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2회
102일차
"그럼 잘 부탁하네, 군단장."
"여부가 있겠습니까."
장모, 아니 신수는 플라우로스에게 새로운 테크닉을 가르쳐주고 던전을 떠났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도 좋다는 이야기와 함께, 품안에 든 화분에는 작은 촉수 묘목이 심겨있었다.
"신수님, 그건 무엇입니까?"
"이거? 플라우로스에게서 받은 나뭇가지일세. 딸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이걸 통해서 딸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셈이지. 그 아이에게도 내 흔적을 남겼다네."
일종의 원격 통신 같은 걸까. 하지만 저 외설적이고 익숙한 형태는 내 눈에 너무나도 익은 물건이었다.
"저기, 죄송합니다만 그 가지 말입니다."
"안다네. 자네 자지 형태 아닌가? 생각보다 제법 단단하고 튼실하군. 그 이보다는 살짝 모자라지만 말이야. 흐흐."
신수 피셜이었다. 나는 마왕에게 패배했다.
"...5성 찍고, 6성으로 올라가면 달라질 겁니다."
"그래? 어디 열심히 해보시게. 응원하고 있겠네. 그런데 아까부터 계속 뭔가 궁금해하는 눈치인데."
"그,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나는 진심으로 궁금했던 바를 신수에게 물었다.
"마왕 솔로몬의 본체는 촉수인 겁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지?"
"당신은 신수인데, 플라우로스는 촉수나무라서 그렇습니다."
유전자라는 것이 있다. 시스템 상 가계도가 그걸 증명하고 있다.
인간과 오크가 떡을 치면 인간이거나 오크가 태어나지, 고블린이 태어나지는 않는다. 따라서 신수와 마왕이 떡을 쳤으면 마계의 나무가 태어날 지는 몰라도 촉수 나무가 나올 껀덕지는 없다.
그러므로 플라우로스의 생물학적 아버지인 마왕은 촉수다. 촉수마족이라면 하루에 720명을 낳게 하는 절륜함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마왕 솔로몬의 본체라...그것에 대해서 내가 왈가왈부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단적으로 말해 마왕이 나보다 강한 존재기 때문이지. 만약에 내가 그 놈보다 강했으면 진작에 내가 제압해서 데리고 살았다."
"......."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말할 수 있지. 그의 본체는 촉수가 아니다. 하지만 나와 통정을 하여 플라우로스를 낳게 한 마왕 솔로몬의 몸은 촉수 괴물이었지."
"......!!"
그림이 그려진다. 신수가 준 언질 덕분에 서로 흩어져있던 퍼즐 조각들이 하나의 거대한 그림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혹시 궁금하거든 드래곤 로드...아니 성스러운 드래곤을 찾아보거라. 그 녀석 또한 마왕의 피해자 아닌 피해자니. 너도 어차피 홀리 드래곤과 인연이 깊게 되었지 않느냐?"
"네?"
"몰랐나? 플라우로스가 가지로 씨를 뿌리고 있던 그 하프 드래곤 말이다. 그 하프 드래곤의 드래곤 어미가 마왕의 친딸이다. 이이상은 나도 말 못 해."
"......."
레비즈가 혈연 적으로 마왕의 손녀딸이라는 것보다 더 충격적인 걸 들은 것 같다.
"홀리 드래곤이라는 건 신성한 드래곤 아닙니까? 그런 드래곤이 하프거나 그런 건 아니죠?"
"나에 관해서는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더 말할 수 없어. 혼란스러우면 본인에게, 또는 나랑 비슷한 녀석들에게 직접 물어보도록 해라. 어디보자, 드래곤 로드, 천사장에다가 여황제 서큐버스, 그리고...나까지 타 포함하면...전부 12명은 되겠군."
도대체 마왕은 얼마나 많은 씨를 뿌리고 다녔던 걸까.
* * *
신수를 배웅하고 난 뒤, 나는 마왕의 두 딸을 호출했다.
"플라우로스가 저희 이복자매요? 거기에 신수가 낳은 딸이라는 말씀이십니까?"
"와...."
샤이탄과 루시펠은 충격에 빠졌다. 특히 플라우로스에게 촉수 조교 씨뿌리기를 당했던 루시펠의 정신적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도 방금 안 사실인데 어쩌겠냐."
