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0회
130일차
카앙, 카앙!
기사들은 목숨을 걸고 검을 휘둘렀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화살이 날아오거나, 발목에 나무뿌리가 묶이거나, 드워프의 도끼가 배를 노리거나 하여 목숨이 날아갈 뻔 했다.
“죽어! 그냥 순순히 죽어!”
“차라리 여기서 그냥 뒤지는 게 네놈에게 이득이다!”
다크엘프들과 드워프들은 기사들이 이해하지 못 할 소리를 하며 공격했다. 그들의 눈에는 살의와 동정이라는 모순적인 감정이 담겨있었다.
“차라리 우리가 죽여서 구원해주마!”
“그게 뭔 개소리야!”
죽음으로서 구원한다. 흔히들 이교도들이 할 말을 다크엘프와 드워프들이 말하고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었다. 하지만 마왕군의 전투력은 기사들을 훨씬 상회하고 있었다.
“니프엘라, 견제!”
“뒤로 물러나라, 로도페리!”
“꺄하하하! 아래에서 띄우면 바로 낚아챌 거야, 아스모딘!”
개개인의 전력은 기사들보다 약했지만, 다양한 종족으로 이루어진 마왕군의 연계는 기사단을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었다. 단순히 마나를 실은 검기만으로 대처하기에는 한계가 명백했다.
“커억!”
기사 하나가 고간에 화살을 맞았다. 그린엘프 하나가 쏜 바람화살이 기사가 입은 로브를 뚫고 영 좋지 않을 곳을 꿰뚫었다.
“와, 그린엘프 1점!!”
“””꺄아아악!!!”””
그린엘프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고간이 뚫린 남자는 피를 흘리며 앞으로 고꾸라졌고, 목에 나무뿌리가 휘감겨 땅을 구르며 마왕군에 끌어당겨졌다.
“이, 일 점…?”
“야!! 엘프들이 먼저 점수 땄잖아! 정신 차려!”
붉은 머리의 드워프 공주가 흑요석의 도끼를 휘두르며 기사를 정면에서 내리찍었다. 기사의 방패가 두 개로 쪼개졌고, 드워프 공주는 기사의 멱살을 움켜쥐고 뒤로 내던졌다.
“드워프 1점!!”
“네임드가 나서다니, 저런 비겁한…!”
“꼬우면 너희들도 나서던가!!”
엘프 장로와 드워프 공주는 옥신각신하며 서로 다퉜다.
“꺄하하! 빈틈!”
검은 날개를 펼친 두 명의 조인이 동시에 급강하하여 기사의 팔을 낚아챘다. 그리고는 하늘 높이 집어던졌고, 은빛 강철 날개를 펄럭이는 하피 에일로가 기사의 발목을 잡고 거꾸로 허공에 메달았다.
“하피들 1점!”
“크윽! 이 자식들! 우리를 가지고 장난질을 치다니!!”
“드라이어드, 3점.”
나지막하게 비웃는 듯한 목소리가 울리자, 기사 셋의 발목에 나무뿌리가 휘감겼다. 기사들은 검을 흙바닥에 꽂으며 버티려고 했으나, 나무뿌리가 그들의 허벅지 위까지 휘감아 올라갔다.
푹찍!
“크허어억?!”
기사들은 아래에서 찌르는 격통에 눈이 뒤집혔다. 검에 흘러가던 마나는 금방 사그라들었고, 전신에 힘이 풀려 드라이어드들에게 붙잡혔다.
“어, 어딜 찌른 거야?!”
“글쎄. 앞일까, 뒤일까. 아니면 둘 다? 후후후, 이걸로 드라이어드들이 3점이야.”
음란한 얼굴의 드라이어드는 혀로 입술을 낼름거리며 웃었다. 남은 기사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웃는 미소는 사냥감을 노리는 사냥꾼과도 같았다.
“얘기해줄까? 슬라임들이 잡은 8점보다 넘는 종족은…큰 포상을 받기로 했거든.”
“””라스!!”””
3명의 기사를 포획하여 3점을 획득한 드라이어드들은 환호의 비명을 질렀다. 치마 아래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밀액을 본 기사들은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우웁!!”
