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회
123일차 다리에 힘을 주고, 허리 전체를 돌린다. 팔은 자연히 옆으로 따라오게 되어있다. 손에 쥔 도끼 또한 함께 휘둘러진다.
몸 전체로 도끼를 휘두른다. 파고들지 못하도록 위협을 넣는다.
카가각!
트랄은 도끼날에 검신을 놓고 비스듬히 튕겨냈다. 도끼가 나아가는 방향으로 물흐르듯 미끄러지게 검끝을 한손으로 받치며 도끼를 흘려냈다.
"여전히 동작이 크군."
도끼를 흘려낸 트랄이 검을 회수해 내게 찌르려했다. 노리는 곳은 나의 심장. 일격에 나를 죽이려 한다.
"여전히 효율적이야."
콰득! 도끼가 벽에 박혔다. 나는 한 손을 놓고 주먹을 움켜쥐어 바깥으로 휘둘렀다. 주먹에 새겨진 문신이 붉은 오라를 뿌리며 흩날렸다.
카-앙!
직선으로 찌르려는 검날의 면을 손등으로 튕겨냈다. 검면에 정확히 손등을 맞추는 덕분에 트랄의 검은 내 심장을 찌르지 못했다.
스륵-
어깨의 로브가 잘렸다. 다행히 어깨는 다치지 않았다. 트랄의 몸이 내 쪽으로 쏠렸다.
"씹쌔기, 더 잘생겨졌네."
도끼를 쥔 손을 놓는다. 그리고 트랄이 내쪽으로 쏠리는 방향으로 몸을 비틀고, 트랄의 멱살을 움켜쥔다.
"일단 얼굴 좀 갈고 시작할까?!"
"큭?!"
트랄이 급히 몸을 옆으로 비켜서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멱살은 잡혔고, 나는 트랄을 로브 째로 뒤로 넘기며 내동댕이쳤다.
"흡!"
미끄러지듯 옆으로 넘어진 트랄은 한 발을 땅에 디디는 것으로 몸을 굴렸다. 성검과 함께 한 바퀴 구른 트랄은 곧장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우오오오!"
나는 도끼를 잡고 크게 휘둘렀다. 던전 벽면에 박혀있었지만, 벽 전체를 깎아낼 기세로 휘둘렀다.
파바박!
도끼가 벽에서 튀어나오자마자 흙더미가 트랄을 덮쳤다. 흙먼지에 트랄은 눈을 찡그리며 한 걸음 물러섰다.
"강한 자라 함은?!"
"살아남는 자...!"
절로 미소가 나온다. 트랄은 내가 가르쳐준 것들을 아직 잊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 난리통에서 살아남아, 이렇게 내 앞에 올 수 있었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카--앙!
트랄을 향해 내려찍은 도끼가 검신에 막혔다. 트랄은 눈을 감고 내 도끼를 검으로 막아냈다. 흙먼지가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면서 감으로 내가 휘두르는 궤적을 읽어낸 것이다.
"못 막았으면 섭섭했다!"
정직한 내려찍기였다. 아까처럼 비스듬히 흘려내지 못하도록 나무를 패듯 찍어내렸다.
그리고 트랄이 검으로 막은 이상, 흐름은 나의 것이다.
"우오오!!"
도끼를 빠르게 어깨 너머로 당긴다. 트랄이 눈을 뜨기 전, 한 번 더 아래로 강하게 내려찍는다. 이번에는 검의 끝을 잡은 쪽으로.
카---앙!!
"크윽!"
트랄은 이를 악물며 내 도끼질을 검으로 막아냈다. 몸이 땅 아래로 꺼지는 듯 했고, 내 도끼의 무게를 얇은 검 하나만으로 온전히 견뎌내야했다.
"계속 간다!!"
카앙, 카앙, 카앙.
도끼로 계속 검을 때린다. 나의 붉은 오라와 성검의 은빛 신성력이 부딪힐 때마다 불똥이 튀었다. 내가 성검을 때릴 때마다 트랄은 조금씩 조금씩 흙바닥 아래에 파묻히기 시작했다.
"이대로 끝까지 매장시켜주지!"
"매장? 그럴 힘은 있나?"
씩. 트랄이 눈을 뜨며 사납게 웃었다. 나에 의해 수세에 몰려 있으면서도 나를 도발하는 눈빛으로 나를 쏘아봤다.
"고작 이 정도로?"
"새끼, 잘 배웠네! 빡치게 만들어서 빈틈을 만들려고 하다니!"
"아아, 이것은 입을 턴다는 것이다! 누가 가르쳐줬지!"
"나잖아, 개새끼야!"
