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465화 (464/800)

465회

107일차

후작가의 기사단은 후작성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진지를 구축했다. 진지라고 해봐야 그저 움막에 지나지 않았지만, 당장 몸을 눕히면서 ‘적’의 추격을 피할 장소는 그리 많지 않았다.

“각하. 지금 상황은….”

“성기사단이 저지른 거지.”

냉수에 얼굴을 박았던 안다이할은 손바닥을 얼굴에 비비며 중얼거렸다.

“언젠가 저지를 것 같았다. 단지 그게 지금 이 시기였을 뿐.”

“네? 그게 무슨….”

“아무것도 아니다. 그보다 경, 비상식량은 얼마나 남아있지?”

“이주일 분량입니다. 그마저도 아껴 먹었을 때의 양입니다.”

기사단에 식량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부족하지도 않았다..

다행히 던전 공략을 생각하여 제법 많은 양의 식량을 준비했고, 던전 공략이 일찍 끝난 덕분에 남은 식량은 제법 많았다.

문제는 식량을 보급할 곳이 마땅찮다는 것. 성기사단이 레굴루스 성을 점거한 이상, 기사단은 후작령 내의 마을도 쉽사리 드나들 지 못할 것이다.

“이 미친놈들이…! 여신교단에 정식으로 항의해야합니다!!”

“우리 가문이 살아남을 수 있다면 말이지.”

“각하!”

“놈들의 수법은 훤해. 일단 이단으로 몰고 입막음을 하려는 거다. 여신교단의 힘으로 찍어누르려고 하는 것이지.”

“설마 그렇게까지 하려고 하겠습니까? 저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글쎄. …...시장을 크게 교란하려고 했다거나.”

안다이할은 분노의 군단으로부터 받은 가터벨트를 집어들었다.

“경, 이게 집 한 채 가격이라고 했지.”

“그 정도는 될 겁니다.”

“그럼 이게 길거리 과자 수준의 값으로 폭락하면 어떻게 될까?”

안다이할은 상자를 마저 열어젖혔다. 분노의 군단으로부터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받은 상자 안에는 그리도 비싼 스타킹이 눈으로 세어도 약 백 벌 가까이 담겨져 있었다.

“기존에 이걸로 이득을 보던 이들은 어떻게 되겠느냔 말이야.”

“...죄송하지만 각하, 저는 그런 쪽으로는 잘 모릅니다.”

노기사는 순순히 자신의 부족함에 고개를 숙였다. 안다이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네. 내가 하는 말도 그저 나의 예상일 뿐이니까.”

일주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로 고깝게 보던 둘은 던전 공략을 통해 부쩍 서로를 이해했다. 더군다나 성에서 쫓겨난 지금, 서로 얼굴을 붉히기 보다는 솔직하게 서로의 생각을 공유해야했다.

“후작가에서 스타킹을 유통하려고 든 것에 대해 수작을 부린 거라고 생각하네. 뭐...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

끼이익. 상자의 문이 닫혔다.

“단순히 우리 가문을 제거하려는 음모라거나, 남작령 탈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으로 빚어진 오해라거나, 마녀 레비즈로 인한 더러운 이미지를 우리에게 뒤집어 씌우려 한다거나.”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립니다. 어찌 인간의 탈을 쓰고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단 말입니까! 성기사단이라는 자들이!”

“내 말이.”

성기사단이 어떤 이유로 후작가문을 공격했는 지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당장은 기사단이 레굴루스 성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

“각하. 칸세르 령으로 가시지요. 공작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겁니다.”

“자네, 나와 칸세르 가의 악연을 알면서 그런 얘기를 하는 건가….”

“악연이더라도 이건 각하의 가문에 대한, 귀족 전체에 대한 모독입니다! 어찌 교단의 개 따위가 귀족가의 성을 무단으로 점거한단 말입니까!!”

“그렇지. 하지만 경. 칸세르 가는 교단친화적인 자들이야. 오히려 후작가를 마녀사냥 하는데 도움을 주겠지.”

