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513화 (512/800)

513회

127일차

<알림> 포털의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 아스타로트 던전<<<>>> 마르코시아스 던전

때가 되었다. 기다리던 시간이 되었고, 나는 지하 2층의 최전선에 모든 장비를 갖추고 방어선에 섰다.

“하루 그냥 가만히 있었으니, 분명 적은 우리를 얕보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공격하러 갈 수 있는 나흘째,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루동안 공격이 안 들어온다는 것을 이용해 수비를 더욱 단단하게 다졌다.

“포털이 양방향으로 바뀌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예상대로 쳐들어올까? 아니면 그냥 간을 볼까.”

그간 메어리와 륜이 마르코시아스를 상대하며 파악한 성향으로는 분명 공격하러 들어온다.

“우선적으로 넘어올 걸로 추정되는 놈들은?”

“고블린, 오크, 스켈레톤. 말 그대로 병력을 던지고 있어요.”

“그래. 우리의 결계를 깨기 위해서 말이지.”

부하들을 던지며 간을 적당히 보고 뒤에 핵심 부대를 보내는 방식을 선호하는 놈의 패턴을 생각하면, 시작은 분명 고기방패를 던질 게 분명하다.

“온다.”

캬아아악!!

포털의 너머에서 거대한 마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미노타우르스 수준으로 제법 몸집이 큰 놈은 날개달린 거대한 사냥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키메라, Lv.76.

“오우, 지금부터 본 게임이라 이건가?”

시작부터 제법 강한 놈을 던졌다. 검은 털을 휘날리는 사냥개는 포털 바로 앞에 배치된 버지니움 실드를 향해 팔을 크게 휘둘렀다.

카가각!

성기방패가 깨졌다. 키메라의 팔도 신성력에 불타 소멸했지만, 키메라는 애초에 성기방패를 부수는 것이 임무였다는 듯 앞발이 사라진 채 포효를 내질렀다.

“그럼 이제 후속이 오겠군. 전원 사격 준비.”

륜과 쿠키엘프들이 일제히 활을 들어올렸다. 성기방패가 부서지고 난 뒤에는 엘프들의 사격이 이루어졌고, 넘어오는 족족 쏴죽일 준비를 해놓았다.

퍼억, 퍽!

당연히 마르코시아스도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다. 하루라는 시간은 나에게만 주어진 것도 아니고, 마르코시아스는 하루의 시간을 이용해 우리 던전을  공략할 장비들을 마련했다.

“실드 키고 넘어오는 거 봐라?”

마르코시아스의 마인들은 전방에 원형의 마법진을 그리며 우리 던전으로 넘어왔다.

“주인님, 쟤들 눈동자 색이 뒤집혀있어요!”

“눈깔부터 아주 마족이라고 광고를 하는군. 건방진 놈들.”

창백한 파란색 피부를 한 마인들은 우리 엘프들의 사격을 마나 실드로 튕겨낸 뒤 자리를 잡고 포털 앞에 진을 쳤다.

“저대로 두면 후속 부대가 진입할 것이다. 메어리, 성검의 폭격은 가능한가?”

“네, 준비끝났어요!”

“보-빔 발사!”

“발사!”

메어리가 다시 만들어낸 버지니움 실드에서 강력한 빛이 전방으로 뿜어졌다. 신성력의 포격에 마인들은 급히 몸을 좌우로 날리며 마나 실드를 펼쳤다.

키에에엑!!

마족을 상대로 상성상 확실한 우위를 가진 신성력의 힘에 마르코시아스의 선봉은 모두 전멸했다. 재 하나 남기지 않고 키메라를 비롯해 모조리 죽었으나, 나는 이걸로 끝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성검 쿨 돌아가는 동안 총공격을 하려고 하는 거겠지?”

가장 위협적인 요소인 성검의 공격을 배제한다. 그러므로 지금이 우리 지하 2층을 공략할 절호의 찬스. 병력을 버림패로 쓴 마르코시아스의 본대가 포털을 타고 넘어왔다.

“흡혈귀야, 뭐야? 죄다 왜 흡혈귀 컨셉인 거지?”

“혼란을 주려는 용도일 거예요!”

“적은 모두 마인으로 구성된 자들이에요. 저건...그냥 멋이 아닐까요.”