내가 도끼를 다시 들어올리는 순간, 트랄은 빛처럼 빠른 속도로 성검을 반듯하게 세웠다. 마치 내가 휘두르려는 방향을 향해 성검을 조준하듯.
"내가 무릎을 꿇은 것은-"
"이 새끼-"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니!"
트랄의 로브 아래에 신성력이 폭발했다. 스프링처럼 튀어오른 트랄은 내가 도끼를 휘두르는 곳을 향해 정확히 성검을 찔렀다.
"큭?!"
반탄력이 엄청나다. 초승달처럼 넓은 선의 도끼날과 달리, 성검은 검끝이라는 점에 모든 힘을 집중시킬 수 있었다. 정확히 도끼날의 중앙을 찔러올린 트랄의 검에 나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나야했다.
"도끼보다 검이 더 빠르지."
트랄은 손목을 꺾어 찔러올린 검을 세웠다. 날카로운 검날이 이번에는 나를 향해 수직으로 놓였다.
"던전 통로처럼 좁은 곳에서는 짧은 무기가 유리하다고, 이 멍청아. 크큭!"
"속 좁은 새끼! 2년 전에 한 말을 아직도 담아두고 있다니!"
피하기에는 늦었다. 트랄은 찔러올린 성검을 그대로 높이 치켜들어 나를 내리그으려했다. 튕겨나간 도끼를 다시 휘두르기는 무리.
그러므로 방법은 하나.
"으오오오!"
나는 전력으로 상체를 뒤로 젖혔다. 트랄은 아차싶은 얼굴로 인상을 찌푸렸다.
퍼--억!
신성력의 검날은 내 로브를 잘라냈다. 옷을 종잇장처럼 갈랐다.
하지만 나의 배는, 내 최강의 방패는 가르지 못했다. 성검은 내 배에 살포시 파묻혔다.
"잊었구나! 네가 아무리 3년 동안 수 천 마족의 목을 베었다고 한들!"
근력강화.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내 배는, 가르지 못했던 것을!"
부----웅!!
도끼날로 정확히 트랄의 목을 겨눴다. 나의 오라로 붉게 달아오른 도끼는 그 무엇도 잘라낼 수 있을 것처럼 날카로웠다.
"형제여, 잊었는가?"
트랄은 한쪽 손을 도끼 쪽으로 들어올렸다.
"형제는 한 번도, 나를 이기지 못했던 것을."
덥썩. 트랄은 도끼날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의 손에는 마치 신성력이 건틀릿마냥 휘감겨 있었다.
"칼날잡기. 이제 다음이 뭔지 알지?"
"큭, 이 자식!"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트랄이 내게 강요한 이지선다에 나는 어느것도 쉽게 선택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망설이면 곧장 패배하게 되고, 나는 울며겨자먹기로 선택을 내려야만 했다.
덥썩.
트랄의 또다른 손이 도끼의 자루를 움켜쥐었다. 여전히 근력은 나보다 훨씬 강했고, 힘겨루기의 자세에서 내가 불리했다.
"이익!!"
"소용없다네, 형제여. 내가 언제 무기를 빼앗는 걸 실패한 적 있던가?"
트랄은 손을 도끼날 바로 아래에 걸쳤다. 도끼자루를 두고 하는 줄다리기에서 나는 순식간에 불리해졌다. 내 쪽으로 자루를 잡아당기는 손바닥이 불이 난 것처럼 따가웠다.
"아오, 치사한 새끼!"
나는 도끼를 포기했다. 로도페리의 걸작이라는 건 중요치 않았다. '우리'의 싸움 방식은 무기에 대한 애착을 부리는 순간 적을 죽이는 것이기에, 나는 재빨리 몸을 옆으로 굴렸다.
부----웅!
무언가가 내 머리를 빛처럼 빠르게 스쳤다. 나보다 세 배 더 빠르고 세 배 더 강한 도끼질에 로브 끝이 잘려나갔다. 나는 바닥을 마저 굴러 트랄의 공격 반경에서 벗어났다.
"아오, 좆됐다."
"형제여. 내가 보증함세. 이건 성검에도 뒤지지 않는 무기로군."
트랄은 로도페리의 도끼를 움켜쥐며 자세를 잡았다. 내 문신의 버프가 걸렸던 붉은 오라는 트랄의 손에 의해 오히려 역버프가 되어버렸다.
"잘 빌리겠네."
"너 진짜 개새끼구나."
나는 바닥을 구르며 챙긴 성검을 들어올렸다. 성검은 스스로 파지직 거리며 신성력을 뿜어냈고, 내 손바닥은 화상을 입은 것 마냥 따가웠다.
