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5회
102일차
적진에서의 게릴라전은 기본적으로 적에게 들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적에게 우리가 침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시점에서 우리는 큰 위험에 처했지만, 적들은 아직 우리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 사이 우리들은 아주 수월하게 적의 수를 하나 둘 줄여나갔다.
“으흐흐, 하나같이 다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구만.”
던전의 구역을 감싸듯 새로운 토굴을 만들어낸 우리는 본격적으로 적을 죽였다. 전쟁을 치르기 전 최대한 많은 적들을 죽여 전력을 깎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주인, 여기 벽 너머에 적이 온다.”
라임이 동굴 벽을 가리켰다. 륜이 바로 귀를 기울이며 정신을 집중했다.
“한 명이에요. 지금 누워 있는 것 같아요.”
“그래? 메어리, 시작해라.”
메어리는 라임이 가리킨 지점에 레이피어를 살포시 찔러넣었다. 점액을 전부 다 제거한 성검 비르고는 손가락보다도 얇은 검날이 동굴 벽을 아주 살짝 뚫었다.
“하나, 둘, 셋. ...지금!”
내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메어리는 신성력을 일으켰다. 동굴 밖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 레이피어의 끝에서 분홍빛 성기방패가 돋아났다.
“이, 이런?!”
동굴 벽 너머의 적은 버지니움 실드의 존재를 눈치채고 저항하려 했지만 이미 소용이 없었다.
“보빔, 발사!”
피융. 버지니움 실드에서 뿜어져나간 분홍색 신성력의 레이져가 적을 정확히 저격했다. 쓰러졌는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륜과 라임이 지정한 위치이니 분명 정확하게 적을 맞췄을 것이다.
“메어리, 검을 뽑아라. 튀자.”
“네, 아빠.”
나는 메어리의 허리를 안아들었다. 메어리는 벽에 끼워둔 비르고를 뽑아냈고, 라임이 뱉어낸 점액을 륜이 구멍 사이로 밀어넣었다.
우리가 구멍을 찔러 저격 포인트를 만든 곳은 이제 슬라임 점액이 공간을 채울 것이다. 그 사이 우리는 빨리 자리에서 이탈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번에는 어느 방을 공격해볼까?”
“방금 방은 인큐버스들의 방이었으니까...다시 서큐버스 방은 어때요?”
“그러자. 분명 다크엘프들의 냄새가 나고 있거든? 분명 이 새끼들, 우리 움직이는 것에 맞춰서 다크엘프들도 옮기고 있어.”
나는 구멍을 통해 나는 알싸한 초콜릿 냄새를 쫓아 통로를 달렸다. 우리가 들어온 포털 앞에는 수많은 마물들이 열심히 성기방패를 두드리고 있었지만, 그 수는 아주 극소수였다.
파사삭.
또 한 마리의 인큐버스가 성기방패에 손톱을 휘둘렀다가 손목 째로 증발했다. 죽었다가 다시 부활하지 않는 이상 영영 손목은 재생되지 않을 것이다.
파지직.
하지만 성기방패도 그만큼 응집력이 약해졌다. 마물이 성기방패에 몸을 던질 때마다 마물은 소멸했지만, 그만큼 성기방패를 이루고 있는 신성력도 줄어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메어리, 리필하러가자."
아직까지 적은 완전히 성기방패를 꿰뚫지는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기존의 성기방패에 비르고를 찔러넣어 방패를 강화했다.
키에에엑!!
몽마들이 더욱더 단단해진 성기방패에 비명을 질렀다. 동료가 육탄공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단단해지는 성기방패에 깊게 절망한 것이다.
콰앙, 콰앙!
그렇다고 그들이 그만둘 수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저들은 윗사람의 명령을 받는 부하들. 위에서 지시를 내린 이상, 스스로 죽을 걸 알면서도 성기방패를 향해 돌진해야했다.
“한 번 포격 당하고 나니 고기방패만 앞으로 내밀었군 그래.”
