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491회
119일
그리하여.
비키니 아머를 비롯하여 로도페리의 지옥대장간은 상당히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 크하하! 거기 돼지 오크여! 여자를 바치면 네놈의 무기를 만들어주마!
- 네 놈을 암컷으로 만들어주지.
본래 지옥대장간을 설치하며 파견된 마계대장장이(★★★)는 암컷이 되었다.
그린엘프나 드워프로 합성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해서 하피(★)로 합성해버렸고, 놈은 목장에서 열심히 알을 낳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빈 자리를 로도페리가 가졌다. 나는 로도페리가 나의 무기와 방어구를 만들고 싶다는 말에 그녀를 위한 대장간을 만들었다.
"앞으로 비키니 아머 말고도 많은 방어구를 만들어다오."
"이해가 안 돼. 어떻게 이렇게 노출이 심한데 방어력이 높다는 거야?"
"그게 세계의 법칙이기 때문이다!"
"...알았어. 한 명씩 싹다 만들면 되는 거지?"
로도페리는 내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그녀는 드워프들과 함께 무기와 방어구 제작에 착수했다.
"륜아, 이것 보아라. 제법 단단해보이지 않느냐?"
"주인님 검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아니면 들고 계신 검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돌 다. 흐흐."
알로켄 던전에서 채굴하여 가져온 철광석으로 만들어진 무기들은 하나같이 단단해보였다. 과연 로도페리가 목숨을 걸고 알로켄 던전을 점령하려고 했던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 이걸 쓰지 않는 날이 왔으면 좋겠군."
"응? 그게 무슨 개소리래. 사람을 7초만에 때려눕혀서 범한 사람이 갑자기 평화주의자라도 되셨나?"
"아니지. 세계가 라스토피아의 아래에 하나가 된다면 이런 무기를 쓸 일이 없다는 것이다."
러브 앤 피스. 사랑과 평화가 넘치는 세상이 만들어지면 자연히 전쟁과 다툼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로도페리여, 나머지 일들을 부탁한다. 네게 기대하는 바가 정말 많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가슴은 좀 그만 만지면서 얘기하지?"
"땀에 젖은 여인의 가슴을 두고 어찌 그냥 갈 수 있겠느냐? 흐흐, 평소같았으면 바로 박을텐데 지금은 약속된 일이 있어서 말이야."
"네가 겁탈을 안한다고...?"
"겁탈이라니. 라스다. 그리고 진짜 중요한 손님이거든. 아니면 지난 번처럼 너를 입고 갈까?"
로도페리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로도페리라고 한들, 아는 사람에게 치태를 보이고 싶어하지는 않았다.
"그럼 저를 입어주세요!"
그리고 여기, 그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 새로운 의복이 있다. 나는 륜을 안고 지상 1층으로 올라와, 륜을 위한 새로운 포대기를 씌웠다.
찌걱, 찌걱.
륜의 속에 자지를 찔러넣었다.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기에 최적화 된 만큼, 나는 륜의 속으로 쉽게 자지를 집어넣었다.
"역시 조금 튀어나오는 건가...."
나는 륜의 머리를 살짝 눌렀다. 로도페리와 달리 키가 조금 더 큰 그녀는 머리가 살짝 로브 사이로 빠져나올 것 같았다.
"륜아. ...해도 괜찮겠느냐?"
"지, 진짜 그래도 돼요?"
"물론. 지금 만날 상대는 신사니까."
나는 륜을 입은 채 로브를 입었다. 륜의 가슴과 키 때문에 로브의 단추를 잠그기 조금 어려웠다.
그래서 그냥 단추를 잠그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라스촌에서 라스베가스로 이동해, '라스마켓'으로 넘어가는 포털을 넘어갔다.
"오랜만이오, 추기경."
"또다시 형제님을 뵙...."
찌걱, 찌걱.
추기경은 나에게 안겨있는 륜을 보고 표정이 창백해졌다. 뒤에 있는 세 명의 성기사는 뜨악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그건...?"
"속옷이요."
"하이엘프 아닙니까?"
"내 전용 속옷이지."
나는 륜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로브 안으로 집어넣었다. 로도페리 때는 들킬까봐 조마조마했지만, 지금은 아예 대놓고 보여줬으니 들킬 염려도 없다.
"......후후, 종족을 초월한 사랑이라. 세상에는 그런 형태의 사랑도 있을 수 있죠. 아아, 형제님. 제가 당신을 오해했습니다. 형제께서는 지금 이 순간도 여신의 뜻을 따르기 위하여 그러셨군요. 용서하여 주시길."
"......."
추기경은 죄다 자기 좋을대로 해석하고 멋대로 판단하는 경향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내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라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크게 틀린 말도 아니고.
"흠흠. 본론으로 들어가지."