몸 전체를 가리는 검은 로브의 마인들은 송곳니만 달아두면 흡혈귀가 아닐까 의심될 정도였다. 만약 그것이 컨셉이라고 한다면, 나는 마르코시아스의 이상한 취향에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컨셉 잡은 놈들 중에 약한 놈들은 거의 없지.”

침입자들을 직접 얼굴을 보고 마주하니 대략적인 힘의 수준이 느껴졌다. 시스템적으로 따지만 대략 70레벨 후반대처럼 보였고, 몇몇은 80레벨에 준하는 수준이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그들 대부분이 2성이라는 것.

“아오, 미친 새끼네 이거?”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마인 같아 보이는데…..”

“마물강화권을 최소 수 백 장 먹인 게 분명합니다. 안그러면 2성이 80레벨 전후가 될 리가 없어요.”

“그러니까 말이다.”

키우기가 어렵다. 하지만 키우면 분명 엄청난 보답과 성능을 낼 것이다. 마르코시아스의 흡혈귀 코스프레 마인들은 능력도 능력이지만, 그들의 ‘등급’이 또 새로운 변수였다.

“80레벨짜리 2성…. 죽어도 부활할 때 상급 안쓰고 하급 쓴다 이거지?”

새로운 것을 배웠다. 어차피 마르코시아스 또한 나의 던전에 복속되게 될 것이지만, 그(또는 그녀)에게서 새로운 팁을 얻게 되어 조금 기뻤다.

“하나 꿀팁 알려줬으니 이쪽도 좋은 거 알려줘야겠지.”

쿵. 나는 포털의 방향을 향해 우리의 새로운 광역 포대를 놓았다. 엘프의 숲에서 손질한 통나무에 묶인 인체 토르소는 헐벗은 상태로 안드라스 가면을 쓰고 있었다.

“인장빔의 위력을 보여주지.”

사락. 나는 통나무의 뒤에 서서 밑가슴을 움켜쥐었다. 만지기 딱 좋은 그립감과 함께, 토르소 레비즈의 유두에 신성력이 맺히기 시작했다.

“발사!”

짜악. 내가 레비즈의 하복부에 손을 올림과 동시에 유두에서 신성력의 레이저가 발사되었다. 나는 밑가슴을 아래에서 받쳐 마인들을 정확히 조준했다.

유두두두두.

마인들은 순식간에 유두 레이저의 폭풍에 휘말려 소멸했다. 레비즈의 음부에서 질척거리는 애액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좋은 꿈 꾸고 있는 모양이군.”

레비즈의 얼굴에 씌워놓은 안드라스 가면은 착용자에게 수면과 성마법이 걸리도록 조치가 이루어진 마도구였다.

“앙, 흑, 크흑, 흐아앙, 아, 앞 뒤로는 안 돼…!”

분명 지금쯤 쿰처쿠와 쿰처쿠 척, 그리고 라스푸틴에게 돌림빵을 당하면서도 신성력을 끌어올리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있는 건 전부 활용해야지. 재장전.”

찌걱. 나는 레비즈의 아래에 손을 집어넣어 질속을 헤집었다. 질벽을 손가락으로 긁으며 그녀의 쾌감을 자극시켰고, 가슴으로 모이는 신성력은 더욱 더 색이 짙어졌다.

아아악!!

마인들은 신성력의 저격에 큰 상처를 입었다. 성검의 용사 이후로도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에 대해 전혀 예상치 못한 듯, 몸을 다치자마자 포털을 넘어가버렸다.

“음…아쉽군. 더 잡을 수 있었는데.”

“주인님 아쉬워하는 거 들었나봐요.”

“응?”

위이잉.

포털이 반짝이며 누군가가 나타났다. 얼굴을 보니 낯이 익다. 놈은 로브를 벗은 정장 차림으로, ‘잠깐 대화 좀’이라는 백기를 들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 너 아까 모유포에 맞고 죽지 않았냐?”

“모유…야! 너네 대장 나오라고 해! 어디서 싸움 좆같이 하고 지랄이야!!”

“와, 칭찬! 최고의 찬사로다! 감사의 의미에서 한 번 더 대접해주마.”

