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마지막 보루였던 교회에 색수병 환자들이 들이닥쳤다.561회
143일차
뷰릇, 뷰르릇.
노인은 피골이 상접해 미라처럼 비쩍 말라있었다. 온 몸의 피가 밖으로 빠져나간 것처럼 보였고, 그의 옆에 앉아있는 여인-엘렉트라는 노인이 유일하게 생기가 넘치는 곳을 쓰다듬으며 인자하게 웃었다.
"어머, 아버님. 아직도 왕성하시네요. 그만큼 보지로 빼드렸는데, 그렇게 또 사정하고 싶으세요?"
"으어, 이, 이 녀어언...."
고트다이할은 비쩍 마른 손으로 엘렉트라의 손목을 붙잡았다. 엘렉트라는 고트다이할을 비웃듯,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게 하며 나지막하게 웃었다.
"어머, 가족을 그렇게 음란한 눈빛으로 쳐다보시다니. 아버님이 그러니까 이므시할 님께서 아버님을 찾으러 오지 않았던 거예요."
"다, 닥쳐라...!"
"뭐래, 개새끼가."
콰득. 엘렉트라는 자지를 손으로 휘감아 비틀었다. 고트다이할의 눈은 뒤로 넘어가듯 뒤집혔고, 동시에 자지가 껄떡거리며 대량의 정액을 사정했다.
뷰르릇, 뷰릇.
고트다이할이 싼 정액은 엘렉트라가 미리 준비해 둔 유리병 안에 담겼다. 그것을 끝으로, 고트다이할의 자지는 꽈리고추마냥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당신의 씨앗은 잘 받았어요, 아버님. 성검의 용사 가문에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씨...이걸 연구하면 분명 그 간악한 용사들을 극복할 방법이 생기겠죠? 후후."
엘렉트라는 고트다이할의 손을 자신의 아랫배로 잡아당겼다. 고트다이할은 손을 빼내려고 했으나, 엘렉트라보다 가는 그의 앙상한 손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영광으로 생각하세요. 그래도 노인네치고는 나름 절륜해서 제 안에 씨를 뿌린 축복을 드렸으니까."
"이...더러운...마녀가...!"
"그 더러운 마녀 보지에다가 아주 신나게 개처럼 박으셨던 개자지는 누구더라?"
"크윽...!"
고트다이할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색수병이라는 병으로 인해, 성욕에 미친 자신이 며느리인 엘렉트라를 범한 것은 사실이니까.
"후후, 당신 덕분에 정말 은밀하게 움직일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이야, 추기경 새끼한테 연구실 걸렸을 때 진짜 튀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 많이 했는데."
"더러운 흑마법사가...!"
"기껏해야 저주만 퍼부어 봐야 딱히.... 아, 그럼 저도 저주를 내려드릴게요!"
엘렉트라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고트다이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제가 직접 당신의 아이를 낳아서, 이 후작령을 파괴하도록 하는 괴물로 태어나게 해줄게요! 아이에게는 이렇게 얘기하는 거죠. 아아, 나의 딸아. 네 아버지는 고트다이할 후작이었으나, 며느리인 내게 그만 욕정하여 강제로 나를 범했단다. 부디 내 대신 복수를 해다오...푸흡."
"이, 이 년!!"
"틀린 말이 있나요? 단지 당신이 범했던 며느리가 당신은 범접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존재라는 것 말고는 다를 게 없는데."
"크아아악!!"
고트다이할은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엘렉트라의 목을 졸랐다. 엘렉트라는 어린 아이의 장난을 받아주듯 고트다이할에 의해 강제로 바닥에 눕혔고, 자신이 고트다이할의 씨를 받았던 유리병을 마법으로 숨기고 느긋하게 웃었다.
"그러면 어디 잠깐 힘을 빌려볼까요? 어느 던전인지는 모르지만, 섹스에 미친 마족이 만든 절대미약. 노인네 개자지도 금방 부활시켜주는 최고급 미약의 힘을, 후훗."
엘렉트라가 손을 아래로 뻗자, 그녀의 손에는 붉은 점액 덩어리가 생겨났다. 유리병에서 뽑아낸 미약은 고트다이할의 자지 전체에 넓게 발렸고, 곧 고트다이할의 몸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제가."
