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8회
123일차
드워프 목장의 암컷 드워프들은 결과적으로 모두 성욕에 타락했다.
정정. 라스에 눈을 떴다.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쾌락의 파도 속에, 드워프들은 육체가 몸을 따라가듯 정신도 말투도 모두 암컷이 되었다. 스스로 여자가 된 이들은 스스로 기구에 몸을 눕혔고, 원래 암컷이던 것들은 아예 암캐가 되었다.
"드워프들도 인간이나 엘프들이랑 크게 다를 것 없구만."
"조금 실망이군요. 여차하면 촉수타락시킬 생각까지 하고 있었는데."
"고작 오크 자지에 가버리다니. 아니지, 나의 피가 섞인 오크들의 자지니까 가버리는 건가? 흐흐흐."
강인한 전사의 힘 앞에는 모두 무릎을 꿇어버렸다. 나는 목장 한 켠에 차곡차곡 쌓인 물건을 향해 다가가 하나 집어들었다.
"영롱하구나."
침엽수와도 같은 짙은 녹음의 색이 반들반들 거리는 알이다. 오크가 드워프에게 씨를 뿌려 낳은 알로, 축구공만한 크기는 어떻게 드워프들이 낳았을까 궁금할 정도였다.
"야, 로도페리야. 너도 이거 조만간 낳을 예정이니라."
"으으...."
로도페리의 안에 질싸만 벌써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오크와 드워프가 잘 맞지 않는 바람에 로도페리의 안에 뿌린 씨는 제법 오랜 기간동안 숙성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일단 아이를 가진 건 분명하다.
"너는 내 딸의 어머니가 되는 것이다, 로도페리여."
"결혼도 안 하고 무작정 아이부터 가지게 하다니.... 누가 마족 아니랄까봐."
"흐흐, 내가 왜 결혼을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느냐? 그건 오해다. 나는 누구보다도 너를 비롯한 이들을 모두 나의 아내로 맞이하고 싶다. 하지만 아직은 식을 올릴 때가 아니야."
인생에 있어서 웨딩드레스는 단 한 번만 입을 수 있다. 이혼한 이들에 대해서는 논외지만, <라스푸틴의 여인들>은 단 한 번만 웨딩드레스를 입을 수 있다.
"내 뱃살이 빠지고 멋드러진 턱시도를 입는 날. 세계를 점령하고 라스토피아를 건국하는 날이 바로 우리의 합동 결혼식이 될 것이다."
모두가 우리의 혼인을 기념할 수 있게, 우리의 결혼기념일은 라스토피아의 건국일이 되는 것이다. 백성들은 매년 우리의 사랑을 찬양하게 될 것이며, 커플들은 서로 더욱 사랑을 공고히하고 솔로들은 새로운 인연을 찾아 사랑을 싹틔우는 날이 되리라.
"아아, 이른바 X-Ras. 모든 제약을 벗어던지고 서로 사랑하는 날이라는 의미지. 어떠냐, 기대되지 않느냐?"
"진짜 어이가 없어서.... 1년마다 한 번씩 전세계적인 난교축제를 벌일 셈이야?"
"난교축제라니? 그런 저급한 말로 라스마스를 저평가하지 말거라. 그저 하루, 모두가 성적으로 자유로워지는 날이 하루 있을 뿐이다. 하고 싶은 사람들만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는 거지."
라스토피아는 라스푸틴이라는 독재자의 나라이나, 라스마스 만큼은 모두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유를 마음껏 누리게 되리라.
"우리가 허구한날 섹스만 하고 사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봐봐라. 이중에 스스로 기구가 되기를 원한 드워프들에게 우리가 강요를 했나? 24시간 내내 알만 낳으라고? 아니지. 일하는 시간에 충분히 자기 할 거 하고 원하는 걸 하는 거 아니더냐?"
"그럼 다른 사람들은?"
"암컷들은 알 낳는 게 일이지. 라스로 교화되려면 한참 남았다. 평균적으로 잡아봤을 때, 인간 기준으로 알을 대략 66개 정도 낳으면 다들 라스의 참뜻을 깨닫게 되더라고. 드워프는 몇 개나 걸릴 지 모르겠다."