드라이어드의 하복부에서 흐르는 꿀은, 자신들이 먹었던 빵 겉에 코팅된 시럽의 냄새와 비슷했다.
“우웨에엑!!”
기사 하나가 토사물을 뿜어내며 엎어졌다. 당연히 빈틈이 생겼고, 그는 기사들의 앞까지 달려온 크림엘프 장로의 손에 숲까지 날아갔다.
“야! 니프엘라! 정령술까지 쓰는 건 아니지!!”
“누가 할 소리. 꼬우면 당신도 엘프 하세요. 아, 그러면 드워프 공주 희소성이 사라지나?”
“이익…!”
이미 기사단을 상대로 벌이는 싸움은 그저 놀이에 불과했다. 기사들은 자신들이 마왕군 여성종족들의 놀잇감이 된 것에 분통을 터뜨렸다.
“장난치지마라, 오크의 창녀들아!!”
“장난치지마라아아, 오크의 창녀드라아아아. 풉, 뭐래. 꼬우면 도망쳐보시던가.”
눈이 째진 다크엘프가 단검을 내던졌다. 기사의 볼에 단검이 스친 사이, 바람화살이 기사들을 향해 난사되었다.
“크아악!!”
어느 종족은 무자비하게 죽이려고 한다. 어느 종족은 그들을 생포하려고 한다. 어느 종족은 그들을 무력화시키려고 한다. 서로 다른 기준으로 기사들을 처리하는 마왕군의 공통점은 단 한 가지.
“지금 죽든 나중에 죽든, 너희는 죽을 운명이야.”
기사들은 도망칠 수 없게 되었다는 것. 등 뒤에는 막다른 토굴이 있었고, 기사단은 완벽하게 포위되었다.
“아아. 거기. 잘 듣거라. 라스푸틴의 영전이니라.”
절벽 위, 금발의 날개 잃은 타천사를 안은 오크가 기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너희들은 포위되었다. 순순히 항복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도록 하마. 3, 2, 1.”
“무, 무슨-”
“끝. 불쌍한 놈들. 3초면 여기사가 절정하는 시간이거늘. 네놈들은 큰 실수를 저질렀어.”
오크가 엄지를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기사들이 등지고 서있던 동굴 안에서 무언가가 크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남의 가게를 불질렀으면 그만큼 대가를 치뤄야지. 안 그래?”
동굴 안, 벨리알을 제외한 슬라미아들이 라임과 함께 진을 구축하고 있었다. 일부러 여기사 퍼트릴의 얼굴로 나타난 라임은 손가락을 기사단에게 겨누고 있었다.
“더러운 강간마 놈들.”
“아, 아니야아아!!”
“아아, 이건 정의구현의 개틀링 발사임.”
퉁. 라임이 손뼉을 치자, 슬라미아들이 입을 아래로 쩍 벌렸다.
“난사, 개시.”
투두두두두두두!
이름그대로 뱀처럼 쫙 벌어진 입에서 비늘 모양의 점액이 탄환처럼 쏘아졌다. 등 뒤를 기습당한 기사들은 황급히 검을 휘둘러 요격하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총공격!!”
하늘, 땅, 전후좌우. 모든 방향에서 들어오는 마왕군의 공격에, 기사들의 선택지는 두 개였다.
“흐하하, 이 더러운 마왕군 새끼들! 네놈들의 손에 죽을 바에는 내 손으로 죽겠다!”
푹찍. 자신의 심장에 검을 찔러 자결하거나.
“으아아악! 이거 놔!!!”
자결하기 직전에 사로잡히거나.
“......여신이시여.”
마지막. 노기사가 자신의 배에 검을 찔러넣은 것으로, 그는 영원히 척추가 서지 않게 되었다.
사망, 9명.
포로, 21명.
그렇게 안다이할 레오가 이끌던 기사단은 라스마켓을 불태우는 정도의 성과만 남긴 채, 인류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조용히 전멸했다.
***
<잠시 뒤. 아스타로트 던전.>
“감사합니다, 주인님!”
“뭘. 괜히 봉변을 당하게 해서 미안하다, 벨리알. 너를 죽였던 노기사는 언데드로 만들어놨으니, 마음껏 후두려패도록 하라.”
“예!”