끼릭, 끼릭.
고트다이할의 손이 인형처럼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성을 잃은 노인은 엘렉트라의 옷을 강제로 찢어버렸다.
"으어어어어!!"
짜악, 짜악.
엘렉트라의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고통은 전혀 없었고, 엘렉트라는 노인이 자신의 보지에 약물로 달아오른 자지를 강제로 찌르는 것을 느끼며 비릿하게 웃었다.
"셋, 둘, 하나."
"아버님!!"
콰앙!
지하실의 문이 열렸다. 엘렉트라는 어느새 눈물을 흘리며 빛이 열린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 언니...!!"
"......."
이므신할은 성큼성큼 걸어와 고트다이할의 명치를 발로 걷어찼다. 부친을 발로 걷어차는 패륜에도 뒤따른 하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세상에...."
"여신이시여."
고트다이할이 저지른 짓은 참혹하기 짝이 없었다. 이므신할은 직접 들고 온 성검을 뽑아 고트다이할에게 겨누려고 했다.
"아녜요, 언니! 하지마세요!!"
엘렉트라는 이므신할의 다리를 붙잡고 메달렸다.
"아버님이세요! 저는 괜찮아요! 그러니까, 제발! 패륜은 안 되요!"
"누가 먼저 패륜을 저질렀...젠장!"
캉!
이므신할은 성검을 바닥에 후려쳤다. 지하실의 벽이 은빛으로 갈라졌고, 고트다이할은 자지만 껄떡 세워놓은 채 기절했다.
"젠장...이게 뭐냐고...."
이므신할이 두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좌절했다. 다리를 붙잡고 있는 엘렉트라가 헐떡이듯 숨을 가쁘게 몰아쉬기 시작했다.
"......?"
지금, 웃었나? 이므신할의 감각이 기이하게 뒤틀린 순간, 엘렉트라가 벌떡 고개를 일으켜세웠다.
"고, 고마워요.... 언니. 더, 더이상 이런 일을 겪게되지 않아서, 흑, 흐흑, 흐흐흑...!"
엘렉트라는 울면서 웃고 있었다.
* * *
얼마나 걸었을까. 두 남녀는 하염없이 앞으로만 걸었다.
둘 사이에는 아무 말도 없었다. 인간으로서 겪기에는 너무나도 정신적으로 타격이 큰 사건에 둘은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둘은 서로의 손을 꽉 잡은 채, 앞으로 나아갔다. 결혼을 앞둔 연인인 만큼, 서로의 몸이 마족에게 범해졌다고 해도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었다.
"버질."
"애이나."
둘은 서로의 애칭을 부르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름을 부르지 않으면 차마 사라질 것만 같은 불안감에 둘은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만약 우리가 성인이 아니었다면 범해지지 않았을까?"
"글쎄. 우연일 걸."
운명의 장난인지 아니면 마족들조차 최소한의 윤리를 아는 건지, 그도 아니면 색수병에 걸린 와중에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은 건지는 모르나, 마족들은 미성년자를 건드리지 않았다. 무슨 방법으로 그 난리통에 성인을 구별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천만 다행으로 어린 아이들은 화를 면했다.
"어렸을 때 도망칠 걸."
"그러게. 너 따라서 후작성으로 도망쳤으면, 이런 일이 안 생겼을까?"
"모르겠어."
둘은 실없는 소리를 하며 손을 꽉 붙잡았다. 아름다웠던 과거를 추억하며 아픈 현실의 고통을 잊어버리고 싶었지만, 현실은 오랫동안 걷느라 아려오기 시작하는 발바닥의 통각처럼 쓰라렸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응. 우리밖에 할 수 없어."
두 남녀는 자신들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봤다. 두 남녀의 뒤에는 급히 짐을 꾸려 살던 곳을 떠나려는 피난민들로 가득했다. 버메질과 애이나페서는 피난민들의 대표이며, 선두주자였다.
"후작님께 말씀드리자. 우리도 후작령에 세금을 내고 사는 영지민들이잖아."
