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5회
131일차
인간은 영악하다. 마족은 사악하다.
그리고 인간과 마족(오크)의 피가 섞인 메어리는 영악하고 사악하고 요망했다.
"오늘부로 던전 주인들이 허락 없이 남자를 임신시키는 것은 금지한다."
메어리의 군단장 임신 미수 사건이라 후에 명명할 이 사건으로, 나는 다시금 약육강식이야말로 이 세계에 가장 널리 통용될 논리임을 깨달았다.
"약육강식. 약자가 강자에게 먹히는 것은 당연한 도리. 나의 자식 조차도 내가 약해지면 나를 잡아먹으려고 드는구나."
"그래서 메어리를 혼내실 거예요?"
"아니지. 덕분에 6성 인간 귀족을 뽑게 생겼는데 혼은 무슨. 그리도 이미 벌을 주지 않았느냐?"
모두가 보는 앞에서 용사가 궁디팡팡으로 혼났다. 메어리도 딱히 진심으로 나를 범하려고 했다기 보다는, 어디까지나 한 가지 가능성을 알아보고자 한 것이기에 나는 크게 혼을 내지 않았다.
'아더나 다른 녀석들이 그랬다면 바로 조졌지.'
나의 아들들이 메어리처럼 그러려고 했다면 아주 죽사발을 냈을 것이다.
아들딸 구별말고 동등하게 대우해야하지만, 역시 사람 마음이라는 게 같은 자식이라고 같은 잣대를 대기에는 쉽지 않은 법.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고, 예상외의 결과를 얻었다. 그 정도로 정리하도록 하지."
후작가의 기사단을 능욕하여 우리 군단의 부하로 만드는 것. 평균 3.5성에 65레벨 수준의 기사들은 쉽게 버릴 수 있는 자들이 아니다. 다만 여기사들은 전력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지만, 남자 기사들은 조금 논외다.
"여기사들은 바로 영입한다고 치더라도, 남자 기사들에게는 회개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그들이 군단에 정식으로 들어오고 싶다면, 암컷으로 알을 낳고 진정으로 라스를 깨우쳐야 할 것이다.
자신들이 성욕에 미쳐 상대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타인을 범했던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깨닫고 참회하고 난 뒤에야 알 낳는 기계가 아닌 한 명의 시민으로서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 전까지 놈들은 알만 낳는 가축으로 써먹을 것이다."
"후후, 주인님. 그런데 왜 저들에게는 '어떤 알'을 낳는 지는 얘기하지 않으셨습니까?"
"크흐흐. 그걸 알려주면 암컷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복상사로 뒤져서 구울이 되기를 바랄 걸?"
짐승 기사들은 자신이 백일 동안 박고 싼 아인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린엘프의 가슴에 파묻히든, 하피와 공중 라스를 하든, 드라이어드의 위에 올라타든 결국에는 나오고 나서는 그들의 알과 합성될 것이다.
"그걸 얘기 하기에 앞서, 놈들이 낳게 한 알이랑 합성하는 건 어떻게 생각해?"
"제법 끌리기는 하지만 윤리적으로, 인간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유전자에 범죄자의 DNA가 박혀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지? 씁. 아쉽군. 그래, 태어날 자식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지. 그럼 이미 낳은 알로 합성하는 수밖에."
아무리 마왕군에 마족이라고 한들 아예 자손을 끊어버리는 건 미안했다. 그렇다고 이미 파종이 이루어진 여인을 상대로 허투루 씨를 뿌리는 것도 미안했다.
"주인님, 그들이 낳은 알은 그린엘프들이 키우게 하는 건 어떻습니까? 아이를 키우다 보면 복수심과 증오도 점차 무뎌질 것이며, 달리 생각하면 짐승들에게 큰 복수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아, 맘토라레를 말하는 것이냐."
자신의 씨로 태어난 자식이 다른 이를, 자신이 성욕에 미쳐 범했던 여인을 어머니라고 따르게 된다면 어떨까. 짐승 기사들에게 있어 최고의 굴욕이 될 것이다.
"좋다. 그들이 알을 낳으면 모두 모아 그린엘프 여기사들에게 관리하도록 부탁해보지."