“쏴버릴까요?”
“아니다. 저런 허접한 놈들을 상대로 너의 신성력을 낭비할 수는 없지."
버지니움 실드를 처음 설치했던 순간, 아스타로트의 병사들은 통로를 빼곡히 채워 우리의 실드를 두드렸다. 어찌나 강하게 두드리는 지 금방 깨질 것 같았고, 나는 메어리를 데리고 방패 앞으로 달렸다.
- 보빔, 포격 모드 개시!
- 어, 그러니까...비르고 캐논, 발사--!!
보-빔은 일직선 통로 전체를 휩쓸었다. 통로 밖으로 나와있던 몽마들은 무려 60명 넘는 수가 일거에 쓸려나갔고, 그 이후로 그들은 통로를 쉽게 이용하지 않았다.
통로에 있다고 하여 무조건 발사되지는 않지만, 비정기적으로 발사되는 비르고 캐논에 적들은 각 구역에 자가격리되었다.
"어차피 버지니움 실드를 두드리다가 죽을 놈들이다. 지금은 구역 보스들을 잡는 것에 집중하자꾸나.”
나는 포털 부근을 지나 다른 구역으로 이동했다. 사각형의 던전을 손으로 짚으며 나아갔고, 우리는 적이나 엘프 인질들이 있을 법한 장소를 찾았다.
“주인님, 여기도 있는 것 같아요.”
“뭐 들리는 거 있느냐?”
“딱히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느낌이 그래요.”
“그럼 확인해야지. 라임, 안쪽을 살펴다오.”
라임은 손가락만한 크기의 구멍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자신의 몸으로 공간을 막아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조치한 뒤, 자신이 보고 있는 광경을 우리에게 말했다.
“적 병력들이 식사중이야. 아무래도 잘 찾아온 것 같아.”
“식사중이라 함은?”
“서큐버스들이 다크엘프들을 상대로 정기를 취하고 있어. 아무래도 여기가 감옥인 것 같아.”
“오케이. 체크 완료.”
나는 지도에 우리가 알아낸 정보를 적었다. 구역별로 각 특징이 빼곡하게 정리된 지도는 이제 적을 공간도 마당찮았다.
“나중에 여기부터 엘프들을 구출해야겠어. 이쪽 구역을 점령해서 전전기지로 삼자. 포털쪽 벽은 성기방패로 막고, 포털 방향이 바뀌기 전까지 엘프들을 여기다가 모으는 거지.”
“그럴려면 우선 여기 있는 서큐버스들 다 정리해야 하겠네요!”
“아빠, 한 번에 쓸어버릴까요?”
“아니다. 계속 저격을 해야지.”
메어리는 라임이 만든 구멍 속으로 레이피어를 꽂았다. 반짝거리는 신성력의 발현과 함께, 또다시 초소형 보빔이 전방으로 발사되었다.
“아아악!!”
서큐버스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려퍼졌다. 필히 엘프를 꿈속에서 강간하다가 신성력의 저격에 당해 앞으로 고꾸라졌을 터.
"튀자."
우리는 구멍을 라임의 점액으로 채우고 급히 다시 자리를 이탈했다. 방 안에는 아직 구하지 못한 엘프도 있고, 아직 죽이지 못한 서큐버스도 있지만 우리는 일부러 하나만 죽이고 퇴각했다.
“후후. 3성이든 2성이든 병력이 일방적으로 죽어나가는 거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지.”
구역을 지키고 있어야 할 병력의 수가 줄어든다. 당연히 그 수는 충족시켜줘야하지만, 원군이 내려오거나 부활하여 내려오는 족족 우리가 동굴 벽 사이에서 저격하여 죽여버렸다.
결국 이 층에 있는 마족들은 두 가지 중 하나의 선택밖에 할 수 없었다.
본인의 구역 내에 셀프 감금하거나, 아니면 죽어서 이 층계를 탈출하거나.
