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536화 (535/800)

536회

130일차 <라스베가스 가정집, 군단장 별장 부엌>.

내가 군단을 운영하면서 가장 신경쓰는 것이 있다면, 당연히 ‘먹는 것’이다.

“먹는 거라면 여자를 먹는 거?”

“그게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실제로 먹는 거지.”

“주인도 이제 슬라임의 길을 걸으려고 하는 거야?”

“라임아, 나는 미식가다. 여자도 맛있는 여자만 먹는 것처럼 음식도 이왕이면 맛있는 음식으로 골라 먹으려는 자다.”

내가 이 중세 판타지 세계에 솔로몬처럼 던전 운영에 있어서 시스템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키는 마도혁명을 일으킬 수는 없어도, 세계 전체에 먹는 것 하나 만큼은 바꿀 자신이 있다.

“풍족하게, 그리고 풍미롭게. 조금의 노력만 더해진다면 그냥 먹을 것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셈이지.”

“남작을 간식으로 먹을 때 그냥 먹은 게 아니라 내가 먹게 해서 나를 동시에 따먹는 것처럼?”

“라임아. 우리 잠시 성적인 뉘앙스는 접어두도록 하자. 물론 결과적으로 성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일단 음식에 집중하도록 하자꾸나.”

“아, 알겠다. 따먹는 거랑 먹는 거랑 차이구나! 나 이제 감이 오는 것 같아.”

성문화와 식문화 둘 다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지금 내가 라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주제는 우리 군단의 식문화다.

“예전에 내가 바게트빵으로 무쌍을 펼쳤던 것을 기억하느냐? 더럽게 단단한 바게트빵으로 적의 대가리를 후리니, 빵이랑 대가리랑 같이 깨졌지.”

“아, 기억나는 것 같기도 하고. 심지어 바게트 하나로 두 셋은 때려죽였던 것 같아.”

“맞다. 그 정도로 주민들의 식생활은 아아아아주 열악했지. 그래서 나는 식문화를 개선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알게모르게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현대인 인생에 포르네우스 던전 3년을 녹여낸 나의 요리 실력은 요리 책자에 개인적인 어레인지를 할 정도로 제법 뛰어나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슬라임 젤리, 로보탕, 뒤틀린 황천의 코카트리스 튀김. 별미로 평가받는 것들 이외에도 정말 많은 걸 나는 도입했지.”

하피들의 알을 달걀삼아 온갖 달걀 요리를 도입했다거나.

플레어 판테라들의 화력으로 화덕을 만들어, 라스베가스에 쌓여있던 밀가루를 이용해 조금 더 보드라운 빵을 만들어낸다거나.

빵에 그나마 적셔 먹을 수 있는 젖을 각 가정에 조금씩이라도 공급한다거나.

육류 섭취가 부족한 이들을 위해 바퓰라 마수사자 고기를 도축하여 노동의 대가로 지불하거나 저렴한 가격-파종 섹스 한 번-에 판매한다거나.

군단 내에서 호불호가 가장 극명하게 갈리기는 하지만 좋아하는 이들은 찬양까지 하는, 민트초코우유를 만들어냈다거나.

여성들에게만 호평을 받기는 하지만, 나의 마액을 집어넣어 만든 음식을 만들었다거나.

다른 현대인들이 보기에는 다소 엽기적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많기는 했지만, 적어도 가죽을 씹는 건지도 구분이 가지 않을 빵을 물도 없이 마시게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자고로 루나의 젖가슴같은 절경이라고 한들 식후경이라고 했다. 배가 고프면 사람이 흉포해지고 황폐해지기 마련이다.”

“아, 나 알 것 같아. 슬라임 시절에는 매일 매일 배고파서 죽는 줄 알았어.”

“그래. 라임 너는 슬라임이니까 더 잘 알 것 아니냐. 무언가를 먹지 못한 다는 것의 슬픔을.”

“응. 주인 덕분에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아. 내가 그래서 주인 사랑해.”

“나도 마찬가지다, 라임아.”

나는 라임의 볼을 쓰다듬었다. 내 부탁에 따라, 라임은 버지나니야 남작의 모습으로 나와 대면좌위로 내 자지를 아랫입으로 먹어치우고 있었다.

“이번에 만들어낸 빵도 마찬가지다. 일부러 빵을 딱딱하게 구운 다음, 속을 파내고 안에 마액을 집어넣었지.”

“주인, 우리 먹을 마액도 없는데 아까운 거 아님?”

“목장에 있는 가축들 먹일 4성 시절 마액이다. 심지어 하급이라 폐기라도 해버릴까 고민하던 것이지. 그걸 쿠키엘프들의 젖과 섞어, 커스터드 초코크림을 만들어냈다.”

나의 마액, 쿠키엘프들로부터 짜낸 초코우유. 두 개를 잘 섞어 만들어낸 커스터드 크림은 초코맛이 났다. 마액과 엘프의 우유가 섞인 만큼 최소한 맛은 안정적이라고 륜에게 들었다.