안다이할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주변에 온통 적 뿐이고, 야속하게도 시간은 흘러 밥 먹을 때가 되었다.

“젠장. 집 한 채 짜리 물건이라도 팔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 않나. 차라리 먹을 것이라도 있었으면...잠깐만.”

안다이할은 목소리를 낮추고 안서니우스에게 은밀한 제안을 했다.

“...위험합니다! 공연히 오해를 사기라도 한다면!”

“그래. 하지만 안 걸리면 되지 않겠나.”

안다이할은 굳게 고개를 끄덕이며 스타킹 상자를 집어들었다.

“엘프들을 통해서 거래를 하지. 저들도 괜히 성에 엘프를 보냈다가 구금이라도 당하면 좋을 게 없지 않겠는가.”

잠시 뒤.

소수의 기사들이 갑옷을 벗고 등에 배낭을 맨 채, 비르고 영지를 향해 달렸다.

***

똑똑한 부하는 환영이다.

그것이 여자라면 더더욱 환영이다.

그것이 고등급에, 고레벨에, 나를 배신하지 않는 충성심까지 보인다면 대환영이다.

하지만 그 모든 조건이 갖춰진 여자가 적이었다는 건 나로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정리를 해보도록 하지. 너는 아스모딘이자 아스모데우스다?”

“후후, 그래요. <아스모딘 아스모데우스>. 본명은 아스모딘에 던전 주인의 이름은 아스모데우스. 31위 던전을 차지했답니다.”

나지막하게 웃는 아스모딘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원래 던전 주인인 아스모데우스는 어떻게 되었지?”

“저를 덮치려고 하길래 담궈버렸어요. 아무리 인장이 던전 주인들에게 주어진 거라고 해도 그렇지, 막무가내로 다짜고짜 다리를 벌리라고 하지 뭐예요?”

“서, 설마…?”

원 아스모데우스와 한 건가? 그런 건가?

“푸흡.”

내 걱정을 눈치챈 아스모딘이 쿡쿡 웃으며 다리를 뻗었다. 그녀의 허벅지에서 돋아난 나뭇가지가 점점 사람의 형체로 변했다.

“드라이어드로서의 재능이에요. 저랑 똑같은 인형을 하나 만들어내는 힘이죠.”

“그리고 아스모데우스 인 척 한 건….”

“그것 또한 드라이어드로서의 힘. 겉에 나무껍질로 피부를 바꾸는 것. 이게 제가 가진 재능의 전부랍니다.”

그 재능에 나는 두 번 속았다.

투항한 아스모데우스에게 자지를 박아놓고 그녀가 아스모딘인 줄 몰랐고, 자지를 박고 우리 던전으로 도망쳐 특별실에 안착시켰는데도 화장빨인 걸 몰랐다.

“그런데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아스모딘이란 걸.”

“러스트릴리스의 안에 1장로가 있었거든. 네 얼굴이랑 똑같이 생겼던 하이엘프.”

“아하, 그랬구나. 눈 찢어진 엘프 말이죠? 후후, 외형 꾸미는 데 조금 참고했어요.”

처음 나는 아스모데우스가 1장로와 합성이 된 줄 알았다.

하지만 1장로는 러스트릴리스의 속에서 나타났고, 당연히 아스모데우스의 정체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다.

“결정적으로 알게된 건 시스템이지.”

인장이 박힌 아스모딘을 잡아도 승리 메세지가 뜨질 않는다.

군단장인줄 알았던 아스타로트를 포로로 잡아도 쟁탈전에서 승리했을 뿐 군단 끼리의 전투에서 승리한 것이 아니었다.

“이길 거 다 이겼는데 시스템은 아직 이긴 거 아니라고 말하더라고.”

즉, 아스타로트는 군단장이 아니다. 아스모데우스가 군단장이거나 다른 별개의 존재가 군단장으로 존재한다.

