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8회
151일차
<그 시각, 마르코시아스 던전>.
던전 주인에게는 시스템의 권능에 따른 아주 특별한 권능이 있다.
[시야공유].
성능은 간단하다. 부하의 시야를 자신이 보는 것처럼 볼 수 있다.
던전에 소속된 부하를 대상으로 가능한 권능은 던전 안에서는 완벽하게 발동되며, 쟁탈전을 통해 포털을 연 상대 던전에서도 가능하다. 때문에 많은 던전 주인들은 다들 기본적으로 활용하는 테크닉이며, 마르코시아스도 유일하게 남은 부하의 시야를 공유하고 있었다.
"아아, 아아악!!"
마르코시아스는 한쪽 눈앞에 떠오른 시야에 던전 안에서 난리를 펼쳤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미처 날뛰는 동안, 그녀의 한쪽 눈에는 위아래로 출렁거리는 여인의 몸이 있었다.
"네토르! 아아, 네토르!!"
마르코시아스는 자신이 사랑하는 부하가 인간 여인들에게 강제로 범해지는 것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적들은 네토르를 능욕하기 위해 일부러 인간 여인을 불러 강제로 간음하게 했다.
[크, 크허억.... 죽...여줘....]
[꺄하항, 죽여주고 있잖아. 복상사 몰라?]
[죽는다고 말은 하지만 자지는 빨딱 살아있는 걸?]
네토르의 위에 기승위로 올라탄 이를 제외하고도 서큐버스, 그린엘프, 안드라스, 심지어 드라이어드까지 옆에 붙어 네토르를 희롱했다. 남자 마인 한 명을 상대로 무려 다섯 종족의 여인들이 범하고 있는 것에 마르코시아스는 치가 떨렸다.
"내가, 내가 키운 부하를...!"
비록 숱한 죽음으로 레벨이 많이 깎였다고는 하지만, 70레벨에 2성 마인이 어디 굴러다니는 게 아니다. 그런 마인이 여체에 깔려 괴로워하고 있다. 엘프와 하는 것도 껄끄럽기 그지 없는데, 인간이 마족을 범하고 있다.
"이...개...!"
"개 뭐?"
서걱.
철문이 사선으로 갈라졌다. 마르코시아스는 무너진 철문 너머로 들어오는 성검의 용사에 손발이 부르르 떨렸다. 죽음의 공포와 함께, 자신의 사랑하는 부하를 인간박이로 만들어버린 것에 대한 분노였다.
"야!"
"초면인데 야라니, 말이 심하네."
"용사 주제에 지금 뭐하는 거야!! 왜 마족의 편을 들고 있냐고!!"
"용사이기전에 아빠 딸이거든. 우리 아빠가 나 용사로 만들어줬다, 왜?"
성검 비르고의 용사, 메어리는 검을 들어올렸다. 마르코시아스가 옥좌에서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그녀의 몸을 구속하는 작은 성기방패들이 꽃잎처럼 마르코시아스의 주변에 피어올랐다.
"체크메이트. 이제 좀 떠들 수 있겠네."
"으...."
마르코시아스는 몰래 준비하려던 살상마법을 사용도 못하고 제압당했다. 주변에 꽃잎처럼 두둥실 떠오른 분홍빛의 결정들은 화염마차보다 더 살상력이 짙은, 마족을 상대로 하는 최강의 무기였다.
"아빠는 적을 상대로 그냥 숨통을 끊으라고 하지만 말이야, 이럴 때는 또 즐겨주는 게 승자의 권리가 아니겠어?"
"뭘 즐기겠다는 거야!!"
"우리가 어떻게 이겼는 지, 왜 너희가 패배했는지."
메어리는 성검의 끝으로 마르코시아스의 턱을 들어올렸다.
"마족들을 상대로 가장 강력한 힘을 사용하는 우리 군단에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후후."
