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7회
128일차 "...응?"
이버나 에쥬글은 바닥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에 눈이 절로 뜨였다.
"뭐야?"
도둑이라도 든 걸까 싶어, 침대 머리맡에 둔 방망이를 들었지만 아무도 없었다. 아침이 되면 떠나기 위해 꾸려놓은 짐은 자기 전에 챙겨놓은 그대로였다.
"우웅...왜 그래...? 잠이 안 와?"
옆에 함께 누워있던 지인, 아르날 타이르는 눈을 비비며 잠애서 깨어났다. 이버나는 아르날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냐, 자기야. 그냥 잠을 뒤척여서 그래."
"그럴 수밖에...우리 전재산 때려박은 꽃집 버리고 가는 거잖아."
아르날은 쓰게 웃으며 이버나의 볼에 입술을 맞췄다. 창밖의 달빛은 창틀에 놓인 백합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여기는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건물을 샀는데...."
"괜찮아. 이런 세상인 걸. 세상에 안전한 곳은 없어. 아리에스 백작령도 그렇잖아? 아리에스 백작이 암살당하고, 거기 있던 사람들 지금 다들 피난가느라 정신 없는 걸."
"그렇지. 대가 끊겨버렸으니까. 여기도 그렇고."
왕국의 백작령 두 개가 동시에 무너졌다.
한쪽은 성검의 용사인 아리에스 백작의 죽음로 인해 마왕군의 대규모 병력들이 성벽을 넘어오려고 하고 있었다.
대가 끊긴 아리에스 백작령에 왕국에서는 급히 영지를 관리할 관료와 방벽을 지킬 장군을 파견했으나, 아리에스 백작이라는 믿음직한 이를 잃은 주민들은 백작령을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 사지타리우스 백작가 또한 주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며 영지를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백작 부부의 실종. 돌아오지 않는 모험가들. 엡실론 요새 근처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유성우.
영지가 망할 징조이거나, 아니면 던전이 망할 징조이거나. 어느쪽이든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민중의 한 명으로서는 가까이하고는 싶지 않은 상황이었다.
"백작령, 망하겠지?"
"당연하지. 영지의 주인도 없는데 누가 영지를 지키려고 하겠어? 기사들은 벌써 짐싸서 도망갔다고 하더라."
영지민의 이탈을 막아야 할 경비병들도 함께 도망치려고 하는 가운데, 이버나와 아르날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상황을 지켜보며 갈등했다. 배낭 몇 개 정도의 짐을 챙겨 떠나기에는 백작령에 남은 부동산이 마음에 걸렸다.
"우리...어디로 가면 좋을까?"
"글쎄. 어느쪽이든 다 전쟁이 일어나는 건 마찬가지야. 이제 안정된 후방이라는 건 없어. 우리가 지금까지 도망치는 데 걸렀던 곳들도 신경을 써야해."
두 여인이 왕국에서 정착하려던 곳들은 모두 교단의 위세가 약한 곳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보루와도 같던 백작령이 무너진 이상, 교단의 세력이 강하더라도 새로운 장소를 찾아야만 했다.
"그...아르날, 레오 후작령은 어때?"
"뭐? 안 돼. 거기 옆에 있는 비르고 남작령이 마왕군에 점령당했잖아. 마왕군이 후작령을 공격할 전진기지로 삼았다는 곳이야."
"하지만 의외로 아직까지 전투는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대. 어제 거기 사는 애랑 원거리 통신을 나눠봤는데, 거기는 천국이라고 했어."
"천국은 무슨. 거기 가면 사람이 뭔가 이상해지는 곳이야. 마녀 레비즈도 그렇고, 흑마법에 타락한 고트다이할 후작도 그렇고."
"그래도 용사 님께서 계신 걸? 지금 후작 대리로 나선 이므신할 레오 님, 성검의 용사시래."
"음...."
잠을 자기에는 글렀다. 두 여인은 자신들이 정착할 새로운 장소를 논의하며, 레오 후작령을 최우선순위로 놓았다.
