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492화 (491/800)

492회

119일

"샤이탄. 전염병으로 사회가 혼란스러워지면 어떻게 되는 지 아느냐?"

"시스템을 믿지 못하게 되겠죠. 그리고 개인주의가 만연하게 될 테고요."

"그래. 인간은 태생이 이기적인 생물이지. 자신의 목숨 앞에 신념과 종교를 놓을 수 있는 인간은 몹시 드물다."

그런 존재를 두고 사람들은 위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제 목숨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기에, 타인의 목숨을 우선시하는 이들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것이다.

"나는 얘기했다. 후작령을 상대로 물리적인 힘으로 쓰러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인님께서는 자본의 힘을 이용해 이기겠다고 하셨죠."

"그래. 그 계획을 접을 생각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좆의 힘을 이용해 후작령을 파멸의 길로 인도한다는 내 계획은 아직 변하지 않는다."

전 인류에게 라스의 참 된 도리를 알리는 그 날까지. 전 인류를 라스토피아의 아래에 무릎꿇리는 그 날까지.

나는 나 스스로 세계를 정복할 것이다.

"그런데 이건 재미있군. 너무나도 재미있어."

퀘르벨스가 가져온 자폭 계획은 여러모로 나를 신선한 충격에 빠뜨렸다.

내가 신이 나서 거기에 살을 덧붙이고 싶었을 정도로, 내가 그 계획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샤이탄, 네가 생각하기에는 어떠냐? 여기에는 지금 아무도 없다. 그 누구도 없으니 편하게 얘기해도 된다."

"...저야 주인님 세계의 사상이나 이념을 위-키로 배웠을 뿐입니다. 직접 겪어보거나 공부한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알 지 못합니다."

"그거라도 좋다. 어찌 생각하느냐?"

"성공해도 좋고 실패해도 그만. 어느쪽이든 저희에게는 이득인 쪽으로 가면 그만입니다."

샤이탄의 말이 정답이다. 결국 우리 군단에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모든 걸 움직이게 하면 된다.

"결국 모로가도 수도로만 가면 된다는 말이지. 나의 방식은 지극히 온화하며 인간들의 속에 천천히 스며드는 꼴이라면."

"퀘르벨스, 그 자의 방식은 과격하고 급진적입니다."

"하지만 효과는 즉각적이지."

나나 추기경이나 둘 다 오랜 시간에 걸쳐 퍼지게 될 역병을 준비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전염성이 강한 대신 치사율이 낮은 것에 비해, 추기경의 방식은 전염성은 약하지만 치사율이 무척이나 높았다.

"이건 자존심 대결이다. 어느쪽의 선동이 더 먹혀드는 가에 대한 전쟁인 거지."

"아, 그런 쪽으로 자존심 대결이 붙으신 거군요?"

"누가 먼저 교단을 무너뜨릴 것이냐! 과연 내부의 적인가, 아니면 외부의 적인가! 아아, 이것이 오월동주라고 하는 것인가."

교단을 무너뜨린다.

교단이 지금까지 세계에 퍼뜨려놓은 금기라는 이름의 억압을 벗어던지고 진정한 여신의 뜻을 널리 퍼뜨린다.

"이건 퀘르벨스와 라스푸틴의 대결인 것이다!"

"대결이라는 것 치고는 제법 합이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만."

"그래. 여자였으면 바로 눕혀서 박고싶을 정도로 대화가 잘 통하더구나. 크으, 여자였으면 분명 속궁합이 쩔었을 것이야. 아아, 퀘르벨스여. 그대는 왜 여자로 태어나지 않았던 것인가?"

"주인님."

샤이탄은 입꼬리를 비틀며 내 앞에 마나를 흩뿌렸다.

"지금까지 겹치지 않은 종족으로 암컷 합성을 해버리면 그만아닙니까?"

"끄응. 그건 확실히 끌리기는 하지만 아직은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는군."