"지금 자랑하려고 나를 조롱하는 거지!"
"당연하지. 안 그러면 일부러 이렇게 제압한 이유가 없잖아? 이런 거 안 하려고 했으면 죽였지."
마르코시아스는 성검에 목을 당장이라도 찌르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 여기서 죽으면 자신의 부하는 소멸하고 만다. 자신을 위해 인간박이의 오욕을 뒤집어쓰고 있는 부하를 위해서라도, 마르코시아스는 죽을 수 없었다.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글쎄. 너희 던전 노하우도 다 얻었고, 이제 빨아먹을 것도 다 빨아먹어서 가치가 없는 걸."
"그럼 지금 왜...!"
"놀리는 게 이유가 필요해? 패배자주제에. 2성 마물의 최대 레벨을 올려서 마석을 이용해 무한으로 되살리는 건 좋은 참고가 됐어. 나중에 내가 던전을 운영할 때 이용하도록 할게."
"용사가...던전을...?"
비릿하게 입꼬리를 비트는 메어리의 모습에 마르코시아스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눈앞의 용사는 단순히 성검의 용사가 아니라, 성검의 힘을 손에 넣은 던전의 하수인이라는 것을.
"이건 사기야...."
"뭐가 사기야. 성검 때문에 그래? 우리 엄마가 이거 얻느라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지 알아?"
"엄마?"
"슬라임이셔. 지금은 슬라브돌이라는 새로운 종족이 되었지."
"허."
던전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슬라임과 함께 낳은 딸이 성검의 용사가 되다니. 마르코시아스는 부하의 눈앞에 닳고 닳은 것 같은데 여전히 색은 분홍색인 음부에 허탈해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
"죽일테면 죽여."
"그냥은 안 죽이지. 너도 좋아 죽게 만들 거거든. 약육강식아니야? 우리 아빠가 너보다 더 강하니까, 우리 아빠가 너를 직접 범해도 순순히 받아들여야지. 후후, 나도 참 효녀라니까."
"젠장...!"
압도적으로 패배한 것도 서러운데 범해지는 것까지 예정되어있다. 마르코시아스는 자신을 아버지라는 작자에게 벗겨서 바치려고 하는 용사가 있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이따위 모욕을 받고 죽을 바에는, 차라리 성검에 죽겠어!"
"어딜."
푸-욱. 마르코시아스가 성검에 자신의 목을 찌르려하자, 메어리는 성검을 비틀어 마르코시아스의 하복부를 찔렀다. 신성력가득한 레이피어가 배를 찌르고 들어가자 마르코시아스는 눈을 까뒤집으며 몸을 떨었다.
"쾌감치환. 내가 성마법도 배워서 말이야. 신성력에 타들어가는 고통이 쾌감으로 바뀌는 건 어떤 기분이야?"
"아흑, 호그극, 으허어...!"
마르코시아스는 뇌까지 하얗게 태워버리는 듯한 쾌감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분명 검에 찔렸는데, 다른 것도 아닌 성검에 찔렸는데 몸은 발정이 나서 쾌락을 외치고 있었다.
"죽...여...줘...."
마르코시아스는 침을 흘리며, 간신히 남은 의지를 짜내어 애원했다. 메어리는 안쓰러운 얼굴로 성검을 빼냈다.
"사실은 말이야, 지금 당장 안 죽일 거야. 우리는 지금 다른 용사가 영주인 왕국군을 상대하고 있거든? 너랑 상대할 짬이 없어. 사실 포털 열리고 방향 바뀐 당일에도 내가 나섰으면 바로 정리 가능했거든?"
"뭐...?"
"그런데 왜 너를 지금까지 살려둔 걸까? 그건 두 가지 이유가 있어서 그래. 하나는 네가 아빠가 먹을 간식거리라서 그런 거고...."
사락.
메어리의 신성한 손길이, 마르코시아스의 허벅지 사이로 파고들었다.
