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회
138일차 # 0702
늦은 밤.
먼 리브라 영지에서 온 순회사제단은 성심성의껏 기도를 올리고 광장에서 교회로 들어갔다.
"어서오십시오, 형제들이여."
레굴루스 교회의 총 책임자, 라그비아 대사제는 순회사제단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사제들은 분명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대사제님. 저는 까르치아 래피드 잭이라고 합니다."
까르치아를 대하는 라그비아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는 심정이라고는 하지만, 정말로 고양이 손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교회의 사제들과 순회사제들이 가진 신성력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대들의 신성력은 참으로...크흠."
대사제가 8서클 대마법사라고 한다면, 순회사제들은 이제 갓 마법사 딱지를 붙인 2~3서클 수준의 신성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마저도 사용하면 다시 회복되지 않고 사라질 것만 같은, 속된 말로 찍싸면 사라질 것같은 신성력이었다. 라그비아를 비롯한 사제들의 모욕적인 눈빛에도, 까르치아를 비롯한 순회사제들은 은은한 미소를 짓기만 할 뿐이었다.
"여신님께서 보잘 것 없는 저희를 아주 잠깐 보듬고 떠나셨지요. 하지만 저희는 만족합니다. 이 한 줌의 신성력으로도 누군가를 도울 곳이 있다면, 저희는 몸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크흠. 그렇다면야. 하지만 이곳의 상황을 알고 있소?"
"기사분들께 대충은 들었습니다. 그, 신성력의 힘으로도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이 따로 격리되어 있다고...."
"그렇소. 지금부터 볼 환자들은...정말 충격적인 병을 앓고 있지."
라그비아 대사제는 사제단을 지하 안쪽으로 인도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느낀 코를 찌르는 악취에 사제단은 모두 인상을 찌푸렸다.
히죽.
누군가 입꼬리를 비틀며 웃는 소리가 들렸다. 라그비아 대사제는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지만, 사제단은 심각한 얼굴로 침대에 묶인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
"색수병 환자들이요. 보시다시피, 성기사단이 애를 써주고 있지."
여성 환자들 중 일부가 누운 침대 위에는 탄탄한 근육의 성기사들이 성기를 사용해 환자들의 성욕을 해갈시켜주고 있었다. 여성 환자들은 제발 신성력을 사용하지 말라고 애원하며, 성기사가 흔드는 허리 움직임에 맞춰 쾌락의 비명을 질렀다.
"신성력을 사용하면 성적 욕구를 가라앉힐 수 있으나, 발병으로 인한 후유증 또한 정도가 가라앉게 된다네. 간단히 말해, 가슴이 이만큼 커질 게 요만큼 커진다는 얘기지."
"아아...."
순회사제단의 여인들은 탄식했다. 하나같이 모두 큰 가슴을 가지고 있었지만, 마치 한 때는 작은 가슴이었다는 듯 여성 환자들의 심적 고통에 깊은 공감을 하고 있었다.
"...흠흠. 그리고 이 쪽은 남성 환자들일세."
"끄어어어!! 으어, 으어어!!"
"시, 싫어어어! 남자는 싫어어어!!"
성기사들이 열심히 허리를 흔들어주는 여성 환자들과는 달리, 남성 환자들은 침대에 묶인 채 몸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괴성을 지르는 이들의 옆에는 흰 장갑을 착용한 남자 사제들이 영혼 없는 얼굴로 서있었다.
"형제님. 지금 참지 않으시면, 저희가 손을 댈 수 밖에 없습니다."
"신성력도 싫어! 진짜 손 대는 것도 싫어! 그, 그러지마아아!!"
남성 환자들은 모두 비명을 질렀다. 그들은 모두 무언가를 끊임없이 참아내며, 꽉 움켜쥔 손에 피가 날 정도로 인내하고 있었다.
"못참겠다, 크르르!!"
환자 하나가 침대 위에서 덜커덩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제 하나가 급히 환자의 바지를 벗겼다. 흰 장갑에 환자의 폭발한 인내심이 살포시 붙잡혔다.
"여신이시여, 여신이시여, 여신이시여...!"
"끄아아아!!"
탁탁탁탁.
남자 환자는 금방 제압되었다. 그는 입에 게거품을 문 채 기절했고, 환자의 인내심 위에는 신성력이 반짝이며 열기를 진정시키고 있었다.
"세상에...!"
너무나도 참담한 장면에 모두가 침음성을 흘렸다. 옆에 묶여서 괴로워하던 남자 환자들도, 신성력에 의해 증상이 가라앉는 걸 실시간으로 본 순회사제들도, 그리고 여자 환자에 붙어서 허리를 흔들던 성기사도 몸을 잘게 떨었다.
"...보다시피 상황이 이렇네. 내 솔직하게 말하리다. 이곳에 있던 여사제들은 모두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네."
"그건 설마...."
"증상자가 여성보다 남성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지. 저렇게 남성 환자들의 옆에 남성 사제를 붙여야 할 정도로, 지금 상황이 많이 열악하다네."