꾸욱. 나는 레비즈의 가슴을 눌러 놈의 머리를 저격했다. 놈은 머리가 통째로 날아가 뒤로 고꾸라졌다.

“부활 한 번 더럽게 빨리하네. …응?”

“대화 좀 하자, 이 개새끼야!”

“개새끼답게 한 발 더!”

3/0/0. 나는 레비즈의 가슴을 쥐어뜯는 손이 점점 따가워지는 걸 느꼈다. 직접 자지를 박지 않으면 신성력의 열기에 손바닥이 금방 달아올랐다.

“2성 80레벨이라서 그런가. 미친 새끼가 부활 한 번 더럽게 빠르네.”

“하급 마석 몇 개나 쓸까요?”

“8개. 10레벨에 하나씩 쓰이는 것 같더라고.”

“야아아아!!”

마인은 다시 나타나 나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여자였으면 가슴과 몸매를 구경하며 대화를 했겠지만, 상대는 우락부락한 남자 마인이었다.

“이 미친 새끼! 어디서 쟁탈전에 신성력을 쓰고 지랄이야, 지랄이!”

“꼬우면 아스타로트 던전 말고 포르네우스 던전에 쟁탈전 걸었어야지! 그럼 니들도 신성력 쓰는 애들 잡아다가 이렇게 써보던가!”

4킬. 놈은 레비즈의 유두 저격을 잽싸게 피했으나, 륜이 날린 바람화살은 피하지 못했다.

“이 더러운 놈! 마왕님께서 아시면 크게 격노하실 것이다!”

“뭐래. 알고 계시거든? 우리 던전에서 무슨 힘을 사용하든 그게 네가 알 바냐? 꼬우면 니네들도 신성력으로 무장해서 넘어와보던가.”

내 조롱에 마인은 씩씩거리며 마나를 일으켰다. 마인의 주변에 떠오른 마법진에서 보라색 단창이 나를 향해 쏘아졌다.

파바박.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륜과 쿠키엘프들이 빛처럼 활을 당겨 마력의 단창을 모두 요격했다.

“어차피 소용 없...호오, 저걸 부르려고 시간을 벌었구나?”

크르르.

포털을 넘어온 다섯 마리의 키메라. 놈이 나한테 죽어가며 시간을 번 사이, 포털 너머로 키메라들이 빠르게 넘어온 것이다.

“키메라들 집어넣으려고 일부러 말을 걸었어.”

“하하하! 머저리 같은 놈! 깨달아봐야 이미 늦었다! 이들은 대 여신교단 전투를 위해 특화된 키메라들! 안에는 천족의 피가 섞여있지!”

사자의 머리를 한 키메라들의 등에 달린 날개는 그리폰이나 하피의 것과는 조금 달랐다. 분명 꿈에서 얼핏 봤던 천사의 날개가 분명했다.

“오, 그러면 신성력에 면역이냐?”

“쏴봐, 이 새끼야!”

“안 쏠 이유는 없지.”

유두두두. 가슴에 맺힌 신성력이 다시 탄환이 되어 키메라들을 덮쳤다. 은빛의 창날은 키메라들의 가죽을 긁었고, 가죽밖에 긁지 못했다. 칼자국을 내기는 커녕 실핏줄도 나지 않았다.

“음….”

레비즈의 안에 직접 박지 않아 출력이 저하된 게 원인일까. 원하는 만큼 뚫어내지는 못했다. 키메라들이 경상만 입고 멀쩡한 모습에 마인은 입을 쩍 벌리며 나를 비웃었다.

“흐하하하! 어리석도다! 신성력을 쓰는 걸 이미 알고 있는데 우리가 대처하지 않았을까보냐!!”

“아, 그래? 난 또. 계속 성기방패에 꼴아박길래 지능 딸리는 놈이 힘으로 던전 주인 먹었나 싶었지. 근데 이 새끼야, 나도 내가 말하는 이유가 그냥 너랑 농담 따먹기 하려고 그러는 줄 아느냐?”

신성력이 통하지 않는다면 다른 힘으로 적을 물리치는 방법 뿐. 나는 메어리로부터 건네받은 지하 2층의 구조도를 잠시 살핀 뒤, 마르코시아스와 저 마인을 엿먹일 최고의 방도를 찾아냈다.

