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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483화 (482/800)

과연 누가 내가 입고 있는 로도페리를 벗길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전방을 향해 힘차게 뛰어올랐다. 483회

112일

드워프의 강함에 대해서 알 필요는 없다. 드워프가 어떤 방식으로 싸움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적을 쓰러드리는 지는 알 가치도 없다.

"약하구나."

압도적인 힘 앞에는 이길 수 없다. 강한 존재를 레이드함에 있어, 이들은 나를 부위파괴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약하다.

"나를 벗기려면 더욱더 강해져라."

도끼를 휘둘러 무기를 깨부순다. 로도페리를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팔에 온 힘을 실어 풀스윙으로 도끼를 휘둘렀다.

서걱!!

드워프의 도끼가 반으로 갈라졌다. 머리에 쓴 뿔모양 투구 또한 갈라졌다. 놈의 머리칼도 갈라졌다. 너무 예리한 나머지 두피도 살짝 갈랐다.

"끄, 끄아악!!"

"...좀 미안하군."

1cm만 아래로 도끼를 휘둘렀어도 두피가 아니라 두개골이 잘렸을 것이다. 드워프는 무기와 머리칼과 두피가 잘린 고통에 괴로워했고, 나는 그의 뒷목을 손으로 후려쳤다.

"커흑!"

"오만이었으면 죽였다."

오만의 군단장이라면 도끼를 일부러 아래로, 목을 그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로도페리라는 구속구를 착용하고 있기에 결코 오만해지지 않는다.

"섹스장인인 내가 너희에게 자비를 베풀도록 하마."

코인을 한 번도 주지 않고 죽이는 것은 분노의 군단 룰에 어긋난다. 아무리 전선이 오만의 군단 전선이라고 한들, 남녀차별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내가 기술자들은 조금 사랑해서 말이야. 일단 비키니 아머부터-"

"이 미친 놈이!"

"미친놈 공격!"

나는 도끼를 옆으로 눕혀 아래로 내리찍었다. 도끼날 전체로 정수리를 얻어맞은 드워프는 몸이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어디서 이 몸이 말을 하는데 끊고 난리야. 퉤."

"죽어라, 이 더러운 오크 놈!"

"오?"

가장 강했던 드워프가 나를 향해 망치를 집어던졌다. 유일한 무기인 망치를 왜 던지나 싶어 일단 망치를 잡고보니, 드워프는 높이 뛰어오르며 나를 향해 무언가를 겨누고 있었다.

"와! 마나를 다루는 드워프?!"

"뒤져라아아아!!"

드워프는 마나로 이루어진 대검을 들고 나를 향해 휘둘렀다. 금방이라도 내 목을 두동강 낼 것 같은 공격에 나는 괜히 섬찟했다.

"맞으면 죽겠어."

맞는다고 한다면. 나는 고개를 뒤로 꺾었다. 마력의 칼날은 나의 코 위를 바로 스쳤다.

"맞는다면 말이야."

퍼억. 나는 손을 뻗어 드워프의 얼굴을 붙잡았다. 눈을 부릅뜬 드워프는 아둥바둥 거리며 구속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나는 드워프를 바닥에 매다꽂으며 가슴을 짓밟았다.

"어떻게 내가 오크인 걸 알았지?"

"이 더러운 놈! 오크 좆내 풀풀 나는데 내가 그걸 모를 것 같으냐?!"

"오호. 어디서 나는데?"

"네놈의 몸에서 더러운 오크 냄새가 풀푼 난다! 이 더러운 새끼! 싸우기 전에 여자랑 쑤시다왔구나! 추잡한 냄새 때문에 아주 코가 썩을 지경이다!"

"흐흐흐."

드워프는 의외로 코가 좋은 종족이 아닐까? 나는 제법 흥미가 깊어졌지만 정보의 은폐를 위해 드워프의 명치를 한 번 더 짓밟았다.

"너는 내가 지켜보마."

쿵.

내게 덤벼든 마지막 드워프까지 모두 기절시켰다.

"너희들에게는 '라스형'을 내리도록 하마. 라스투자드, 드워프들을 감옥으로 옮겨라."