새롭게 마왕군으로 태어날 이들에게 축복을. 나는 늘어날 우리 군단의 병사들을 위해 기도했다.
"샤이탄. 내가 던전에서 처음 태어난 날, 주변에 무엇이 가득했는지 아느냐?"
"...주인님의 아기 시절에는 흥미가 갑니다만, 분명 환경적으로 좋은 환경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소환 시설에서 눈을 뜨자마자 나는 땀과 피가 젖어있는 지푸라기 침대에 던져졌지. 몸 하나 눕힐 수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 30명의 오크가 한 곳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야말로 땀내나는 삶이었지만, 나름 활약을 하며 점점 환경은 쾌적해졌다. 딱히 다른 방을 받은 게 아니라, 같은 공간 안에 있던 이들이 하나 둘 사라지며 오크들이 충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 토굴에는 단 두 명만 살게 되었지. 그래, 나와 트랄만이 살아남아 그 방에서 3년을 살았다. 내가 트랄과 함께 가장 먼저 방을 건드린 것이 무엇인 지 아느냐?"
"침상입니까?"
"아니다. 화장실이다."
"......확실히 주인님께서 많은 불편을 겪으셨겠군요."
샤이탄은 마나로 작은 형상을 만들어냈다. 하얀 변기는 이 세계에는 없는, 샤이탄이 나의 꿈속 호텔에서 호기심에 찾아냈던 현대 문명의 일부였다.
"그래. 비-드-에를 사용하던 문명에서 순식간에 재래식만도 못한 환경으로 떨어지니, 말 그대로 인생이 똥통에서 구르는 셈이 되었지. 그나마 다행인 건 날이 갈수록 나와 트랄 나름 방법을 찾아내서 깨끗하게 살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더러운 건 더러운 거야. 던전의 인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더 심해지지."
인구와 쓰레기 배출량이 비례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즉, 지금까지 나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오물'의 문제 때문이라도 병력을 마구잡이로 늘리는 것을 지양했다.
그나마 늘리는 대상이 있다면 배변활동이 일절 없는 구울이라거나, 신수님께서 배변활동이라는 것 자체를 없애버린 자연 친화적인 종족 엘프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병사들을 늘리기로 했다. 그러려면 던전을 늘리는 것도 늘리는 거지만, 그들이 최소한 좋은 환경에서 먹고 자고 쌀 수 있도록 기반 시설을 만들어줘야지 않겠느냐."
"그래서 짐승 기사들을 암컷으로 만드시려고 하는 군요. '그들'을 낳을 수 있도록."
"그래. 인구가 늘었으면 당연히 그만큼 환경미화원도 많이 뽑아야 하지 않겠어? 흐흐."
나는 가계도를 펼쳤다. 그리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지정하지 않은, 우리 군단의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이들을 선택했다.
"암세포도 생명인데, 촉수도 생명이지. 차별은 없다."
<스카 트올로지 x 인간> 스카 트올로지와 인간 여기사의 결합
# 예상결과
스카 트올로지 (☆☆~☆☆☆, 95%)
##### (☆☆☆☆, 5%)
"쾌적한 던전 생활을 위해서, 나는 후작가에서 사로잡은 기사들을 상대로 스카 트올로지를 임신하도록 만들겠다."
배설물이 없는 나라, 라스토피아. 남작성과 후작성을 비롯해 그 어떤 인간들의 도시에도 정화조 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세계에, 나는 마물에 의한 정화조 시스템을 구축했다.
"올바르게 된 현대 치트라는 건 이런 것이지."
단적으로 말해, 길거리에 분뇨가 없는 국가.
남작령의 주민들이 우리 군단을 떠나지 못하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였다.
"인류는 언젠가 알게 되리라. 이 압도적인 정화시설의 시작은, 한 여인의 변태같은 취향에서 비롯되었음을...."
"야!!"
먼 미래, 나는 세계 환경에 기여한 이들을 크게 치하하기 위해 그레모리 환경상을 만들 것이다.
