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2회
106일차
꽃은 생식기다.
인간이 보기에는 아름다울 지 몰라도, 생물학적으로 따지면 번식을 위해 꽃이 만들어지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그리고 그 중 수술과 암술은 겉으로 튀어나온 꽃의 성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꽃은 조금."
뿌리는 굵다. 바닥 아래로 박고 있는 뿌리는 던전 바닥 전체로 퍼져나갈 정도다. 뿌리 곳곳에 엘프와 몽마들의 얼굴이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몸통.
식물견의 꽃잎은 최소한 외형 만큼은 예뻤다.
문제는 그 꽃잎의 안쪽에서 수술에 해당하는 촉수 자지가 2m는 훌쩍 넘는 길이로 하늘로 세워져 흐느적거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암술에 해당하는 드라이어드, 색욕의 인장 아스모딘은 무언가에 홀린 것 마냥 나신으로 가만히 있다는 것.
"인장은 결국에는 특별한 부하에 지나지 않아. 그걸 내가 어떻게 사용하든 내 마음인 거지."
아스타로트는 괴수로부터 뛰어내렸다. 다크엘프의 모습을 한 그녀는 나를 향해 혀를 내밀며 손을 흔들었다.
"그럼 즐겁게 놀아봐. 나는 이대로 도망갈테니까."
"뭐라고?"
"너네 강한 거 인정할게. 내 패배야~ 졌으니까 쟤랑 마음껏 놀라고."
아스타로트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뿌리에 달려있던 모든 안면들이 피눈물같은 점액을 흘리며 입을 쩍 벌렸다.
아아아-----
괴로움의 비명이 터져나오는 것 같았다. 소리는 없었지만 온 정신이 억압되는 느낌이었다. 그들의 영혼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아스타로트. 하나만 묻자."
"뭐든지 물어도 좋은데? 후훗."
"너에게 군단이란 무엇이냐?"
"군단?"
아스타로트는 콧방귀를 뀌며 아무 감흥도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 그런 대답을 원했다."
마지막 양심의 가책이 사라졌다. 나는 철퇴를 움켜쥐었다. 바닥을 내리치며 힘을 다했던 문신이 다시 붉은 빛을 뿌리기 시작했다.
"네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니라면, 내가 가져가도록 하마. 색욕의 군단은 이제부터 나의 것이다."
"어머, 저걸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나조차도 관리 불가능하게 폭주하도록 만든 괴물을?"
아아아------
뿌리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족히 5m는 넘는 작은 언덕의 나무 괴물은 주변에 사이한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닿기만 해도 정신이 깎여나가는 듯한, 영혼이 좀먹어들어가는 듯한 죽음의 기운이었다.
"얘, 내가 던전 주인 선배같으니까 말해줄게. 백이 넘는 마물을 이런 식으로 합성에 합성을 거치면 아주 멋진 괴물이 된단다. 거기에 우리 던전의 모든 마석을 다 때려넣었어. 거기에 마왕의 딸이라는 소체까지 중심으로 사용했지. 호호호."
아스타로트는 반대편 통로를 향해 뒷걸음질쳤다.
"인간들쪽으로 도망가도 소용없을텐데."
"뭐 어때? 변태 오크들 피해서 잠시 숨어있는 거야. 너는 저걸 어떻게 상대할 지 고민하는 게 더 좋을 걸?"
구구구구.
드라이어드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바닥에 박혀있던 뿌리가 하나 둘 몸통을 들어올렸다. 마치 깊은 심해에 사는 크라켄을 연상케하는 움직임이었다.
"던전 주인이라는 놈이, 군단장이라는 놈이 부하들 싹다 하나로 합쳐놓고 자기는 숨어버린다라...."
사람이 머리 끝까지 화가 나면 오히려 이성적으로 변한다고 하던가. 나는 아스타로트에 대한 분노 이전에 아스모딘과 부하들에 대해 측은하기만 했다.
"저런 것도 주인이라고 몇 번이나 목숨을 걸었던 너희가 대단하다. 륜, 이쪽으로 와라."
나와 함께 내려온 륜은 차가운 표정으로 활을 잡았다. 나는 륜을 잡고 우리가 내려온 천장을 향해 집어던졌다.
"주인님?!"