“그 크림을 안에 집어넣은 걸로 끝나지 않아. 딱딱하게 굳은 빵을 드라이어드 밀액 통에 집어넣은 것으로 시럽 코팅을 입혔지. 그게 네가 아까 먹은 빵의 정체이니라.”

이른바, <조크림빵>.

나는 조크림빵을 만들어 라스마켓에 남겨두었고, 빵냄새를 맡은 기사들은 빵을 훔쳐 달아났다. 빵 말고도 여러 생필품을 훔쳐가기는 했지만, 일부러 훔쳐가게 내버려뒀다.

"라임, 슬라미아들의 추적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나?"

"당연. 땅속으로 추적하니까 들키지도 않아. 놈들이 사라진 방향의 숲속에서 초코크림 냄새가 나는 곳을 찾는 거니까 어렵지도 않지."

라스마켓부터 시작해서 아지트로 돌아가기까지 지상의 흔적은 숨기는데에는 철저하지만, 기사들은 우리가 땅속에서 그들을 추적하고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좋다. 놈들이 숨어있는 곳의 위치를 특정하는 순간, 바로 역병을 풀어버릴 것이다.”

“역병이라고 해도 어차피 색수병 아님?”

“라임아, 그냥 조금 맞춰다오. 발병하면 성욕이 폭발하고 병에 걸리고 난 다음에는 자지가 커지고 가슴이랑 몸매도 쭉쭉빵빵이 되지만 아무튼 역병이란다.”

“아...예...역병임. 아무튼 역병임.”

인간을 성욕으로 타락시키는 역병, 그것이 바로 색수병이다. 이무길라임의 점액은 아직까지도 남아 많은 이들을 발병, 아니 발정시켰다.

“그런데 역병...어떻게 풀 거임?”

“방법은 무궁무진하지. 기존의 방식대로 해도 좋고, 아니면 다른 방법을 사용해도 좋고.”

“다른 방법?”

“그래. 핀치에 몰려있는 절박함을 이용해, 내분을 일으킬 것이다.”

내분.

기사들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일이 벌어진다면 어떨까. 나는 버지나니야 모습의 라임의 허리를 꽉 붙잡았다.

뷰르릇.

“흐으응…. 남작을 강제로 임신시키려고 하다니. 불경함.”

“뭐래. 던전 안도 아닌데.”

던전 밖에서 하는 질내사정이라 확정 파종은 아니었다. 하지만 라임은 입꼬리를 비틀며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내가 이거 뱃속에서 잘 보관하고 있다가 던전에서 다시 알 낳으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임?”

“딸 하나 더 가지고 싶어서 그래? 라인이 한 명으로...충분하지 않아?”

“그 때는 그 때고, 누구 말마따나 5성 자지는 다른 느낌임. ...농담임.”

라임은 내 볼을 붙잡고 비틀며 베시시 웃었다. 섹스를 하자는 말은 내 자지를 절로 껄떡 서게 만들었지만, 아이를 낳자는 말은 내 자지를 왠지 모르게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해해다오, 라임. 임신 섹스는 나중에 세계를 정복하고 난 다음에 하도록 하지.”

“이해함. 내가 지금까지 청소펠라로 먹어치운 주인의 크림만 내 몸보다 더 많을텐데, 설마 주인 속내를 모르겠음? 그리고….”

라임은 헛기침을 하며, 내 가슴을 향해 검지 손가락을 올렸다. 평소의 나른한 얼굴과는 다른, 버지나니야의 표정을 십분 활용하여 나를 게슴츠레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은 평소와는 다른 이지적인 모습이 엿보였다.

“라임은 언제든지 주인님의 아이를 낳을 준비가 되어있답니다. 후후후.”

“어, 씨발. 안경 씌우면 존나 꼴리겠는데.”

"안경? 어, 이러면 되나?"

라임은 손가락을 관자놀이 주변에 올렸다. 손가락 끝에서 살포시 실처럼 늘어진 돌기가 라임의 콧잔등에 걸렸다.

"어때? 안경알은 점액 펼친 거임."

"......버지나니야가 안경을 썼다면, 나는 분명 그녀를 살렸을 것이다. 씁, 안경이 이리도 어울리는 여자라니."

버지나니야 비르고 남작의 지적미도 상당히 꼴리기는 했지만, 근본이 슬라임인 존재에 섹시함을 느끼게 되다니. 나도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뷰릇, 뷰르릇.

아무튼, 후작가의 기사단을 붕괴시킬 계획의 준비를 위해, 나는 라임의 안에 계속 사정하고 또 사정했다.

"하, 하앙. 주인 자지…! 너무 맛있어…!"

"자궁이 가득 찰 때까지 먹게 해주마!"

푸슛, 뷰르릇.

수 시간 뒤.

내가 라임의 안에 가득 주유하고 휴식을 취하던 도중, 슬라미아 벨리알로부터 보고가 들어왔다.

"찾았습니다."

라스마켓 협곡 바로 근처의 숲속에 토굴을 팠다는 정찰부대의 보고에, 나는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그래? 그러면 바로 시작하자, 라임아."