* * *
<그 시각, 레굴루스 성 후작 집무실.>
"똑바로 서라, 햣산. 왜 이번 꿈은 이 따위인 거지?"
"제, 제가 만들어 온 게 아니라고 말씀드렸잖아요...흐끅."
서큐버스, 햣산은 딸국질을 하며 숨을 몰아쉬었다. 눈물샘은 이미 말라붙어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절그럭. 이므신할은 햣산의 목에 걸린 신성의 쇠사슬을 잡아당겼다. 햣산의 목걸이가 타들어가기 시작했고, 햣산은 켁켁거리며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네가 내게 꾸게 한 꿈이 뭔지 읊어봐라."
"이, 이번 꿈은 성녀가 딜도 스트랩을 착용하고 남자의 뒤를 범하는...."
"나는 그런 꿈을 바란 게 아니야!"
찰싹! 이므신할은 햣산의 가슴을 강하게 후려쳤다. 좌우로 출렁거리는 가슴은 신성의 사슬조차 흔들릴 정도로 크게 떨렸다. 이므신할은 이를 악 물고 햣산의 가슴을 상하좌우로 때렸다.
"내가! 바란 건! 박히는 거지! 박히는 게 아니라고!!"
"꺄아악!! 죄송해요! 죄송해요!!"
햣산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울면서 사과하는 것 뿐이었다. 원망할 대상이 있다면 경고도 제대로 듣지 않고 성검의 용사를 노린 자신밖에 없으니 누구를 원망할까.
"다음 꿈! 다음 꿈은 언제지?!"
"푸, 풀어줘야 말씀 드리러 갈 거 아녜요!!"
"젠장! 그건 안 돼! 풀어주면 도망치려고 할 거 아니야!"
"그럼 재, 재촉하지 마시던가요!"
"이게 어디서 말대답이야!"
용사의 불합리한 폭력에 햣산은 서큐버스 마담, 샤이탄이 보내준 꿈을 원망할 수는 없었다. 군단에서는 성녀의 이미지를 개판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패티시를 동원하여 인간들에게 딥 페이크를 걸고 있으므로.
"흑, 흐윽, 흐아아앙.
"젠장...."
햣산은 다시 서럽게 울기 시작했고, 이므신할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쇠사슬을 해제했다. 쇠사슬은 은빛이 반짝이며 원래의 형태인 성검 레오로 돌아갔고, 이므신할은 서큐버스를 소파에 앉혀 등을 다독였다.
"햣산, 미안하다. 네 잘못이 뭐가 있겠어, 다 그 이상한 꿈을 꾸게 만드는 군단장이라는 놈이 잘못한 거지."
"구, 군단장 님은 잘못 없으세요...!"
"그래? 그러면 왜 아직까지도 너를 구하러 오지 않는 걸까?"
"그건 저희가 임무를 잘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시니까...."
싱긋. 이므신할은 햣산의 허벅지 위에 머리를 놓고 입꼬리를 비틀었다.
"확실히 너희 서큐버스들은 가슴만큼 입이 무겁더라. 어떻게 여덟 명이나 잡혔는데 아무도 실토를 안 하려고 하지?"
"뭐...라고요...?!"
"라그비아 대사제님께서 상당히 애써주시고 있단 말이야. 너처럼 죽이지 않고 따로 감옥에 갇혀있는 서큐버스가 지금 몇 명이나 되는 지 알아?"
"방금 여덟이라고 하셨으니까 저 빼면 일곱 아녜요?"
"......."
이므신할은 주먹을 들어 핫샨의 밑가슴을 두드렸다.
"나 잘래. 이번에도 좆같은 꿈 꾸게 하면 그 때는 성검을 좆으로 만들어서 안에 때려박을 거야."
"그, 그러면 저 죽을 수도 있...아, 그, 그렇게 할게요! 어디 그렇게 해봐요!"
"흥, 죽여달라고? 어림없는 소리. 안죽을 정도로 박을 건데? 풉."
이므신할은 햣샨의 배 쪽으로 얼굴을 비비며 눈을 감았다.
"자, 빨리 재워줘. 이번에야말로...내가...바라는 꿈을...."
이므신할 레오.
