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442화 (442/800)

443회

105일차

색욕의 군단은 유래없는 모욕을 당했다.

고작 네 명밖에 되지 않는 적에게 던전을 공략당해 철저히 능욕을 당한 것으로도 모자라, 사실상 대 마족 봉인구역의 문이 뚫리기까지 했다.

몽마의 7할이 1 회 이상 사망.

전체 중 2할 가량은 무려 2 회 이상 사망.

서큐버스 전원 사망.

오리아스, 카임, 포칼로르 등 간부급 인원 2 회 이상 사망.

그리고 결정적으로 서큐버스 간부인 아스모데우스, 납치 당함.

던전이 몇 번을 공략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색욕의 군단장, 아스타로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그래서 그녀는 아끼고 아껴둔 마수들을 꺼내들었다.

<플라워 독>. ★★★★. 평균 레벨 70.

무려 4성에 해당하는 마수들은 아스타로트의 주력이자, 목에 갈기처럼 돋아난 꽃잎의 안쪽에서 뻗어진 촉수와도 같은 수술에는 적을 바로 절정하게 만드는 독을 가진 존재.

어찌나 독이 강력한 지 엘프조차도 독에 견디지 못하고 절정으로 인한 쇼크사로 죽어버렸다.

죽은 엘프는 아스모데우스가 재활용하여 스스로 합성하였고, 포로로 붙잡인 엘프들은 절정에 죽어가는 엘프들을 보며 저항을 포기했다.

크르르.

그런 강력한 독을 가진 존재를 적진에 침투시킨다. 그건 아스타로트에게 전력을 쏟아부어 적을 죽어벼리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발현이었다.

위이잉.

포털은 아직 반짝이고 있다. 오크가 아스모데우스의 안에 싸지르고 흘린 정액은 아직 온기를 유지하고 있다. 간부 몽마들은 기절한 아스모데우스의 입술을 혀로 핥던 오크를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돌겨----억!!"""

세 간부가 선봉에 서서 앞으로 달렸다. 뒤에 10마리의 플라워 독이 네 발로 뛰며 그들을 뒤따랐다. 한 번씩은 살해당한 몽마들이 눈에 핏발이 선 채 뒤를 따라 달렸다.

위이잉.

포털이 반짝였다. 몽마들은 적진으로 넘어가자마자 바로 마나를 끌어올렸다.

"어서와, 우리 애들 범한 게 너희들이라지?"

넘어간 포털의 정면에는 은발의 다크엘프가 팔짱을 낀 채 그들을 맞이했다. 가슴이 너무 커서 밑가슴에 팔짱을 낀 그녀의 하복부에는 은빛의 신성력이 찬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여신의 이름으로."

"잔학한 무리에게 신의 철퇴를."

왼쪽에 있던 인간 사제가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오른쪽에 있던 오크 성기사가 검을 수직으로 들고 주문을 읊었다.

고오오오--

둘에게서 피어오른 신성력이 엘프의 가슴 앞에서 작은 구체로 모이기 시작했다. 심상찮은 신성력의 발현에 몽마들은 앞으로 달려가지 못했다.

"이, 이 씨벌...!"

"성검의 용사가 끝이 아니었다고?!"

이미 신성력에 죽어봤기에 그들은 신성력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나, 난 여기서 나가겠어!"

이대로 있다가 스치기라도 한다면 죽기 직전까지 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생각에, 일부 몽마들이 몸을 돌려 포털 쪽으로 달렸다.

"돌겨어억!! 뭐, 뭐야?! 왜 이쪽으로 와?!"

도망치려던 몽마들은 포털을 넘어온 몽마들에 의해 밀쳐져 넘어졌다. 새롭게 넘어온 몽마들은 전방의 신성력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젠자아앙!!"

마지막으로 넘어온 몽마가 포털에 발을 걸친 채 되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포털의 방향은 일방향이었고, 그 누구도 솔로몬의 권능에 대해 조작할 수 없었다.

돌아가지 못한다. 포털이 양방향이 되는 23시간 뒤까지, 그들은 적진에서 살아남아야했다.