종족마다 다른 건 확실하다.
어느 하프 드래곤은 벌써 세 자리 수가 넘는 알을 낳았음에도 아직 라스는 커녕 섹스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지금도 자신이 강간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죽하면 꿈속에서도 강간당한다고 생각하고 자면서 박히고 있다.
순순히 우리 군단의 일원이 된다면 사지도 새로 달아주고 엘프귀도 달아줄텐데.
"그러니까 라스토피아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문란한 곳이 아니다. 언젠가 세계가 저출산 고령화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면, 우리 라스토피아는 다종족 다출산 시대를 여는 초석이 될 곳이다."
"참 계획은 거창하네.... 그래서 여기 온 이유가 궁극적으로 나랑 떡치러 온 거야?"
"얼굴 보러 온 김에 떡도 치러 온 거지. 내가 여기 온 목적은 이거다. 오크들이여, 쌓여있는 알을 모두 플라우로스 던전으로 옮겨라."
"뭐?"
드워프들을 상대로 좆질을 하던 오크들은 내 명령에 일사분란하게 알을 한아름 챙겨 이동했다. 드워프들이 낳은 알의 갯수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족히 20개는 충분히 넘을 양이었다.
"너 그 알을 가지고 뭘 하려는 거야?! 설마 알을 파괴하려는 건 아니지?!"
"내가? 왜?"
"들었어! 던전 주인들 중에는 마물들이 낳은 알을 부수는 걸 취미로 삼는 자가 있다고!"
"...알세포도 생명이거늘, 내가 어찌 그런 잔인한 짓을 저지를 수 있겠느냐."
식용으로 우리가 섭취하는 알들은 모두 하피들의 동의를 구하고 낳은 알이다. 하피들 중에서도 자신이 부화를 원하는 경우에는 따로 빼서 목장 한켠에 보관해둔다.
"★ 하피가 ★★★★★급 안드라스가 될수도 있는데, 그걸 파기할 이유가 없지."
다행히 알은 유통기한이 없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부화하게 된다더라. 솔로몬의 시스템은 그걸 획기적으로 시간을 앞당기는 마법이며, 던전이 아닌 경우에는 인간이 아이를 가진 것처럼 몇 달간 품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모든 알들이 저마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거늘, 내가 어찌 그 싹을 짓밟을 수 있겠느냐. 여차하면 태어난 녀석을 알끼리 합성하면 된다. 1성 오크가 하프드래곤의, 미노타우르스의, 엘프의, 드워프의, 슬라임의 형질을 이어받을 수도 있는 셈이지."
"그럼 지금 알을 가져가는 건...?"
"전부다 '부화'시킬 것이다. 축하한다, 드워프들이여. 너희들은 이제 완벽한 여자가 되었다. 알 낳고 애도 생겼으면 끝장난 거지. 흐흐흐."
암컷 드워프들의 눈에 굴욕감이 서렸다. 알을 낳는 순간, 산란의 절정은 이미 숱하게 맛을 봤을테니 더이상 남자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 조차 직감했을 것이다.
"음...생각해보니 편의를 위해서 구분해야겠군. 이제부터 드워프라는 종족은 '여자'라고 정해질텐데, 자꾸 암컷이니 일반 드워프니 구분하기가 난감하구나. 이렇게 하자."
나는 스스로 기구가 된 드워프들을 따로 밖으로 빼냈다. 기구에 남아있는 드워프들은 모두 로도페리를 배신한 '암컷'들이었다.
"너희들은 <모체 드워프>라고 지칭하겠다. 알을 낳는 모체에서 한 명의 지성인으로서 거듭나고 싶다면 우리 군단에 진심으로 충성을 다해라. 라스를 깨우치는 것이다."
몇몇 드워프들은 아직까지 반항섞인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하지만 나는 내 앞에 박혀있는 로도페리의 가슴을 쥐어 뜯으며 그들을 조롱했다.