[본부대로.]

라스투자드가 직접 조종하는 기사 구울들이 매우 조심스럽게 드워프들을 들고 포털을 넘어갔다.

아직 요새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드워프들이 나를 노려보며 삿대질을 했지만, 구울의 벽을 뚫지 못해 노려보기만 할 뿐이었다.

"죽여서 데려가는 것도 아닌데 거 짜증은...."

비키니 아머를 이 세상에 실현시키기 위해 드워프는 아직 죽일 수 없다.

"야, 네 부하들 세 명이나 살려줬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쿵, 쿵.

로도페리는 이마로 내 가슴을 찧으며 성질을 부렸다. 물론 그렇게 움직일 때마다 갑옷 안에서 몸이 흔들려 자지가 더 안으로 찔러들어갔다.

"싫다고? 흐흐, 너 조심해라. 내가 아직 최후의 수단은 안 써서 그렇지, 자궁까지 꿰뚫어버리는 수가 있다."

로도페리의 움직임이 잦아들었다. 로도페리를 자지로 지탱하고 있느라 절반 정도 밖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나는 충분히 뿌리까지 집어넣을 자신과 능력이 있다.

"귀두가 두드리는 게 자궁구가 아니라 자궁 천장이 될 수 있다 이거다. 원하냐? 원하면 고개를 끄덕여라. 아니면 보지를 세 번 조이고."

찌걱, 찌걱, 찌걱.

윗입에 볼개그 구속구가 채워진 로도페리는 아랫입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래. 아직은 아니다 이거지. 원한다면 얼마든지 말해라."

나는 나의 흉갑 아래에 드러난 로도페리의 엉덩이 부분을 손으로 가볍게 토닥인 뒤 몸을 돌렸다. 이제 슬슬 클라이막스로 나아갈 차례.

"퍼시발. 복수할 준비는 끝났나?"

"물론입니다, 군단장님."

퍼시발의 뒤에는 부활과 동시에 완벽한 무장을 갖춘 병사들이 도열하고 있었다.

"알로켄 던전 소속 오크 30, 워울프 30. 모두 완전군장했습니다."

라스투자드와 사도들이 검은 장막을 펼쳐 뒤를 가리고 나와 구울들이 시간을 버는 동안, 알로켄 던전의 병사들은 모두 부활과 함께 장비 착용을 마쳤다.

그들의 장비는 모두 검정, 검정, 검정이었다.

검은 타이즈와 검은 가죽 갑옷 모두 칠흑처럼 깊고 어두운 검정이었다.

"복수할 시간이다, 군단이여. 지금부터 저들에게...너희의 뜨거운 분노를 보여주어라."

나는 두 다리를 살짝 벌렸다. 그리고 두 팔로 내 배를-내 앞의 로도페리를 감쌌다.

"그레모리!"

"기다리고 있었어."

마나를 회복한 그레모리가 내 양 옆으로 한 명씩 달라붙었다.

"으아악! 적발마녀다!!"

"저 년 또 부활했어!! 징글징글한 년!"

"너 몇 번 죽었냐?"

"음...47번? 괜찮아. 다 분신이야."

인간들은 그레모리를 보자마자 경기를 일으켰지만, 그레모리는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로 인간들을 비웃었다.

"내가 지휘해도 되지?"

"물론."

고오오.

포털 너머에서 새로운 병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 몸집만큼 거대한 도끼를 손에 쥔 미노타우르스 6명.

포털을 넘어오자마자 하늘로 날아든 강철 날개의 하피 에일로 수 십.

그리고 그들을 통솔하는 38위 던전의 지배자, <하르파스>.

"하르파스 던전 복구 완료. 상처 회복 및 전원 부활."

평균 등급이 3.5성, 평균 레벨 70이라는 압도적인 전력의 소수정예부대. 닷새간의 전투에서는 그들도 제법 큰 상처를 입을 정도로 몰렸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가 있으니까.

내가 저들을 70이 아닌, 80레벨대의 전력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

"그레모리, 시작해라."

"후후, 그 말만을 기다리고 있었어. 오만의 군단, 돌격 준비!!!"