"우리 애들을 멋대로 초코맛으로 만들었겠다? 용서 못 해. 거기에 엘프의 귀까지 잘라냈다고? 몇 번을 죽어도 용납받지 못할 일이지. 그러니까...."

고오오오!!

엘프의 하복부에 새겨진 인장이 동굴 전체를 덮을 만큼 거대해졌다. 성검의 용사보다도 더 거대한 신성력의 방패에 몽마들은 두려움에 빠졌다.

"여신이시여! 꼴알못들에게 천벌을!!"

마족을 상대로 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엘프의 기도를 여신이 들은 걸까. 엘프의 하복부에 새겨진 성흔은 마녀 레비즈를 상대했던 순간처럼 농밀한 은빛으로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루나포, 최대출력!"

사아아-----

동굴 전체를 뒤덮는 신성력이 몽마들을 덮쳤다.

잠시 뒤.

포털 앞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 * *

"......루나여, 내가 혹시나 모르니까 라스피카에 있으라고 했을텐데."

"네가 다쳤다는 말 듣고 바로 라스피카에서 달려온 거야. 포털 통해서 달려오면 30분이면 충분한 걸."

내가 포털을 넘어온 지도 반나절이 지났다. 내가 의식을 잃고 기절한 사이, 샤이탄은 급히 루나를 호출했고 루나는 한 걸음에 라스피카에서 하르파스 던전까지 포털을 넘어 넘어 이곳까지 달려왔다.

"메어리를 너무 믿었어. 메어리가 약한 건 아니지만, 아직 전투 경험이 그리 많지는 않잖아. 힘을 어디까지 써도 좋을 지 감을 못 잡은 거지."

"그건 나의 실책이다. 미안하군. 그리고 고맙다."

라스피카의 방어에 공백이 생긴 건 생긴 거지만, 루나가 적 군단의 병력들을 일거에 쓸어버린 전과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덕분에 우리 군단의 병사들은 륜과 라임으로부터 적의 데이터를 전달 받을 수 있었고, 몽마들에 맞는 맞춤 대응책을 마련하여 포털을 넘어오는 족족 때려잡고 있었다.

끄어어엉!!

여섯의 미노타우르스들이 기네비어가 축복을 건 도끼를 휘두르며 몽마들을 때려잡았다. 미노타우르스들은 신성력의 기운에도 용맹히 도끼를 휘둘러 몽마들이 포털을 넘어올 생각조차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 외에도 궁술을 배운 안드라스들이라거나 신성력의 검을 휘두르는 갤러해드 등이 교대로 던전을 지켰고, 덕분에 몽마들은 공세를 멈췄다. 나는 그런 와중에 의식을 차린 것이다.

"루나야. 여기에 온 건 고마운데 지금 라스피카는 괜찮냐?"

"응. 멀쩡해. 네가 걱정한 일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어. 인간들 지금 엘프의 숲 가로질러서 아스타로트 던전으로 진격하고 있을 걸?"

"......다행이군. 다행이야."

인간들이 우리 군단을 뒷통수 치는 불행의 운명보다 다크엘프라도 배를 맞추고 싶다는 인간의 욕구가 더 강했다. 나는 내가 적 던전으로 넘어간 사흘간 있었던 인류의 움직임에 진심으로 안도했다.

"내가 넘어가있는 동안 라스피카 성 앞에서 후작가랑 대치하는 그림 같은 게 없어서 진심으로 다행이다."

"솔라나 니프엘라가 말하기를 후작은 말이 통하는 사람이래. 네가 건 조건 있잖아, 구한 엘프들이 인간들에게 몸을 의탁해도 우리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거. 그게 진짜 주요하게 작용했나봐."

"......역시 보이지 않는 좆이 움직인 건가?"

"무슨 개소리니, 그건."

다크엘프라고 한들 엘프 오나홀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인간들의 추잡스러운 욕망을 자극한 나의 계획이 멋지게 통했다. 이제 레오 후작가에서 쳐들어올 적들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루나, 그래도 네 도움까지는 필요없을 것 같다. 너는 라스피카로 돌아가다오. 이곳은 지금 있는 인원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응, 나도 돌아갈 거야. 근데 가기전에 한 마디만 해두려고."