"그게 싫으면 여기서 평생 알 낳는 여왕개미처럼 살다가 죽던가. 폐경기가 와서 폐기처분 당한다 거나 하는 건 기대하지 마라. 새로운 그린엘프의 알로 합성해서 처녀막부터 다시 시작하게 해줄테니. 크하하하!"
"...너는 악마로 태어날 걸 오크로 잘못 태어난 거 아니, 히이이익?!"
로도페리의 안속에 나와 함께 안으로 들어간 샤이탄의 꼬리가 출렁거렸다. 샤이탄은 로도페리의 유두를 손가락으로 비틀었다.
"주인님께서 오크로 태어난 것에 감사하십시오, 드워프 공주. 오크니까 그나마 덜 하신 겁니다. 마족으로 태어나셨으면 이것보다 몇 배는 끔찍한 고문이 있었을 겁니다."
"그건 맞지."
악마, 이른바 마인으로 분류되는 놈들은 포로를 포로로 다루지 않는다. 일단 죽이는 건 확정이지만 죽을 때가지 가지고 놀다가 죽인다.
"마르코시아스 같은 놈들이 그렇고 말이야."
나 라스푸틴 '아스타로트'를 상대로 감히 쟁탈전을 건 35위 던전의 주인, <마르코시아스>의 정체가 판명되었다.
마인.
포털 개시 초반에는 잡다한 마물을 던져 자살정찰을 하던 놈은 버지니움 실드의 출력이 줄어들자마자 본색을 드러냈다. 바로 지금, 지하 2층에서 륜과 메어리가 몰려오는 마인들을 처치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가 이겨.'
침투 부대의 전력은 평균 65레벨 수준. 다행히 륜과 메어리, 그리고 쿠키엘프들의 전력은 엇비슷하다. 던전 내의 울타리를 끼고 싸우는 전술과 성검의 힘을 바탕으로 멀리서 쏴죽이기에는 충분하다.
"로도페리야, 너 마족이 아니라 나한테 잡힌 걸 천만 다행으로 여겨야한다? 안그랬으면 여기있는 드워프들 전부다 -레비즈-했을 거거든."
"...그런 마족이 지금 지하 2층에서 쳐들어오고 있는데 이러고 있어도 돼?"
"아무렴. 그 새끼 잡으려고 지금 준비하고 있는 거니까 괜찮아."
마르코시아스 뿐만 아니라 다른 던전들도 모두 잡을 계획이지만. 나는 구체적인 계획은 속으로 삼킨 뒤, 로도페리의 안에 시원하게 사정하고 아래로 내렸다.
"알 챙겨갔으니 나는 간다. 다음에는 더 많은 드워프들이 모체를 탈출하기를 바라지."
"...내가 잘 설득할테니까, 군단에 들어오면 다시 망치 잡을 수 있게 해주는 거지?"
"물론이지. 로도페리, 네게 분명히 말하마. 우리 군단에 드워프라는 종족이 들어왔고, 네가 내 여자인 이상...."
슥. 나는 로도페리의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
"너는 내가 인정한 드워프의 대표이며, 드워프의 여왕이니라."
로도페리는 이마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다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원래도 붉게 상기되어있던 그녀의 피부가 더욱 달아올랐다.
"...뭐래. 우리 아버지 아직 멀쩡히 살아계시거든."
"어이쿠, 저런. 미안해서 어쩌나. 너희 아버지 나중에 나랑 만나면 어머니 되실텐데."
"......이 새끼가 진짜!"
로도페리는 내 배를 주먹으로 때리며 성질을 부렸다. 아무래도 패드립을 친 셈이다보니 나는 순순히 로도페리의 주먹을 맞았다.
"우리 아버지 대신 내가 박힐테니까, 우리 아버지는 그대로 놔둬!!"
"아이고, 효녀네 효녀."
아둥바둥 거릴 때마다 가슴이 출렁거려서 더 꼴렸다. 그래서 자지가 아팠다.
***
<잠시 뒤, 플라우로스 던전.>
드워프 목장에 방문한 이후.
나는 엘프 목장에도 들러 무수히 많은 알들을 챙겼다. 이미 예전부터 쌓여있던 알들의 수는 족히 백을 훌쩍 넘겼고, 이를 통해 나는 나의 새로운 계획을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
"성검의 용사. 성녀. 그리고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 지 모를 적들. 변수가 너무 많아. 아주, 아주 많지."
