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1회
102일차
"반갑습니다. 분노의 군단 하이엘프, 륜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소. 고트다이할 레오. 후작가의 주인을 맡고 있소."
후작은 륜이라고 하는 하이엘프와 독대했다. 최근들어 엘프들을 자주 보기는 했지만, 갈색 머리칼의 하이엘프는 생전 처음이었다.
'하이엘프는 귀가 더 뾰족하고 더 미인이라더니.'
이야기 속의 말들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 눈앞의 륜이라는 하이엘프는 자신이 본 그 어떤 존재보다도 아름다웠다.
최근들어 자주 서는 그의 자존심조차도 하이엘프를 보며 성스러움을 느낄 뿐, 상스러운 성욕은 일어나지 않았다. 만약 그랬으면 바로 회의는 끝났으리라.
"이 야심한 시각에 하늘을 날아오시다니...어떤 이유이신지."
"한 가지 부탁을 하고자 해서 이렇게 날아왔습니다."
"부탁입니까?"
"예. 군단을 대표하여 제가 찾아왔습니다."
하이엘프에게 군단의 대표를 맡긴다라.
'하이엘프에게 단순히 사절을 맡기는 게 아니란 말인가?'
후작은 생각보다 엘프들이 마왕군의 수뇌까지 들어갔다는 씁쓸함과 동시에, 적어도 그들이 인간들과 대화는 통한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현재 엘프들은 둘로 나뉘었습니다. 여왕님과 함께 마왕군으로 들어온 이들과 숲을 떠난 이들. 이렇게 둘로 나뉘었죠."
"......그런 걸 말씀해주셔도 되는 겁니까?"
"부탁을 하려면 먼저 설명이 꼭 필요하니까요. 문제는 숲을 떠난 이들이 크나큰 위험에 빠졌다는 겁니다."
하이엘프는 로브 안에서 지도를 꺼냈다. 엘프의 숲 전역이 간략하게 그려진 지도 끝에는 X자 표시가 붉게 칠해져 있었다.
"이곳은?"
"엘프들을 사로잡은 것으로 추정되는 던전입니다. 미리 말씀 드리자면 분노의 군단 던전은 아닙니다. 저희와는 전혀 상관없는 별개의 던전이죠."
"......흠."
후작은 속으로는 안도하였으나, 표정을 굳히며 손으로 턱을 쓸었다.
"우리보고 던전을 토벌하라?"
"우리와 함께 던전을 토벌하는 겁니다."
"같은 마왕군이 아니던가?"
"마왕군의 안에 있다고는 한들 군단은 다릅니다. 저들은 엘프들을 무참히 학살하는 것으로 확인된 바, 분노의 군단장께서는 저들을 토벌하기로 결정하셨습니다."
하이엘프는 슬픈 얼굴로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벨벳처럼 보드라운 금빛의 머리칼에는 굳은 피가 묻어있었다.
"이건 적진의 근처에서 발견한 머리칼입니다. 아마도 도망치다가...."
"......."
헝클어지지는 않았지만 진한 피비린내가 강하게 묻어있었다.
심지어 마족 특유의 악취까지 묻어있었다. 머리칼만 보더라도 그걸 대번에 알 수 있으니, 엘프들이 어떤 취급을 당하고 있는지는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다만.
'엘프들이 마족과 하는 건 그냥 이제는 일상 아닌가?'
"다릅니다."
"......?"
후작은 순간 자신이 입밖으로 자신의 생각을 내뱉었나 기억을 더듬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후작은 육성으로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상대는 반론을 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인가.
"표정만 봐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하이엘프니까요."
"......끙."
"후작께서 걱정하시는 바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 군단과 저쪽 던전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 그 증거는...바로 이것입니다."
하이엘프는 손에 낀 흰 장갑을 벗었다. 여느 왕가의 공주보다도 더 희고 고운 왼손의 네번째 손가락에는 나뭇가지로 엮인 반지가 자리잡고 있었다.
"과연."
후작은 그제서야 분노의 군단과 마왕군의 관계를 확실하게 파악했다.
"혼인동맹...."
"인류의 잣대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비슷할 겁니다. 엘프들을 여느 마족과 똑같은 종족으로 대하는 분노의 군단과는 달리, 저들은 엘프들을 성노예로 생각하고 알 낳는 씨암탉으로 만들 것입니다. 본 군단에서는 저들의 행태에 용납할 수 없습니다."
"......."
후작의 머리가 맹렬히 돌아갔다. 저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강간당한 엘프들을 구할 절호의 기회다.
'교단에서도 이건 뭐라고 말을 하지 못하겠지.'
마녀 레비즈로 인해 인류연합과의 교류를 끊은 엘프들과 다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다. 그들은 교단에 대해서 적대를 하는 입장이지, 인류 전체를 상대로 적의를 보이는 건 아니니까.
"...좋습니다. 이렇게 하시지요."
