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비만 오크-415화 (415/800)

415회

90일차

적은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다. 한가지 목적에만 몰두해있고, 우리의 공격에는 일절 반응하지 않는다.

그런 적을 죽이면 막대한 경험치와 마석이 튀어나온다. 일부 유생체와 같아서 경험치가 다소 적어보이는 놈들이 있기는 하지만, 저항하지 않는 고레벨의 죽이기 쉬운 적이란 레벨링을 하는데 있어서 꿀단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으적, 으적.

그런 사랑스러운 놈들이 하필이면 그보다도 값진 이무길라임을 야금야금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닿기만 해도 발정나는 노란 체액을 집어삼킨 슬라임 드래곤들은 점점 몸이 주황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런 놈들을 죽일 때마다 우리는 더 많은 힘으로 놈들을 죽여야했다.

“전력으로 다 터뜨려 죽여! 이무길라임 체액은 무조건 지켜야 해!”

이런 고레벨 발정제, 아니 슬라임을 또 언제 사냥할 수 있겠는가.

주황색이 된 슬라임 드래곤의 시체도 물론 좋은 미약이 되겠지만, 상대적으로 희석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므로 이무길라임의 체액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슬라임 드래곤을 죽여야 했다.

체액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이무길라임의 핵심, 상급 마석을 지키기 위해.

“어쩌면 최상급일지도 모른다고! 발견만 하면 돼! 발견만!”

외부에서부터 차근차근 껍질을 찢는다. 그러면 자연히 이무길라임의 몸통은 터지게 되어있다.

밖에서는 구울 마법사들이 조종하는 시체들이 파먹고, 안에서는 오랜 잠에서 깨어난 새끼 슬라임들이 파먹는다. 그러다가 둘이 중간에 랑데뷰를 하면, 서로서로를 파먹다가 시체 슬라임이 자폭한다.

그것만 벌써 한 시간 째.

우리는 열심히 이무길라임의 몸통을 자르고 토막내며 폭발시키며 점점 안으로 들어갔다. 놈의 코어가 있을법한 위치는 역시 샤이탄을 몇 번이고 노렸던 머리.

이무길라임에게 뇌가 있다면, 분명 머릿 속 뇌에 마석이 있을 게 틀림없다.

“륜아, 우리 지금 몇 겹이나 벗겼냐?!”

“이제 4겹이요!!!”

“젠장, 앞으로 최소 세 겹은 더 벗겨야겠는데?!”

원형으로 빙그르르 또아리를 튼 자세 그대로 바닥에 다이빙을 했으니, 바닥에 떨어진 몸통도 크게 차이는 없었다. 우리는 빠르게 중심부, 대가리가 있을 곳을 향해 철저히 분업화 된 작업으로 슬라임 퇴치에 전력을 다했다.

내가 색스로 크게 상처를 낸다. 라스투자드의 구울 슬라임이 전방으로 달려든다.

좌우로 터진 몸통에 륜이 바람 화살로 구멍을 만든다. 12사도가 부리는 구울 슬라임이 통로로 직접 뛰어들어, 통로 안에서 기어나오는 슬라임 드래곤들을 집어삼킨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죽인 슬라임 드래곤의 수만 최소 300이 넘을 것 같았다.

누가 최대 레벨에 이르러 경험치 손실이 일어나는 지 파악도 할 수 없고, 바닥에 떨어진 마석조차 제대로 수거하지 못했다. 그러나 확실한 건 우리는 분명 이무길라임의 대가리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까운 것은….

퓨우우웃!!

노란 점액이 내 얼굴에 튀었다. 하필이면 입을 벌리고 있는 바람에 나는 나도 모르게 점액을 삼켜버렸다.

그리고.

뷰르르릇!!

먹자마자 싸버렸다.

이미 딱딱하게 발기하여 쿠퍼액을 질질 흘리고 있던 자지는 별다른 성적 자극도 없이 혼자서 정액을 토해냈다. 성마법의 힘도 없었건만, 앞으로 흩날리는 정액의 양은 분명 평소보다 몇 배는 더 많았다.