"주인님, 이러다가 알고보니 주인님께서도 마왕님의 아들이라거나 그런 일은 있을 수 없겠죠?"
"......에이, 설마. 지금까지 확인 된 세 명, 아니 여덞 명 모두 '딸'이 아니더냐. 이건 귀납적으로도 증명되었다. 마왕이 아들을 오크로 낳았을 리가 없지."
그리고 마왕이 아들을 포르네우스같은 호랑말코같은 또라이에게 보냈을 리가 없다. 그러므로 샤이탄의 '이복형제설'은 기각이다.
"신수가 흘린 말에 따르면 천사장도 마왕이 건드린 자라고 했다. 루시펠, 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있느냐?"
"아뇨. 없습니다. 샤이탄도 그렇겠지만 저나 다른 이복자매들 모두 태어날 때부터 성숙한 상태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렇냐. 그러면 루시펠아. 천사장이라고 부를만한 자가 이 세상에 누가 있지?"
"여신교단의 천사장, 가브리엘?"
"솔로몬 맙소사."
"같은 논리로 따지면 저는 몽마의 여제, 리리스로부터 태어난 딸이 될수도 있겠군요. 제가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여신님 맙소사."
세계수로부터 낳은 딸이 촉수나무로 우리 던전에서 활약하고 있는데, 마왕의 딸로서 인장까지 받은 두 여자가 몽마의 여제와 천사장의 딸이 아닐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나는 이 세계의 최강자 반열에 오른 이들을 장인 장모로 두고 있는 건가?"
"앗, 그 말씀은 설마...!"
"아직 너는 그럴 단계가 아니다, 루시펠. 최상급 마석을 한 3번 정도 낳으면 생각해보도록 하마."
"...약속하신 겁니다?"
"흠, 군단장님. 그럼 이제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시지요."
샤이탄이 삐졌다. 나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벌려, 샤이탄을 그 아래에 무릎꿇게 만들었다.
"서큐버스에게 뿔이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루시펠?"
"악마의 증거이기 때문...인가요?"
"틀렸다. 남자에게 강제 펠라를 당하기 위한 손잡이니라."
나는 륜에게 했던 것처럼 샤이탄의 뿔을 잡고 머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륜이 오토바이의 핸들을 잡는 느낌이라면, 샤이탄은 선박의 키를 잡는 느낌이었다.
"뿔이 잘리면 이런 플레이도 할 수 없지. 엘프의 귀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나는 종족의 상징을 무시한 아스타로트를 상대로 전력으로 싸우도록 하겠다. 내가 전면에 서도록 하지. 포털을 열어 공격하겠다."
"네? 그치만 지난번에 분명 전면전으로 싸우신다고...."
"분노의 군단은 정면에서 물리적으로 싸울 것이다. 하지만 오만의 군단은 아니야."
나는 샤이탄의 뿔을 놓았다. 샤이탄은 옆으로 살짝 비켜섰고, 루시펠은 눈치껏 알아서 샤이탄의 옆에 무릎꿇고 앉아 혀를 내밀었다.
할짝, 할짝.
두 이복 자매는 성심성의껏 내 자지에 혀를 맞추었다. 둘은 한 손으로는 내 자지를 간질이며, 다른 한 손으로는 약속이라도 한 것 처럼 서로의 보지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서로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후우, 그래. 나는 오만의 군단에서 아스타로트 던전으로 포털을 열 것이다. 한 가지 실험을 해 볼 것도 있고."
속전속결. 나는 차오르는 사정감을 참지 않았고, 둘의 얼굴에 정액을 한가득 끼얹었다.
"총력전을 펼칠 것이다. 인정 사정 봐줄 것 없지."
둘은 내 요도에 남은 정액을 말끔히 빨아마셔 깨끗하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루시펠이 먼저 샤이탄의 얼굴을 혀로 핥기 시작했다.
"엘프와 오크. 두 종족을 제외한 모든 전력이 쟁탈전에 참가할 것이니라."
* * *
<그 시각, 레굴루스 성.>
"......."
제법 늦은 밤이었지만, 후작은 테이블 근처에 촛불을 여러 개 키고 서류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온갖 이들의 신상정보가 가득했고, 후작은 그걸 차례차례 직접 분류하고 있었다.
"아버님, 시간이 늦었어요."
