가 나자빠졌다.
"착지!"
나는 도마위의 체조선수처럼 멋지게 인간을 밟고 떨어졌다. 내가 밟은 방패병은 얼굴 전체가 입에서 토해낸 피로 적셔질 정도로 대량의 피를 토해냈다. 내가 하늘에서 떨어지며 방패째로 밟은 바람에, 몸 안이 진탕이 된 게 분명했다.
"그러게 누가 남의 여자한테 좆 세우랬나."
"이, 더러운 마족 새끼가!"
방패병 주변에 있던 토벌대들이 나를 향해 검과 창을 겨누며 찌르려했다. 나는 착지의 여파로 어질어질한 머리를 붙잡고 손가락을 튕겼다.
"메어리!!"
"밤의 꽃이여, 나의 주인을 보호하라!"
철컹, 철컹. 메어리의 카랑카랑한 외침과 함께, 내 주변에 수많은 분홍빛 꽃잎들이 피어올랐다. 무언가를 연상케하는 작은 꽃잎들은 손바닥만한 크기로 피어올라 검과 창의 경로를 틀어막았다.
카앙, 카앙!
"크윽?!"
인간들은 성기방패를 뚫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메어리의 계산이 틀렸다면 검이나 창이 나를 찌르러 들어왔을테지만, 나는 메어리를 믿었다. 메어리와 나의 부하들을 믿었다.
"별빛이여!"
마른 하늘에 유성우처럼 떨어진 별빛이 내 주변 일대를 휩쓸었다. 나는 성기방패 아래에 몸을 숨겼고, 나를 중심으로 반경 수 십 미터 일대가 빛의 폭격으로 쑥대밭이 되었다.
"주인님을 위하여!"
페가수스를 몰고 달려온 미르망은 내게 한쪽 손을 뻗었다. 나는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미르망의 뒤에 올라타는데 성공했고, 미르망이 쥔 고삐를 뒤에서 잡아 천마를 조종했다.
"어, 엉덩이 핸들은 안 잡으시나요?"
"장난칠 때가 아니다!"
"네, 네!!"
캬오오오!
슬슬 가까이 다가오는 것에 위협을 느낀 성검 레오는 포효와 함께 갈기털을 쭈뼛 세웠다. 고슴도치처러 펼쳐진 갈기털이 가시처럼 우리를 겨누고 있었다.
"설마?!"
[크아아아!!]
성검 레오의 갈기털이 호밍레이저처럼 뿜어져나왔다. 하나하나가 길이 2m는 훌쩍 넘어보이는 가시는 우리를 찌르려는 화살이 되어 미사일처럼 날아들었다.
"젠장, 어쩐지 암사자가 갈기가 있더라니! 메어리!"
"보-빔 발사!!"
내 주변을 맴돌던 성기방패가 일제히 보-빔을 뿜어냈다. 대량의 가시창이 보-빔에 휩쓸려 바스라들었지만, 가시창은 장애물을 피하는 물고기처럼 유선형으로 맴돌아 성기방패를 찔렀다.
끼아아악!!
마치 중요 부위에 바늘이 찔리는 것 같은 비명과 함께 가시창과 성기방패는 서로 폭발했다. 인간의 칼과 창은 막을 수 있었어도, 같은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가시창은 완전히 막아낼 수 없었다.
"크윽...!"
앞으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면 닿을 수 있다. 하지만 암사자가 자신의 민둥산을 전부 드러낼 기세로 뽑아내는 가시창은 장대비처럼 우리를 찌르러들었다.
"...! 주인님, 그대로 계셔요!"
미르망은 페가수스의 위에서 일어나더니, 갑자기 내 뒤로 타고 넘어가 나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나를 페가수스의 위에서 엎드리게 만들며, 가슴으로 나를 짓눌렀다.
그리고 우리가 날아오던 방향에서 거대한 은빛의 포격이 날아와 우리 주변을 덮쳤다.
"루나포...!"
페가수스의 꼬리 너머, 점멸하는 성흔을 부여잡으며 륜의 곁으로 쓰러지는 루나가 보였다. 루나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순수한 성흔의 힘을 내뿜었고, 우리를 덮치려던 가시창을 모두 깨부숴버렸다. 성흔포에 노출된 내 피부는 아주 조금 따가웠지만, 미르망이 온몸으로 나를 막아주느라 직격은 피할 수 있었다.
"...! 마망, 너 몸이...!"
"아, 아하하...."
루나포를 뒤에서 맞은 미르망의 뒤는 훤하게 드러나있었다. 검은 타이즈가 전부 찢어지는 바람에 미르망은 속살이 그대로 노출되었고, 그녀는 내 등을 가슴으로 떠밀었다.
"꼭 이기고 돌아와요, 우리 아이를 위해서라도...."
"마망!!"
미르망은 뒤로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르파스가 간신히 그녀를 붙잡았지만, 이미 그녀의 뒷태는 여실히 인간들에게 구경거리가 되었다.
"크으윽!"
나는 천마, 사지타리우스의 목을 손바닥으로 두드려 질주를 재촉했다. 이제 성검 레오까지 조금만 날아가면-떨어지면 된다.
"용사 폭격기, 라스푸틴 투하--!!"
[풋!]
성검 레오는 나를 비웃듯 몸을 움츠렸다. 그게 마치 도약하기 직전인 고양이의 자세이길래,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마?!"
[네 여자들, 싹다 먹어치워주지!]
성검 레오는 나를 노리는 척 하며, 나의 가장 소중한 것을 노리려고 했다. 나는 페가수스를 재촉했지만, 주인과 점점 떨어지는 페가수스의 몸은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 지긋지긋한 싸움도 이제 끝이야!]
[그래, 주인님의 승리로.]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지상을 뒤덮는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나도, 페가수스도, 성검 레오도, 전장의 모두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와."
그곳에는 찬란한 황금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악마가 있었다. 아니, 악마라고 생각한 건 전적으로 내 현대적 지식으로 보이는 색안경이었다.
"황금양...!"
예로부터 악마의 뿔은 양의 뿔이라고 하던가. 누구보다도 거대한 뿔을 가진 황금의 양은, 성검 레오만큼 거대한 몸집으로 하늘에서 나타났다.
[그런 거, 너만 할 줄 알았니?]
쿠----웅!!
아리에스-에일라는 조롱과 함께 성검 레오의 몸을 위에서 짓눌렀다. 초식동물인 금빛의 양이 육식동물인 은빛 사자를 위에서 찍어누르는 것에, 나는 그만 넋이 나가버렸다.
"......내가 존나 잘 가르쳤네!"
그 모습은 마치 수컷이 암컷과의 교미를 위해 뒤에 타고 있는 모습이었다. 내가 에일라에게 뒷치기로 박았던 모습 그대로, 에일라는 이므신할을 위에서 찍어눌렀다.
"그대로 누르고 있어라!"
페가수스가 소멸하기 직전, 나는 에일라의 금빛뿔을 향해 몸을 날렸다.
"간다아아아아!"
나는 뿔을 타고 미끄러지듯 떨어져, 성검 레오의 몸을 향해 점프했다.
"두, 다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