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429화 (429/800)

. 429회

102일차

시장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약 일주일의 시간이 지났다.

우리는 여전히 무탈하게 지냈고, 이전과 마찬가지의 일상을 영위했다.

첫번째, 사수좌 전선.

"사수좌 전선 이상 무. 던전 입구에서 요격하니까 꼼짝도 못하던 걸?"

그레모리 사단-오만의 군단-은 압도적인 힘으로 사지타리우스 백작가를 괴롭혔다.

드워프들은 우리에게 병장기를 빼앗기는 것에 더욱 우수한 품질의 장비를 동원했고, 백작가에서도 모험가와 용병을 적극적으로 고용하며 더 강한 병력을 투입하였다.

하지만 이겨냈다. 알로켄 던전은 철저히 적을 죽이고 사로잡기 위한 전장으로 개조되었고, 우리는 그들을 통해 장비를 노획했다.

두번째, 우리 던전 전체.

"어째 하극상을 일으키거나 하는 놈이 한 놈도 없군."

현재 우리 군단에 소속되어있는 던전을 상대로 그 어떤 마족도 싸움을 걸지 않았다. 안드로말리우스의 하극상 이후 그 누구도 우리 군단을 건드리지 않았다.

"아쉽구나, 아쉬워. 사흘동안 막고 바로 때려잡으러 가면 좋았으련만."

우리 던전이 강하고 위대하다는 소문이 돌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나를 제외한 다른 다섯 군단이 점점 세력이 고착화 되기라도 하는 걸까.

그래도 한 놈 정도는 무작정 포털을 열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도 문을 열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평화아닌 평화를 만끽하며 던전을, 군단을 무럭무럭 성장시켰다.

세번째, 드라고니안 화 프로젝트.

"응기이잇!!"

일상의 루틴이 반복되니 레비즈가 낳는 알도 하루에 정확히 11개를 낳을 정도로 체계가 잡혔다. 플라우로스는 레비즈를 통해 낳는 알을 약 10초 간격으로 조정했고, 덕분에 시간이 밀려서 알손실이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고집 한 번 더럽게 강하군. 역시 마녀인가."

"마녀 아니야!"

"그럼 용마마로 하지."

레비즈가 낳은 알 덕분에 우리 군단의 오크들은 모두 드래곤의 힘을 손에 넣었다. 그렇다고 해봐야 다들 머리에 뿔이 달린 수준에 힘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지만, 성장할 수 있는 한계가 ☆☆☆☆로 늘어난 건 분명 고무적인 일이었다.

"서브 던전 뺑뺑이를 돌아라! 사수좌 전선에서 실전을 경험하라! 그리하여 나처럼 강하고 멋진 오크가 되는 것이다!"

레벨이 낮은 오크들은 서브던전에서 성장을.

성장이 충분히 이루어진 오크들은 사수좌 전선에서 실전을.

군단의 병력들은 수가 다소 적기는 했지만 충분히 정예를 이루었고, 우리 오크들은 후작가와 전면전을 치르더라도 문제없을만큼 강해졌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라스마켓의 완공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다함께 건배합시다, 라스으으으!!"

"""라스으으으!!"""

아직은 드래고니안이 되지 않은 오크, 감독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미노타우르스, 오크들과 더불어 일을 하는 안드라스, 그리고 그들에게 지시를 내리며 완벽하게 녹아든 목수 인간.

지난 며칠간 시장을 건설하며 종족간의 벽은 점차 허물어들었고, 그들은 비로소 군단으로 하나가 되었다.

"군단장님! 저희 열심히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저희의 부탁을 하나 들어주십시오!!"

"뭔지 알 것 같으니 내가 직접 발표하마."

나는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고자 포상을 내렸다. 자고로 진정한 집단의 리더라면 부하들이 원하는 바를 철저히 알고 있어야 하는 바.

"시장에 축제가 빠질 수 없지! 하피들, 안드라스들, 인간 요정들, 서큐버스들, 그리고 엘프들이 왔도다!"

후방에서 묵묵히 지원하던 이들도 시장을 건설하던 이들과 함께 어울려 마시며 축제를 벌였다. 코카트리스 튀김에 로보탕, 그리고 후작가로부터 얻은 식량을 바탕으로 벌인 음식 잔치는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런 좋은 날에 갑갑하게 있을 수 없지! 모두 벗어라!"

"우오오오오!!"

축제의 분위기가 무르익음과 동시에 광란의 라스 파티가 열렸다. 던전 밖이라 파종은 이루어지지 않는 만큼, 오직 성욕만을 위한 군단의 전 종족이 참여하는 난교 파티가 열렸다.

"대회를 열겠다! 가장 많은 이성과 라스한 자, 루시펠이 갓 낳은 따끈따끈한 상급 마석을 주겠노라!"

"""라스으으으!!"""

남성들의 환호성은 라스마켓 전체로 울려퍼졌다. 여성들 중에는 오직 요정 일부와 서큐버스들만이 환호했다.