그런 결론에 이르렀기에, 나는 아스모데우스가 실은 군단장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투항한 척 하고 적진에 인간폭탄으로 남아있는 존재가 있으니, 당연히 시스템은 계속 싸우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맞아요. 아직 군단장의 전의가 무너진 건 아니니까. 시스템은 제법 융통성이 있어서, 이런 것도 가능하게 한답니다.”

새로운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담보로 승리를 추구하는 아스모딘의 독함도 깨달았다.

“만약에 터뜨리려고 했으면 어떻게 했지?”

“음...학살? 기습을 걸어서 다 죽이고, 던전을 무너뜨리는 거죠. 뿌리를 통해 부하들을 흡수하고 강해지는 거예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인장은? 드라이어드 몸에 박힌 인장은 가짜가 아니었는데?”

“아, 그건 진짜에요. 제가 만든 인형에 인장을 옮겨놨어요. 그래야 다른 부하들이 전부 다 속으니까.”

아스모딘은 소름끼칠만큼 철저했다.

“아스타로트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운 격이로군.”

“바지사장…?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하시는대로 맞아요. 31위 군단장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29위 던전 주인에게 군단장 행세를 하게 한 거죠.”

그녀의 아래에 있는 포칼로르, 카임, 오리아스의 실제 주인은 아스모딘이었다는 말이나 마찬가지.

아스모데우스는 아스타로트의 부하인 척 움직이며 우리 던전에 위장 포로로 던전을 터뜨리려고 했다. 그 모든 것을 아스타로트 던전의 그 누구도 몰랐다.

“야. 불가촉천민은 그거 아냐?”

“아스모데우스가 군단장이라는 건 알 지, 아스모딘이 군단장이라는 건 몰랐죠. 처음 만날 때부터 분리해서 만났거든요.”

“...정말로 대담하군.”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몇 겹의 함정을 쳐놓았는지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인장이 군단장이라니, 그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상상도 못할 정체에 나는 너무나도 깜짝 놀랐다. 너무나도 놀라서 뒤로 나자빠질 정도였다.

“정말 놀라운 일이군.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이보다는 덜 놀랐을 것이야.”

“그 정도로 놀라운 일인가요? 후훗, 저는-”

“그래. 진작에 얘기해줬으면 얼마나 좋았겠어. 응?”

나는 아스모딘의 허벅지를 잡아당겼다. 샤이탄과 루시펠은 그녀의 손목을 잡고 위로 잡아당겼다.

“어, 어라?”

“네가 나한테 투항한 순간부터 여기에 오고 나서 말이야...네가 사실은 색욕의 군단장이라고 말했으면 우리가 얼마나 편했겠냐?”

일부러 적진에 침투할 일도 사라졌을 것이다. 다크엘프들을 몇몇 구하지 않게 되더라도, 가만히 포털 앞에 진을 치고 넘어오는 놈들만 잡으면서 시간을 보냈으면 더 편하게 이길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응? 그렇지? 색욕의 군단장이 우리 품에 들어왔는데,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병신같이 아스타로트를 잡으러 가고 말이야. 응?”

“아, 그, 그건….”

“뭐?”

“...어, 어디까지나 거짓 투항에 따른 기만책이라는 걸로, 히이익?!”

아스모딘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떨었다. 샤이탄과 루시펠은 하피의 깃털을 이용해 그녀의 겨드랑이를 간지럽혔다.

“아, 하흑, 그, 그만둬어어! 거기 내 약점, 크흑, 흐하항!!”

아스모딘은 웃으며 절정했다. 나는 그녀의 속에 자지를 찔러넣어 번쩍 들어올렸다.

“일단 장소를 옮기자. 너를 위해 특별히 마련해놓은 곳이 있거든.”

인장을 위해 내가 특별히 만들어놓은 장소. 나는 아스모딘을 끼운 채, 그녀의 겨드랑이를 양손으로 붙잡고 몸을 돌렸다.

“아, 아흥, 크흐흥!!”

아스모딘이 꿀을 흘리건 말건, 나는 그녀를 목적지까지 들고 옮겼다.

“어, 어디로 가는 거예요?!”