그레모리의 앙칼진 목소리가 던전 전체를 휩쓸었다.

절반 가량이 사라진 구울 너머, 울타리가 절반 이상 붕괴되어 더이상 요새라고도 부르기 힘든 곳에서 버티고 선 토벌대는 검을 든 채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짝.

나는 옆에 서있던 그레모리의 엉덩이를 손으로 때렸다. 탄력있는 엉덩이살이 출렁거림과 동시에, 나의 오라가 던전 전체로 퍼져나갔다.

"...지금 뭐하는 거야?"

"흐흐, 너 모르게 내가 미리 작전을 좀 짜놨지."

감히 우리 던전에 들어온 놈들을 전부 때려죽이기 위해 미리 작업을 좀 해뒀다.

"던전에 요새를 깔다니, 멍청한 새끼들."

이곳이 바깥도 아니고, 던전 전체가 우리의 것임을 모르는 게 분명하다.

"모르면 당해야지."

구구구.

토벌대가 자리잡은 요새 위, 천장에 미세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 * *

"퇴각...해야한다."

사지타리우스 백작은 입술을 깨물며 결단을 내렸다. 철광석을 채취하기 위해 구축한 요새는 구울들이 내던지는 백탁액 심장 포격에 더럽혀졌다.

"요새로 돌아가서 재정비를 해야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우리 공주님이! 장로들이! 저놈들에게 잡혀갔는데!"

"인간들은 100명 넘게 죽었습니다!"

"드워프들은 살아있잖아!!"

백작과 장로가 언성을 높이며 싸우기 시작했다. 잠시 후퇴하자는 백작과 무조건 남아서 싸우겠다는 드워프 장로들의 언쟁에 불안해지는 건 토벌대의 병사들이었다.

이거 도망가야 하는 거 아니야?

개죽음일 것 같은데....

계속 있으면 토할 것 같아. 머리 아파. 밖으로 나가야 해.

우웨에에엑.

구울 시체로부터 뿌려진 백탁액에 이미 많은 이들이 전의를 상실했다. 냄새도 냄새거니와, 시체의 몸에서 나왔다는 본능적인 혐오감과 거부감이 토벌대를 미치게 만들었다.

"싸워도 밖에서 싸워야지! 여기서 싸울 수 있냐고!!"

"야! 고작 냄새가지고 그러냐?!"

고작 냄새라고 하기에는 냄새의 강도가 너무 대단했다.

"어머, 얘들아. 안 도망가니?"

하늘에서 맑고 청명한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날카로운 인상의 검은 조인에게 안긴 적발 마녀는 토벌대를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지금부터 딱 10초 줄게. 10초 안에 도망가면 걔들은 살려줄 거야."

"......."

토벌대는 백작의 눈치를 봤다. 백작은 드워프 장로들의 눈치를 봤다.

"지럴!"

드워프 장로들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울타리를 꾸역꾸역 부수고 넘어오는 구울들을 도끼와 망치로 타격하며 쫒아냈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마라!"

"흠, 10초 금방 지나가네. 어쩔 수 없지."

타천사, 그레모리는 헛기침을 하며 허리를 폈다. 그리고는 마치 누군가를 따라하듯 근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아, 이것은 스프링클러라고 하는 것이야."

"뭐...?"

딱.

그레모리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와 동시에 천장에서 무언가가 아래로 불쑥 튀어나왔다.

"이, 이 미친?!"

캬아악.

구울들의 팔이 종유석마냥 천장에서 돋아나있었다. 눈으로 보기에도 족히 이십은 넘어보이는 팔들이 흐느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길래 10초 안으로 도망가라고 했잖아."

검은 조인, 하르파스가 날개를 펼치자 하피 에일로들이 천장을 따라 날았다. 그들의 강철 날개가 칼날처럼 구울들의 손목을 잘랐다.

쿠구구궁!

어디선가 큰 북소리가 울려퍼졌다. 마물 군단을 지휘하는 듯한 검은 거구의 사내는 제자리에서 허리를 들썩이며 몸을 떨고 있었다.

"저 놈이다! 저 놈을 죽여야 해!"