당장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전선만 하더라도 크게 세 곳이 있다.
생화학 테러와 자본주의의 힘을 이용해 공략중인 레오 후작령.
성적인 요소를 모두 배제한 오만의 군단으로서 살육을 자행하는 사지타리우스 백작령.
그리고 건방지게 내게 쟁탈전을 건 마르코시아스.
"계속 한정된 전력을 굴리려고 하니까 머리가 깨질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너희들에게도 하나 기회를 부여하고자 한다."
나의 앞에는 아더를 비롯한 나의 자식들, 그리고 갤러해드를 위시한 수많은 오크들이 도열해있었다.
그 수가 정확히 72명. 그레모리 던전을 공략하던 시점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목숨을 걸고 싸워온 우리 던전 오크들 중에서도 최정예로 내가 직접 골라서 72명을 뽑았다.
"오크는 자고로 투쟁을 통해 힘을 기르는 종족이다. 나와 트랄이 그러했던 것처럼, 내 핏줄인 너희도 마찬가지일 터."
게임적으로 판단해도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전투 경험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들은 이제 한낱 병사가 아니라 한 집단의 우두머리로서 성장할 때가 되었다.
"퍼시발 알로켄을 통한 임상시험은 끝났다. 이제는 실제로 적용하는 일만 남았다."
퍼시발은 훌륭하게 나의 계획을 수행했다. 나와 샤이탄은 그레모리의 보고를 바탕으로 빅데이터를 모아 메뉴얼을 만들었다.
<던전운영백서.>
"포르네우스도 이해하기 쉽게 써놓은 책자다. 나중에 너희가 시스템을 이용할 때를 대비하여 샤이탄이 만들었지. 그래, 우리는 '모든 던전을 멀티'로 만들 것이다."
차원석으로 바꾸지도 않고, 이름을 탈취하지도 않을 것이다.
"너희들 중에는 이상하게 생각하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전선이 아직도 넘쳐나는데 왜 또 전투를 늘리냐고.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기회다. 아리에스 변경백이 소실하여 인류와 마왕군의 대대적인 격돌이 예상되는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기반을 다질 때노라."
72위부터 하나하나, 우리 군단의 오크들이 차지할 것이다.
"솔로몬의 72군단은 라스푸틴의 72 자손으로 대체될 것이다. 너희가 던전의 주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너희가 가진 알이 너희의 부하가 될 것이다."
던전 주인, 오크 1명.
그리고 부하는 모드 녹색의 요정, 그린엘프로.
"한 던전에 최소 50명만 정원을 확보해도, 던전 20개만 있으면 그게 천 명에 이르지."
이 작전의 최초 입안자는 벨리알. 72위부터 한 계단씩 밟아온 그녀의 작전을 골자로 하여, 나는 던전 전체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 병력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힘을 길러라. 침입자를 죽여라. 너희들만의 던전을 만들어라. 언젠가 인류를 상대로 우리 군단이 전쟁을 벌일 때, 너희가 기반이 될 것이다."
목적은 하나.
- 형제여, 나의 사명은 모든 성검의 용사를 찾아 각성하도록 인도하는 것이라네.
트랄의 사명을 빨리 끝내게 만들어, 성녀를 트랄에게서 떨어뜨리게 만드는 것.
"그리고 던전을 돌리는 동안 성녀가 혹시 따로 나타나거든, 내게 반드시 말해라. 그 년을 임신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리겠다."
전 세계에 성녀를 위한 함정을 만들어, 그녀가 혼자가 될 때를 기다릴 것이다.
"성녀는 내가 없애버리겠다."
마왕 솔로몬이 여신을 따먹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니, 나는 성녀를 따먹을 것이다.
"성녀는 트랄에게 관심이 있을 지언정, 트랄은 성녀에게 관심이 전혀 없지. 고로...트랄이 성녀에게 강간당하기 전에."
나는 성녀의 모습을 되새기며 나의 군단에 선언했다.
"내가 성녀를 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