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534화 (533/800)

534회

129일차

아침을 먹고 난 뒤 조금 지난 시간.

라스피카 성에 방문한 남자는 성기사단의 기사로, 추기경이 신뢰하여 부기사단장과 함께 몇 번이고 우리 던전에 방문한 남자였다.

“상황이 안 좋게 되었습니다.”

그는 추기경의 서신을 가져와 내게 전했다.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웠다는 것을 들키게 되면 큰일난다며, 그는 서신만 전하고 바로 돌아가야만 했다.

[여신의 뜻을 따르는 동지에게.]

...추기경의 서신은 양피지에 피로 쓰여있었다.

***

먼저 이렇게 혈서로 소식을 전하게 되어 유감입니다.

마음같아서는 직접 만나서 소식을 전하고 싶으나, 저와 성기사단에 대한 감시가 더욱 짙어져 운신의 폭이 좁아졌습니다. 이 서신이 제대로 전해졌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신의 뜻을 따르고 있는 동지여, 미안합니다.

여신의 진정한 뜻을 널리 알리기에는 아직 추기경이라는 자리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인류는 아직 연합으로 마왕군과 전쟁을 벌이고 있고, 그런 와중에 추기경이라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제가 사라지게 되면 분명 성녀가 여신교단을 하나로 규합할 것입니다.

교단은 현재 성녀를 따르는 자들과 저를 지지해주는 이들로 나뉘어져있습니다. 이곳의 라그비아 대사제 또한 성녀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어리석은 자이나, 그가 가진 신성력은 동지에게 큰 위협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레굴루스 성을 정벌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것을 알려주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현재 후작 대리, 이므신할은 본격적으로 대규모 병사들을 소집하고 있습니다.

색수병.

그 병의 발병 원인이 남작령을 점령한 던전의 마물들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므신할의 선동은 유감스럽게도 많은 이들에게 먹혀들었고, 색수병에 걸렸던 환자들 중 9할 이상이 던전 공략에 찬성할 정도로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한 가지 더.

이므신할 후작 대리의 동생, 안다이할을 비롯한 후작가의 기사단이 라스마켓 근처에 몰래 주둔하고 있다는 첩보도 입수했습니다. 사실 저희가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도, 라스마켓을 드나드는 저희의 움직임이 그들에게 들켰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약 한 달.

한 달 정도는 시간을 끌어보겠습니다. 그 전에 병사들이 진군할 수도 있겠으나, 부디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동지가 만든 계획, <안아키>는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신성력을 사용하면 색수병의 부작용이 덜 나타난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여신교단의 성기사단에게 고해정사를 신청하여 신성력 없이 색수병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딥페이크> 또한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술집에서는 공공연하게, [선녀]를 따먹었다고 말하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여인들 사이에서 성녀에 대한 이미지는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색수병이 발발한 게 성녀가 뭔가 큰 잘못을 했기 때문이라는 낭설이 퍼지고 있습니다.

동지.

만약 제가 더 이상 서신을 보낼 수 없게 되거든, 저희를 버리십시오. 마왕군이 인류 연합을 상대로 무자비하게 짓밟듯, 당신의 그 거대한 세력으로 후작성과 여신교단, 성기사단을 모조리 도륙내어주십시오. 성기사단의 기사들 중 일부는 아직 반발하고 있으나, 그들을 끝까지 설득하여 동지의 힘이 되어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나 마지막이 될 수 있으니, 이 말만 하고 마무리할까 합니다.

성녀 씨발년.

***

“......아아, 동지여. 우리의 운명은 이렇게 서로 엇갈리게 되었도다.”

추기경의 편지에 나는 눈물이 절로 흘러나왔다. 피로 쓴 그의 글에는 절실함과 간절함이 느껴졌고, 한 번에 쓴 게 아니라 중간중간 몰래 쓴 것 처럼 피가 굳어있는 정도가 제각기 달랐다.

“이므신할 레오. 성검의 용사라고 했지.”