"네가 던전의 주인이라서 그래. 네가 살아있어야 우리 던전에 다른 놈팽이가 쟁탈전을 걸지 않을 거 아니겠어?"
"흐아아악!!"
마르코시아스는 쾌락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 메어리는 손가락을 튕겨 자신의 뒤를 따라온 그린엘프 둘에게 지시를 내렸다.
"얘, 잘 씻겨서 묶어주세요. 어디 자살하지 못하도록 잘 감시하고, 스타킹도 입혀두고."
"스타킹?"
"네. 나중에 아빠가 이기고 돌아왔을 때...."
메어리는 음흉하게 웃으며 자신의 손에 묻은 마르코시아스의 흔적을 신성력으로 소멸시켰다.
"잘 다녀오셨다고 간식 드리게요."
* * *
인간은 이기적인 생물이다.
대의와 충의에 목숨을 걸 수 있는 사람은 열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한 정도이며, 대부분의 인간은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기 마련이다.
토벌대의 병사들도 마찬가지다. 5천명 토벌대 중 정말 마왕군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제타격을 해야한다는 의도에서 토벌대에 자원한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오크와 엘프를 어떻게 좀 해보려고 수작을 부리는 자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자기 목숨이 달린 순간, 자신이 어쩔 수 없이 선택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면 자기 위주로 생각하게 되기 마련이다.
"인간들이여! 섹스! 하고 싶지 않느냐?!"
퍽퍽퍽퍽.
나는 루나를 통해 임신광선을 뿌리며 인간들에게 외쳤다. 내 자지가 루나의 안을 찌를 때마다 성흔은 빛을 뿜어냈고, 성검 레오의 신성방패에 부딪혀 사방으로 흩날렸다. 그 누구도 나와 루나의 사랑에 끼어둘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으하하! 우리의 사랑에 눈이 멀었구나!"
우리를 방해하기에는 우리가 뿌리는 섞인 신성력의 빛이 너무나도 강대했다. 하늘에 떠오른 태양을 눈으로 바라볼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사랑이 너무나도 빛나서 감히 쳐다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엘프랑 하고 싶냐?! 나는 하고 있다! 매일 아침 엘프의 펠라를 받으며 일어나지! 내가 엘프랑 해봐서 아는데, 개쩐다! 그런 너희들을 위해 내가 특별한 선물을 주마!"
짝! 나는 루나를 살짝 들어올렸다가 엉덩이를 찰싹 소리나게 붙잡았다. 루나가 뿌리는 임신광선의 빛이 순간 강렬해졌고, 그에 호응하듯 협곡 방면에서 폭죽같은 불꽃이 터져나왔다.
"엘프가 저기 있는데, 왜 하지 못하는 것이야!"
"""라스!!"""
협곡 방면에서 거대한 함성이 울려퍼졌다. 임신광선에 맞아 성욕이 끓어넘치기 시작하는 인간들은 협곡에서 살랑살랑 풍겨오는 음란한 암캐의 냄새에 눈이 돌아갔다.
"저, 저건...?!"
"엘프가...창녀 짓을?!"
그곳에는 그린엘프들이 코트형 전투복의 단추를 열고 좌우로 벌리고 있었다. 단정한 제복 아래, 그들은 고작 브라와 팬티만 입고있었고, 협곡 위에서 인간들을 조롱하고 유혹하듯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드워프제 철창을 바닥에 꽂아, 창대에 다리를 걸어 빙글빙글 도는 봉춤에 인간들은 넋이 나갔다.
최소 E컵의 비키니 그린엘프의 봉춤. 이미 성욕이 들끓기 시작한 인간들이 어그로가 끌리지 않을 수가 없다. 손가락 키스를 날리고, 봉을 양손으로 잡고 다리를 V자로 벌리고, 땅에 발을 디디고 가슴 사이에 봉을 끼우는 그린엘프들은 명백히 인간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엘프들을 상대로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어째서 저들이 저런 창부만도 못한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으하하! 모조리 내가 세뇌했노라!"