"그래. 반년 전에 세금 낸다고 결혼도 미뤘었는 걸. ...후작님께서 책임지셔야지."
저벅, 저벅. 둘은 후작성의 성문 앞에 다가섰다. 떨리는 두 손을 서로 꼭 붙잡고 간신히 성문 앞에 다다랐지만, 성문 앞에서 들려오는 열락과 광기에 둘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미쳤어."
"여기까지...?"
마족의 흔적은 일절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바닥에 흥건하게 뿌려진 희뿌연 액체와 코를 찌르는 추잡스러운 냄새는 마물들에게 범해졌던 마을 광장보다도 더했다.
"여긴...!"
순간, 성문 반대편에서 찢어진 넝마를 입은 여인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중요 부위만 간신히 가린 여인은 온몸이 남자들의 우악스러운 손길에 붙잡히고 늘어진 흔적이 가득한 채, 성문을 빠져나가려 달려오고 있었다.
"......!!"
여인과 두 남녀는 서로 눈이 마주쳤다. 생전 처음 보는 사이였으나, 서로의 눈빛과 분위기에서 서로 어떤 일을 겪었는 지 직감하고 말았다.
"...여기는 짐승의 소굴이야. 도망치는 게 좋아."
여인은 그 말만 전하고 저 멀리 사라지고 말았다. 성문 너머에서 한 무리의 인간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알몸이거나 웃옷만 덜렁 걸친 채, 하반신은 나체로 덜렁거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남자!"
"여자!"
"우오오오오!!"
"......도망쳐어어어!!"
버메질의 비명이 성문 밖에서 울려퍼졌다. 마물들의 난동을 피해 짐을 싸서 피난을 온 마을 사람들은, 이제 역으로 짐승을 피해 도망가야만 했다.
"아아악!!"
피난민들은 또다시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 * *
저벅, 저벅.
퍼트릴 라임은 대로를 걸었다. 바지를 허벅지에 걸쳐놓은 채 엎어진 남자의 등을 밟고, 자신의 가슴을 붙잡고 자위하며 누워있던 여자의 배를 밟고, 서로 누군지도 모르면서 결합한 채 정사를 나누는 남녀의 사이를 밟았다.
"아흐응!"
라임이 밟고 지나간 곳마다 붉은 점액이 발자국처럼 남았다. 라임이 흘린 발자국은 금방 인간의 몸에 닿아 빛에 타들어갔고, 점액에 섞여있던 약간의 미약 성분이 인간들의 코로 스며들었다.
"아하악!"
희고 뿌연 것들이 사방에 흩뿌려졌다. 만약 색깔이 피와 같았다면, 도시는 사지타리우스 백작령보다 더 심한 학살이 이루어졌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도시는 난리였다.
"세상에는 빛과 어둠이 존재하는 법."
라임은 중얼거리며 대로를 지나, 골목의 안으로 들어갔다. 달빛이 닿지 않는 음지에는 아직도 색수병으로 발정난 환자들이 저마다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그, 그만, 제발 그만해주세요...!"
"어흐윽, 여신이시여, 허흐응...!"
"......."
애원하거나, 눈물만 흘리거나, 끝까지 저항하다가 결국 저항을 포기하고 인형처럼 사용되고 있거나. 색수병은 인간을 성욕에 미치게 만드는 병이며, 동시에 이성적인 판단보다 성적인 본능을 우선시하는 병이었다.
따라서, 색수병이 발병된 환자가 색수병이 나타나지 않은 자를 범하는 경우는 제법 많았다. 색수병의 증상이 나타난 이들끼리 하는 경우라면 차라리 나았지만, 남들의 눈이 닿지 않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적인 정사는 대부분 크게 두 가지 경우였다.
"그만...!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자지! 자지!"
색수병 환자가 다른 이를 무참히 범했다가, 오히려 상대가 색수병에 감염된 경우. 병을 옮긴 이는 성욕이 가라앉으며 정신을 되찾았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강제로 범한 상대가 자신을 오히려 범해버리게 되었다.
"발정은 결국 시간 문제. 신성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모두가 쾌락에 절여지는 거임."