트랄에게 이미 들어서 알고 있다. 마왕군과의 최전선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싸우던 여자로, 성검 비르고의 주인을 찾기 위해 트랄이 찾아갔다가 후작령의 상황에 후작 대리로 일하고 있는 여자.

“우리 팬티는 지가 다 착복했으면서, 추기경은 감시하고 있다는 말인가. 어이가 없군.”

상단인 척 꾸며서 색수병을 일으킬 대량의 의복을 성내에 공급했으나, 의외로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대중에게 널리 퍼져 음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줘야할 팬티는 후작가에서 대부분을 착복해버렸다.

‘그래서 서큐버스를 동원해서 딥페이크를 걸었는데 상황이 안 좋게 됐어.’

색수병을 퍼뜨리고 성녀의 대외 이미지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자 했건만, 서큐버스는 결국 들켜버리고 말았다. 이제 후작은 우리 군단이 후작성을 상대로 저지른 공작을 깨달았을 것이다.

“안드라스를 통한 정찰은 어떻게 되었지, 샤이탄?”

“안다이할 후작 기사단은 아직까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후작성은 지금 대규모 병력의 움직임이 엿보이고 있습니다. 그 수가 대략...5천.”

5천명.

후작가의 인구 수를 따지면 그리 많은 수는 아니지만, 짧은 시간에 5천명에 이르는 병력을 모았다는 것이 조금 당황스럽다. 여기서 얼마든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니까.

“...추기경의 말에 따르면, 그들 모두가 색수병 감염자였다지?”

“거의 9할입니다.”

우리에 의해 색수병을 앓은 이들이 우리를 공격하려고 하고 있다. 나는 배신감에 치가 다 떨렸다.

“쯧쯧쯧. 색수병을 퍼뜨려 자지 3cm씩 늘려주고 가슴 최소 C컵으로 만들어줬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역시 은혜도 모르는 좆간들이로다.”

“이므신할의 수완도 무섭군요. 도대체 어떻게 그들을 포섭한 걸까요.”

“글쎄. 가능성이 높은 건 돈으로 매수하는 건데...후작성에 그만큼 돈이 있나?”

고트다이할과 거래를 할 때도 흥정을 해야했을 정도로 후작가의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우리가 굳이 신경쓸 문제는 아니었지만, 분명 5천이나 되는 인간들을 돈으로 영입할만큼의 자금은 없을 것이다.

아니면 후작가의 명운을 걸고 올인을 하는 거라거나.

“...서큐버스들 돌아오면 물어봐야겠군. 도대체 뭘로 그들을 포섭하는 지.”

“리리즈 한 명 말고는 아직 아무도 죽지 않았잖습니까.”

“......다른 서큐버스들 하나 둘 죽어서라도 귀환하지 않겠어?”

왠지 싫은 예감이 들었다.

***

<그 시각, 레굴루스 성 지하 감옥.>

“응, 그읏, 흐아앙….”

감옥 안에서 달뜬 신음이 울려퍼졌다. 애달프면서도 쾌락에 절어있는 여인들의 신음은 왠지 모르게 ‘이러면 안 되는데’하는 듯한 느낌이 가득했다.

“하앙, 하앙. 사제님들...거기서 보고만 계시지 말고요...네?”

감옥 안에 갇힌 서큐버스들은 쇠창살 너머를 향해 가슴과 허리를 흔들며 유혹하고 있었다.

“닥쳐라, 음탕한 것들.”

“서큐버스가 음탕하지 않으면 서큐버스에요? 하아, 그런데 사제님들도 꽤나 음탕하시네요. 저희에게 수녀복을 입히고 감옥에 가두다니...아흥!”

강제로 수녀복이 입혀져, 손은 성수가 뿌려진 밧줄에 묶여 구속되었고, 다리에는 쇠사슬이 묶여 날개를 펼쳐 도망치지도 못했다. 레굴루스 성 곳곳에서 잡힌 서큐버스들은 수녀복으로 구속되어 감옥에 대부분 붙잡혔다.

“한 발 빼드릴게요~ 들어와주세요~”

“조용히해라. 성기사단의 기사님들을 불러, 성검으로 찌르게 하는 수가 있다.”