"원하는 자에게는 상급 마석을 마액으로 만들어 주마! 이 자리에서 직접! 1등에게는 상급을, 2등부터 20등까지는 중급을, 10명 이상과 하거나 3종족 이상의 이성과 라스를 하면 무조건 하급 마석이나 마액을 주도록 하마!"

"""꺄아아아!!"""

여성진 전체가 환호성을 울렸다.

처음에는 밍기적거리며 오크들만 상대하려던 엘프들도 중간부터는 적극적으로 여러 자지를 동시에 물어, 하급 마액이라도 타기 위해 열심히 위아래로 물고 빨았다.

"크허억, 내가 엘프랑 떡을 치다니!"

"아씨...미노타우르스 자지 존나 크네!"

"아아아, 인간이랑 하는 것도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엘프 인생 2천년 손해봤어어어어!!"

"...2천살? 으어어, 누, 누나아아아! 자지 터져요!! 으허어억!"

"아아, 이것이 바로 진정한 화합이라는 것이다."

종족을 가리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바라며 즐겁게 하는 게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 일인가. 나는 나이, 종족, 성별을 넘어 라스로 하나가 되는 우리 군단을 보며 괜히 울컥했다.

"신이 이 광경을 보고 있다면 굽어살피기를."

그렇게 나는 후작과의 자본주의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정장은 플레어 판테라의 불꽃으로 잘 다려놓았고, 자본과 자본이 부딪히는 머니 게임을 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다만.

평화로운 일상도, 한 순간에 깨져버렸다.

"야, 군단장아. 하나만 부탁 좀 하자."

<유그드라실>, Lv. 230, ★★★★★★.

스스로를 신수라고 부르는 하이엘프가 우리 던전을 찾아왔다.

* * *

"너 던전이 왜 이 모양 이 꼴이냐? 병력은 어지간한 30위권 초반대 수준인데 던전은 이제 막 C급이라고? 에잉, 이 녀석. 멀티 던전 늘린다고 본진에는 신경을 덜 썼구만."

불편하다.

던전 운영에 훈수를 당하는 것도 불편하기는 불편하지만, 그 훈수를 하는 상대가 던전 운영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라는 점에서 불편했다.

"응? 뭐냐? 혹시 꼽냐? 내가 지금 친히 개선점을 알려주고 있는데?"

"아, 아닙니다."

"너 근데 눈을 왜 그렇게 떠? 너 나 마음에 안 드냐? 마음에 안 들어하면 안 될텐데? 엘프들이 오크들 자지 노예 되는 거 그냥 눈감아줬는데, 네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항거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해서 결코 맞서싸우려고 하지마라.

그건 아주 오래전부터 내가 트랄과 전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정한 룰이었다. 그리고 눈앞의 상대는 지금의 나로서는, 아니 어쩌면 그 어떤 존재도 감히 법접할 수 없는 수준의 존재였다.

신수(神樹) 유그드라실.

엘프의 숲에 나무로 있던 그(그녀?)는 하이 엘프의 모습으로 나를 찾아왔다. 중성적인 외모의 신수는 나는 커녕 루나조차도 이겨낼 수 없을 강대한 존재였다.

'레벨이 뭐 저따위지.'

200대 레벨을 본 이는 내 생에 에스투가 유일하다. 물론 신수가 에스투보다는 20가량 낮지만, 그래도 6성에 200대 레벨은 범접할 수 없는 신적인 존재나 마찬가지다.

<유그드라실>.

사기꾼은 아닐까 생각했지만, 시스템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나의 감각이 말하고 있다.

찌릿, 찌릿.

이미 피부가 느끼고 있다. 살기는 없지만 나의 본능이 신수의 강력함과 위대함에 압도되었다. 이 자의 앞에서 분노를 일으키는 건 태평양에 오줌을 싸는 택이나 마찬가지다.

"나를 믿지 못하는 구나. 왜, 그 날 네가 내 앞에서 했던 말을 읊어보랴? 말 못하는 나무인 줄 알고 나무 옹이구멍을 찾아다가 자지를 푹푹 쑤시려고 했던 것 말고도 더 말해봐?"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신수 님."

"아니다. 애초에 조질 거면 륜을 건드린 시점부터 진작에 조졌지. 나는 이 세계에 뿌리를 두고 있으나, 세계의 구성원은 아니다. 그냥 의지를 가진 나무일 뿐이지. 신경쓰지 말거라. 하하하."

...무엇보다도 나의 자지가 신수의 앞에서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걸 외치고 있다.

"여태 수많은 세대가 멸망하였지만, 이번 처럼 오크들에게 집단 강간을 당한 건 처음이다. 흐흐, 아주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겠어."

"......."

"표정만 봐도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겠구나. 엘프들을 건드린 것에 벌을 내리지는 않느냐고? 왜? 다들 자지가 박힐 때마다 아주 좋아라하고 있는데. 그게 싫은 녀석들은 떠나가다가...아니, 이 이야기는 잠시 뒤에."

자지는 신수의 앞에서 절로 고개를 숙였다. 발기는 커녕 자지가 눈앞의 존재에 쪼그라들고 말았다.