콰득. 루나는 내 자지를 손으로 움켜쥐며, 손톱으로 요도를 톡톡 건드렸다.

"우리 자지, 또 다른 여자한테 박다가 다치면 내가 가만히 안 둘 줄 알아?"

"......앞으로는 조심하도록 하지."

"에휴, 정말. 그렇게 구멍에다가 박고 싶으면 이야기를 하라고, 이야기를. 누가 안 대준다니?"

"......적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한 불가항력 같은 거라서 말이지. 알았다. 앞으로는 박지는 않으마. 박지는."

다음에는 그냥 손과 혀로 희롱만 하자고 속으로 되새기며 나는 루나를 보냈다. 내가 일어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그녀는 한 걸음에 하르파스 던전의 상층부로 향하는 계단을 뛰어올랐다. 나는 루나를 배웅하고 난 뒤, 1층에 마련된 작전 회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빠, 죄송해요. 제가 탈진하는 바람에."

메어리는 나를 보자마자 허리를 숙였다. 나는 메어리의 어깨를 잡고 일으켜세웠다.

"아니다, 메어리. 너는 최선을 다했다. 내가 무리를 한 거지."

잘못이 있다면 나에게 있다. 판단을 좆으로 해서 벌어진 사단인만큼 그 누구도 메어리를 책망할 수 없다.

"네가 죽인 몽마의 수만 몇이더냐. 지금까지 우리 군단의 활약상을 따지고 보면 네가 가장 전공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아빠는 서큐버스들 다 때려잡으셨잖아요."

"너는 적 간부 놈들을 쓰러뜨렸지. 그보다 메어리야, 지금 성검은 사용할 수 있느냐?"

"예. 조금 정도는요."

메어리는 허리춤에 걸어둔 레이피어, 성검 비르고를 뽑아들었다. 선명한 핑크색이 연분홍의 벚꽃색깔로 색이 연해져있었다.

"힘을 너무 많이 써서 줄어들기는 했는데, 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치 채워질 거예요. 달빛에 비추면 소모된 신성력도 회복되거든요."

"......광합성도 아니고 무슨. 충전은 했니?"

"아뇨. 아직."

"그럼 본진으로 돌아가서 신성력을 충전하고 오너라. 그 동안 나는 적들을 어떻게 이길 지 작전을 다시 구체화하도록 하겠다."

메어리는 성검을 들고 자리를 떠났다. 내 앞에는 나와 함께 게릴라전을 펼친 륜과 라임, 그리고 이 던전의 주인인 하르파스가 남았다. 나는 그들이 펼친 지도의 중심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적진은 대규모 병력이 싸울만큼 적절한 곳은 아니다. 따라서 세 곳을 동시에 공략해야해."

"각각 인큐버스, 캠비어, 나이트메어의 구역이네요."

하루 사이에 병력이 재편될 가능성도 있지만, 적어도 각 몽마 간부들을 한순간에 죽여야 상층으로 올라가는 문이 열린다. 카임, 오리아스, 포칼로르 셋을 죽여야 하는 것이다.

"아스모데우스는 이미 우리가 포획했다. 아스모데우스가 내 자지에 꽂힌 순간부터 그녀는 우리 군단에 투항했지."

아스모데우스는 현재 완벽한 <포로> 상태다. 그녀는 현재 그레모리 던전으로 보내져 '취조'를 받고 있는 중이다.

"각 구역별로 대장을 정한다. 인큐버스 쪽은 하르파스. 캠비어 쪽은 륜, 그리고 나이트메어 쪽은 메어리가 맡는다."

하르파스는 조인 부대를, 륜은 쿠키엘프 40을, 그리고 메어리는 요정을 비롯한 인간 모험가들을 이끌 것이다.

"주인, 그럼 나는?"