"예. 완성하셨습니까?"
"물론. 이런 방면으로 분노의 군단에 불가능한 일은 없다."
턱.
나는 미리 준비한 유리병들을 꺼내들었다. 각각 보라색, 금색, 연갈색, 그리고 민트색으로 반짝이는 끈적한 액체가 담겨있었다.
"이것이 바로...."
"그렇다. <발정마액>이라고 하는 것이다."
중급 마액에 슬라미아의 점액을 섞고, 이무길라임의 원액을 아주 약간 섞었다. 거기에 '누군가'의 마나를 담아낸 물건이다.
"잠시 향기를...음."
추기경은 민트색 액체가 담긴 유리병을 열자마자 눈을 감았다. 뒤에 있던 세 기사는 인상이 복잡해졌지만, 추기경은 발정마액의 향을 음미하며 뚜껑을 닫았다.
"정말...머리가 상쾌해지는 향이로군요. 맡는 것 만으로도 발기했습니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싸구려 발정제와는 차원이 다른 물건이지. 민트색은 보급형, 그리고 나머지 색은 고급형이다."
보라색, 금색, 연갈색. 각각 하루에 생산할 수 있는 수량이 한정되어있다. 심지어 보라색은 내가 정말 사정사정해서 얻어낸 것이다.
- 샤이탄. 딱 한 번만. 응?
- 안 됩니다...! 기껏 주인님께 질싸받았는데 그걸 밖으로 빼내라니요...! 싫어요! 안 돼요! 하지마세요!
- 대신 뒷구멍에다가 한 번 더 싸줄게!
- ...세 번!
마석을 안에 집어넣고 안에 사정한 다음 그걸 다 빼내야했으니까. 뱃속 가득 머금겠다고 다리를 붙이던 걸 뒷구멍에 자지를 박아 강제로 열게 하느라 조금 애를 먹었다.
"형제님, 이런 엄청난 것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여신께서 알려주셨지."
틀린말은 하지 않았다.
'조합법은 다르지만 내부 물질이 크게 다른 건 아니지.'
지정된 일곱 재료가 섞여야만 원래의 효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이미 확보된 세 명으로부터 다른 재료를 받아내면 되지 않겠는가.
"여신께서 별빛으로 속삭이셨다. 내게 세상을 사랑으로 물들이라고."
여신을 들먹이는 것 때문에 뒤의 기사들은 나를 향해 인상을 찌푸렸지만, 추기경은 깨달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형제님도 여신께서 굽어살펴주고 계시군요. 다시 한 번 더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형제님, 실례가 안 된다면 한 번 시험해봐도 되겠습니까?"
"물론."
"알겠습니다. 바이스 경, 앞으로."
"예."
성기사단의 부단장, 바이스 엑슈얼은 추기경이 건넨 민트초코맛 마액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 걸쭉한 요거트 같은 발정마액을 한 입에 털어넣었다.
"...음. 으으윽...?!"
미약한 밤꽃냄새가 내 코를 찌른다. 내가 륜의 안에 사정한 냄새가 아니라, 바이스가 발기조차 하지 않고 사정한 냄새다.
"형제님들. 바이스 경에게 신성력으로 치유를."
다른 두 기사가 바이스의 고간에 손을 뻗어 신성력을 뿌렸다. 나는 괜히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혹시 치유되면 어떻게 하지?'
이미 임상실험은 끝냈지만, 막상 검수를 받을 때 잘못되면 어떻게 될까. 조마조마한 마음에 나는 그만 정액을 지릴뻔 했다.
하지만.
"으으...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은데...."
바이스는 붉어진 얼굴로 허리를 좀처럼 펴지 못했다. 추기경은 한걸음에 달려가 그의 바지를 벗겼다.
뿌-우-
인간치고는 제법 거대한 남근이 우뚝 솟아올랐다. 추기경은 성스러운 물건을 영접한 듯 조심스러운 손길로 바이스의 남근을 잡고 확인했다.
"오오...! 신성력으로도 치유가 되지 않는 발정제라...!"
"신성력으로 예방을 한다면 모를까, 이미 발정난 이상 신성력으로 정화해도 의미가 없지. 이미 신체 반응은 일어났으니까."
독이 아니다. 마족의 것들로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이미 점막으로 흡수한 이상 신성력이나 성수로 정화할 수 없다.
"마시거나 투약하기 전에 신성력이 닿으면 바로 재처럼 사그라들 것이오. 유리병 안에 있을 때는 괜찮지만, 뚜껑이 열린 뒤에 그런 일이 일어나면 정화되지."
신성력이 정화할 수 있는 건 흡수 되기 전의 점액 상태일 뿐. 마물의 정액에 절여진 여인을 씻기기 위해 사제들이 성수를 뿌려 정액을 소멸시키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이거면 되나?"