등을 들고 들어온 엘렉트라는 허브티와 쿠키를 가져와 후작의 테이블 위에 올렸다. 후작은 엘렉트라가 들어온지도 모른 채 작업에 한창 집중하고 있었다.
"아버님?"
"집사장, 자네가 보기엔 이번에 이들을 동원하는...아가?"
"네. 아까부터 노크하고 들어왔는데 답이 없으셔서."
"...미안하구나. 이 늦은 시각에."
후작이 손가락을 튕기자, 방 전체가 낮처럼 환해졌다. 천장에 있던 마력등이 마나를 흩뿌리며 주변에 빛을 밝게 비췄다.
"아직도 그 작업 중이셔요?"
"그래. 저들의 행위에도 홀리지 않을 정신이 강건한 이들로 토벌대를 구성하고 있다."
후작은 가문의 기사단 뿐만 아니라 경비대의 일원들까지 하나하나 살피며 토벌대를 구성하고 있었다. 이미 그 수는 200이 훌쩍 넘었고, 하나하나가 상당히 우수한 실력자들이었다.
"어머, 안서니우스 경까지 가시는 건가요?"
"그래. 안서니우스가 부지휘관으로 나갈 것이다."
"부지휘관...? 그러면 총 지휘관은 어느 분이 가시는 거죠? 설마 아버님께서 직접 가시는 건가요?"
"후후, 10년만 젊었으면 그랬겠지만 나도 나이가 나이란다. ...그보다 아가야. 안다이할은 어디에 있느냐?"
"......."
엘렉트라는 쓰게 웃으며 대답을 피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대답이었다. 후작은 안다이할의 이름이 적힌 작은 종이를 명단의 가장 위에 올렸다.
"네게는 미안하지만, 안다이할을 이번 토벌의 총책임자로 삼고자 한다."
"어머...?"
다소 피곤해보이던 엘렉트라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후작은 명단을 바라보느라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
"안다이할도 대군을 동원하는 걸 경험해야지. 비록 본인이 직접 명령을 내리지는 않겠지만, 안서니우스가 옆에서 잘 보좌해줄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 그에게는 큰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럼 제법 오랫동안 밖에 나가있는 셈이네요...?"
"그런 셈이지. 미안하구나. 당분간 가문에는 너와 나 둘이서 있어야 겠구나."
"......."
엘렉트라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후작은 허브티를 삼키며 몸의 긴장을 풀었다.
"아가야. 조금 졸리구나. 이건 새벽에 일어나면 맛있게 먹도록 하마. 늦은 밤에 일부러 구워와줘서 고맙구나."
"아, 아녜요! 아버님을 위해서라면...."
엘렉트라는 트레이로 얼굴을 가리며 시선을 피했다. 후작은 허브티를 마셨음에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여, 비틀거리며 집무실을 떠나가려고 했다.
쿵!
"아버님!"
"......미안하구나. 조금 지쳤어."
후작은 쓰게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나이가 나이다보니, 아무리 단련된 몸이라도 밤샘 작업은 다소 무리가 있었다.
"아버님, 제가 방까지 부축해드릴게요."
"네가? 아니다. 집사장을 부르면 돼."
"요즘 한창 밤에 바쁘시잖아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잠깐 신세 좀 지마."
후작은 엘렉트라의 부축을 받고 몸을 일으켰다. 엘렉트라는 근심걱정 가득한 얼굴로 후작의 팔을 자신의 어깨에 걸고 허리를 손으로 휘감았다.
"......."
후작과 엘렉트라는 아주 조용히, 그리고 묵묵하게 복도를 걸으며 집무실을 떠났다.
"......와그작."
주인이 떠난 집무실에서 나온 한 남자가 쿠키를 씹어먹으며 둘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 * *
"아아, 이곳은 호텔이라고 하는 곳이다. 샤이탄의 꿈을 통해 만들어진 가상의 공간이지."
"......왜 오크가 아니고 인간이세요?"
"꿈 속이니까."
나는 두 명의 펠라를 받고 난 뒤, 작전 회의를 위해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섹스를 위한 잠자리가 아니라, 아스타로트 던전 공략을 위한 청사진을 그리기 위함이다.
"그보다 네게도 이름을 하나 붙여야겠군.
나는 꿈 속에 들어온 루시펠의 모습을 차근차근 뜯었다. 사이단과 마찬가지로 비서복 차림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녀는 전형적인 외국계 모델이 비서를 코스프레 한 것처럼 바디라인이 몹시 육감적이었다.