그녀는 딥 페이크를 통해 취향인 꿈을 찾고 있었다.
***
후작가의 기사단에게 스카 트올로지의 알을 낳게 하려면 조금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나는 그동안 우리 군단의 새로운 전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부대를 만들어내기로 했다. 정확히는 대량의 마석을 이용해 새로운 종족을 섭외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뽑는 건 가챠입니까, 아니면 마석 소환입니까?"
"마석소환이다. 일단 소환해보고 영 아니다 싶으면 가챠 돌려야지."
뽑기를 할 때는 크게 세 가지 상황에서 돌리게 된다.
아무거나 나와도 좋으니 좋은 거 하나만 나와달라는 마음가짐에서 하나, 그냥 지르고 싶은 마음가짐에서 둘, 그리고 특정 개체를 뽑고자 하는-이른바 픽업이라는 마음가짐에서 셋.
"아아, 이것은 저격이라고 하는 것이다. 노리는 것은 타천사이니라."
타락천사.
그레모리가 지금 쓰고있는 육체의 주인이었던 발라크가 대표적인 예이며, 루시펠 또한 날개를 잃었지만 타천사에 속하는 존재다. 신성력은 사용할 수 없지만, 날개 달린 마법사라는 건 제법 메리트가 있는 종족이다.
"루시펠만 휘하 부대가 없는 건 조금 불쌍하더군. 하피 공군도 언제까지 공중에서 화염병을 던질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야."
또한, 후작성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공군의 힘이 필수적이다. 나는 이번에 공군 전력을 확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타천사들을 소환하실 겁니까?"
"아니. 소환하는 것은 천사다. 정확히는 천사였던 자에게서 가챠를 한 뒤에, 천사를 등록해서 마석 소환을 할 것이다."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이해가 안 돼? 그러면 직접 보면 그만 아니겠느냐. 흐흐, 샤이탄, 일단 이리와다오."
나는 소환진에 쌓은 마석을 향해 샤이탄의 다리를 좌우로 벌리며 뒤에서 안아들었다. 그리고 하급 마석이 한가득 쌓여있는 소환진을 향해, 나는 샤이탄의 음부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빠르게 피스팅을 시작했다.
"흐읏, 흐으, 주인님, 여기에 무슨 의미가…?!"
"의식같은 거다. 륜은 뿌렸다하면 4성 나오더라고."
"...후후, 그런 거라면 저도 참지 않을, 흐으읏!!"
푸슈우웃. 샤이탄은 막대한 조수를 뿜어냈다. 내 손가락이 그녀가 뿜은 조수와 애액으로 번들거렸고, 나는 라벤다향 가득한 손으로 양손을 모아 기도를 올렸다.
"가챠!!"
소환하는 것은, <타락 천사>. ★★.
발라크를 '부하로 들여' 한 번 합성의 과정을 거쳤기에, 그레모리와 합성하기 이전에 그녀의 종족인 타천사 계열의 부하가 타락 천사까지 등록되어 있었다.
"소환!"
위이이잉.
소환진이 반짝이며 등장한 타락 천사는 하얗게 새어버린 백금발에 검은 날개를 펄럭이며 내 앞에 나타났다. 다소 오만해보였던 눈동자는 나를 보자마자 바로 아래로 내려갔다.
"위, 위대한 분을 뵙습니다."
"그래. 미리 얘기한다. 너는 알까기 하려고 소환했다."
"네? …...그, 그렇군요. 영광입니다. 주인님만큼 멋진 분의 은총을 받게 되어…."
"아, 찾았다. 너랑 할 자지는 내가 아니야."
"네?"
나는 내 등 뒤에 시립한 채 기다리고 있는 신사 오크를 가리켰다.
"크흐흐. 타천사를 신성력의 힘으로 다시 타락시켜주지."
천사가 타락하면 타천사가 되겠지만, 타천사가 다시 타락하면 어떻게 될까.
"걱정하지마. 우리 군단에 신성력 쓰는 마족은 많거든."
"으, 꺄아아앙?!"
마기가 넘치는 타천사는 오크 성기사의 성검에 가볍게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