시체능욕. 부활한 벨리알은 노기사 안서니우스를 향해 이를 갈며 떠났다. 제압하는 과정에서 다들 자결하기는 했지만, 나는 그런 가벼운 죽음으로 우리 군단에 입힌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기사 구울 개꿀.”
죽은 기사들은 모두 라스투자드에 의해 흑마법으로 부활하여 언데드가 되었다. 원판이 워낙 강하여 다들 이지가 남아있었고, 그들은 죽어서도 지옥같은 고통을 맛보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폐기 마액을 어떻게 처리할까 되게 고민 많이했는데 잘 됐어. 흐흐.”
마액 공구리.
썩어가던 마액 속에 구울 기사들을 푹 담궈 절여버린다. 이미 부패하기 시작하던 마액은 모조리 구울 기사들의 입속으로 들어가 경험치가 되었고, 그들은 나중에 다른 구울들의 경험치로 새롭게 승화될 예정이었다.
[그마아안! 더러운 오크의 정액을 내게 먹이지 마라! 우웁!!]
본래라면 라스토피아의 법률에 따라 복상사형을 내리는 게 기본이었으나, 이미 죽은 자들은 복상사형을 내릴 수 없었다. 그래서 언데드로 부활시킨 뒤 경험치로나마 죄를 갚으라고 마액을 들이부었다.
“고작 기사 30명 잡았을 뿐인데 쌓인 체증이 내려가는군.”
아스타로트 던전을 공략하던 순간부터 쌓여있던 악연이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느낌이다. 행여나 남작령에 잠입하여 라스베가스를 기습 공격이라도 하면 어쩌나 불안했는데, 이렇게 하나도 남김없이 제거할 수 있게 되어 너무나도 기뻤다.
“니프엘라, 솔라, 니무에, 로도페리, 아스모딘, 그리고 안드라스와 하르파스. 지금부터 라스푸틴 배 기사단 포획 대결의 최종 승자를 밝히겠다.”
내 곁에 모인 이번 기사단 토벌의 간부들은 다소 쓴 미소로 체념한 표정이었다.
“우선 여기사들을 포획하고 안다이할까지 사로잡은 슬라임 대표, 라임이 한 마디 하겠다.”
“꺼-억.”
“...라임은 여기사 하나를 통째로 잡아먹은 것에 만족하고 있군. 나도 덕분에 또다른 여기사를 간식으로 먹고 있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으랴.”
“슬라임 우승.”
심지어 여기사 퍼트릴은 처녀였다. 나는 퍼트릴 라임을 내 앞에 엎드리게 하여 그녀의 처녀를 찢고 안에 사정했다.
“하지만 라스의 가족들이여. 슬퍼하지 마라. 비록 슬라임이 8점으로 우승을 차지하였다고는 하지만, 내 너희들에게 포상을 내릴 지어니.”
짝! 나는 손뼉을 쳐서 장막을 드러냈다. 마나의 장막이 거두어지자마자 좌우로 도열한 두 종류의 오크들이 자지를 늠름하게 세운 채 뒷 짐을 지고 있었다.
“크흐흐, 어머님들. 보이십니까, 드라고니안들이 가진 흉악함을! 용의 브레스를 느껴보십시오.”
“오크 성기사가 보장합니다. 홀리 오크의 자지, 믿고 박으셔도 좋습니다.”
드라고니안 대표, 그에이 칸세르. 홀리 오크 대표, 갤러해드.
“잘 들어라. 2등부터 차례대로 자신의 점수만큼 자지를 챙겨가도 좋다! 흐하하!”
각각 11명씩 데려와 도열한 모습에 여인들은 혀로 입맛만 다셨다.
“군단장님, 이거 저희만 손해 아닌가요?”
“맞아! 우리 애들은 다 좋아하겠지만, 간부들은 억울하다!”
“라스푸틴은 정액을 뿌려라! 라스푸틴은 정액을 뿌려라!!”
간부들은 궐기를 일으키기 직전이었다. 부하들이야 오크 좆에 껌뻑 죽었지만, 간부들은 내 좆에만 껌뻑 죽었다.
"끙...이러면 어쩔 수 없지. 샤이탄, 점수를 밝혀다오."