사제의 협박에 서큐버스들은 침묵했다. 성검이라는 것이 진짜 용사의 성검이 아니기는 했지만, 성기사단에 의한 신성력의 검에 찔리는 건 보통 고통이 아니었다.

“라그비아 대사제님께서 너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지 않았으면, 너희는 모두 죽었을 것이다!”

“흐흥. 죽일테면 죽여보시던가? 그럼 우리도 여기서 해방되는 셈인 걸? 깔깔깔!”

서큐버스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죽은 순간의 고통은 조금 걱정되기는 했지만, 그들은 이 자리에서 죽더라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우리는 다시 돌아와서 너희들의 정기를 빨아먹을 거야!”

“닥쳐라, 역병의 근원들이여!”

“아, 그건 아니라니까! 우리는 그냥 음란한 냄새가 성 전체에서 풀풀 풍겨서 왔을 뿐이라고!”

“그 말을 믿을 것 같으냐?! 괜히 쥐어짜낸 변명으로 우리를 속이려하지 마라!”

서큐버스들과 사제들의 대치는 계속 이어졌다. 서큐버스들이 탈옥하지 못하도록 감시는 해야했으나, 순진한 사제들은 서큐버스들은 인간의 상식 선에서 구속한 채 더 강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앙, 하앙, 응긋, 하아...지금 보지 딱 좋게 적셔놨는 데, 한 발 빼고 갈래?”

수녀복 속.

서큐버스들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무언가로, 자신들의 음부를 적시고 있었다. 사제들은 수녀복의 고간 라인 아래에서 꿈틀거리는 두꺼운 무언가에 침을 꿀꺽 삼켜야만 했다.

“아, 하앙, 굵고 커다래….”

분명 꼬리라는 걸 아는데, 그 외설적인 형태는 꼭 남근과도 같았다. 서큐버스들이 사제들을 홀리기 위해 일부러 연기까지 하느라, 사제들은 진정으로 곤혹스러웠다.

“모두 진정하시오, 형제들.”

복도 전체에 은빛 휘광이 울려퍼졌다.

서큐버스들은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처럼 눈앞에 범람하는 신성력의 빛에 인상을 찌푸리며 괴로워했고, 사제들은 서큐버스들로 인한 음심이 점점 가라앉는 것에 안도했다.

“대사제님!”

“여신의 은총이 함께하기를.”

반쯤 벗겨진 머리에서 찬란한 신성력의 휘광을 뿌리며 나타난 노인, 라그비아 대사제는 감옥에 갇힌 서큐버스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사제들은 대사제의 곁을 따라다니며 보고했다.

“이 서큐버스는 불경하게도 교회에 기도를 드리러 온 여인을 꿈에서 겁탈했습니다. 여인의 말에 따르면, 너무나도 불경하게도, 성녀 님이 꿈에서 나와 자신을 그...마녀 레비즈 처럼 그랬다고 합니다.”

“편하게 얘기해도 좋네.”

“......성녀가 여인을 범했습니다. 꿈속에서.”

끼이익.

대사제는 감옥의 문을 열어젖혔다. 서큐버스는 흠칫거리며 굳었고, 라그비아 대사제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서큐버스의 수녀복을 아래에서부터 걷어올렸다.

찌걱, 찌걱.

서큐버스는 꼬리를 자신의 음부에 집어놓고 앞뒤로 움직이며 사제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라그비아 대사제는 신성력이 가득한 손길로 서큐버스의 음부를 향해 손을 뻗으려고 했다.

“으, 으긋, 으으으….”

서큐버스는 공포와 두려움의 눈물을 흘리며 벌벌 떨었다. 아무리 부활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들, 국부가 신성력에 타들어가 소멸당하며 고통받아 죽는 건 무서웠다.

“......마마.”

라그비아 대사제는 알 수 없는 소리를 홀로 내뱉은 뒤, 신성력의 손길을 거두었다.

“암 덩어리도 생명이지. 여신께서는 무의미한 살생은 하지 말라고 하셨으니. 여신이시여….”

“대사제님?! 어째서…?!”