스트립쇼.
내가 샤이탄의 꿈을 통해 현실의 문화를 전파한 건 딥 페이크같은 적 뿐만이 아니다. 이럴 때를 대비하여 나는 그린엘프, 그러니까 인간에서 요정으로 다시 태어난 이들에게 현대의 성문화를 전파했다.
"이 엘프들에게는 저런 철봉이 필요한 게 아니다! 뜨겁고 단단한 육봉이 필요하지!"
이미 아발론의 요정 시절일 때부터 음란하기 짝이 없던 이들이다. 루나처럼 얼굴에 아이마스크를 쓴 채, 음탕한 탕녀처럼 행동한다고 해도 그 누구 하나 뭐라 할 수 없었다.
"가라, 인간들이여! 본능대로 움직여라! 가서 인류의 출산율에 기여해! 내가 세뇌하여 음란한 암캐가 된 엘프들에게 박아라!"
실상은 전혀 다르지만, 아무튼 나에 의해 세뇌되어 음탕한 짓을 벌이고 있는 이들이다. 우리 군단의 여인들은 '나에 의해 세뇌된'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더 몸을 거칠게 흔들기 시작했다.
"인간들이여! 하고 싶지?! 원한다면 협곡을 올라라! 저곳에 너희들이 바라는 이상향이 있노라!"
"으, 으아아!!"
인간들은 괴로워하며 땅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임신광선에 맞은 놈들은 하나같이 색수병에 걸린 자들처럼 눈이 돌아갔지만, 아직 이성은 남아있었다.
"안 돼...! 다시 또 그런 쓰레기가 될 수는 없어...!"
"아무리 엘프라도, 마왕군에게 박을 수는 없어...!!"
단순히 성적 욕구만 일으켜 경우에 따라서는 강간마로 만들어버리는 색수병과는 달리, 임신광선은 나와 루나가 만들어낸 사랑의 결정체다. 그걸 맞은 이상, 이들은 단지 욕망에 눈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성적으로 그저 흥분하게 될 뿐이었다.
즉, 저들에게는 아직 이성의 끈이 남아있다.
"무기를 내려놓고 달려라! 엘프의 품에 안겨라!"
사실상의 항복권고. 인간들은 하나 둘 협곡과 토벌대 본대의 방향에서 갈등하기 시작했고, 나는 더욱 거칠게 루나의 자궁구를 두드렸다. 내가 루나와 사랑을 나누면 나눌수록, 임신광선에 피격되는 이들의 수는 하나둘 늘어만갔다.
[이...썩을...!]
성검의 용사가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엘프 여왕과 군단장의 힘을 동시에 이겨낼 수는 없다. 이미 하프드래곤조차 힘을 합쳐 쓰러뜨린 우리다.
"우하하! 방패를 내려라! 너도 성욕의 폭풍에 빠지는 것이다! 너의 실체를 보여라, 이므신할 레오!!"
[닥쳐!]
성검의 용사가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본능에는 이길 수 없다. 이므신할이 방패를 거두지 못하고 임신광선을 막기에 급급한 이유는 단 하나, 직격으로 맞는 순간 자신이 발정난 암사자가 될 거라고 직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네 실체를 알고있다! 겉으로는 쿨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오크 다섯에게 돌림빵 당하는 걸 바라는 음탕한 암캐라는 것을!"
[아니야!]
"아닐 리가 있나! 너 뿐만이 아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인간들이 사실은 다 개씹변태들 밖에 없지! 성욕에 눈이 멀어 이성을 찾아 마음대로 범하려고 한 쓰레기들! 우리가 너희의 실체를 밝히도록 하겠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장 전체에 포효를 내질렀다.
"너희 중 발기하지 않은 자만이, 나에게 돌을 던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