"적에게는 못 쓰는 무기를 주고, 자기는 좋은 무기를 빼앗고. 어떤 새끼한테 이딴 거 배웠냐?"
"크흐흐."
트랄은 턱을 들어올리며 나를 가리켰다. 나는 머쓱함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래. 씨발 내가 가르쳐줬지. 아주 호랑이 새끼를 키웠어."
"호랑이라는 건 어울리지 않는군. 나는 성검 <타우러스>의 주인일세. 황소라는 것이지."
"누가 그걸 모를 것 같냐. 흐흐, 근데 너 실수했다."
콰득. 나는 성검을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성검은 연신 신성력을 뿌리며 나를 위협했지만, 나는 그저 조금 따가울 뿐 충분히 견뎌낼 수 있었다.
"약점을 극복하는 건 전사로서 기본이지. 트랄이여. 나는 신성력에도 견뎌내는 수련을 거듭한 끝에, 신성력에도 저항력이 생겼도다."
"오오, 그것은 축하할 일이로군. 어떤 훈련을 하였는가?"
"......."
절정하면 신성력을 뿌려대는 엘프 여왕과 하루종일 섹스하면서 견뎌냈다고는 차마 말하기 껄끄러웠다. 저리도 눈을 빛내며 궁금해하는 트랄에게 내가 지금까지 겪어온 일들을 말하기가 살짝 민망했다.
"궁금하면 나한테 이겨봐라. 그러면 답해주지."
"호오. 자신감이 넘치는군. 하지만 형제여, 그것을 두고 사람들은 '오만'하다고 하는 걸세."
고고고.
트랄이 도끼를 앞으로 내밀며 자세를 낮췄다. 명백히 나를 향해 돌진하려는 듯한 모습에 나는 성검을 꽉 움켜쥐었다.
"흐흐흐, 오만하다? 얼마든지 오만해주마!"
트랄의 몸이 사라졌다. 거대한 도끼를 들고 사라진 트랄은 분명 어떤 궤적으로든 나를 노리고 도끼를 휘두를 것이다.
예측해야한다. 틀리면 바로 죽는다. 다행히 내가 가진 강점은 두 가지.
무조건 지켜야하는 면적이 정해져있다는 점. 그리고 내가 쥔 성검은 부러지지 않는다는 점.
"우오오!"
나는 성검을 거꾸로 쥐고 바닥에 내리찍었다. 던전 바닥에 꽂힌 검날에 신성력이 사방으로 튀었다.
카---앙!
도끼날이 검면을 때렸다. 충격은 나의 손과 땅으로 분산되어 흩어졌다. 몸을 아래에 바싹 낮춰 내 다리를 노린 트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막을 줄 몰랐지? 나도 몰랐다."
1/2. 목 위를 노리거나, 다리를 노리거나. 다행히 아직 운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습관은 여전하구만!"
나는 성검을 땅에서 뽑아들었다. 트랄은 한 발을 땅에 디디고 휘두른 도끼를 역방향으로 다시 휘두르려했다. 하지만 그보다 내가 더 빠르게 움직였다.
"내가 얘기했지?! 던전같은 좁은 통로에서 이런 상황이 되면!"
쿵!
나는 한발자국 앞으로 점프해, 도끼날 전체를 발로 짓밟았다. 내 무게에 의해 도끼는 아래로 푹 내려앉았다.
"휘두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무겟값!"
나는 몸으로 도끼를 눌렀다. 트랄은 좀처럼 안간힘을 쓰며 도끼를 들어올리려했지만, 아무리 트랄이라도 내가 전신으로 밟고있는 도끼를 들어올리기는 무리였다.
"잊었느냐. 이 세상에 나를 들어올릴 수 있는 자는 없다!"
"더 무거워졌군, 형제여!"
"크하하! 자랑스러운 무게지!"
나는 성검을 높이 들어올렸다. 트랄처럼 검날로 벨 생각은 추호도 없다. 검은 결국 사람 쓰기 나름.
"우오오!"
나는 검을 몽둥이처럼 휘둘렀다. 수직으로 찍어내리고, 옆으로 휘두르고, 사선으로 베듯 찌르고, 정형화된 패턴 없이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흠!"
트랄은 움켜쥔 주먹으로 성검을 흘렸다. 내가 손등으로 그의 검날을 쳐냈던 것을 나를 상대로 바로 써먹었다. 역시 싸움박질의 천재다웠다.
카앙, 카앙, 카앙!
트랄은 뒤로 물러서며 검을 계속 쳐냈다. 신성력의 건틀릿은 성검에 얻어맞을 때마다 조금씩 깎여나갔다.
"강해졌구나, 형제여!"