"예.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지. 우리는 한 배를 탄 형제가 아닌가. 인간과 마족의 경계를 넘어, 세계를 사랑으로 물들이겠다는 여신님의 진의를 널리 알리고자 하는 동지가 아닌가? 섭섭하군. 내 그대를 형제라고 생각했 건만, 그 방법조차 내게 알려주지 않는 건가?"
"......그건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누누히 말하듯, 이 일이 외부에 퍼져나가서는 안 됩니다."
"당연하지."
추기경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내게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는 그의 계획을 듣고 입이 떡 벌어졌다.
"그것은...."
"형제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통한다. 무조건. 열 명 중에 최소 한 명은 무조건 걸리게 될 것이다."
역시 퀘르벨스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다웠다. 나는 중세 판타지 시대에 현대에서나 있을 법한 사상을 설파하는 그의 사고방식이 상당히 놀라웠다.
"거기에 내가 더 의견을 보태기로 하지."
나는 퀘르벨스 추기경의 계획에 살을 보탰다. 뼈대를 워낙 완벽하게 다듬어놓았기에, 나는 거기서 적절한 피드백을 넣기만 하면 끝날 일이었다.
"...하는 것이지. 어떤가?"
"......!!"
추기경 또한 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시간이 오랫동안 걸리겠지만...."
"아아, 이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설령 그대와 내가 실패한다고 해도. 설령 오랜 시간과 세월이 흐른다고 해도."
나는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뒤에 있는 기사들은 우리의 심도 있는 대화에 따라오지 못했다. 저게 보통이다. 이런 아이디어를 짜낸 퀘르벨스가 머리가 비상하고 이상한 것이다.
"역병이다. 인류가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갈 역병이야. 감기보다 더한 전염병이 될 것이다."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겠지만 교단을 정리하라는...여신님의 뜻을 잘 이루어낼 수 있을 겁니다."
전염병을 퍼뜨릴 계기는 추기경의 앞에 있는 작은 유리병들, <발정마액>. 추기경은 유리병을 모두 뒤의 기사들에게 건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다. 당장 돌아가서, 오늘 밤부터 대계를 펼치겠습니다."
"그래. 그대에게 말해두지. 이 작전의 이름은...."
나는 추기경에게 작전의 요체를 아우르는 이름을 전했다.
* * *
<그 시각, 인근 언덕.>
"......역시. 성기사단의 이들이 분명합니다."
"그래. 나도 이제 확신할 수 있겠네."
안서니우스는 휘하 기사들과 함께 핏발 선 눈으로 거래현장을 살폈다. 복장은 암행복으로 가렸지만, 그들이 타고온 말의 성능까지는 숨길 수 없었다.
"저정도로 잘 육성한 군마를 타고 다니는 놈들은 성기사단 뿐이지."
"예. 썩을 놈들이...한 명은 저희의 군마를 타고다니는 군요."
사람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으나 아래에 타고다니는 말이 무엇인지는 멀리서도 알 수 있다.
"조용. 뭔가 말하면서 지나가는 군."
안서니우스와 기사는 바닥에 최대한 엎드려 귀를 기울였다. 십 수 미터 아래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속삭이는 것보다 작았지만, 그들은 후작가의 탈환을 위해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어야만 했다.
- ...럼 그들의 뜻대로 하실 생각이십니까?
- 대계를 위해서라면 마족이라고 한들.
"...저런!"
안서니우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로브를 쓴 선두의 남자가 누군지 깨달아버린 것이다.
- 아무리 그래도 저런 마족과 손을 잡는 건 위험합니다.
- 성녀를 축출하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형제여.
- 불안하지 않으십니까?
- 여신께서 우리를 보살펴주시는데 무엇이 불안하겠습니까. 기도를 드립시다.
"저, 저...!"
안서니우스는 가증스러운 그의 말에 절로 화가 끓었다. 당장 뛰쳐나가 검으로 놈들을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고트다이할과 엘렉트라를 비롯한 후작가의 사람들이 화를 입을 가능성이 높았다.
- ...그럼 그렇게 알겠습니다. 저희끼리 이야기를 할 때는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
- ...아, ...키라고 합시다, 형제님. 마족의 언어인지 몰라도 그가 말한 어감, 왠지 모르게 입에 달라붙지 않습니까?
휘이잉.
바람이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안서니우스는 마지막까지 귀를 쫑긋 세워, 무리가 협곡을 넘어갈 때까지 숨을 죽였다.
"...너는 당장 돌아가 각하께 말씀드려라. 저자는 마족의 언어로 암구호를 정했다고."
안서니우스는 자신이 들은 세 글자를 기사에게 똑똑히 전했다.
"아나키. 분명 아나키라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