"금발 벽안의 모델 스타일이니 루시엘로 하자꾸나. 참고로 이쪽은 사이단이다."
"함께 주인님을 모시는 비서로서 최선을 다합시다, 후배님."
"...두 분 꿈속에서 이러고 노세요?"
"놀기도 하고, 섹스도 하기도 하고, 전쟁 계획을 세우기도 하지. 이곳은 조교실처럼 수명을 깎지 않아도 시간을 활용할 수 있으니."
"조교실과는 다른 의미로 충격적이네요."
"중요한 건 꿈조차도 어떻게 써먹느냐 하는 거지."
나는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사이단은 익숙한 손길로 화상 스크린을 이용해 엘프의 숲 지도를 띄웠다.
"우와, 이건 뭐예요?!"
"아아, 그것은 전자기기라고 하는 것이다. 설명하기는 귀찮으니까 그냥 놀라기만 하고 회의에 집중하도록 해라."
나는 아스타로트 던전에 29라는 숫자를 적고, 그 아래에 몇 겹의 층을 만들었다.
"사이단. 물리적인 입구는 1층일 것이다. 맞지?"
"그렇습니다. 루나에게 확인한 바, 적 던전의 입구는 동굴형입니다."
"루시엘. 포털은 심처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만들어진다. 맞느냐?"
"예."
"그렇다면 나의 의문은 이것이다. 물리적인 던전의 입구와 포털의 입구가 일치하는 경우도 있는가?"
"".......""
둘은 침묵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포털이 던전 안쪽에 만들어졌지. 그레모리가 내게 쟁탈전을 걸었을 때, 포털은 뒷 길에 만들어졌다. 정문쪽이 더 멀었는데도 불구하고."
"과연. 물리적인 입구와 포털의 입구는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렇다. 어쩌면 우리 던전같은 구조라면, 지하 2층에 포털이 열릴 수도 있는 거지."
"그렇게 되면 물리적인 입구보다 포털 입구가 거리상 더 멀어질 수도 있겠는데요?"
"그러하다. 그러니까 투트랙인 거다. 오크와 엘프들이 동굴로 들어가면, 나머지 병력들은 모두 포털을 통해 쳐들어가는 것이다."
잘하면 앞뒤로 양동이 이루어질수도 있고, 잘못하면 입구 바로 옆에 포털이 열릴 수 있다.
"나는 쫄보니까 후자를 상정하고 병력을 움직이도록 하지."
"그럼 주인님께서 먼저 들어가실 겁니까?"
"물론. 그런 의미에서 인간 세력들과 시간을 맞추고 싶다. 우리가 포털을 열고 사흘째 되는 순간, 잠깐 발만 디뎌서 적진을 확인하고 나흘째에 바로 돌아오는 거지."
"그리고 닷새째에 인간세력과 함께 총공격을 벌이는 거군요."
"바로 그것이다."
쟁탈전이 걸렸는데 인간들까지 던전 앞에서 시위를 벌인다. 그것만큼 거지같은 상황이 또 어디있을까.
"...그리고 이건 '병력'적인 의미고, 나는 소수 인원을 이끌고 미리 적진에 깊숙히 침투하겠다. 나 포함해서 딱 네 명만 있으면 돼."
"대충 그림이 그려지는 군요. 언제나의 그 멤버 아닙니까? 주인님, 륜, 그리고 라임. 또 남의 던전 파헤치면서 복장 뒤집어 놓으실 거면서."
"흐흐, 엘프들을 구출하기 위한 탈출 루트를 미리 만드는 것이라고 해주겠느냐?"
"......? 한 분 없지 않아요?"
"그래. 이번에는 새로운 멤버가 추가될 예정이다."
나는 새로운 멤버의 이름을 화이트보드에 적었다. 둘은 화이트보드에 적힌 이름 석자에 깜짝 놀랐다.
"시작부터 총력전이다." 433 회
102일차
“대저 엘프에게 귀란 무엇인가?”
나는 광장에 도열한 병사들의 앞에서 외쳤다.
“사람마다 엘프에 대해 정의하는 바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외형적 특징이라고 하면 당연히 이 뾰족한 귀를 가리킬 것이다.”