아무리 내 욕구를 자극하는 여체가 앞에 있다고 해도 그게 남자였다고 하면, 나는 먹고싶다는 욕구가 팍 사그라들 것이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안다고 하지만, 옆에 다른 산해진미가 있으면 굳이 찍어먹어 볼 필요가 없지 않을까?"

"제 아버님은요?"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하지만 그 정도 수준이 되지 않으면 내 구미를 당길만한 이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지."

그마저도 에스투를 먼저 뵈었기에 그나마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사람은 뭐든지 적응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아무튼 샤이탄, 너희들 덕분에 추기경과 성공적인 거래를 나눌 수 있었다. 정말로 고맙다."

"...개인적으로 궁금합니다만, 정말로 효과가 있겠습니까?"

"없어도 그만이지. 효과가 마땅찮으면 추기경이 수도의 높으신 분들에게 알아서 나눠주실테니."

작전이 완벽하게 실패할 경우, 발정마액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해서도 이미 논의가 끝났다.

"실패하면 실패하는 대로 대금을 받기로 했다. 어차피 추기경도 우리를 이용해서 높으신 분들의 환심을 사려고 할 터, 우리는 누워서 굿이나 보고 떡이나 치면 되는 거다."

"후작성에 공중정찰을 나가는 하피들을 교대로 편성하겠습니다."

"그래. 우리도 마냥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추기경은 추기경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내부의 적이 안에서 병을 퍼뜨린다면, 우리는 외부의 적 답게 밖에서 전염병을 퍼뜨려주지."

작전의 시작은 하나.

역병.

나와 추기경은 후작성 전체에 전염병을 퍼뜨리기로 합의를 봤다.

* * *

<늦은 밤, 레굴루스 성 빈민가 골목길.>

"에이, 씨벌. 몸 파는 년들이 까탈스럽게 굴기는."

얼굴에 손찌검 자국이 진하게 남은 남자, 퓨지르 졸라파라데는 바닥에 침을 뱉으며 골목길을 걸었다.

광산에서 노동을 하고 한 발 빼는 것이 그의 하루 일과 마지막이었으나, 오늘은 날이 좋지 않았다.

"아오...씨발. 약 괜히 먹었네."

제대로 씻지 않은 남자를 들였다가는 벌레가 옮는다나 뭐라나. 퓨지르는 고간을 벅벅 긁으며 골목을 거닐었다. 혹시나 누구 하나 돌아다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골목을 기웃기웃거렸다.

"응? 저게 뭐여."

퓨지르는 골목 한켠에 빛나는 물체를 향해 한 걸음에 달려갔다. 누군가가 떨어뜨린 물건인 듯, 잡동사니가 땅에 마구잡이로 흩어져있었다.

"뭘 이렇게 놓고간...오, 운이 좋군."

퓨지르는 선반 위에 놓인 나무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안에는 마시다 남긴 듯한 희미한 금색의 액체가 반짝이고 있었다.

"뭐 물에 탔나? 색이 뿌연데...."

아무렴 어떠랴. 달빛에 비친 색이라고 생각한 퓨지르는 컵을 조심스레 들어올렸다.

할짝.

혀로 가볍게 물을 핥은 퓨지르는 씩 미소를 지었다.

"누가 두고 갔는지는 몰라도...두고 간 거면 버리기 아깝잖아? 크흐흐."

꿀꺽, 꿀꺽. 퓨지르는 한 입에 음료를 들이켰다. 달콤한 듯 하면서도 고소한 치즈향이 나는 레모네이드는 처음이었다.

"꺼-억. 누군지 몰라도 감사합니다, 크흐흐. 이제 마셨으니 한 발 빼러 갈...?"

두근, 두근.

갑자기 퓨지르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맥박이 빠르게 뛰고, 온몸에 열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술...?"

톡 쏘는 맛도 없었는데 왜 몸이 달아오르는 걸까. 퓨지르는 하반신의 뻐근한 감각에 등을 벽에 붙였다.

"크, 으어어...?!"