"아무튼 만나서 반갑다. 엘프들에게 신수라고 칭송받는 자, 세계수를 지칭하는 자 유그드라실이라고 한다."

"만나뵙게되어 영광입니다, 세계수 님."

나는 귀두와 함께 나의 머리를 숙였다.

"쯧, 젊은 나이에 원형탈모라도 온 거냐? 그래. 내 부탁을 들어주면 머리가 잘 자라는 발모제를 선물해주마. 어때, 썩 괜찮은 조건이지?"

"부탁은 무엇이며, 발모제의 효과는 확실합니까?"

"질문을 두 개나 동시에 하네. 후자부터 말하자면 발모제의 효과는 확실하다. 만약에 효과가 없으면...음.... 아, 그 방법이 좋겠군. 엘프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랴?"

"......예?"

신수의 말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대머리를 풍성하게 만든다는 것보다도 더 충격적이었다.

"뭘 그렇게 놀라냐. 내가 모든 엘프들의 시조인 것을. 엘프는 나로부터 태어난 종이다. 수 만 년...아니 인류가 이 땅에 태어나기도 전부터 나는 존재해왔지. 엘프로서."

"헐."

신수는 사실 세계수가 아니라 고대 엘프 였던가.

"무슨 헐이냐. 역사 얘기를 하려고 여기에 온 것이 아니다. 중요한 건 네가 대머리가 된다고 하더라도, 너의 머리칼에 바를 약을 만드는 게 너를 엘프로 만드는 것보다도 더 쉽고 효과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그, 그렇습니까? 단순히 비유...죠?"

"진짜인데. 너는...한 20년 만 어디 엘프 자궁에 들어가있으면 엘프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겠다. 어차피...너도 새로운 존재로서 태어나는 건 어느정도는 익숙한 듯 한데?"

"......."

신수는 초월종이라도 되는 걸까.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중성적인 외모에서 오는 분위기는 마치 신선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상대는 여신과 마왕보다는 못하지만 그에 준하는 자라고 생각하고, 나는 자세를 바르게 고쳤다.

"20년은 너무 깁니다. 그리고 저는 오크로서의 삶에 만족합니다. 대신 발모제 레시피를 주셨으면 합니다."

"......씁, 괜히 위험하게 되는 거 아닌가. 내가 엘프들 잔털 없애느라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예?"

"내가 엘프들의 겨드랑이털과 음모를 제거하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아느냐? 지금의 엘프들은 내가 몇 세대에 거쳐 엄선하여 만들어낸 걸작이다. 내가 숱한 엘프들을 낳아봤지만, 역시 엘프는 털이 없는 게 최고더구나."

"감히 당신께 사랑한다고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엘프들을 유전적으로 민둥산으로 만든 존재가 눈앞에 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절을 올렸다.

"갑자기 무슨 이상한 짓을. 일어나 마주 앉거라. 머리에 지져진 자국이 보기 안쓰럽구나."

"......예."

남들은 다 모른척 넘어가주건만, 신수가 저런 식으로 말하니 따지고들 방법이 없었다.

"나는 네가 하는 모든 행위를 나무 안에서 지켜보았다. 네가 이 땅에 와서 던전을 가졌던 때부터 지켜봤지. 아, 주시하고 있었다는 건 아니다. 그저 나는 세계 전체를 '지켜볼' 뿐인 나무이니까."

"그렇습니까...."

어줍잖은 블러핑은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나는 에스투에게 했던 것처럼 솔직하고 대범하게 나가기로 작정했다.

"그래서 신수 님께서는 오랜 칩거를 깨시고 제게 오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 부탁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좋다. 일단 이걸 보아라."

신수는 하얀 로브 안에서 나뭇잎으로 감싼 무언가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혹시 이 귀를 알아보겠느냐?"

"윽."

나뭇잎 속에는 엘프의 잘려진 귀가 놓여있었다. 무언가에 갉아먹힌 듯 잇자국이 나있었다.

"귀로는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제 여자들이라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만."

"류나리를 시조로 둔 류시엘의 딸과 알로미어를 시조로 둔 류나시아의 딸을 말하는 거구나. 류시엘의 딸은 상처가 많은 아니니 잘 부탁한다."

"아, 예. ...그, 륜이랑 루나를 말씀하시는 거 맞으십니까?"

"음. 미안하군. 엘프가 죽기 전에는 이름을 잘 외우지 못 해. 머릿속에 너무 많은 가지가 있어서, 끝까지 가려면 많이 더듬어야 하거든."

신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가 테이블에 손을 올렸다.

"하지만 최근들어 갑자기 흙으로 돌아오는 엘프들이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누군가의 어미조차 되지 못하고 죽는 엘프들이 갑자기 늘어나고 있어."

"......설마."

"너도 어느정도 책임은 있다. 네가 나의 숲에서 쫓아낸 이들이, 지금 하나 둘 죽어가고 있다. 다른 마족들에 의해."

언젠가 적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하던 버진 엘프들의 근황은 죽음의 기운이 물씬 풍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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