후작은 빈 양피지에 깃털펜을 휘갈겼다.
"던전 토벌 경험이 있는 기사단을 동원하겠습니다. 유명 모험가들도 섭외하겠습니다. 이것은 엘프들을 구하기 위한 바, 분노의 군단과 전쟁을 치르는 것이 아닙니다."
"필요한 자금에 대해서는 저희도 어느정도 지원은 하겠습니다. 물론 저희쪽에 인간세상에 통용되는 금화는 없고, 줄 수 있는 건 이것 뿐입니다만...."
하이엘프의 뒤에 호위처럼 선 엘프가 다리를 슬쩍 걷어올렸다. 검은 팬티스타킹에 후작은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것으로도 충분합니다."
"한 가지 더. 만약 인류 측이 적 던전에서 엘프, 혹은 다크 엘프를 구출할 경우...."
하이엘프는 싱긋 미소지으며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그들의 의사만 괜찮다면, 후작가에서 그들의 신병을 관리해도 괜찮다는 여왕님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
* * *
<그 시각, 플라우로스 던전.>
"과연. 너는 플라우로스라는 이름이 마음에 든 것이냐? 아버지가 주신 이름 같다고? ...틀린 말은 아니군."
신수는 그루터기 속에서 플라우로스의 본체와 마주앉아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자랐구나. 몇 만 년 동안 세계수로서 엘프만 낳아왔건만, 너는 내가 직접 이 몸으로 낳은 나의 자식이다. 떡잎이 자랄 때까지는 내가 길렀지만...그 뒤로는 네 아비새끼가 길렀지."
뀨르륵.
"뭐? 그래도 사랑으로 잘 키워주셨다고? ...놈, 그래도 최소한의 인정은 아직 있군 그래. 이곳의 생활은 어찌 만족하느냐? 던전 주인이 되어 불편한 점은 없고?"
뀨륵, 꾸르륵.
플라우로스는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촉수가지를 들어올렸다. 그곳에는 아직도 전신이 자지 촉수에 휘감긴 레비즈가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알을 낳고 있었다.
"호오, 홀리 드래곤의 하프 딸이 아닌가. 장하다, 역시 나의 딸이야. 저것을 상대로 엄청나게 씨를 뿌렸군. 그래, 나무는 역시 번식해야지."
뷰르륵.
플라우로스는 레비즈의 안에 촉수를 쑤셔대며 씨를 뿌렸다. 세계수는 그 모습에 박수를 치며 플라우로스를 쓰다듬었다.
"잘했다. 여기 오면서 보았느니라. 이 던전에 있는 오크나 여타 마물 중 일부에 네 유전자가 섞여있는 것을. 보아하니 군단장의 씨를 네가 받아서 저것의 안에 뿌리는 것이지? 장하구나."
"다, 당신 도대체 뭐야...!"
"나? 엘프의 숲에 있는 신수인데. 너희들은 나를 세계수라고 부르지."
"......!! 그런데 어째서 이런 곳에?!"
신수는 플라우로스를 가슴에 끌어안았다. 그러자 플라우로스의 촉수 자지가 꿈틀거리며 더욱 두꺼워지기 시작했다.
"으걱, 흐어엉!"
당연히 레비즈의 안에 앞뒤로 박혀있던 촉수 자지또한 그 굵기가 커지기 시작했다.
"하프 드래곤이라 그런지 몸이 튼튼하군. 딸아, 잘 보아라. 이것이 나뭇가지를 이용한 조교란다."
신수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마냥 손을 허공에 휘저었다. 굵어진 촉수 자지들이 레비즈의 손목을 휘감고 허공에 들어올렸다.
"이렇게 해두면 굳이 네가 애써서 가지를 쑤셔댈 필요가 없지."
신수의 손짓에 따라 뿌리 한 가닥이 레비즈를 향해 솟아올랐다. 앞뒤로 갈라진 뿌리 끝은 마치 앞뒤 구멍에 넣기 위한 자지처럼 빨딱 세워져 있었다.
"이러면 계속 가지로 들고 있지 않아도 된단다. 어떠니, 편하니?"
꾸르륵.
플라우로스는 신수를 꽉 껴안으며 방방 뛰었다. 레비즈는 뿌리 자지에 점점 내려가는 몸을 마구잡이로 움직이며 저항하려 했다.
꾸륵.
"음? 두 시간마다 알을 낳아야 한다고? 그러면 아래에서 찔러올리면 되지 않겠니."
"흐어어어엉!!"
신수의 뿌리 손길에 레비즈는 격한 신음을 터뜨렸다.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되었건만,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농후한 손길에 전신이 부르르 떨렸다.
"그리고 그냥 낳게 하면 재미가 없단다. 바로 이렇게...."
끄득, 끄드득!