“진정하시게. 이들을 죽인다고 한들 얻는 것 없으니. 오히려 이번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군. 여신께 기도를 올리도록 하게. 정욕과 번뇌를 이겨내어, 경건한 사제로 거듭나도록.”

“...아아! 대사제 님! 자비로우십니다!”

사제들은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렸다. 라그비아는 서큐버스의 수녀복을 다시 아래로 내려 단정하게 여몄다.

“뭐, 뭐 하는 거야…?! 나는 서큐버스야! 마족이라고! 그런 신성력에 주, 죽는 걸 두려워 할 것 같아?!”

“......착각하지 말 거라. 마족. 나는 네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주고 있는 것이니.”

라그비아 대사제는 신성력 없이, 서큐버스의 앞에 성호를 그리며 세례를 내렸다.

“이곳에 갇혀 여신께 귀의하도록 하여라. 여신의, 어머니의 자애로움을 몸소 느껴 회개하도록 하여라. 여신께서는 자비로운 모성으로 마족조차도 품어주실 것이니. 기도하라, 여신이시여.”

“...하, 하하!’

서큐버스는 바닥에 침을 뱉으며 소리쳤다.

“여신을 따를 것 같아?! 우리는 우리의 신이 있다고! 샤이… 라스사탄께서 우리를 구해주실 거야! 라스! 라스! 라스!!”

“””라스! 라스! 라스!”””

찌걱, 찌걱, 찌걱. 서큐버스들은 라스를 외치며 꼬리로 더욱 격렬한 자위를 시작했다. 복도로 나온 라그비아 대사제는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를 올리며 눈을 감았다.

“사제들이여, 기도문을. 여신께서 말씀하심에….”

“””널리 세상에 사랑이 가득하도록 하라….”””

레굴루스 성 지하 감옥.

여신교단과 마교도의 기도가 찌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감옥을 가득 채웠다.

***

<그 시각, 후작성 집무실.>

할짝, 할짝.

수녀복으로 구속된 서큐버스는 무릎을 꿇은 채 혀를 할짝거렸다. 의자에 앉은 이므신할은 서큐버스가 자신의 발가락을 핥도록 협박했다.

“똑바로 빨아."

“흐으윽…. 용사님, 제발 그냥 죽여주세요….”

서큐버스는 울면서 애원했다. 하지만 그녀의 목에 걸린 신성력의 목줄이 당겨지자, 서큐버스는 다시 눈물을 흘리며 발가락을 입에 빨아야만 했다.

“내가 왜? 죽으면 다시 던전으로 돌아가는 거 뻔히 아는데 왜 그래야 하지?”

이므신할은 비릿하게 웃으며 서큐버스의 얼굴을 발바닥으로 문질렀다. 서큐버스는 눈을 질끈 감으며 이므신할의 발바닥을 정성스레 핥아야만 했다.

“너는 이제 죽을 때까지 내게서 벗어나지 못해. 만약 죽고 싶으면….”

스륵. 이므신할은 서큐버스의 턱을 엄지발가락으로 들어올렸다.

“당장 꿈의 뒷부분을 가져오란 말이야!”

“어, 없어요. 진짜로 없단 말이에요…. 제, 제가 가진 음몽은 다 꾸게 해드렸단 말이에요!”

“너는 너무 말이 많아. 하라면 할 것이지! 강제 씨뿌리기든 촉수 출산이든,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가져와야 할 거 아니야?!”

“그, 그치만! 제가 만든 건 안 꼴린다고 하셨으면서…!”

짜악, 이므신할은 발바닥으로 서큐버스의 뺨을 때렸다.

“잘 들어, 햣산. 만약 사흘 내에 오크 집단에 의한 성녀 강간에 준하는 꿈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이므신할은 성검을 장난스레 들어올리며, 서큐버스를 위협했다.

“색수병 환자 5천 명, 아니 1만 명이 던전을 강간하러 갈 거야. 이 성검의 용사 이므신할 레오와 함께. 그러니까 어서 꼴리는 꿈을 만들어 오란 말이야!"

서큐버스, 햣샨은 죽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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