‘이거 하고 나면 레비즈 안에 싸러가야하는데!’

던전이 바뀌고 나서 또 어디에 나의 정액이 필요할 지 모른다. 하지만 최음성분 가득한 이무길라임의 체액에 오랫동안 노출되며 몇 번이고 사정해버렸고, 로브 안은 찝찝하고 끈적한 정액으로 가득 차있었다.

“후우, 후우. 주인님, 저 진짜 미쳐버릴 것 같아요.”

“조금만 참아라, 제발!”

“주인님 냄새가 풀풀 풍기는데 어떻게 참아요…!”

“그래도 참아! 나도 지금 맘같아서는 너한테 박고 싸면서 싸우고 싶으니까!”

내가 발정나서 싸면서 싸우고 있는 것처럼, 륜도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미 귀는 시뻘게져서 피가 몰려있었고, 치마 아래는 물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온 것 마냥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전장에는 내가 뿌린 밤꽃냄새와 륜의 복숭아 향기가 한 데 어우러져 환장의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다.

“제, 젠장….”

이무길라임, 이 무서운 존재.

체력과 정신력으로 어떻게 버틸 수 있는 경지는 지나버렸다. 라스투자드와 12사도의 힘으로는 더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대로는 안 되는데…!”

나와 륜의 작업이 더뎌질수록, 구울들의 사냥 속도는 현저히 느려졌다.

우리가 몸통을 잘라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보다 슬라임 드래곤들이 이무길라임의 몸을 파먹는 속도가 훨씬 더 빨라졌다. 우리가 느려지기도 했지만,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더 많은 슬라임 드래곤이 튀어나왔다.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놈들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또아리의 안쪽, 몸통에 숨긴 대가리에 가장 맛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놈들은 자궁을 헤엄쳐 난자를 향해 달려가는 정자처럼 마석을 먹기 위해 이무길라임의 체내를 꿈틀거리며 거슬러 올라갔다.

“욕심...인가?”

정녕 이대로는 무리인가. 이럴 줄 알았으면 최소한 오크나 엘프 절반 정도는 본진에 남겨둘 걸 그랬다.

머릿속으로 온갖 후회는 들었지만, 이미 상황은 일어났다. 나는 바닥에 쓰려지려는 륜을 번쩍 들어올렸다.

찌걱.

나는 륜을 바로 내 자지에 끼워넣었다. 방금 전까지 괴로워하던 륜은 마치 요람에라도 들어온 것마냥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를 끌어안았다.

“이제 살 것 같아요.”

“나도 쌀 것 같구나. 일단...물러서자.”

내 손짓에 그에이, 그리고 의식을 차리고 슬라임 드래곤을 찢어발기던 하르퓨이어가 뒤로 물러났다. 그에이와 하르퓨이어의 상태도 상당히 흥분되어 있었다.

“너희도 이제 돌아가자. 이제는 더는 안 되겠다.”

“하지만 그러면 이무길라임의 마석은…?”

“......포기해야지. 내가 어지간하면 버텨보겠는데.”

나는 잔뜩 쪼그라든 불알을 가리켰다. 이미 정액탱크는 텅텅 비어버렸고, 로브 안쪽은 질척거려서 당장에라도 로브를 벗어던지고 싶을 지경이었다.

“체력도 정신력도 남아있다. 하지만 정력이 다해버렸구나.”

“여기서 더 싸웠으면 저 진짜 주인님 덮쳐버렸을지도 몰라요.”

륜에게 박은 것도 싸기 위함이 아니다. 단지 우리의 머리에 가득 채워진 섹스하고 싶다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잠시 서로의 배를 맞추며 안정감을 느끼기 위한 긴장 완화의 행위일 뿐이다.

“역시 전술중의 최강은 물량공세와 인해전술인가….”

수가 적당히 많아야지 이렇게 많으면 싸우다가도 질릴 정도다.