"그러길래 왜 4명이 가진 열쇠를 함께 놓아야만 열리는 문이랑 포털 같은 걸 만들어서. 크흐흐."
"주인님, 이쪽 벽에 사람들이 조금 있어요."
륜은 새로운 곳을 향해 귀를 기울였다. 라임이 구멍을 뚫고, 나는 안을 유심히 살폈다.
"......!!"
그곳에는 언젠가 한 번 보았던 것 같은, 추잡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 * *
"으어어...씨발 역시 엘프가 최고야. 남자한테 따먹히기 위해 태어난 종족같다니까."
"야, 예전처럼 앙칼지게 소리쳐봐. 소리쳐 보라고."
두 명의 인큐버스는 둘이서 함께 앞뒤로 범하고 있는 다크엘프의 가슴을 후려쳤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족쇄에 사지가 구속된 다크엘프는 허공에 들린 채 숨만 헐떡일 뿐이었다.
"이 년 고집 강하네. 야. 너 아직도 희망을 버리지 못 했냐?"
"......숲에만 돌아가면, 나는 다시 하얗게 될 수 있, 흐으윽!!"
인큐버스가 다크엘프의 가슴을 깨물었다. 피가 나겠다 싶을 정도로 강하게 깨물었고, 그 고통에 다크엘프의 표정은 한없이 일그러졌다.
"어이쿠, 한 번 다크엘프가 된 년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꿈도 크시네. 뭐 하얀 엘프랑 합성되기를 바라냐?"
"그러면 그레이 엘프 아니냐?"
"닥쳐. 보지 다 썼으면 교대나 하자고."
"어우, 내가 빼고 싶어도 이 년이 놔주질 않는데 어떻게 빼냐. 좀만 더 써보자."
두 인큐버스는 다크엘프를 농락하며 허리를 튕겨올렸다. 아래에서 앞뒤로 쑤셔올려지는 자지에 다크엘프는 입술을 깨물며 숨을 헐떡였다.
뷰르르릇, 뷰륵.
인큐버스들은 동시에 다크엘프의 안에 사정했다. 하얗고 끈적한 액체가 걸쭉하게 다크엘프의 아래로 떨어졌고, 두 인큐버스는 다크엘프를 바닥으로 내려 침대에 눕혔다.
"야, 오리아스 님 아직도 발광하고 있냐?"
"말도 마라. 언제는 자기 동생 아니라면서 길이길이 날뛰더니, 한 번 죽고 나니까 적들을 죽여버리겠다고 난리더라."
"크흐흐, 그게 사실은 다 죽기 전에 못 따먹어서 그래."
인큐버스들은 다크엘프의 가슴을 만지작거리며 잡담을 나눴다. 혀로 볼을 핥고 겨드랑이를 빠는 등 온갖 능욕 행위에 다크엘프는 그저 신음을 참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었다.
"카임 님이랑 포칼로르 님은 아예 문 걸어잠근 것 같던데."
"나이트메어 애들은 거의 밖으로 안 나오고 있고, 캠비어 애들도 마찬가지지. 어차피 다들 각자 구역에 갇혀서 뭐하겠어? 다크엘프들 데리고 떡이나 치겠지."
"하긴. 서큐버스 애들 얘기 들었냐? 요즘 구역 밖으로 못나가니까 서로 꼬리에다가 박아주면서 자위한다더라."
"크으...나 한 번 목숨 걸고 넘어가볼까?"
"아서라. 살아서 가더라도 복상사로 정기 뽑혀 죽을 테니까. 크흐흐."
두 인큐버스는 다크엘프의 유두를 튕기며 잡담을 이어나갔다. 한 인큐버스가 정액이 뻐끔거리며 새어나오는 다크엘프의 보지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며 비릿하게 웃었다.
"야, 근데 솔직히 그 신성력의 방패 있잖아. 이거 아니냐?"
"너도 그 생각했지? 그거 암만 봐도 보지 맞다니까."