색수병을 막는 방법은 오직 하나. 몸에 신성력을 가진 자가 계속 신성력을 방출하는 것.
"생리현상은 신성력으로도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마기가 섞인 미약은 이미 인간을 발정시킨 순간 제 소명을 다했고, 결국 신성력은 이미 발정한 이의 발정을 가라앉게는 만들 수 있어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교회는 이미 라스 좀비들에 의해 점령되었다."
머릿속에 교미밖에 들어있지 않는, 평소에 사제들을 대상으로 억눌려있던 성욕의 불만을 표출하러 간 이들에 의해 교회는 무너졌다. 라임은 짐승들이 가득한 골목을 빠져나와, 성벽 밖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루에 올랐다.
"군단을 피해 도망왔을테지만...도망친 곳도 낙원은 아님."
남작령 방향에서 대규모 피난민의 행렬이 도시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무리는 성벽 밖까지 원정을 나온 모험가들에 의해 사냥을 당하던 범해지고 있었고, 다른 방향에서 오는 두 무리는 아직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라임은 로브를 벗고 도시의 식육점에서 훔친 육포를 질겅거리며 씹었다.
"마족에게 범해지나 인간들에게 범해지나 범해진 건 똑같지만 느낌이 다를 걸?"
인간들의 강간에는 고통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족에게 범해진 것은 고통이 아닌, 오직 쾌락만이 있었을 터.
"이제 인류는 서로에 대한 불신과 증오가 가득한 채, 내분이 생길 것이다. ...아아, 이렇게 말하시던가."
라임은 육포를 씹어삼키며 등을 돌렸다. 살색과 백탁액으로 뒤덮인 후작성에서 유일하게 색수병이 닿지 않는 곳을 노려보며 라임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성검의 용사 이므신할. 이제 하나 남았다."
츄릅. 라임은 혀로 입술을 할짝이며 입맛을 다셨다.
"용사랑 성검이랑 내가 같이 먹어버려야지."
순간. 라임은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어올렸다. 저 멀리 후작가의 성 창문에 달라붙어있던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
라임은 의아함을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움직이며 재빨리 몸을 숨겼다.
"잘 못 본 거겠지."
엘프도 제대로 못 볼 거리인데, 어떻게 정확하게 눈을 똑바로 뜨고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겠는가. 라임은 어둠속으로 몸을 숨겼다.
* * *
"어머, 이게 무슨 일이래...."
엘렉트라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성벽 위 여기사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하긴, 후작가에 성검의 용사 상대로 이딴 미친 짓 저지를만한 마족이 잘 없기는 하지. ...아, 오빠. 오랜만이야. 응, 상처는 어때? 잘 지내지?"
엘렉트라는 손가락 사이에 끼워둔 작은 구슬을 가지고 손장난을 치며 계속 말을 이었다. 방 안에는 절대안정이라는 이유로 아무도 없었다.
"응. 나야 뭐 휴가 중이니까. 5년 정도만 더 있다가 암살당한 척 정리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지 뭐야. 응. 맞아. 나 지금 레오 후작가에 있어."
작은 구슬은 붉은 빛을 뿌리며 발광했다. 안에서는 정체불명의 기운이 넘실거렸다.
"어. 여기 상황 좀 보고 놀다가 돌아가려고. 인간 유희 생활도 끝~! 용사 가문의 씨는 두 개나 손에 넣었으니까, 이제 인공용사 만드는 작업도 마무리 해야지. 언제까지 놀고 먹으면 마왕님 눈치보여서 못 살아. 후후. 그래, 그래. 25년 정도 던전 놀려먹었으면 이제 돌아가야지. 그치?"
엘렉트라, 여인은 보라색으로 반짝이는 눈동자를 빛내며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아 참, 오빠. 혹시 오빠 나 몰래 딸 낳은 적 있어? 처음 보는 슬라임한테서 오빠냄새가 나더라? 어떤 년이야? ...뭐? 농담하지 말라고? 에이, 진짜인데?"
여인은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지금 후방에서 분탕치면서 인간들 섹스로 엿 먹이는 거, 오빠 딸 아니었어?"
고오오오.
작은 구슬에서, 붉은 안개가 서서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