퓨지르는 이 감각을 알고 있다. 모를 리가 없다. 당장 오늘만 하더라도 이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싸구려 약을 먹었으니까.

"이, 씨바...?"

껄떡, 껄떡.

퓨지르의 자신감이 바지를 뚫고 튀어나올 것처럼 솟아올랐다. 아니, 솔직히 바지를 벗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아래가 아팠다.

"...끄으."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퓨지르는 바지를 벗어내렸다. 그리고 아래로 고개를 내린 순간, 퓨지르는 손으로 입을 막아버렸다.

"여신 맙소사."

이것이 정녕 자신의 물건이란 말인가? 평소보다도 훨씬 더 거대해지고 단단해진 그의 물건은 불방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씨발, 다 뒤졌다."

이것만 있으면 어떤 여자든 다 박살낼 수 있다. 퓨지르는 성큼성큼 골목길을 달렸다. 자신이 돌아왔던 길을 되돌아가, 뺨을 맞았던 바로 그곳으로 달려갔다.

"이보쇼!!"

"꺄아악!"

가게 앞에 서있던 야한 차림의 여인이 퓨지르를 보자마자 비명을 질렀다. 바지를 벗고 아랫도리를 덜렁덜렁 거리는 남자는 가히 정상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빠구리 함 뜹시다!"

"씨, 씻고 오라고 했...."

"아, 거, 말 많네!!"

퓨지르의 눈은 핏발이 서있었다. 몸에서 후끈거리는 열기로 주변에 아지랑이가 일렁이는 듯 했다.

"아, 안에 신고를...."

스읍, 스읍. 서서히 다가오는 퓨지르의 격한 숨결이 여인의 얼굴에 닿았다. 여인은 퓨지르를 밀쳐내려고 했지만, 아래에 닿는 감촉에 온몸이 굳어버렸다.

"야. 너 이런 자지랑 해봤냐?"

"...외, 외국 분이세요?"

"크흐흐, 씨발. 내가 좀 보통 놈들이랑 다르지. 전생에 말이었다 이 말이야."

여인의 눈이 아래로 고정된 걸 깨달은 퓨지르는 자신감에 여인을 벽으로 밀쳤다. 퓨지르의 주먹만한 거근이 여인의 치마를 건드리며 쿠퍼액을 잔뜩 묻히고 있었다.

"설마 방이 비었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나 그러면 여기서 쌀 거다."

"자, 잠깐만요. ...하, 씨발. 진짜."

여인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문을 열었다.

"...혹시나 찢어지면 교회 갈 값까지 받을 거예요?"

약 세 시간이 흐른 뒤.

여인과 교대로 호객을 위해 나온 이가 다시 교대를 위해 방 안으로 들어갔지만, 여인은 나올 수 없었다.

"꺄, 꺄아아악!!"

퍽, 퍽퍽퍽, 퍽퍽퍽퍽퍽.

퓨지르는 의식을 잃고 기절한 여인을 향해 맹렬히 자지를 쑤시고 있었다. 황급히 달려온 떡대들이 퓨지르를 잡아다가 내동댕이쳤다.

"이 미친새끼!"

"기절한 년한테 계속 박으면 안 되지!"

퍽, 퍽퍽.

떡대들은 퓨지르를 발로 짓밟기 시작했다. 하지만 퓨지르는 실성한 듯 괴성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했다.

"아, 아파, 아파아아!"

"당연히 아파야지! 씨발, 재수가 없으려니!"

"...혀, 형님?! 이 새끼 섰는데요?!"

떡대들은 퓨지르를 대자로 눕혔다. 전신에 구타당한 흔적이 가득했으나, 그의 자지는 여전히 하늘을 향해 꼿꼿히 서있었다.

"나...발기가 안 풀려! 안 풀린다고, 씨발!"

잠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세 명의 남자와 다섯 명의 여인이 늦은 밤 교회의 문을 급히 두드렸다.

* * *

<그 시각, 레굴루스 성 후작가 집무실.>

"여덟 명이 중독되었습니다."