“인정하마. 나의 패배다, 자식에게 먹히게 될 이무길라임이여.”

본진 이외의 장소에 모든 병력들을 보낸 나의 과도한 불안감으로 빚어진 화근이었다. 머릿속에 만약, 어쩌면 같은 생각이 깊었으나, 쿨하게 나의 실수를 인정하고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음에는 이런 일 없이 너같은 놈이 오면 무참히 도륙할 것이다. 쯧, 생긴건 꼭 포르네우스 같이 생겨가지고 사람을 열받게 하고 말이야….”

퉤. 나는 입안에 남아있던 노란 점액을 바닥에 뱉었다.

“군단장님, 그러면 이제 어찌하시겠습니까?”

“우리는 일시 후퇴한다. 슬라임 드래곤들은 모체를 집어삼키고 주황색으로 변할 터. 아무리 강해져도 최소한 이무길라임보다는 못할 터이니, 원군을 이끌고 와서 놈들을 없애버리자꾸나.”

나는 바닥에 굴러다니던 슬라임 드래곤의 대가리를 짓밟았다. 풍선처럼 터진 놈의 머리에서 작은 마석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동안 마석이나 챙기도록 하지. 수고했다, 오늘 전투는 이걸로 끝…?”

구구구구.

갑자기 발 아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땅에 지진이라도 일어난 건가 싶었지만, 직감은 던전 전체가 울리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건...도대체?”

“주인님! 위에!”

륜이 천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는 륜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움직였다.

“이런 씨발.”

슬라임 드래곤들이 천장에 박혀있던 꼬리를 향해 아래에서부터 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마치 동화 속 콩나물을 타고 올라가는 소년처럼, 천장에 막대한 보물이 있어서 그걸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대가리가...꼬리였다고?”

워낙에 아가리를 잘 버려서 바닥에 고꾸라진 게 머리인 줄 알았다. 그러나 만약 천장에 박혀있는 저 얇은 꼬리가 사실은 마석이 있는 머리라면, 나는 지금껏 놈을 반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씨발, 생긴 게 뭐 이 따위야!”

꼬리가 천장에 박혀있던 게 아니라, 꼬리가 땅에 떨어지고 머리는 여전히 천장에 박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말았다.

“륜, 저 위다! 저격해다오!”

“주, 주인님! 그렇게 급하게 빼시면, 히이익!!”

퓨우우웃.

륜은 내가 그녀를 급하게 들어올리려하는 바람에 조수를 뿜으며 자지러졌다. 미약으로 인해 감도가 몇 배로 올라간 덕분에 제대로 가버렸다.

륜, 전력에서 열외. 사유는 오르가슴.

“제, 젠장…! 라스투자드여, 저 놈들을 요격하라!”

[불가능...합니다. 저기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닿기도 전에 슬라임 드래곤들에게 오히려 잡아먹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군단장님, 제가 날아가서 베고 오겠습니다. 제 안의 힘이 속삭이고 있습니다. 이때야말로 위엄있는 날개를 펼칠 때라고…!”

“다시 소리라도 지를까요…? 이번엔 더 잘 낼 수 있어요.”

“끄으으응…!”

륜이 하필 내 자지를 물고 기절한 탓에 나는 힘을 발휘하기도 난감했다. 왜 하필 포기하려고 한 순간에 핀포인트로 목표가 드러나버렸다는 말인가.

“젠장.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군.”

이제는 무리다. 나는 깔끔하게 승패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슬라임 드래곤에게 먹히기 전에 이무길라임의 마석을 획득한다는 치킨 레이스는 결국 지고 말았다.

“적의 전력과 던전 구조를 알았으니 집에가서 떡이나 치자꾸나. 포털에 있던 놈들이야...뭐 이무길라임 몸에 깔려서 다 뒈졌겠지.”

나는 미련없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내 쇄골에 고개를 묻고 새근새근 잠든 륜의 머리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냈다.

“오늘은 그냥 운이 없었다 셈 치자. ...응?”