"정말 괜찮은 걸까? 여신교단의 추기경에 성기사단까지 있는 곳인데."
"괜찮아. 우리가 조금만 주의하고 지내면 되는 걸."
"그 조금을 견디지 못해서 계속 들켜서 이곳저곳 돌아다녔잖아...."
두 여인은 서로를 바라보며 베시시 웃었다. 남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은밀한 비밀을 함께 공유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둘의 몸은 계속 떨렸다.
떨렸다. 흥분과 긴장으로 떨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누워있는 침대와 건물-땅이 흔들리고 있었다.
"뭐, 뭐야?"
꺄아아아아악------!!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퍼졌다. 둘은 잠옷차림으로 침대에서 뛰쳐올라, 각자 맡은 배낭을 챙겨 집밖으로 달렸다. 위험한 상황에서 도망치는 데 익숙해진 둘은 뭔가 크게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어쩐지 이런 일이 있을 것 같더라니!"
"이버나, 조심해!"
아르날이 소리를 질렀으나, 이버나는 대응하지 못했다. 바람을 타고 날아온 뭔가가 이버나의 가슴을 꿰뚫었다.
"쿨럭."
붉은 피를 쏟아낸 이버나는 무릎을 꿇었다.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워울프를 탄 검은 까마귀 머리의 거유 사냥꾼이 거대한 활을 겨누고 있었다.
"도대체...뭐야?!"
놀랄 새도 없이, 사냥꾼은 활시위를 당겼던 손을 놓았다. 마나로 빚어진 바람화살이 포물선을 그리며 아르날을 덮쳤다.
푸욱.
"이버나?!"
"도...망...."
풀썩. 이버나는 아르날에게 쇄도하던 바람화살에 몸을 날렸다. 이미 죽어가던 와중에도 제 몸을 던져 아르날을 구한 이버나는 웃으며 앞으로 쓰러졌다.
"으, 으아아!"
아르날은 눈물을 흘리며 반대편으로 달렸다. 화살이 등에 꽂히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일단 도망쳐야 한다는 것만이 중요했다.
캬아앙!!
하지만 아르날은 금방 제압되고 말았다. 머리 위에 뚝뚝 떨어지는 침에서는 늑대 특유의 냄새가 났다. 워울프가 자신을 덮쳤다는 걸 알아채고 말았다.
"아, 뭐야. 발정났어? 난감하게 됐네...."
까마귀 괴인은 난처한 목소리로 워울프의 곁에 다가왔다. 헥헥거리는 워울프는 마치 뭔가를 기대한다는 눈빛으로 애처롭게 울었다. 아르날은 그게 너무나도 소름돋았다.
뀨이잉.
"아, 그래. 알았어. 10분안에 박고 싸고 죽여. 알겠지?"
끼잉, 끼잉.
"야, 가슴 핥지마. 모유 나온단 말이야."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아르날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찌이익.
바지가 찢겼다. 팬티는 날카로운 손톱에 뜯겨나갔다. 이대로 자신은 범해진다는 것에, 아르날은 죽고싶어졌다. 엉덩이 주변을 건드리는 무언가는 정체조차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소름돋았다.
쯔어억.
"아, 아아악!!"
무언가 뜨겁고 두꺼운 막대기 같은 것이 아르날의 안으로 찔러들어왔다. 아르날은 엉덩이가 찢어지는 것만 같은 고통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야, 아무리 발정나도 그렇지 애널에다가 박으면 어떻게 해?"
뀨잉.
"우리야 라스로 단련되어있지만, 얘들은 아니란 말이야. 아으, 쯧. 불쌍해서 내가 하나 준다."
까마귀 괴인은 가슴골 사이에서 작은 알을 하나 꺼냈다. 그리고 아르날의 입안에 강제로 밀어넣었다.
"우리 댕댕이 대신 사과할게. 적어도 죽더라도, 너는 쾌락속에서 죽을 거야."