“여기 구역장이 정말 똑똑한 녀석이라서 말이야, 던전 주인의 운영을 똑 닮게 해놨거든.”

나는 천장을 가리켰다. 마인은 위로 고개를 들어올렸고, 천장에는 날카로운 가시창이 박혀있었다.

“떨어져.”

“이, 이런-”

“저거 말고, 네가.”

쿵. 메어리가 장치의 기믹을 발동함과 동시에, 포털 아래의 땅이 훅 꺼졌다.

“이걸 속네.”

마인과 키메라들은 한순간 공중에 붕 뜨게 되었고, 나는 그들이 선 바닥을 가리켰다.

“천장에 가시창 달려있다고 떨어질 줄 알았냐? 떨어지는 건 네 몸뚱이다.”

“플라이-! 모두 날아!”

마인은 날개를 펼쳐 날려고 했고, 키메라들 또한 날개를 세차게 휘두르며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마냥 도망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일제사격 개시!”

나는 레비즈의 배를 두드리며 문신의 오라를 사방으로 뿌렸다. 엘프들의 손에 붉은 기운이 감돌았고, 붉은 빛을 띄는 바람 화살이 이전보다 세 배는 더 빠른 속도로 날아가 키메라들을 압박했다.

키아아악!

키메라들은 집중사격에 하나 둘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신성력의 버프가 아닌 나의 문신 버프인 덕분에, 키메라들의 몸은 금방 숭숭 구멍이 뚫렸다. 키메라들은 더이상 날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푸북!

끝을 뾰족하게 갈아놓은 쇠말뚝에 키메라들은 하나 둘 가시에 찔리듯 전신이 박혔다. 바람화살과 가시창으로 인해 전신에 구멍이 송송 뚫린 키메라들은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이, 더러운 자식!!”

“어이쿠, 키메라들 다 버리고 가게? 이해해. 너무 짜증내지 마.”

딱. 메어리가 손가락을 튕기자, 천장에 매달려있던 가시 트랩이 땅으로 떨어졌다. 상처 입는 걸 각오하면서 벽을 기어올려던 키메라들은 얼굴부터 가시창에 박혀 다시 떨어졌다.

“상대가 우리잖아.”

“이...더럽고 치졸하고 옹졸한 새끼! 지옥에나 떨어져라!”

“그래, 그래. 할 말은 그걸로 끝이지?”

찍.

마지막 남은 레비즈의 신성력 한 방에 마인의 심장이 꿰뚫렸다. 작전회의를 하는 건지 적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고, 우리는 성공적으로 5일차 전투의 서전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물론 이걸로 끝나면 섭하지. 메어리, 지하에서 작업을.”

“네!”

메어리가 엘프들을 조금 이끌고 입구쪽을 향해 달렸다. 지하의 함정에 빠진 키메라들을 확인사살하러 감과 동시에 반격을 위한 준비였다.

“군단장님…?”

“오, 만들어왔나?”

목수들은 내가 바란 대로 1 회용 끌차를 만들어 가져왔다. 나는 끌차를 일렬로 늘어뜨린 뒤, 가장 먼저 하나를 잡고 포털을 향해 놓았다.

“일단 구식으로 하나 보내볼까. 엇차."

나는 끌차에 나무로 된 상자를 올렸나. 정육각형의 공간 안에는 기름 냄새가 향긋하게 울려퍼졌다.

"마르코시아스!! 듣고 있나?!"

안 들어도 들어야 할 것이다. 죽기 싫으면.

"만나서 반갑다! 아주 뜨겁게 환영해주마!!"

화륵.

끌차에 실린 상자 속 기름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끌차의 뒤를 잡고 자세를 잡았다.

"메어리!"

"네!!"

아래층에서 키메라의 잔해를 회수한 메어리는 키메라의 살덩어리를 끌차에 올렸다. 그리고 허공에 뜬 포털을 향해 마나로 이루어진 새로운 길이 열렸다.

"불 굴러 간다!!!"

나는 온힘을 다해 포털 방향으로 끌차를 밀어 던졌다. 내부가 불꽃에 타들어가며 금방이라도 폭발하기 직전일 것만 같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