라그비아 대사제는 우울한 눈빛으로 순회사제단을 둘러봤다. 특히 침을 꿀꺽 삼키며 굳어있는 여성 사제들을 향해서는 죄송스러운 눈빛이 언뜻 스쳤다.
"그러니 내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하겠네. 도와주는 건 좋지만, 돕지 않고 돌아가도 좋네. 자네들이 이곳에 와준 것 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이야."
"아뇨, 그, 그게 아니라."
가장 앞에 있던 여자 사제 하나가 손을 들었다.
"그, 남자 분들 상대로 저희가 해결해드리면 되나요?"
"음? 방금 내가 한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가? 내 신성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병이란 말일세. 자네들의 힘으로는 역부족은 커녕 오히려-"
"아뇨. 그게 아니라."
스륵. 여사제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사제복을 벗어던졌다. 순백의 로브 아래에 가려진 검은 속옷에 남자 환자들의 인내심이 불끈 달아올랐다.
"이 한 몸 바쳐, 환자 분들의 소중이를 지켜드리겠습니다."
또각, 또각. 여사제는 구두굽소리를 내며 환자의 앞에 섰다. 방금 전 신성력에 의해 강제로 진정당했던 남자의 인내심은 서서히 다시 고개를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이 또한 여신의 뜻...."
속옷 차림으로 성호를 그은 여사제는 침대위에 고양이처럼 기어올랐다. 아래에 입고 있는 속옷을 살짝 옆으로 당긴 여사제는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걸터앉았다.
"기도합시다, 형제님. 여신의 이름으로, 회개하라...쓰흐윽?!"
여사제는 남자 환자의 위에 올라탔다. 그에 뒤에 있던 여사제들도 하나 둘 옷을 벗기 시작했다.
"와...."
라그비아는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픈 이들을 위해 스스로의 몸을 기꺼이 내어주는 모습을 보며, 라그비아는 뒷통수가 얼얼했다.
"여신이시여...."
라그비아는 기도를 올리며, 천천히 바닥에 깔려있던 신성력을 조금씩 걷어내기 시작했다.
"여신께 기도하라...스으, 회개하라, 쓰으읍, 하아아."
"우오오, 여신이시여! 여신이시여!!"
순회사제단은 제 한 몸 바쳐, 기꺼이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 * *
<잠시 뒤, 레굴루스 교회 인근 인적 드문 골목.>
"대장님, 사제들은 이미 작전을 시작했습니다. 부디 조심하십시오."
"지금은 퍼트릴."
퍼트릴의 얼굴로 턱관절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라임의 모습에 잭은 얼떨떨했다. 겉으로는 후작가의 기사 중 한 명인 퍼트릴의 모습이었지만, 그녀의 행동은 여느 시정잡배보다 더한 양아치를 보는 것 같았다.
"뭐, 왜?"
골목에 쪼그려앉은 라임은 슬라임 껍질을 입에 물고 질겅거렸다. 안에 들어있는 마액은 껍질 안에서 물방울처럼 고여 아래로 떨어졌다.
원래가 슬라임인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만, 잭은 뱃속에 들어있는 마액을 자유자재로 꺼내는 그녀의 되새김질에 다소 질려버렸다.
"그, 괜히 기사의 얼굴로 돌아다니다가 걸리기라도 하면...."
"안 걸림. 이 년, 부모도 없는 고아임. 혈혈단신으로 기사단에 들어간 인간. 그래서 친구도 없고, 유일한 동료들은 저기 있네?"
라임은 큭큭 웃으며 껍질을 안으로 쏙 잡아당겼다. 마액을 꿀떡 입안에 삼킨 라임은 옷을 털며 몸을 일으켰다.
"나는 지금부터 지하의 슬라미아들과 합류할 거임. 너는 사제단으로 돌아가 작전대로 움직이면 됨."
"예. 그, 만약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별 거 있음? 너희는 그냥 제일 잘 하는 거 하면 됨."
라임은 성기사 바이스의 앞에서 했던 수신호, 엄지로 고리 안을 쿡쿡 쑤시며 비릿하게 웃었다.
"언제 던전 밖에서 인간들이랑 자유롭게 떡쳐보겠음? 맨날 엘프랑 드워프랑 드라이어드만 먹어댔으니, 때로는 인간도 먹어주고 그래야지."
사제단으로 변장한 분노의 군단 특수부대, <성기사제단>은 자원으로 인간 세상에 침투하기로 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속사의 잭도 마찬가지기는 하지만, 이종간에 질리거나 처음 보는 이들과 합법적으로 하기 위해 사제단은 기회를 잡았다.
"주인님 말씀 빌리자면...꽁떡?"
"크흠. 주인님 말씀 하시니까 생각난 겁니다만...일부러 말투를 그렇게 하시는 겁니까?"
"응? 아, 이거?"
라임은 자신의 턱을 가리키며 아래를 손바닥으로 탁탁 건드렸다.
"주인님 꺼 맨날 펠라 청소하느라 턱관절 자주 빠져서 그런 거임. 조금 신경쓰면 조정 되는데...."