그게 무슨 소용이야. 아르날은 입안에 가득 울려퍼지는 박하향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햐아아아아아악!!"
강력한 신음이 터져나왔다. 아르날은 점점 아랫도리가 달아오르며, 고통이 사라지고 쾌감만이 느껴지는 몸에 정신이 나가버렸다.
그리고 10분 뒤.
콰득.
아르날은 애널이 따인 채 가버렸다.
* * *
<다시, 플라우로스 던전 깊은 곳, 조교실>.
"지금쯤 백작성 전체가 초토화되고 있겠지?"
"행여나라도 돌발행동 하는 이들이 없기만을 바랍니다."
"뭐, 기껏해야 발정 좀 나서 금방 싸고 죽이는 정도가 아니겠느냐. 그 정도는 봐줄 수 있지."
나는 샤이탄과 함께 미르망을 조교실로 데리고 왔다.
플라우로스 던전에 늘어진 촉수 덕분에 미르망을 촉수 타락시킬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유감스럽게도 촉수는 미르망을 구속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용도가 없었다.
"샤이탄, 지금 미르망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어떤 힘이지?"
"신성력입니다. 하지만...미약하게나마 주인님의 냄새가 나는군요."
"그건 내가 그녀의 안에 싸지른 정액인가, 아니면 마나의 냄새인가?"
"둘 다 납니다. 정액 냄새 이외에도 마나의 냄새가 나고 있습니다. 주인님께서 미르망의 안에 싸신 정액의 에너지만큼, 미르망의 손등에 깃든 성검의 신성력이 마기로 치환되는 게 틀림없습니다."
미르망을 굴복시켰던 마지막 순간.
나는 분명히 미르망의 손등에 자리잡은 사수좌 성검의 문장이 붉고 녹색의 기운으로 변질되는 것을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성검 내부에 자리잡은 신성력을 마기 섞인 마나로 바꾸는 건 이미 비르고를 통해 확인된 사안이지. 그래서 메어리의 양해를 구하고 마액에 절여서 마검으로 바꿔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마족을 상대로 신성력을 사용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하셔서 마액에 신성력을 오염시키는 건 그만뒀지요."
오염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다소 내 기분이 그렇지만, 순결한 신성력의 힘을 더럽힌다는 의미에서 나는 사수좌 성검의 힘을 오염시켰다. 미르망의 자궁에 정액을 사정하여 그녀의 몸을 매개체로 하여 성검을 타락시킨 것이다.
"대략 어느정도 변환된 것 같으냐?"
"약 4% 정도 입니다."
"음...하루동안 풀로 자지를 때려박으면 최소 20%는 바꿀 수 있겠어."
미르망을 상대로 <라스푸틴>을 꺼내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미르망에게만 모든 정력을 쏟아낼 수는 없었다.
과부용사는 분명 꼴리는 존재이나, 한 번 맛본 이상 미르망은 내게 언제든지 박을 수 있는 존재에 불과했다. 아무리 별미라고 한들 삼시세끼 먹다보면 질리기 마련.
"미르망의 힘을 치환하는 건 일단 나중으로 생각하지. 꼭 질싸가 아니더라도 방법은 있을 것이다. 마액공구리에 절여서 발효시킨다거나, 삼시세끼 먹는 식사에 마액소스를 발라 섭취하게 한다거나."
포로에게 마액을 공급하는 방법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레비즈에게 하는 것처럼 촉수 자지를 질속에 찔러넣어 마액을 집어넣는 방법도 있다.
"성검의 용사를 타락시키실 생각이시군요."
"어디까지나 가정이지. 가정."
성검 비르고의 용사가 있는 이상, 신성력을 쓰는 용사는 희소가치가 떨어진다.
"우리의 적은 마족만 있는 게 아니니."
메어리에게 미르망을 붙여 두 명의 거유 용사를 운용하는 것도 제법 그럴듯했지만, 미르망은 왠지 모르게 타락시켜야만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인간을 상대로 마검을 휘두르는 과부용사. 음란타락은 참을 수 없다.