"라임과 슬라미아를 데리고 당장 돌아와라. 메어리에게 입구를 다시 열라고 한 다음, 미로를 뚫고 이쪽으로 와라."
천장으로 일일이 날아오기에는 시간이 없다. 륜은 나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천장의 라임이 륜의 허리를 붙잡아 당겼다.
"하지만!"
"네가 빨리 가야 나도 우리 애들 도움 받지 않겠냐."
"......꼭 살아남으셔야해요! 저 과부 만들면 안 돼요!!"
륜은 천장의 통로 속으로 사라졌다. 라임은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뒤 바로 륜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아아아----
아스모딘의 뿌리 하나가 우리들이 뚫어놓은 천장 구멍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도망치는 적을 쫓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푸---욱!!
나는 천장을 향해 철퇴를 내던졌다. 전력으로 던진 철퇴는 나무 뿌리의 겉을 1/4 가량 뜯어냈고, 대략 일곱 정도의 얼굴이 철퇴에 으깨졌다.
"뭐...합성이 된 건 합성 된 거고. 인장은 아직 거기 배에 남아있지? 어디보자...."
나는 바닥에 떨어지는 철퇴를 집어들었다. 다행히 뿌리에서 줄기를 타고 올라가 암술까지 닿는 경사는 완만했다. 뿌리가 긁힌 아스모딘은 일그러진 얼굴로 나를 노려봤다.
"어우, 아무리 내가 잘생겼어도 그렇게 쳐다보면 부끄럽지. 눈알 200개는 훨씬 넘는 것 같은데 동시에 바라보면 사람을 수치스럽게 만든다고."
부웅, 부웅. 아직 철퇴는 건재하다. 내 몸 또한 건재하다.
"야, 근데 조금 궁금하네. 너희 최소한 100개체가 넘게 합성된 것 같은데."
나는 앞으로 걸었다. 아주 느긋한 발걸음이지만, 점점 앞으로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내가 네놈이랑 떡치면 그건 1:1이냐 난교냐!!"
아아아------!!
나는 앞으로 달려들며, 뿌리를 향해 철퇴를 힘차게 후려쳤다.
* * *
<그 시각, 지상 1층 봉인문 앞.>
"모두 정리 됐습니다, 각하."
"고생했소, 안서니우스 경."
봉인문이 열렸다. 각 구역을 공략할 때마다 1/4만큼 빛나는 마법진은 네 구역이 모두 정리가 된 순간 구역 너머의 모습을 드러냈다.
사아아.
문 너머에는 바닥에 마법진 하나만 달랑 놓여있었다. 마법진에서 돋아난 빛무리는 원통형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이건...?"
"전이 포털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던전내에 있는 다른 구역으로 넘어가는 시설이죠. 아마 아래로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그럼 그냥 삽으로 파고 내려가면 되는 거 아닌가?"
안다이할의 물음에 안서니우스는 눈을 잠시 감았다. 기사들 중 몇몇은 입꼬리를 비틀며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
"각하. 물리적으로 던전을 공략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곳은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마법에 의해 나뉘어진 공간입니다. 던전에 들어온 순간부터 저희는 또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죠."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이럴 줄 알았으면 네 구역을 공략할 필요 없이 땅을 파고 넘어오면 되는 거 아니냐는-"
위이이잉.
마법진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안서니우스는 안다이할의 앞을 가로막으며 검을 들어올렸다.
"모두 경계를-"
풀썩.
마법진이 열리자마자 왠 다크엘프가 바닥에 쓰러졌다. 처음으로 귀가 잘리지 않은 다크엘프에 안다이할이 앞으로 나아가 그녀를 부축했다. 다크엘프의 옷은 넝마나 다름없었다.
"괜찮소?"
"아...인간...."
다크엘프는 청록색의 흐리멍텅한 눈동자로 안다이할을 바라보다가 힘겹게 웃었다.
"드디어...살...았...."
풀썩. 다크엘프는 안다이할의 품안에서 기절했다.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은 다크엘프의 볼을 타고 눈물이 주륵 흘렀다.
"......."
안다이할은 잠시 눈을 질끈 감았다가, 그녀를 직접 안아들었다.
"안서니우스 경, 이 여인은 내가 직접 후방으로 이송하겠소."
"예. 각하, 저희는...."
"아래로 내려가주시오. 가서...마저 구해주고 오시오."