역병을 퍼뜨리는 법.

"라임, 너로 정했다."

찌걱, 찌걱.

우리는 가장 클래식한 방법으로 퍼뜨리기로 했다.

* * *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하지마 그건 실수로 인해 문제가 생겼을 때의 이야기지, 문제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욕심은 부려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각하, 한 번만 더 털어봅시다."

"불가. 위험하오."

"하지만 여기서 계속 굶어죽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

안다이할은 기사들을 눈으로 훑었다. 직접적으로 눈을 마주치지는 못하지만, 기사들 모두 안서니우스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었다.

"마족의 물건을 훔쳐 생활하자 이건가?"

"훔치는 게 아닙니다. 그들이 빼앗아간 것들을 정당한 방법으로 되찾고자 하는 겁니다."

"이게 우리가 만든 물건이라도 되는가?"

안다이할은 스타킹 하나를 집어들었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기사들은 모두 스타킹을 입고 있었다. 낡고 땀에 절은 옷보다, 스타킹 하나가 더 따뜻하고 가볍고 방어력도 높았다.

"잊지 마라. 저들은 우리의 적이다! 사람처럼 산다고 해서, 짐승이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각하, 지금 저희가 사는 것이 짐승과 뭐가 다를 바가 있습니까."

"경!"

"각하. 더이상은 무리입니다. 몰랐다면 모를까...이미 알아버렸잖습니까. 저기, 버려진 저곳에 맛있는 음식이 있습니다. 더이상 차가운 동굴 바닥에서 자지 않아도 될, 따뜻한 침낭이 있습니다. 여기서의 생활을 한 번에 보상받을, 막대한 가치를 가진 스타킹도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마족들이 버리고 간 물건입니다. 주인은 이제 없습니다."

안다이할은 직감했다. 이미 대세는 기울었고, 더이상 자신이 막을 방법은 없었다.

"...좋네. 하지만 모든 이들이 가는 건 위험해. 지난 번에 다녀온 이들에 더불어 몇 명 더 같이 가도록 하지."

"각하! 제가 더 힘이 강합니다. 더 많은 물건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흔적을 지우는 데 있어서 저만큼 잘하는 사람이 또 없습니다."

기사들의 눈에는 절박함이 엿보였다. 안다이할은 그들이 물건을 훔치는 것도 훔치는 거지만, 버려진 라스마켓에서 음식들을 먹고 마시며 쉬는 미래가 그려졌다.

- 어차피 우리가 가져오는 건데 조금 정도는 먹고 마셔도 되지 않냐?

- 잠깐만 쉬자. 물건을 가져오는데 오래 걸렸다고 둘러대면 괜찮을 거야.

- 위에 옷도 좀 갈아입고 싶어.

기사들의 눈빛에서 안다이할은 그들의 본심을 읽어냈다. 이미 마음 속 깊이 욕망이 가득한 그들의 모습에 안다이할은 결국 항복했다.

"자네, 너, 그리고 경. 셋이 함께 가시게. 안서니우스 경이 인솔하여 가시되, 최대한 빨리 돌아와야 할 것이야."

"감사합니다, 각하!"

안서니우스와 기사들은 토굴을 빠져나갔다. 남은 이들은 안다이할을 향해 조금 원망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그 누구도 안다이할에게 뭐라 할 수 없었다.

"남은 빵은 적절히 나눠서 그대들이 먹도록.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하지."

"각하, 각하께서도 드셔야 합니다."

"나는 어차피 전력외의 사람이야. 달리는 것도 느려서 어차피 업혀서 가야하는 존재지. 자네들이 온전히 체력을 보존하여 나를 업고가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나는 조금만 먹어도 돼."

안다이할을 남은 빵의 껍데기 조각을 조금 챙겨 토굴을 빠져나왔다. 안쪽에서 기사들끼리 서로 땅에 떨어진 크림을 두고 옥신각신하는 다툼이 귀에 들렸지만, 안다이할은 밖으로 빠져나와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후우...."

신경질이 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안다이할은 지쳐있었다. 나무 뿌리 하나도 서로 나눠먹던 기사들은 마족들이 남기고 간 크림빵에 서로 분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빨리 돌아가고 싶...응?"

구구구.

멀리서 누군가가 달려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안다이할은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무기, 호각을 들어올렸다.

"...안서니우스 경?"

"각하!"

안서니우스는 등에 한 여인을 업고 돌아왔다. 머리는 산발이 되어있고, 몸을 가린 죄수복은 곳곳이 찢어져 넝마가 되었고, 겉으로 드러난 피부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발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 자는...?!"

"버지나니야 비르고 남작입니다! ...가는 길에, 황무지를 달려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

쓸데없는 입이 하나 늘어버렸다. 안다이할은 자신도 모르게 뱉으려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일단 안으로 뫼시게."

"예!"

뚝, 뚝뚝.

안서니우스가 등에 업은 버지나니야에게서, 피와 함께 어딘가 끈적한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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