"오랜만에 순순히 조교되는 여자를 만나서 그런가? 왜 자꾸 괴롭히고 싶어지지?"
"그만큼 반응이 좋기 때문 아닐까요? 레비즈랑 비교했을 때, 미르망은 상대적으로 상당히 쉬운 여자라고 생각됩니다만."
"쉽다 못해 허벌이었지. 섹스리스로 성에 굶주린 유부녀 아니겠느냐. 4개월만에 맛보는 섹스가 인생 최고의 섹스인데, 쉬운 건 당연한 거다."
라스의 방에서 이미 굴복하기는 했지만, 미르망은 우리 군단의 일원이 되기로 한 건 아니다. 내 주변에 나의 여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돌아설 수도 있는 존재였다.
"그러니 이제부터 기정사실을 만들면 되겠군."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시스템을 활용할 것이다."
미르망 인 사지타리우스, ★★, Lv.88.
고작 2성임에도 88레벨을 찍었다는 건 성검의 용사로 각성하면서 강해진 보정이 틀림없다. 88레벨의 용사를 그냥 알 낳는 기계, 레비즈처럼 만들 수 없으니 뭔가 타락시킬 방도가 필요했다.
"파종."
나는 가계도를 펼쳤다. 미르망을 상대로 한
"<라스푸틴 아스타로트 x 미르망 인 사지타리우스> 던전 로드와 용사의 결합
# 예상결과 - 미르망 인 사지타리우스
오크 (☆☆☆, 4%)
홀리오크 (☆☆☆, 96%)<-New!!"
"내 이럴 줄 알았지."
성검의 용사라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적중했다. 몸안에 신성력이 가득한 여인답게, 태어나는 오크들의 이름 앞에 '홀리'가 붙은 새로운 종을 탄생시킬 정도였다.
"신성력을 사용하는 오크라...진화하면 분명 오크 성기사가 될 것이 분명하다."
"4%라는 건...."
"나의 영향으로 변질된 마나의 양이지. ...어느쪽이 '먼저'인지, 한 번 확인을 해봐야겠어. 샤이탄, 전희를."
나는 샤이탄에게 자지를 맡겼다. 샤이탄은 내 앞에 무릎을 꿇어 바로 내 자지에 입봉사를 하여, 사정을 재촉했다.
"흐어어. 플라우로스, 미르망의 다리를 좌우로 벌려라."
나는 사정 직전인 자지를 미르망의 속에 찔러넣었다. 그리고 바로 미르망의 안에 사정했다. 미르망의 몸이 잠깐 반짝인다 싶더니, 곧 내 시스템에 창이 하나 떠올랐다.
"<파종>
# 파종대상 : 미르망
# 예상시각 : 6시간 뒤."
"가계도는?"
오크 (☆☆☆, 4%) 홀리오크 (☆☆☆, 96%).
"크흐흐, 흐하하! 서순! 완벽하구나!"
질싸를 했을 경우 마력변환이 먼저일까, 아니면 파종이 먼저일까. 던전 밖이라면 몰라도, 던전 안에서 씨를 뿌린 만큼 '임신'이 더 먼저 작용했다.
"이번만큼은 4% 픽뚫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야지. 미르망이여, 일어나면 잘 설명해주지."
나는 아직도 기절한 미르망의 아랫배를 자지로 톡톡 건드렸다.
"아직 자식을 낳을 때까지 6개월 정도 남았지? 그동안 내가 뿌린 씨에 의해 오크를 먼저 낳을 것이다. 크흐흐."
나는 시스템을 이용하여, 과부용사 미르망을 임신시켰다.
전남편의 자식이 태어나기까지 앞으로 대략 6개월.
미르망이 내 자식을 낳기까지 앞으로, 고작 6시간.
이로서, 내가 전남편보다 더 우월한 남자라는 것이 입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