레비즈의 질속에 파묻혀있던 뿌리 촉수가 수 갈래로 갈라졌다. 질벽에 딱 달라붙은 뿌리는 마치 무언가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듯 했고, 레비즈는 본능적으로 뿌리의 이상을 눈치채고 비명을 질렀다.
"아, 안 돼에에!!"
"빨판처럼 붙여서, 강제로 잡아당기려무나."
플라우로스는 뿌리 자지를 알에 딱 달라붙게 만들었다. 레비즈는 질을 조이며 알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으려고 했으나, 애널을 간질이는 자지 촉수 때문에 금방 힘이 풀리고 말았다.
"으, 흐이익!!"
결국 레비즈는 가볍게 가버리자마자 전신에 힘이 풀렸다. 플라우로스는 레비즈로부터 알을 강제로 뽑아냈다.
사아아--!!
레비즈의 하복부에 박힌 문신이 분홍빛을 터뜨렸다. 고통마저 쾌감으로 치환하는 성마법은 레비즈가 침을 질질 흘리며 기절하게 만들었다.
꿀럭, 꿀럭.
레비즈가 낳은 알을 플라우로스의 뿌리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신수는 플라우로스의 테크닉에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낳으려는 알 조차도 마음대로 낳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조교란다."
꾸르르.
"...? 어떻게 그런 걸 알고 있느냐고? 후후, 내가 너를 어찌 낳았을 것 같으냐? 아아, 아직까지도 짜릿하더구나. 나를 그런식으로 범하고 강제로 알을 낳게 했던 그의 손길이...후후후...."
플라우로스의 촉수 자지가 사시나무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 * *
"다녀왔어요. 인간들과 동맹을 맺었어요."
"잘했다, 륜."
나는 협곡을 가로질러 날아온 륜과 엘프들을 맞이했다. 어디 다친 곳도 없었고, 생각보다 빠르게 귀환했다.
"후작이 뭔가 꿍꿍이는 없었냐?"
"꿍꿍이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크게 신경쓰지는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아스타로트 던전을 상대로 공동 전선을 펼치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하는 것 같았고, 특히 엘프들 신병을 양도하는 것에 상당히 기뻐하더라고요."
"그래. 그 놈들이 구할 수 있다면 말이지."
살아있는 엘프들이 몇이나 될 지 모르지만, 그마저도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엘프를 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기도 하다.
"분명 이상한 망상을 하는 놈들이 있겠지. 마족에게 강간당한 엘프를 구하면, 마치 동화속 용사님이 나타난 것 마냥 반하게 될거라고 망상하는 자들이 있을 거다. 우리는 그들의 망상을 이용하자꾸나."
던전에 있을 막대한 재화에 더불어, 구출한 엘프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까지.
"이거라면 돈에 초연한 놈들도 반응하게 될 것이다. 어디 엘프가 구하기 쉬운 자들도 아니고."
"후후, 하지만 주인님께서는 그냥 넘겨주실 생각이 없으시잖아요."
"물론이지. 라스를 거부하여 우리 군단을 떠났지만 엘프는 엘프다. 쿠키엘프가 아닌 다크엘프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아직 한 번의 찬스는 남아있어."
환생산란.
오크가 씨를 뿌려 알을 낳는 과정에서 극악의 확률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몸으로 태어날 수 있다.
그러면 처녀성도 다시 가지게 될 수 있고, 다크엘프가 아닌 원래의 피부색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도 생긴다.
"싹다 다시 잡아서 우리 군단의 엘프들로 만들어야지. 그리고 매일같이 알을 낳게 할 것이다. 새롭게 다시 태어나, 처녀도 다시 생기고 귀도 자랄 수 있게."
"흐읏."
나는 륜의 귀를 가볍게 잡아당겼다. 누르면 자동으로 애액이 새어나오게 하는 이 사랑스러운 발정스위치를 자르다니, 어찌 내가 아스타로트 군단을 상대로 싸우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엘프의 귀를 자른다? 악마나 수인종의 뿔을-핸들을 자르는 거나 마찬가지지."
"핸들이요? 아하, 잡고 입에다가 박는다는 말씀이시죠?"
"그래."
륜은 활짝 웃으며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스스로 로브를 좌우로 들어올려 바지를 벗긴 뒤, 발기한 자지를 입에 물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덥썩. 나는 륜의 귀를 움켜쥐었다. 이미 몇 번이고 사용한 덕분에 륜은 머리에 힘을 빼고 내 손길에 몸을 맡겼다.
찌걱, 찌걱.
나는 륜의 귀를 잡고 머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저항하는 것도 제법 좋기는 했지만, 저항하지 않는 것도 나름 색다른 쾌감이 있었다.
"이런 귀를 자르다니...아스타로트 놈, 거기서 딱 기다리고 있어라."
나는 륜의 입보지에 자지를 쑤시며, 아스타로트 던전을 향해 외쳤다.
"전쟁이다, 꼴알못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