쫑긋, 쫑긋. 륜은 모두의 앞에서 손가락보다 긴 귀를 쫑긋였다.
“이것은 엘프의 상징이기도 하다. 오크에게 있어서 근육이 있고, 미노타우르스에게 있어 뿔이 있고, 하피에게 날개가 있듯이, 엘프들에게도 이 뾰족한 귀는 다른 종족들과 확연히 다른 특징이다.”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레모리가 허공에 띄워놓은 마법의 구는 내 앞에 놓인 물건을 사방에 비췄다.
“고민을 많이했다. 이것을 보여줄지 말지. 하지만 이걸 보여주지 않을 수 없구나. 보아라. 이것이 우리의 적이 자행한 잔혹한 행위니라.”
나는 적이 파먹은 흔적이 역력한 엘프의 귀를 들어올렸다. 귀의 안쪽에는 심지어 잘려진 단면까지 보였다.’
“엘프의 귀를 잘랐다. 이것은 하피의 날개를 뜯는 행위이며, 안드라스의 깃털을 뽑는 거나 마찬가지. 우리는 이런 자들을 상대해야 한다. 상대는...바로 29위 던전의 주인, 아스타로트.”
병사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38위 아래에 많은 적들이 아직 남아있건만, 29위 던전을 바로 공략한다는 말에 다소 소요가 일었다.
“걱정마라. 우리는 강해졌다. 사수좌 전선의 병력들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전투에 참가할 것이다. 이것은 엘프들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성전이다. 군단의 병사들이여, 들으라!”
쾅! 나는 색스를 바닥에 크게 찍었다. 손등이 붉어지며 타오르는 문신의 오라가 사방으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엘프는 누구의 것이더냐!”
“군단의 것입니다!”
“엘프와 섹스할 수 있는 건 누구 뿐이더냐!”
“오직 군단 뿐입니다!!”
“엘프에게 알을 낳게 할 수 있는 건 누구 뿐이더냐!!”
“오직 군단의 일원 뿐입니다!!”
쾅! 나는 다시 한 번 땅을 찍었다. 병사들이 모두 자신들의 무기를 이용해 땅을 찍었다.
“그렇다! 엘프는 우리의 것! 던전 안에서는 누구보다 발정났지만 던전 밖에서는 순박한 처녀를 연기하는 크림 엘프도 우리의 것이며, 던전 안에서 온갖 섹스에 통달해있는 쿠키 엘프도 우리의 것이다!”
한 군데 모여있는 쿠앤크 엘프들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엘프들에게 묻겠다! 너희에게 씨를 뿌릴 수 있는 자들이 누구더냐!”
“오직 분노의 군단 뿐입니다!”
하지만 그들 또한 군단의 일원인 만큼, 내가 핼버드를 바닥에 찍는 것에 맞춰 발을 가볍게 굴러 호응했다.
“그렇다! 엘프들의 모든 신병은 우리 분노의 군단에 있다! 당연히 우리 군단을 떠난 버진 엘프들 또한, 우리 군단의 것이다! 단지 우리가 그들을 배려하여 놓아줬을 뿐, 그들은 응당 우리가 가졌어야 할, 자지를 박았어야 할 자들이다!”
엘프에 대한 사소한 배려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
“나의 우유부단함에 대해 사과하마. 강제로 하여 다크엘프로 만드는 한이 있었더라도, 그들을 우리 군단의 것으로 만들었어야 했다! 그러나 이미 과거의 일은 돌이킬 수 없는 법! 지금이라도 그들을 구출하여 우리의 것으로 확실하게 만들겠노라!”
사아아.
문신의 오라가 군단 전체에 깃들기 시작했다. 모두의 눈동자에 붉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보아라! 오직 우리만이 그들을 구원할 수 있다!!”
그레모리가 마나를 흩뿌리자, 허공에 뜬 마법진이 새로운 문구를 보였다.
<대 엘프 파종 환생 확률(평균)>
인간 : 0.4%
오크 : 0.9%
미노타우르스 : 0.1%
안드라스 : 0.03%
워울프 : 0.004%
“아아, 이것은 시스템이라고 하는 것이다! 던전 주인에게만 보이는 마왕님의 은총을 글로써 정리한 것이다! 보이느냐! 너희 모두가 엘프들을 상대로 새롭게 태어나게 할 수 있는 것을!!”