기사단의 선두가 포털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안다이할은 자신의 품안에서 기절한 다크엘프를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젠장, 왜 엘프 엘프 거리는 지 알겠군...."
안다이할은 호위 기사 둘과 함께 지상 1층의 중앙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씩.
다크엘프는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입꼬리를 비틀었다.
* * *
콰득, 콰드득!!
껍질을 쳐낸다. 철퇴의 날카로운 부분으로 나무껍질을 긁어낸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마치 나무껍질이었지만, 그 단단함은 강철보다도 단단했다.
키기기긱.
강철과 강철이 서로를 긁는다. 3성 하피 에일로의 강철 깃털은 중갑보다도 단단하고 날카롭지만, 색욕의 군단 전체가 하나로 뭉친 괴물의 나무껍질보다 약했다.
"아, 색스 또 망가지겠다."
부우우웅----!!
거대한 뿌리가 야구배트처럼 휘둘러졌다. 나는 뿌리를 향해 철퇴를 내리찍으며 점프했다.
"으아아, 아까운 내 색스!!"
콰드득!! 뿌리는 바닥에 떨어졌다. 하지만 색스도 더이상 버티질 못했다. 색스는 '우둑'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지고 말았다. 강철 깃털로 엮은 겉은 멀쩡했으나, 지속된 충격으로 인해 내부의 스톤골렘 프레임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하아. 내가 저거 만들게 하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깊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슬라임 들이 스톤골렘을 먹어치우며 예쁘게 깎았던 색스는 안에서부터 파괴되었다. 덕지덕지 연결된 강철깃털 안에 자갈과 모래소리만 가득했다.
"야, 아스모딘. 남의 물건 망가뜨렸으면 그에 대한 보상을 해야겠지?"
나는 슬쩍 주변을 살폈다. 색스는 망가졌어도 충분히 그 역할을 다했다. 적의 뿌리 중 세 개는 색스에 의해 뭉개져 끊어졌고, 두 개는 나무 껍질이 전부다 벗겨져 피같은 점액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남은 뿌리는 이제 네 개. 나는 바닥에 떨어진 색스의 잔해에서 깃털 조각을 각각 양손에 쥐었다.
"위에서 그렇게 내려다보면 내가 다 섭섭하지. 이야기를 하려면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 것도 모르냐?"
무릎을 굽힌다. 자세를 살짝 낮추며, 두 다리에 힘을 모은다. 피눈물을 흘리는 아스모딘은 나를 내려다보며 입을 쩍 벌렸다.
아아아-----!!
영혼을 찌르는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순간적으로 시야가 흔들렸지만, 나는 깃털의 끝으로 내 허벅지 안쪽을 찔렀다.
"우오오!!"
따끔한 고통과 함께 나를 옭아매려던 사이한 기운이 튕겨나갔다. 보이지는 않지만 감각으로 느낄 수 있다. 아스모딘에게서 빠져나온 나이트메어들이 완벽한 영혼 상태로 내 몸을 범하려 들고 있다.
"아주 남의 걸 흡수하려고 작정했구만!! 미안하지만 네가 흡수할 수 있는 건 하나 뿐!!"
나는 강철 깃털을 역수로 움켜쥐었다. 그리고 앞으로 풀쩍 뛰어 뿌리를 향해 내리찍었다.
"내 정액 뿐이다!!"
카가각!!! 깃털이 껍질의 얼굴을 긁었다. 엘프의 얼굴은 세로로 길게 긁고, 인큐버스의 얼굴은 X자로 난도질을 한다. 깃털의 끝이 망가지면 바닥에 떨어진 다른 깃털을 주워 찌른다.
"속성으로 95레벨이 된 주제에! 스펙이 좋으면 뭐하냐! 몸이 레벨값을 못하는데!!"
아아아----!!
영혼으로 몸을 지배하려는 것이 통하지 않자, 아스모딘은 물리적으로 나를 때려죽이려고 했다. 남은 뿌리를 모두 들어올려 나를 사로잡으려했다. 뿌리의 몽마들은 죽어가는 얼굴로 나를 향해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흐흐흐, 그렇게 잡고 싶은 남자더냐?! 미안하지만 너희는 관심없다!"
내가 관심있는 것은 오직 단 하나 뿐. 나는 앞으로 달렸다. 중간 부분이 철퇴에 으깨진 뿌리를 밟고 나무 위에 올라탔다.