“너를 조교할 곳으로.”

“조, 조교?”

아스모딘은 갈라진 목소리로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는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를 보였고, 나는 그녀를 데리고 포털을 넘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와….”

“이 발정난 변태같으니라고. 플라우로스를 보고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네가 처음일 거다.”

자지가 주렁주렁 매달린 촉수 나무를 보고 감탄사를 내뱉다니. 역시 아스모딘은 예사 존재가 아니다. 괜히 색욕이라는 인장을 받은 게 아니구나 싶을 정도로 이 여자는 색을 밝혔다.

“역시 여기에 붙기를 잘했어! 촉수 강간 플레이라니!!”

“......샤이탄아, 너 혹시 얘랑 종족 바뀐 거 아니냐? 암만 봐도 서큐버스보다 더한 것 같은데?”

“종족과 그 사람의 성관념이 일치할 거라는 건 편견입니다. 주인님께서도 오크지만 변태 아니십니까?”

“아니지. 오크는….”

생각해보니 이 세계관의 오크들은 ‘형제여!’를 외치는 놈들이다.

나같은 오크는 우리 군단에서 내 핏줄을 이어받은 오크들밖에 없다. 심지어 그마저도 내가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서 그렇지, 놈들은 성교보다 전투를 선호한다.

“와! 하프 드래곤 사지결손!”

아스모딘은 촉수 뿌리에 박혀있는 레비즈를 살피며 몹시 흥분했다. 레비즈는 별 미친 년을 다 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배는 잔뜩 부풀어 새로운 알을 낳기 직전이었다.

“와...이거 자동 산란 시스템이네요? 얘도 던전주인이죠? 세상에. 산란절정을 하자마자 바로 안에 사정당해서 알을 가지는 식이라니. 정말...배울 게 많네요.”

“뭐야. 나 얘 슬슬 무서워지는데.”

한 가지 분명히 말하자면 나는 그녀를 내려놓지 않았다. 아직 아스모딘은 내 자지가 꼽힌 채 허공에 들려있었다.

“그런데 여기가 조교실이에요? 촉수가 있으니까?”

“고작 그 정도로 조교실이라고 하는 건 섭하지. 플라우로스, 문을 열어라!!”

플라우로스의 몸통이 좌우로 갈라졌다. 나는 마왕의 세 딸을 데리고 안으로 밀어넣었다.

우우웅.

정신과 라스의 방 안에 들어가자마자 세상이 일그러졌다. 시간의 흐름이 바뀌었고, 샤이탄과 루시펠은 벽에 걸린 가죽 족쇄를 들고와 아스모딘의 손목에 채웠다.

“자, 잠깐만요. 도대체 저한테 뭘 하려고 하시는 거예요?”

“아무것도.”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 나중에 열매가 익었을 때 돌아올 뿐이지. 그동안은…루시펠이 열심히 해줄 거다.”

짜-악. 루시펠이 벽에서 가죽 채찍을 집어들었다. 눈에 검은 마스크를 착용한 그녀는 내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숙련된 조교로서, 주인님께서 즐겁게 마석가챠를 하실 수 있도록 조정해두겠습니다.”

“그래, 그래. 잠시 내 할 일을 하고 돌아오도록 하마.”

“어, 어어?”

아스모딘이 당황한 사이, 나는 아스모딘에게 손을 흔들며 몸을 돌렸다.

“미안. 인장을 조교하는 건 우리 군단 국룰이라서. 그래도 너는 나랑 섹스 한 번 했으니까...일단 뒷구멍 개발부터 할까?”

“잠시만요! 지금은 조금 곤란해요! 이, 인형 만드는 걸 허락해주시면 거기다가…!”

“싫다.”

나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은 다음, 샤이탄의 허리를 끌어안고 조교실 밖으로 몸을 돌렸다.

“네가 얼마나 유능하든 절차를 무시할 수는 없지.”

인장은 조교하는 것.

"가라, 루시펠. 아스모딘을 마석 가챠로 만들어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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