"라임 너는 슬라미아들과 함께 서큐버스 쪽을 맡아다오. 간부는 잡았어도 부하들은 부활했을테고, 어쩌면 아스타로트가 아스모데우스를 버렸을 수도 있다. 새로운 간부를 뽑아 봉인문을 맡기는 거지."

"알았어. 그럼 주인은 어떻게 할 거야?"

"나는 모종의 사태에 대비할 것이다."

쿵. 나는 복도 통로의 정중앙에 점을 찍었다.

"아까 그 목덜미에 촉수 달고 다니던 꽃개놈들을 상대하도록 하지."

짐승에게는 자고로 매가 약이다.

"중앙에서 우리가 버티는 동안 너희가 적 몽마들을 죽이고 엘프들을 구출하는 것이다."

"주인님 다치셨는데 괜찮으세요?"

"이건 하루 정도 쉬면 나아. 어차피 포털이 양방향으로 바뀌려면 아직 18시간 정도 남았다. 그동안 쉬면서 다시 싸울 준비하면 돼. 그동안 너희들은 지하에서 적을 사냥하거라."

레벨링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스타로트가 직접 넘어오지 않는 이상, 적 몽마들은 우리 군단의 힘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벌레들이나 마찬가지였다.

"최대한 포획할 수 있는 놈들은 포획하거라. 죽이면 다시 부활시킬테니. 쯧, 마석이 아주 넘쳐나는구만. 죽은 놈들을 실시간으로 부활시키고 말이야."

할파스를 공략할 때도 느꼈지만 고위급 던전은 엄청난 마석을 쌓아두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을 죽이면 죽일수록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마석의 양은 줄어드는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3성 한 놈을 죽이면 마석이 하나가 나오지만, 그 놈을 부활시키는 데 쓰이는 중급 마석이 최소 8개는 될테니 7개 손해.'

적 창고에 있는 마석은 응당 우리의 전리품이다. 그것을 적이 멋대로 부하를 부활시키는 데 사용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

"그러면 지하를 잘 부탁한다. 나는 가축들의 상태를 파악하고 오도록 하마."

그레모리 던전 지하에 있는 특별한 목장.

그리고 특별한 목장에 들어간 이들은 내가 아스타로트 던전에서 구해 온 다크엘프, 안버진엘프들.

"내일이면 가축 후배들 더 늘어날텐데, 선배들 어떻게 젖짜고 알낳는 지 시스템을 잘 마련해둬야학지 않겠냐, 흐흐."

내가 기절한 사이, 그레모리는 그들을 이미 축사로 보내버렸다.

* * *

"......아."

엘프 여인, 민트는 흐릿해졌던 의식을 간신히 되찾았다.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 그녀는 의식을 잃기 전까지의 기억을 더듬었다.

"분명...."

꿈에서 서큐버스들에게 돌려먹히던 기억만큼은 선명하다. 하지만 그 뒤의 꿈이 너무나도 이상하여 기억에 혼돈이 왔다.

엘프들을 멸망의 구렁텅이로 빠뜨린 오크가 자신들을 구하러 오고, 하이엘프 공주의 인도로 포털을 넘어가자마자 의식을 잃었다. 민트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절그럭.

"...큭."

그럼 그렇지. 민트는 자신의 자세가 어떤 자세인지 한 번에 파악했다. 손과 발목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땅속에 파묻힌 것 처럼, 그녀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역시 꿈-"

"하아아앙!! 그, 그마마안!"

"어?"

옆에서 교성이 터져나왔다. 분명 자신과 같이 서큐버스들에게 윤간당하던 동료였다.

"이게...뭐야...?"

"뭐긴 뭐야, 씨뿌리기 교배지."

악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트가 고개를 서서히 들어올리자, 오크가 알몸으로 다리를 절뚝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다시 우리 군단에 온 걸 환영한다. 이곳은 다크엘프들의 재사회화를 위한 교정 시설. 군단의 인원으로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면 죽어서도 빠져나갈 수 없는 지옥 중의 지옥."

오크는 악마처럼 미소지었다.

"아아, 이곳은 그린캠프라고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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