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539화 (538/800)

539회

130일차동굴 안쪽에서 여인들이 정체불명의 누군가에게 잡아먹히고 있던 그 시각.

동굴 입구 앞, 무너진 흙더미 앞에 둘러앉은 22명의 남자들은 침묵에 빠졌다. 누구 하나 쉽사리 말을 꺼내기도 어려웠고, 특히 남자들 중 가장 윗사람인 노기사 안서니우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저희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사 하나가 걱정어린 목소리로 운을 떼었다. 계속 침묵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리 병의 증상이라고 한들 우리가 한 건 범죄…!”

“경, 정상참작이라는 말을 모르는 건가.”

“하지만 그래도 저희가 한 건 강간이라고요!”

“우리는 병에 걸렸을 뿐이다! 보라, 그 증거를! 내 자지가 더 커졌지 않은가!”

기사들은 모두 색수병에 걸렸다. 그 증거는 그들의 바지 속에 잘 남아 있었고, 부작용 아닌 부작용을 통해 자신들이 성욕의 광기에 빠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는 색수병에 집단 감염되었던 것이 분명해!”

“하지만 여기사들은 안 그랬잖아요!”

“그건…!”

후작성 안의 첩보에 따르면 색수병은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기사단은 남자들만 걸리고 말았다. 자연히 22명의 기사는 22마리의 쓰레기 짐승이 되었고, 7명 하고도 1명의 남자를 무참히 강간해버리고 말았다.

으어어, 예전부터 좋아했습니다! 씨발, 여기사 보지 안에 싼다!

맨날, 허억, 땀 흘리면서, 씨발, 젖탱이 흔들고! 걸레같은 년들!

쓰읍, 하아, 냄새 지린다, 흐읍, 크허어, 안에 싼다!

살려달라고, 제발 그만해 달라고 외쳐도 허리만 흔들 뿐이었고, 저항의 의지를 잃은 이들을 무참히 짓밟았다. 그리고 하나 둘 정신을 차리고서는 후환이 두려워 스타킹을 이용해 눈을 가리고 손목을 묶어 구속했다.

“이거...밖에 나가면 분명 목이 날아갑니다.”

“여기사만 그랬다면 모를까….”

기사들은 안서니우스를 향해 복잡한 눈을 보냈다.

“하필 후작 각하를….”

“어, 어쩔 수 없었네. 나도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나도 색수병의 피해자란 말일세!”

“하지만 경께서는 그, 이므신할 님을….”

“제가 알기로는 그 분이 태어났을 때부터 옆에서 지켜보신 분 아니십니까?”

“다, 닥치게!”

기사단 중 가장 강한 기사의 가장 강력한 이상성욕을 봐버린 것에 기사들은 그를 상종도 하기 싫었으나, 일단 중요한 건 그가 이므신할로 착각하여 범한 상대가 이므신할이 아닌 그의 남동생-안다이할이라는 것이다.

“씨발, 우리 좆됐습니다.”

안다이할과 여기사들이 과연 동굴 안에서 벌어진 범죄 행위를 그냥 눈감아줄까?

“기사 인생이 끝났다고요. 주군과 동료를 강간한 기사, 누가 받아주기나 하겠습니까?”

“기사 인생이 문제가 아니야…. 나같이 가문이 있는 놈들은 가문에도 먹칠을 한다고…!”

“젠장, 색수병 때문이라고 한들…!”

수의 폭력으로 밀어붙인 것으로도 모자라, 진심으로 뉘우치며 반성하기는 커녕 그들을 묶고 구속해버렸다. 아래가 부어오르거나 하혈을 하는 여기사들은 증오와 분노가 서린 눈빛으로 남자들을 노려봤고, 그 눈빛이 두려워 안대를 씌워 눈을 가렸다.

“......살인멸구.”

한 기사가 나지막하게 말하자 모두가 굳어버렸다. 다들 마음 속으로 생각은 했던, 생각만 했던 것을 꺼내자 다들 침을 꿀꺽 삼켰다.

“아, 안서니우스 경. ...솔직히 조금 그럴 법 하지 않습니까?”

“하, 하지만.”

“생각해보십시오. 경도 이제 끝장입니다. 고트다이할 후작께서 아시게 된다면, 이므신할 아가씨께서 아시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끄으응….”

중재를 나서거나 설득해야할 책임자가 오히려 설득을 당하기 시작했다.