꿈틀. 라임이 턱 아래를 움직이자 무언가 맞아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 됐다. 변신하고 나면 매번 그 인간 맞게 말투랑 목소리, 관절 다 조정해야 하거든. 그럼 수고해. 나는 이제 일하러 간다~"
라임의 하반신이 점점 흐물흐물해졌다. 옷과 함께 부정형으로 변하기 시작한 라임은 점점 아래로 구멍을 파듯 사라졌다.
"대장님. 혹시 뭐하러 가시는 겁니까?"
"뭐하냐고?"
얼굴만 남은 라임이 검지를 입술에 붙이며 옅게 웃었다.
"내가 제일 잘 하는 거."
스륵.
라임은 땅밑으로 사라졌다. 홀로 남은 까르치아, 속사의 잭은 불안감에 몸서리를 쳤다.
"설마 그 분께서 대장을 돌려먹을, 커억!!"
땅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와 잭의 고간을 때렸다. 그의 하복부에는 정체 불명의 점액이 끈적하게 흘러내렸다.
"제, 제일 잘하는 게 떡치는 거인...크허억."
속사의 잭은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 쓰러져 한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 * *
"크흠, 허흐흠, 감사합니다, 사제님."
남자는 피곤한 기색이 가득한 여사제를 향해 연신 허리를 숙였다. 여사제는 인자한 미소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남자의 두 손을 붙잡았다.
"잘 견뎌내셨습니다, 형제님."
"사제님의 덕분입니다. 사제님 덕분에...사제분들께 잡히지 않고 무사히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남자 사제들에게 자지가 잡히지 않고 무사히 자랄 수 있었다는 말이죠?"
여사제의 짖궂은 말에 남자는 괜히 머쓱해졌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지를 넣었던 상대이나, 여사제의 안을 찔렀던 자지는 지금보다 훨씬 작은 꽈리고추였다.
"후후, 한 번 볼까요? 여신님의 은총을."
"네?!"
방금 이 여자, 뭐라고 말한 거지. 남자가 반문할 틈도 없이, 여사제는 남자의 바지를 내려 손가락을 옆에 대었다.
"흐음, 확실히 더 자랐군요. 대략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더 자란 것 같네요. 죄송해요. 저희가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최소한 한 마디 반 정도는 자랐을텐데."
"아니, 남자들에게 잡혀서 탁탁탁 당하지 않은 것 만으로도 감사한.... 사제님,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남자의 굳은 얼굴에 여사제는 주변을 두어번 훑으며 씩 웃었다.
"이 또한 여신님의 은총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말은...?"
"네. 모든 것은 여신님의 뜻입니다."
"아니, 이게요...?"
후작가에서는 분명 서큐버스들이 퍼뜨린 마족의 사이한 짓이라고 했건만, 여사제는 엉뚱한 말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바지를 올리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제님. 조심하십시오. 이곳에 돌아다니는 성기사단은 이단심문관의 하수인들입니다. 지금은 옆에서 기사단이 따라 붙어있지만, 언제 이단으로 몰릴 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신성력을 가진 사제인데요?"
"추기경은 사제들도 이단으로 화형시킨 전적이 있는 자입니다. 정적제거라면서 말이에요."
"후후, 걱정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여신님의 말씀을 품은 이상, 저는 거짓을 말할 수 없습니다. 이는 모두 여신의 뜻입니다."
당돌하기까지한 여사제의 말에 남자는 답답해졌다. 눈앞의 여자가 자신에게 있어서 여신의 뜻을 전해준 대천사였지만, 현실은 수습 사제보다 못한 평범한 사제일 뿐이었다.
"사제님, 그러다가 잘못하면...."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색수병은 병이 아니라, 여신님의 은총이라는 걸. 세상에 자지가 늠름해지고 가슴이 커지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있겠어요?"
"아니, 그건 맞는데!"
"그럼 제가 거꾸로 말해볼까요. 왜 신성력으로 색수병 자체를 치료하지 못할까요? 그건 여신께서 바라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이게 진정으로 병이라고 한다면, 암도 치료하는 신성력이 색수병도 치료했겠죠?"
"어, 어...? 그, 그건 교단에서...."
"형제님. 여신께서는 형제님을 그곳으로 인도하려고 하시는 겁니다. 모두에게 사랑이 넘치는 새로운 땅으로. 색수병이라고 불리우는 현상은 그 분의 '특별한 초대'를 받은 증거입니다. 이 자지가 증거가 되겠죠."
콰득. 여사제는 남자의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손과 자지가 동시에 잡힌 남자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잘 들으십시오. 언제가 형제님께서도 깨달으시는 날이 올 것입니다. 모두가, '모두'가 서로 화목하고 사랑을 나누는 세상이 있다는 것을. 언젠가 그곳에서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쪽. 여사제는 남자의 귓가에 키스하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성지, 라스토피아."
여사제는 그 말과 함께, 고개를 숙여 남자의 자지를 입에 머금고 한 발 빼주고 사라졌다.
"허허, 허허허...."
남자의 물건은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