남자 병사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서리기 시작했다.
종족마다 확률은 제각각 다를 지언정, 그들이 낮은 확률이지만 엘프를 상대로 씨를 뿌려 환생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는 분명히 존재했다. 나는 뜯어먹힌 귀를 다시 집어들었다.
“아스타로트의 세력을 모두 박살내고, 엘프들을 다시 데려오겠다! 그들에게 씨를 뿌려 다시 환생을 시키면 귀또한 다시 자랄 것이며, 비로소 우리 군단에 새롭게 들어올 터!”
탕! 나는 핼버드를 다시 아래로 찍었다.
“이것이 구출한 엘프들의 환생 방법이며, 환생 극장이 될 것이다!”
그곳에는 이미 다크엘프가 된 솔라가 새롭게 개조된, 선진 병영의 침대 위에서 조신한 자세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솔라의 옆에는 마찬가지로 나체가 된 오크 성기사, 갤러해드가 솔라의 옆에서 자지를 세우고 있었다.
“구출한 엘프들은 병영에 배치할 것이다! 너희들은 그들을 상대로 매일매일 씨를 뿌려 알을 낳게 해야할 것이야! 그래야만 그들이 환생하여 귀가 자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은 의료행위다! 엘프가 다시 엘프이기 위한 치료인 것이다!”
갤러해드는 자신의 성검을 높이 세웠다. 천장에서 절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가죽 사슬이 내려왔고, 솔라는 스스로 손목을 사슬에 묶어 자기자신을 구속했다.
“구출한 엘프들은 코쿤이 되기 전까지 나오지 못할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것은 의료행위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엘프들을 구출해야하지.”
쾅.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핼버드를 내리찍었다.
“가자, 분노의 군단이여. 엘프의 귀를 자른 저 꼴알못들에게 진정한 꼴림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자꾸나! 라스의 군단이여, 분노하라!!!”
“”“라스으으으!!”””
***
잠시 뒤.
모든 병력들이 전장을 향해 움직이는 동안, 나는 라스피카의 수성을 맡은 루나와 마지막 해후를 나눴다.
“내가 없는 동안 군단을 잘 부탁한다.”
“조금 그렇네. 다른 애들은 모두 다 싸우러 가는데 나만 여기를 지키고 있는 셈이잖아.”
“너말고 믿을만한 녀석이 없어서 그래. 네가 여기에 있어야 확실하게 틀어막을 수 있지 않겠어.”
“여차하면 루나포를 쏘라는 얘기지? 알았어. 개미새끼 하나 드나들지 못하게 막을게.”
루나는 상당한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다행히 작전상 자신의 위치에 대해 순순히 받아들였다. 엘프들을 구출해야 한다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루나가 후방을 지켜줘야 우리가 안심하고 전쟁을 치를 수 있었다.
“라스피카에 남는 수비병력은 구울 200, 크림엘프 40. 마음같아선 이것보다 더 많이 병력을 남기고 싶군 그래.”
“나는 반대인 걸? 엘프들 숫자 더 빼서라도 구출대에 넣고 싶어. 하지만 그러지는 않을 거지?”
“물론. 네가 나와 엘프들을 걱정하는 만큼, 나도 너와 라스피카가 걱정되니까.”
가벼운 실랑이 끝에 우리는 크림엘프와 쿠키엘프를 반반씩 나누기로 결정했다. 게임은 하르파스를 누가 먼저 보내느냐 하는 싸움이었고, 보지를 찌른 나의 승리였다.
“쿠키엘프들을 데려가도 던전 밖에서는 흰 상태니 의심은 사지 않을 거다. 그리고 던전 안으로 들어가는 것 또한 오크의 몫. 엘프들은 후방에서 대기하며 구출한 엘프들을 이송할 거야.”
“혹시나 던전 밖으로 빠져나오는 엘프들을 잡아서 숲으로 데려오려고 하는 거잖아.”
“그렇지.”
인간 세력과 연합을 형성하는 부대는 오크 80, 쿠키엘프 40으로 구성되었다. 각각 오크는 아더가 총대장을, 쿠키엘프는 니프엘라가 부대장을 맡았다.
“니프엘라에게도 살짝 언질은 줬지만, 구출은 단순히 적 던전에서 구하는 걸로 끝이 아니야. 그들을 엘프의 숲까지, 신수의 곁까지 안전히 옮기는 게 중요해.”