드워프 장로들은 구울들을 밟고 뛰어올랐다. 구울들은 그들의 발목을 잡으려고 했으나 장로들은 의외로 날랬다.

"그렇게 할 때가 아닐텐데?"

"도망 안 치면 자기들 손해지."

철컥. 천장의 구울 팔들이 일제히 아래를 향해 정렬되었다. 각도를 맞춘 듯한 그들의 팔은 모두 포털 근처를 향하고 있었다.

푸슈우웃!!

구울들의 손목에서 하얀 백탁액이 흩뿌려지기 시작했다. 천장에서 뿌려지는 백탁액은 마치 물로 된 결계마냥 포털 근처를 가득 채웠다.

"아, 안 돼!"

백작은 자신의 몸에 백탁액이 닿기 직전에 간신히 몸을 피했다. 토벌대는 10초만에 퇴로가 막힌 것에 좌절했다.

"저걸...뚫고 가야한다고?"

시체에서 뿌려진 백탁액을 덮어쓰고 도망쳐야 한다. 마법사들은 재빨리 후드를 뒤집어썼고, 기사들은 투구를 고쳐썼다. 백작 또한 헛구역질을 하며 외투를 벗어 머리 위를 덮었다.

"야! 백작! 싸워! 싸우라고!"

"싸우기에는...우웁."

백작은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환기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던전에서 계속 악취 속에 갇혀있었으니, 당연히 바깥의 공기를 마시고 싶어하는 게 인간으로서 가지는 본능이었다.

드워프와 인간의 근본적인 차이.

폐쇄된 공간에서 오랫동안 있을 수 있느냐. 상대적으로 더러운 것에 대해 익숙하느냐.

그리고 인간의 시체를 옆에 두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느나.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군단에 의해 토벌대는 인간과 드워프로 갈려버리고 말았다.

푸슛, 푸슈웃.

여전히 구울들은 천장에서 백탁액을 흩뿌리고 있다. 심지어 팔을 빙글빙글 돌리며 반경을 넓히고 있다.

"......."

백작은 창백한 얼굴로 천장을 올려다봤다. 더이상 견딜 수 없겠다 싶은 순간, 구울들의 팔이 안으로 불쑥 들어갔다.

다 떨어졌구나.

"퇴가아아아악!!"

그렇게 직감한 순간, 백작은 이미 크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몸은 앞으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우와아아아아!!"

토벌대는 환희를 터뜨리며 백작의 뒤를 따랐다. 다시 구울들이 시체액을 뿌려대며 길을 막기 전에 빨리 도망쳐야했다.

"이 개같은 새끼들!!"

드워프들은 역정을 토해내며 구울을 걷어찼다. 호기롭게 달려가기는 했지만, 이미 돌아가기에는 조금 늦었다.

"돌아와, 이 썩을 놈들아!"

"난 살 거야! 살아나갈 거라고!!"

"너희들 없으면 우리도 뒤진다고!!"

"그러니까 왜 지들끼리 난리쳐가지고!!"

"추하군."

가만히 허리만 흔들고 있던 거한이 빈정거리며 손을 들어올렸다.

"더러운 놈들이 내 땅에서 꽥꽥 소리를 지르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다. 모두 죽여라. 한 놈도 남김없이 죽일 것이기에...본색을 드러내도 좋다라스."

"""라스으으!!"""

마족 전체가 환호성을 터뜨리며 토벌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광기어린 마족들의 모습에 토벌대는 급히 포털로 달렸다.

"으아아악!!"

"안녕, 나는 48번째 그레모리야."

어느새, 하늘에서 떨어진 붉은 타천사는 포털 앞에서 인간들을 향해 두 팔을 활짝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벌벌떠는 얼굴로 소리쳤다.

"너, 너희들! 이 가련하고 아름다운 나를 강간하려고 오는 거지! 오기만 해봐! 한 명이라도 열 걸음 안으로 다가오면...."

위잉.

그레모리 분신은 자신의 하복부에 새겨진 마법진을 과시하며 토벌대를 비웃었다.

"자폭할 거야!"

퇴로가 막혔다.

뷰릇, 뷰르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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