콰득! 왼발을 디디며 캠비어의 이마를 밟는다. 오른발을 디디며 인큐버스의 이를 짓밟는다. 나를 향해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엘프의 입속으로 건틀릿을 집어넣는다.
"아아, 이것은 클라이밍이라고 하는 것이다아아!!"
나는 엘프의 하관을 잡아당기며 높이 뛰올랐다. 위로 뻗은 손으로 나이트메어의 머리를 붙잡았고, 양 발을 인큐버스들의 이마에 올렸다.
"내려올 생각이 없으면 내가 직접 올라가주지!!"
아스모딘의 표정이 당황으로 일그러졌다. 뿌리로는 더이상 나를 공격할 수 없었다. 꽃잎이 점액을 쏟아내며 나를 미끄러지게 만들려했다.
콰직! 꽃잎을 양손으로 잡고 좌우로 찢어버렸다. 썩은 고기 냄새를 풍기는 꽃잎 사이로 자지 모양의 촉수가 나를 휘감으려 했다.
"씨발, 내가 진짜 큰 맘 먹고 간다!"
나는 수술 촉수의 뿌리를 잡아당겼다. 귀두 모양의 끝부분이 사방으로 요동치며 흰 가루를 뿌렸다. 나는 그걸 뒤집어쓰고 꽃잎의 위에 올라오는데 성공했다.
"안녕, 암술?"
아아--
드라이어드와 나는 시선이 맞았다. 그녀는, 아스모딘은 이지를 상실했음에도 내 존재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색스 망가뜨린 대신에 너를 가져가겠다."
나는 아스모딘의 고간부를 향해 손을 집어넣었다. 한손은 음부쪽으로, 다른 한손은 엉덩이 쪽으로 내려 고간 아래에서 깍지를 꼈다.
꽈드드득!!
수술이 내 전신을 휘감기 시작했다. 팔부터 다리, 심지어 목까지 나를 조이며 암술을 지키려했다. 95레벨이나 된 마물답게, 그 힘이 무지막지해서 갑옷이 금방 찌그러질 정도였다.
"우오오오!!"
허벅지 사이를 발로 짓밟았다. 꽃잎이 으깨짐과 동시에, 아스모딘의 몸이 위로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깍지낀 손의 손등을 교차하며 전신의 힘을 폭발시켰다.
"장인어른, 보고계십니까!! 만약 보고계신다면!!"
꾸물, 꾸물. 수술 촉수가 갑옷 사이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역겨운 자지의 감촉이 갑옷 사이에서 날뛰기 시작했다. 심지어 어떤 수술은 내 엉덩이를 쓰다듬듯 기어다니며 내 청년막을 노리고 있었다.
"당신 딸이랑 떡 좀 치게 도와주십쇼---!!"
우두둑.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내 손이 불쑥 위로 올라갔다.
"......헐?"
내 안면 위로 푹신한 감촉이 덮였다. 좌우로 둥근 형태는 젖이 분명했고, 내 눈 아래에는 색욕의 인장이 더욱 짙게 반짝이고 있었다.
"후, 후하하! 뽑아냈...."
내가 고간부를 잡고 들어올린 아스모딘의 허벅지 아래는...뜯겨나간 줄기가 힘없이 아래로 쳐져있었다.
"아, 미안하다. 너 다리는 장식이었구나."
꺄아아아아아아---------!!
아스모딘, 이었던 괴수나무 전신의 얼굴에서 검붉은 진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내 전신을 휘감던 수술 촉수의 힘이 잠시 풀린 순간.
"이젝트----!!"
나는 두 발에 모든 힘을 모아, 괴수나무의 꽃잎을 짓밟고 뒤로 점프했다. 설령 잘못 떨어져서 뒷통수부터 깨질 지언정, 나는 괴수나무에게서 뽑아낸 아스모딘을 꽉 붙잡았다.
"넌 내거다, 색욕의 인장."
전신이 자지에 마사지를 당하는 굴욕을 참아내며, 나는 색욕의 인장을 뽑아내는데 성공했다.
끼아아아ㅏ알알ㅇ-ㄹ-ㅔㄹ-ㅂ-ㅣㄹ-ㅣ
...아직 괴수나무는 여전히 살아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