“안서니우스 경. 이곳에서의 일은 저희만 입 꾹 닫으면 됩니다. 어떤 누가 밖에 나가서 떠들겠습니까? 마족들의 간계에 당해, 동료와 주군을 범했다고.”

“그, 그건 그렇지.”

“그러니...이렇게 합시다. 저희는 돌아가는 겁니다. 저희만 돌아가는 겁니다. 추기경이고 나발이고, 일단 후작성이든 어디든 돌아가는 겁니다.”

“그럼 저들은?”

그 누구도 뒷말을 내뱉지 못했다. 모두가 잠시 침묵하는 가운데, 누군가가 손뼉을 치며 비명을 질렀다.

“퍼트릴 경!”

“......!!”

“퍼트릴 경이 밖에 있을 겁니다…!”

“씨발, 좆됐다.”

여기사가 밖에 한 명 있다. 색수병이 본격적으로 터지기 직전, 구역질을 하며 동굴을 벗어난 여기사가 있다. 만약 그녀가 동굴 안의 상황을 알고 널리 알려버리게 된다면?

“으아악!!”

기사들은 황급히 검과 손으로 흙더미를 파내기 시작했다. 나가야 할 이유도 있었지만, 신속히 나가야 할 이유가 생겨버렸다.

“퍼트릴을…!”

기사들끼리 서로 눈치를 주고받았다. 한 번이 어렵지 그 뒤는 쉬운 법이라고, 이미 짐승으로 전락한 이들은 나가기도 전에 이미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콰득, 콰득, 카앙!

검날이 흙더미를 파헤쳤다. 무너져내린 바윗덩어리 쯤은 기사들에게 아무런 장해가 되지 않았다. 기사들은 급히 밖으로 빠져나갔다.

“퍼트릴 경!! 젠장, 퍼트릴이 어디로 갔는지 짐작가는 자가 있나?!”

“분명 비르고 남작이 있는 곳에 있을 겁니다!”

기사들은 황급히 다른 토굴을 향해 달렸다. 동굴 앞에 남은 안서니우스는 손톱을 깨물며 생각에 잠겼다.

“죽여야 하나...싹 다?”

안쪽과 바깥을 번갈아보던 안서니우스는 검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동굴 안쪽으로 조심스레 나아가는 발걸음은 소리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은밀했다.

“...그래. 돌아가봐야 처형이다.”

안서니우스는 마음을 굳혔다. 나머지는 이제 실행하는 것 뿐.

스릉.

안서니우스는 칼을 빼들고 동굴 끝자락에 들어갔다. 안에는 일곱 명의 여인과 한 명의 남자가 지쳐 쓰러진 것 처럼 몸을 떨고 있었다.

“.......”

푹.

마나가 실린 검이 남자를 찔렀다. 붉은 피가 튄 검을 뽑아낸 안서니우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남자-안다이할의 심장에 칼을 찔러넣었다.

“경! 퍼트릴을 찾았, 안서니우스 경!!!!”

기사들이 황급히 안서니우스에게 달려와 팔을 붙잡았다. 하지만 이미 안서니우스의 검은 몇 번이고 안다이할의 가슴을 찔러버린 지 오래였다.

“미치셨습니까?!”

“그래, 미쳤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짓 모하지.”

검을 떨어뜨린 안서니우스의 얼굴에는 회환과 광기가 아른거렸다.

“우리는 여기서 아무 일도 없었던 걸세…. 우리는 공범이야. ...알겠는가?”

기사들은 자신들의 발치에 흐르는 붉은 피의 강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 *

“저놈 보게. 망설임없이 주군을 죽이다니. 늙은이가 정신이 나갔군.”

“가짜여서 망정이지,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날 뻔 했습니다.”

"그러게. 씨발, 쟤한테 미안하게 하필이면 쟤가 또 죽었네."

슬라미아.

벨리알, 클리안, 니프란을 비롯한 슬라미아들은 여기사들을 납치해 그들인 척 변장해 누워있었다. 다른 슬라미아들도 변장해, 강간당한 피해자인 척 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설마 저런 급발진을 하는 녀석이 있을 줄이야. 하긴, 여자인 줄 알고 겁탈한 존재가 남자라는 걸 알고 충격을 받은 건 이해할 수 있다."

여기사들의 피부가죽을 드라이어드의 나무털로 구현해 위에 덮어썼다. 찢겨진 옷을 벗겨 입고, 마액으로 범해진 흔적을 만들어 교묘히 누워있었다.