“인간들 때문이지? 붙잡힌 엘프들 괜히 건드리려고 하는 놈들이 있을까봐.”
후작가의 기사들을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엘프들을 구출하자는 공동전선을 만들었고, 분명 다크엘프라도 좋으니 엘프와 한 번 하고 싶다는 욕망 가득한 놈들이 나타날 것이다. 아무리 그들이 엘프를 직접 구출했다고 한들, 가만히 눈 뜨고 엘프가 인간의 품에 안기는 걸 눈뜨고 볼 수는 없다.
“이미 죽은 엘프들은 어쩔 수 없어도, 아직 살아있는 엘프들은 모두 우리 군단의 것이다.”
“......참 안타깝네. 섹스가 하기 싫어서 군단을 떠난 애들인데 말로는 강간당하고 귀가 잘리는 거라니.”
가라앉은 목소리의 루나는 나를 끌어안으며 등을 토닥였다.
“여왕 명령이야. 아스타로트 던전의 새끼들, 전부다 죽여버려. 남자고 여자고 남김없이, 엘프들을 건드린 놈들 싹 다.”
“물론이지. 이미 엘프들의 귀를 자른 순간부터 그들은 나와 같은 하늘을 이고 살아갈 수 없는 자들이 되었다.”
“...혹시나 네가 따먹고 싶은 여자가 있을까 하는 얘기인데, 그래도 용서하지 말고 진짜로 죽였으면 해. 걔들 먹고 싶은 만큼 내가 대신 해줄테니까.”
“흐흐, 걱정마라. 나는 아스타로트 던전으로부터 ‘모든 것’을 빼앗을 생각이니.”
목숨마저도 쉽게 보낼 생각이 없다. 나는 루나의 등을 토닥인 뒤, 시선을 마주쳤다.
“설령 먹고 싶은 놈들이 있어도 참겠다. 정 꼴리면 간살하도록 하지. 마족이면 뿔과 날개를 자르고 인간들의 노예시장에 팔아버리는 건 어떻겠느냐?”
“생각보다 잔인하네.”
“흐흐. 너희 눈치보느라 수단과 방법을 조금 가리는 거지, 나는 얼마든지 마족답게 할 수 있다. 그것이 내 여자를 슬프게 만드는 놈들이라면 더더욱.”
“......쓸데없이 말은 참 잘해.”
루나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내가 입은 드워프제 중갑에, 루나의 신성력이 담긴 키스마크가 진하게 남았다.
“엘프들을 부탁해.”
“얼마든지, 여왕님.”
나는 루나에게 나의 흔적을 진하게 남겼다.
***
<잠시 뒤, 알로켄 전선.>
“깔깔깔, 죽기 전에 가는 곳마다 씨뿌리고 가는 건 일부러 그러는 거야?”
“일부러 죽으러 가는 놈이 어디있냐. 며칠 못 볼 거니까 아쉬우니까 섹스하고 가는 거지.”
“그래, 그래. 집집마다 씨뿌리고 다니느라 고생 많으셔, 군단장님.”
그레모리는 킬킬 웃으며 내 자지를 손으로 휘감았다. 손으로는 자지를 쓰다듬으며, 분신으로는 아래에서 고환을 입에 넣고 굴리는 테크닉은 몹시 예사롭지 않았다.
“전쟁 크게 치르려고 작정한 거지? 사수좌 전선에서도 병력을 뽑아갈 정도잖아.”
“과잉전력이어도 상관없다. 그동안 이곳을 잘 부탁한다.”
“걱정마. 집 지키는 것만큼 내가 잘 하는 게 없어. 내 아기집 지켜온 것 처럼 던전도 잘 지킬게.”
“......참 말하는 것 하고는.”
분명 타천사의 몸으로 들어갔 건만 여전히 말하는 건 어지간한 색녀 저리가라 할 정도다.
“전쟁 중에는 루시펠이 지원을 나올 거다. 오만의 인장으로서 네 던전을 서포트 할 것이야. 그럼 너도 전장에 집중할 수 있겠지.”
“고맙네. 그럼 오늘부터 내가 오만의 군단 군단장이 되는 거니? 깔깔깔.”
“그런 셈이지.”
“...농담한 건데 진지하게 대답하니까 조금 설레는 걸.”