"중독이라는 표현은 옳지 않습니다, 형제."

추기경은 단호한 목소리로 손에 든 깃털펜을 휘저었다.

"그들이 독에 중독되었습니까?"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추기경 예하."

"괜찮습니다. 그들은 그저 성기능에 장애가 왔을 뿐입니다."

적나라한 추기경의 표현에 바이스는 괜히 볼을 긁적였다. 한순간이지만 똑같은 고통을 겪어야 했던 그로서는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아무튼 보고드립니다. 교회에 방문한 여덟 명으로부터 나타난 증상을 하나씩 말씀드리겠습니다."

증상, 그 첫번째.

"남자 셋 중 둘은 발기가 풀리지 않았습니다. 본인들의 말에 따르면 최소 네 시간입니다."

"후후, 그 자의 말에 따르면 최소 사흘은 효과가 지속된다고 했습니다. 과연 그게 진실인 지 기다려보는 것도 재미있겠군요."

"평소보다 더 커졌다고 했습니다."

"그건 축복이군요. 아아, 가정에 사랑이 가득하기를."

남자의 경우 발기가 풀리지 않고, 커진 상태로 계속 유지된다. 계---속.

증상, 그 두번째.

"여성들의 경우에는 계속 수음을 하려고 했습니다. 삽입을 바라는 지라, 저희 성기사단에서 나서서 해결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들로부터 건네받은 물건은 꼭 사용하도록 전하세요. 콘돔이라고 했습니까?"

"예. 스타킹과 같은 재질의 물건을 자지에 씌워서 박는다는 건 여러모로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성기사들이라고 한들 자지까지 신성력으로 완벽하게 보호할 수는 없지요."

여자의 경우 발정나게 된다. 단순히 성욕이 폭발하는 게 아니라, 배란이 촉진되고 남자의 씨를 받기를 원하게 된다.

증상, 그 세번째.

"유증상자끼리 눈이 맞아서 예의 '행위'를 시작했습니다. 따로 격리하느라 애를 먹었지만 다행히 큰 소란은 없었습니다."

"...여신의 뜻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이들을 남들 보이지 않은 곳으로 가둬야 한다니 몹시 슬프군요. 아아, 그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발병자끼리 서로 하게 되는 현상.

추기경과 성기사단이 후작성 곳곳에 퍼뜨린 발정마액 덕분에 최초 전파자가 무려 여덟 명이나 발생했다. 그들이 교회에 오기 전까지 퍼뜨린 이들의 수는 사실상 파악이 불가능하다.

"후작성의 교회는 아직 저희에게 협조하지 않고 있지요?"

"예. 성녀파입니다."

"후후후, 하늘에서 뚝 떨어진 여자에 홀려 진실을 보지 못해는 몽매한 자에게 심판을. 그 자, 분명 신성력을 사용하는 자지요?"

"예. 교단에서 다섯 번째로 신성력이 많다고, 자신이 다섯 번째로 여신과 가까운 자라고 떠벌리던 자입니다. 이번에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게 되었습니다만."

증상, 그 네번째.

이미 발정한 자들은 신성력으로 치유할 수 없다.

"푸하하!"

추기경은 배를 잡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좀처럼 경박하게 웃지 않는 추기경이 박장대소를 한 건 바이스로서는 처음이었다.

"본인의 신성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전염병에 그는 무슨 선택을 할까요?"

추기경은 마도구에 전해진 정보를 확인하며 비릿하게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성녀를, 제발 와서 어떻게든 하달라고 부르지 않겠습니까?"

이 모든 것은 성녀를 후작령으로 부르기 위한 함정. 추기경은 달을 향해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여신이시여. 부디 당신의 뜻을 곡해하고 성녀를 참칭하는 검은 머리 이계인에게...."

번뜩.

"당신의 말씀대로, 오크의 자지에 범해지는 천벌이 이루어지기를."

달빛에 비친 추기경의 눈빛은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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