"드워프 4점, 그린엘프 3점, 하피 에일로 3점, 다크엘프 2점, 크림엘프 2점, 일반 하피 2점입니다. 마지막에 항복한 자들은 점수가 없습니다."
"뭐? 자, 잠깐만! 드라이어드는?! ...요?!"
"...6점입다. 칫."
"흐흐. 샤이탄아. 아무리 그래도 노력에는 보상이 따라야 하는 법. 아스모딘도 노력했으니 그만큼 대가가 있어야지."
각 종족별로 부대를 이끈 포상을 내려야했다. 루시펠은 이끌 부대가 없어 미리 포상을 내렸다.
"우선 부하들에게 줄 오크들을 점수 당 하나 씩 챙겨가라.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둘 중 하나를 챙겨가는 거지. 뭐...마족들이 홀리 오크 상대해도 죽지는 않아. 그냥 질싸당하면 신성력으로 오르가슴을 느낄 뿐이라더라."
오크 성기사인 갤러해드의 보증이었다.
"그리고 부하들에게 자지 배부 끝났으면 플라우로스 던전으로 와라. 점수 한 발 당 안에 한 번씩 사정해주지."
"윽, 설마 촉수야?!"
로도페리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진작에 갤러해드의 옆에 달라붙었던 다크엘프 대표 솔라도 기분이 과히 좋지는 않아보였다.
"그럴 리가. 촉수보다 더한 걸 해주려고 하는 거지."
"주인님. 굳이 그러실 필요는…."
"아니. 오늘은 기쁜 날이다. 그러니 8부하들을 위해 기꺼이 내 시간을 할애하도록 하지."
나는 자지를 튕기며 몸을 돌렸다.
"정사와 라스의 방에서 기다리겠다."
시간, 백 배.
나는 승전의 포상을 위해 시간을 조금 깎아 나의 여인들에게 점수 만큼 안에 사정했다.
나를 사이에두고 벌인 하렘 난교 파티의 속에서, 나는 모두를 절정으로 보내버리고 다시 방에서 나오는데 성공했다.
"...샤이탄, 몇 분 지났지?"
"70분 정도입니다."
"......수명 2일깎고 휴식없이 폭풍섹스면 개이득이군."
지극히, 가치있는 시간이었다.
***
<그 시각, 아스타로트 던전 지하 1층. [라스장].>
"......."
오크들이 좆질을 하는 라스장의 기구로 전락한 여기사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이 제정신을 차리기에는 불과 하루 사이에 겪은 일이 너무나도 충격과 공포의 향연이었기 때문이다.
"하, 하하."
여기사 하나가 흰 소리를 내며 고개를 떨궜다. 그녀의 눈에는 닭똥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씨발...이게 뭐야…."
여기사의 턱을 타고 흘러내린 아래에는 접시에 꾸덕꾸덕한 스프가 담겨있었다. 몰랐다면 모를까, 알게 된 이상 도저히 인간적으로 먹을 수 없었다.
"왜...냄새는 좋냐고, 씨발…!"
하지만 후각은 이성을 마비시켰다. 공복은 이성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다. 개처럼 묶여 개밥그릇에 놓인 마액 스프는 오랫동안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여기사들에게 고문이었다.
"...웁."
여기사들 사이에 가장 이질적인 존재, 안다이할은 가장 먼저 스프에 혀를 대었다.
"각하…!"
"어차피...죽지 않으려면 먹어야지."
안다이할의 눈에 반짝이는 빛은 꺼지지 않았다.
"나는 이런 시궁창에서 구르는 한이 있더라도...살아남을 것이다."
"응? 남자 놈이 왜 마액을 먹고 있어. 아 씨, 누가 얘 밥그릇에 마액 탄 거야? 얘는 로보탕 끓인 거 주라니까, 누가 그랬어?!"
"히익?! 죄, 죄송해요!"
"야, 드라이어드 신병! 죄송하면 군단생활 끝나냐?! 아오, 짜증나. 좆질하러 왔더니 이게 뭔 일이람. 근데 인간아, 너는 수컷이면서 왜 마액을 처먹고 있냐. 네 밥은 이거다, 이거."
"......."
농후한 사골국물 위에 두둥두둥 떠오른 화염사자 큐브 스테이크 조각에, 안다이할의 눈빛은 살짝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