-제가 안다이할을 하겠습니다. 남자로 지냈던 적도 있으니, 연기하는 거라면 제가 적임입니다.

신속히 공들여 만든 가짜였건만, 하필 안다이할로 변장한 벨리알이 찔려버렸다.

"으으...뒷구멍을 딴 걸로도 모자라 심장에 칼구멍까지 내버리다니. 용서할 수 없다. 저 노인네는 곱게 죽일 수 없지."

너무 많이 찔렸던 탓일까.

"감히 희생자가 나오게 하다니."

안다이할로 변장했던 벨리알은 그만 인연소환의 리스트에 올라가고 말았다.

"미안하다, 벨리알. 네가 부활하면 저 노인에게 직접 복수하도록 해주마."

던전으로 돌아가는 즉시 벨리알을 부활시키겠다는 다짐과 함께, 벨리알을 죽인 장본인인 안서니우스가 영영 몸을 일으킬 수 없게 척추를 접어버리고 싶었다.

"일단 전부 붙잡아버리도록 하지. 놈들은 하나 둘 빠져나오기 시작했나?"

"예. 건방지게도 라스마켓에서 훔친 옷을 입고 있습니다. 라임이 숨어있는 동굴 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흐흐, 녀석들. 진작에 도망쳤어도 늦었다는 것도 모르면서, 라임까지 따먹으려고 하다니. 모조리 죽여버려야겠군. 흐하하."

이미 승리는 확정되었다. 단지 언제 저들을 제압하면 좋을까, 인간들이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을까 구경하느라 시간을 지체했을 뿐이다.

"가자. 기사단 따위, 싹다 털어버리도록 하지."

"예. 엘프들에게 지시를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크림엘프, 다크엘프, 그린엘프. 저마다 맛과 색이 다른 엘프들이 숲 사방에 펼쳐져있었다. 놈들이 여기사들을 강간하는 동안, 우리는 놈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토굴 주변을 에워싸는데 성공했다.

"자지는 쏴도 좋으나 심장은 피하라. 목숨만은 붙여놓는 거다. 저놈들은 데려가서 쓸 일이 있으니."

"시작하겠습니다."

딱.

루시펠이 손가락을 튕기자마자, 하늘로 안드라스의 하피 부대와 하르파스의 하피 에일로 부대가 날아올랐다.

나무 위에는 니프엘라가 이끄는 엘프 부대가 세 방향에서 포위망을 좁히기 시작했고, 땅으로는 로도페리가 이끄는 드워프 부대가 토마호크를 들고 수풀을 헤치며 토굴을 향해 나아갔다. 아스모딘이 인도하는 드라이어드 부대가 토굴 근처에 나무뿌리를 퍼뜨리며 울타리를 쳤다.

기사단을 제압하기 위해 동원된 부하들의 총 수만 하더라도 약 300.

"여자 따먹느라 체력이 다해서 다리가 후들거리는 기사들 따위, 식은 죽 먹기지."

그리고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완전무장을 하고 대기중인 나, 라스푸틴.

"내가 기사단 하나는 확실하게 조진다 이 말이야."

아리에스 변경백의 기사단조차 제압한 내가, 강간 범죄자들을 잡지 못할 이유라고는 하등없다.

"아스타로트 던전 공략 때, 하르파스 밑에 깔린 나보고 대머리 오크라고 했던 놈들 싹다 잡아와라."

나는 뒤끝이 조금 강해서, 그냥 순순히 보내줄 생각따위는 없었다.

* * *

"으아아악!!"

화살비가 퍼부어진다. 기사들은 황급히 전열을 가다듬고 검을 휘둘렀다.

"젠장, 역시 함정이었어!"

"피해! 커흑!"

토굴을 등진 채 반원의 진을 구축한 기사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검을 휘둘렀다. 하늘에 날아다니는 하피, 숲속 곳곳에서 화살을 쏘는 삼색엘프, 기사들과 정면으로 대치하는 드워프, 그리고 땅밑에서 나무뿌리를 휘감아 발목을 붙잡는 드라이어드까지.

"씨발, 씨발!"

색수병에 의해 억눌러오던 성욕이 폭발한 이들로서는 절로 자지가 껄떡 서게 만드는 여인들이었으나, 기사들은 말조차 함부로 꺼내지 못했다. 눈앞의 이들이 모두 '마왕군'에 속한 이들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기사들은 차마 여인들의 앞에서 기를 펴지 못했다.