그레모리의 분신이 내 귀두에 입술을 맞췄다. 본체는 내 갑옷의 안쪽에 붉은 립스틱 자국을 남겼다.
“루나도 그러더니 키스 마크 남기기로 혹시 단체로 약속했냐?”
“승전과 안녕을 기원하는 사랑의 메세지라고 생각해주지 않겠어?”
“네 입에서 그런 소리를 듣다니 영광이군.”
“군단장까지 시켜주는 데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후후, 암만 생각해도 그 때 보지 벌리길 잘했다니까.”
그레모리는 날개를 펄럭이며 내게 안겼다. 하피 종과 샤이탄으로부터 배운, 날개 달린 종족들이 가능한 소위 들박 자세였다.
“나중에 자식 낳으면 애들한테 이렇게 얘기할 거야. 엄마는 너희 아빠 자지에 졌다고.”
“애들 교육에 몹시 좋지 않을 것 같은데.”
“틀린 말은 아니잖아? 물론 지금은...내가 이기지만.”
펄럭, 펄럭. 내 자지를 자신의 보지속으로 찔러넣은 그레모리가 서서히 날개를 펄럭이기 시작했다. 그레모리는 상체를 뒤로 숙이며 느긋하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러니까 꼭 서서 기승위를 하는 것 같군.”
“후후, 좋지? 그럼 빨리 씨뿌리고 가."
"근데 나 루나랑 키스는 했어도 섹스는 안했는데."
"......내가 잘못들었나?"
그레모리는 진심으로 놀란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그녀의 골반을 붙잡았다.
"전투 전에 섹스하면 체력 손실나서 안 돼. 질펀한 섹스는 전쟁에서 이기고 난 다음에 하는 게 제맛이거든."
"아, 안 돼! 기껏 몸 달아오르기 시작했는데!!"
"미안하다. 씨는 안 뿌리더라도 가게 해주기는 할게."
퍽, 퍽퍽퍽.
나는 그레모리의 골반을 잡고 앞뒤로 흔들었고, 곧장 그녀를 가버리게 만들어 자지를 뽑아냈다.
"씨 대신에 이걸 남겨주마."
나는 기절한 본체 대신 분신을 일으켜세웠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붙잡고, 입술을 찐하게 부딪혔다.
"......혀 안 쓰는 키스는 오랜만인 걸."
"키스에는 키스로 보답해야지. 떡은 이기고 나서 치자."
"후후, 본체가 일어나면 엄청 짜증나겠네. 엘프들 잘 구해와. 아 참, 미리 허락 구해도 돼?"
"무슨 허락?"
그레모리는 비릿하게 웃으며 아래에 성마법을 사용했다. 그녀의 클리가 부풀어오르며, 나의 자지와 똑같은 모양이 되었다.
"로도페리 만약에 진짜로 사로잡으면 내가 따먹는다?"
"......마음대로 해라. 대신 처녀면 남겨두는 거 알지?"
"얼마든지."
***
잠시 뒤.
나는 '하르파스 던전의 지하'로 내려왔다. 그곳에는 이미 던전 공략을 위한 주요 인사가 한 곳에 모여있었다.
"하르파스. 혹시나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포털을 통해 소식을 전하도록 해라."
"...그, 주인. 다치지마. 거, 걱정하는 건 아니야! 주인 다치거나 죽으면 군단이 와해되니까 그런 거지!"
"흐흐. 알았다. 너는 최상층에서 여기까지 애들 바로바로 내려올 수 있도록 잘 수송해다오."
"......당연하지. 주인. 꼭 살아돌아와."
하르파스는 내게 키스마크를 남기지 않았다. 옆에 있는 다른 셋이 교묘히 눈치를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살아돌아와야지. 가자. 샤이탄, 포털을 열어다오."
[29위, 아스타로트를 상대로 포털을 열겠습니다.]
위이잉.
눈앞에 포털이 열렸다. 나는 바로 셋을 데리고 포털 속으로 몸을 던졌다.
"륜, 라임! 내게로 와라! 그리고…."
내가 말하기도 전에, 분홍빛이 내 뒤에서 터져나왔다.
"통로를 막아, 메어리!!"
포털이 열린 바로 앞.
"명령대로♥"
수박바를 앞으로 겨눈 메어리는 적 던전의 입구 바로 앞에 버지니움 실드를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