"어떤 음란한 새끼인지 몰라도 보통 변태가 아닐 거야. 우리 군단장님보다 더한 놈일 걸? 여자 보지를 방패 모양으로 만드는 게 어디있어? 흐흐흐. 그래, 꼭 저 모양...."
피슝.
인큐버스의 정수리를 분홍빛 섬광이 스쳤다. 인큐버스는 다크엘프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그대로 사망했다.
"이, 이런, 저격이다!!"
다른 인큐버스가 급히 몸을 일으켜 주변을 살폈다. 방금 전까지 성기방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서인지, 그는 벽면에 아주 흐릿하게 사라지는 성기방패를 놓치지 않았다.
"여기다!"
그는 급히 벽을 향해 달렸다. 성기방패가 사라진 벽에는 자신의 손가락이 들어갈만한 굵기의 구멍이 있었다.
"드디어...!"
실마리를 찾았다. 적이 어떤 식으로 암살을 자행하는지 깨달은 인큐버스는 급히 몸을 돌렸다.
피슝.
"아으, 으어어...?"
인큐버스는 아랫도리에 사라진 감각에 허망하게 아래를 내려다봤다. 목숨보다도 소중한 자지에는 구멍이 뚫려있었다. 마치 뒤에서 쏘아진 무언가에 꿰뚫린 것만 같은.
"크어, 커어억...."
약점을 저격당한 인큐버스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말조차 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사이, 소란을 눈치챈 인큐버스들이 달려와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크윽, 늦었어! 자지에 신성력이 묻어있어!"
"솔로몬 맙소사...!"
"미안하다! 메뉴얼대로 하겠다!"
"자, 잠깐-"
인큐버스는 적이 어떻게 공격을 했는지 밝히기도 전에, 동료 인큐버스들에 의해 목이 뎅겅 날아갔다.
"죽어서 부활해라. 그러면 자지도 다시 돋아날 거다...!"
"벼, 벼...."
"벼?"
"크억."
인큐버스는 절명했다. 다른 인큐버스들은 그가 죽기 전까지 남기고 간 말을 상기하며 몸을 떨었다.
"......이 의로운 녀석! 벽에 자신의 몸을 던지라는 거구나!"
"크흑, 죽어서도 군단에 밑거름이 되려는 네 녀석의 의기, 잊지 않겠다!"
인큐버스들은 죽은 인큐버스를 포털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벽, 성기방패에 집어던졌다.
* * *
"위험했군. 조금만 늦었어도 걸릴 뻔 했다."
"이제 당할 놈들은 다 당한 것 같단 말이죠."
"그래. 지금부터는 더 신중하게 저격을 해야겠지. 그래서 이제 슬슬 윤곽이 잡히는 구나."
나는 지도를 펼쳐 우리가 다녀간 구역들에 대한 정보를 정리했다.
"카임, 오리아스, 포칼로르, 그리고 존재 미상의 A."
"각각 나이트메어, 인큐버스, 캠비어, 그리고 서큐버스들이 있어요."
"각 병력들의 대표인 셈이로군."
아래 던전의 놈들을 규합하며 자기 군단의 부대장을 맡긴 게 틀림없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로 인해 나는 아스타로트를 반드시 이겨야 할 이유가 생겼다.
"색욕의 군단."
적은 군단이었다. 하르파스 던전을 경유하여 쟁탈전을 걸었기에, 아마 하르파스에게는 군단간 쟁탈전에 따른 미션이 떠올랐을 것이다.
"어째 몽마들밖에 없다 싶었더니 역시 색욕의 군단이었군."
"아빠, 저 진짜로 궁금한 게 있어요."
"음?"
"왜 얘들이 색욕이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군단이 더 색욕에 어울리는데. 샤이탄 엄마도 서큐버스잖아요. 그럼 여기에 더 어울리는 거 아닐까요?"
"......."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메어리. 거기에는 아주 중대한 이유가 있단다."
"중대한...이유요?"
"그래. 우리가 분노의 군단인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임시로 만든 휴식터에 퍼질러 앉았다.
"그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