"씨발, 존나 여유롭네!"
하지만 초조한 쪽은 나였다. 트랄의 손등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에 비해, 내 손바닥은 성검의 신성력에 조금씩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신성력에 저항이 있다고 한들, 영향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 않나?"
"약점 파악 더럽게 빠르네!"
"나도 성검의 용사를 상대로 많이 싸워봤거든."
트랄은 공격을 막을수록 이마에서 땀을 흘렸다. 나는 공격을 할수록 손바닥에서 피를 흘렸다. 누가 더 불리한 지는 자명했다.
하지만 질 수 없다. 결코 질 수 없다.
"형제여, 그만두시게. 형제는 결코 나를 이길 수 없네."
"우오오!!"
기합으로 달콤한 유혹을 떨쳐낸다. 당장이라도 검을 내려놓고 패배를 인정하면 모든게 끝난다. 우리는 이미 서로 검과 도끼를 교환하며, 서로의 생각을 읽었다.
"인사는 이걸로 충분하지 않은가?"
"아니, 아직이다!!"
"...후후, 그럼 얼마든지 와라."
트랄에게서 강자의 여유가 철철 흘러넘쳤다. 같은 5성이라고 한들, 100레벨을 앞두고 있는 트랄은 분명 너무나도 강했다. 7레벨이라는 격차를 이겨내기에는 분명 내가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질 수 없다.
적어도 '이 곳'에서는 내가 질 수 없다.
"트랄! 나는 전사로서 지금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다!"
"......?!"
트랄의 표정이 비틀렸다. 한 명의 오크로서, 한 명의 전사로서, 포르네우스 던전에서 3년동안 서로 영혼의 전우로서 싸웠던 그 때와 지금은 다르다.
"나는 대전사의 길을 포기했다!"
"너--?!"
트랄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그의 눈빛에서 진심어린 살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물러설 수 없다.
"나는 파후우, 라스푸틴! 이 '던전'의 주인으로서, 침입자를 물리칠 것이다!"
성검을 내리찍었다. 붉은 오라의 버프로 성검 전체를 덮어 만든 오라의 몽둥이로 트랄을 내리찍었다.
카---앙!
트랄이 X자로 팔을 교차하며 공격을 막았다. 양팔에 두른 신성력에 붉은 오라가 깎여나갔다.
"...쿨럭."
피가 흘러나왔다. 오라를 모두 쏟아낸 탓에 팔 근육 전체가 터져버렸다. 전력을 짜낸 마지막 일격에, 이미 과부화되어 있던 전신이 퓨즈가 끊긴 것 마냥 힘이 빠졌다.
"......그런가. 형제는...변했군."
"그래. 이곳이 나의 보금자리다."
포르네우스 던전에 있으면서 가질 수 없던 그것.
"이곳이 나의 집이고, 나는 이곳의 가장이다."
"......흐흐. 그런가. 나는 집주인 허락도 없이 들어온 도둑인 셈이군."
"그래, 이 개새끼야. 살아있었으면 연락이라도 하고...씨발...찾아오던가."
사락. 트랄이 성검을 움켜쥐었다. 전신의 힘이 빠진 나와 달리, 아직 그는 여력이 충분했다. 그는 내게서 손쉽게 성검을 회수하고 검집에 집어넣어다.
"아니, 나도 몰랐다. 이곳에 형제가 있을 줄은."
"우연이란 말이냐?"
"성검의 용사, <비르고>를 찾으러 왔더니 이런 일이 있을 줄은 몰랐지."
"......와, 소름돋네. 걔 내 딸이거든."
트랄은 잠시 놀란듯 눈을 깜빡였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딸? 용사? ...아아, 그건 던전 주인으로서 쌓은 업적일 터. 흐흐, 그대는 지금 어느 정도지? 그 썅년보다는 높겠지?"
"29위."
"대단하군. 역시 형제일세. 30위보다 낮았으면...흐흐."
트랄은 내게 두 팔을 벌렸다. 재회의 기념을 악수도 아닌 뜨거운 포옹으로 하자는 그의 제안에 나는 괜히 헛웃음이 나왔다.
"야, 똥멍청이야. 내가 한 말 기억 안나냐?"
"...무슨?"
"끝날 때까지 끝난 거 아니다."
나는 피가 흐르는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켰다. 트랄은 아차싶은 얼굴로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이런-"
"넌 아직 나한테 이걸로 안 돼."
나는 검지로 관자놀이를 두드린 뒤, 다시 아래를 가리켰다.
구구구.
트랄이 서있던 곳.
"던전 주인의 승리다, 용사 새끼야."
천장이 무너져내려, 성검의 용사를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