"이 더러운 인간 놈들! 여인의 의사도 묻지 않고 강간하다니! 죽어 마땅하다!"

"닥쳐라, 오크들 좆집들아! 네년들 모두 오크들에게 다리 벌리는 허벌인 걸 우리가 모를 줄 아느냐!"

기사들의 말에 여인들은 모두 입꼬리를 비틀었다. 다들 웃음을 참지 못해 안달이 난 것 같았다.

"듣거라, 인간들아. 너희들이 여기사들을 범한 것과, 그분께서 우리를 범한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씨발, 강간이 다 강간이지 무슨 차이가 있어!"

"""라스."""

하복부에 죄다 마왕군-분노의 군단의 문신을 새긴 여인들은 다 함께 라스를 중얼거리며 기사들을 비웃었다. 사방에서 울려퍼지는 라스 소리에 기사들은 직감했다. 저들은 자신들을 살려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네 놈들...아니 네 년들도 이제 곧 라스를 깨우치게 될 것이다."

"이, 이 더러운 오크의 창녀들이!!"

"아하하하하하!! 그 말 꼭 기억해둘게!"

"씨발! 싹다 죽여버리고 시간해주마!"

분노의 군단과 레오 후작령의 기사단이 정면으로 맞부딪혔다.

* * *

"그런데 주인님. 따지고 보면 저들 모두 주인님께 범해진 사람들 아닌가요?"

"루시펠, 내가 한 건 사랑이고, 저놈들이 한 건 범죄란다."

나는 붉은 안광을 내뿜으며 검을 휘두르는 기사들을 보며 구경하며 자지를 세웠다. 이미 짙은 레몬향이 새어나오는 루시펠의 아래는 축축히 젖어있었다.

"지금은 분전하지만 힘이 점점 빠지게 되겠지. 놈들이 입은 로브 안에는 <광폭화>의 문신이 새겨져있다. 이성을 잃고 여인들을 강간한 것도, 지금 저렇게 뒤없이 싸우고 있는 것도 다 그 때문이지."

"흐음, 그러면 주인님이 제일 나쁜 사람 아니에요?"

"아니지, 아니야. 저렇게 색수병에 걸렸어도 남들을 범하지 않고 자위로 버텨내려고 했던 자도 있지 않느냐? 다 본인 의지에 달려있는 셈이지."

절벽 위.

우리에 의해 구조된 안다이할은 토굴 앞에서 날뛰는 기사들을 멍하니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나는 루시펠을 들박 자세로 안은 채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인간이여, 그대의 청년막을 범한 이들을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겠나?"

"......하, 미친 새끼. 지가 다 꾸며놓고는...!"

"그래. 내가 전부 다 계획했던 일이지.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가 된단 말이더냐?"

울컥한 안다이할이 몸을 일으켜 내게 덤벼들려고 했지만, 나는 발을 뻗어 그를 바닥에 강제로 눕혔다.

"잔인한 놈...!"

"꼬우면 너도 마족하던가. 그래도 나는 최소한 인간이랑은 다르다? 봐라?"

나는 안다이할의 머리를 움켜쥐고, 그와 함께 사로잡은 여기사들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햐아아아악!! 자지, 자지이이이!!"

"그, 그마아안...! 미, 미쳐버릴 것 같아앙...!"

"범해지고, 범해지고 있는데...왜 이렇게 지금은 기분이 좋은 거야...!"

인간들에게 범해진 여기사들의 눈에는 증오가 아닌, 쾌락과 절정으로 가득했다. 그들은 스스로 오크의 입술을 탐하며,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보라, 똑같이 남자의 자지에 범해지고 있는데, 다들 좋아 죽으려고 하고 있잖느냐."

"네놈이, 네놈이...!!"

"그래. 내가 색수병을 퍼뜨렸다. 네놈의 청년막을 따이게 만든 원흉이지."

쿵. 나는 안다이할의 등허리를 발로 짓밟았다. 그에게 극상의 굴욕을 주기위해, 후타나리 듀라한이 자지를 세운 채 안다이할의 허리를 붙잡았다. 듀라한인 그녀의 거근은 안다이할보다 훨씬 더 크고 우람했다.

"어디 한 번 직접 느껴봐라. 분노의 군단이 '범한다'는 것을."

"으, 으아아악!!!"

안다이할의 비명이 하늘로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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