후두두둑.

점점 하늘에서 떨어지는 자갈과 모래의 양이 심해졌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하늘을 쳐다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사정할 만큼 화가 치밀어올랐다.

“저새끼 진짜 나 엿 먹이나?”

구구구구.

“다같이 싹다 사이좋게 죽자고?!”

천장에서 마물 떨어뜨리기에 이어, 이번에는 천장을 무너뜨리려고 하고 있다. 천장이 무너지면 우리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새끼들과 제 몸통까지 위험에 빠지건만 놈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단 말인가.

으적, 으적.

“...지 새끼들이 자기 몸통 뜯어먹는데 확실히 빡칠만 하지. 근데 이건 아니지!!”

이 던전은 나의 것이다. 누구 마음대로 멋대로 개조를 한단 말인가.

구구구구구.

[위험합니다, 군단장이시여. 지금은 잠시 재정비를 할 때입니다.]

“아니다, 라스투자드. 이것은...진짜로 후퇴다.”

현재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할 방도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통로를 향해 다시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보다도 이무길라임의 행동은 빨랐다.

콰-----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천장이 무너져내렸다. 마치 긴 막대 위로 원형의 판이 떨어지는 것 마냥, 천장은 빛처럼 빠른 속도로 무너졌다.

나는 륜을 아래로 깔고 바닥에 엎드렸다.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탈출하기에는 늦었다. 아차 싶은 마음에 하르퓨이어에게 고개를 돌리니, 하르퓨이어는 그에이가 위에서 올라타 하르퓨이어를 보호하고 있었다.

아픔없이 기적이 일어나기를. 나는 여신과 마왕과 라스의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아빠 왜 거기서 륜 엄마랑 교미 하고 계셔요?”

“앗.”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곳에는 거대한 수박바를 든 분홍빛 머리칼의 여인, 성검의 용사가 있었다.

“아무리 하고 싶으셔도 그렇지...어휴.”

할 말이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나는 참았다. 수박바에 모여드는 분홍빛 에너지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일단 막을게요.”

고오오오!

나의 위를 중심으로 분홍빛의 타원형 방패가 만들어졌다. 넓은 방패는 그에이와 하르퓨이어, 라스투자드와 12사도까지 모두 지킬 수 있을 만큼 크고 단단해보였다.

“......그, 형태가?”

“버지니움 실드. ...이거 이름 제가 안 붙였어요. 선대 용사들이 붙인 거지.”

…...핑크빛으로 반짝이는 거대한 타원형의 방패는 무너지는 천장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

"......뭐 싸움이 이래."

슬라임의 먹이로 점액 안에 갇혀있던 안드로말리우스 던전의 일원, 벨리알은 허공에 두둥실 뜬 핑크빛 방패에 허탈함을 금치 못했다.

"저거 누가봐도 그거잖아, 그거."

차마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에는 부끄러운 형태에 벨리알은 기절할 뻔 했다.

"신성력의 힘이 담긴...성기방패…."

피부를 따갑게 찌르는 분홍빛 에너지는 마력이 아닌 신성력이었다.

무너지는 천장을 완벽하게 막아내고 닿는 즉시 소멸시켰던 성기방패의 방향이 천장, 이무길라임의 꼬리가 박혀있는 곳을 정확히 조준했다.

또각. 또각.

분홍 머리칼의 여인은 붉은 점액을 굳힌 기병창같은 검을 들고 성기방패의 아래에 두 발로 섰다. 의연하게 선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성기방패를 향해 붉은 검을 찔러넣었다.

고오오오-

성기방패를 중심으로 에너지가 모이더니,

콰아아아아아------!!

천장을 뒤덮는 신성력의 빛이 하늘을 뒤덮었다. 벨리알은 시신경을 태우는 듯한 광경에 의식을 잃었다.

"...이건 순수한 처녀만이 사용할 수 있는 성검의 궁극기예요. 간단히 줄여서 말하면...버진 브레스."

알고 싶지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