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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410화 (410/800)

나 혼자 비만 오크 4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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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투자드가 시체를 조종하는 건 어디까지나 구울에 한정되어있다.

하지만 비르고 남작령을 점령하고 당장 싸우는 전선이 사수좌 전선으로 한정됨에 따라, 두 언데드 간부는 서브 던전을 주기적으로 파밍하며 새로운 기능을 터득했다.

라스투자드의 경우, 다양한 구울을 다루는 방법을 터득했다.

스켈레톤, 슬라임, 안드라스, 화염사자. 이상 우리 던전에 있는 서브 던전 4종에 나오는 마물들을 '구울화'하는 흑마법을 터득한 것이다.

인간을 구울화하는 경우인 35개체의 시체 조종에 비해 다른 마물은 인간에 점점 멀어질수록 그 효율이 떨어졌으나, 아주 소수의 마물은 구울로 일시적으로 부활시킬 수 있었다.

내가 굳이 극소수의 인원을 데리고 지하 2층을 공략하겠다고 나선 것도, 라스투자드의 흑마법을 믿었기 때문이다.

으적, 으적, 으적.

구울 슬라임이 슬라임들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슬라임들은 눈앞에 체액을 흘려대는 슬라임이 달려들자 좋다고 동족상잔을 시작했지만, 금방 이상을 깨닫고 몸서리를 치기 시작했다.

까드득.

슬라임들이 몸을 뜯어먹는 사이, 구울 슬라임은 모가지를 비틀어 슬라임의 핵만 물어뜯었다. 구울 슬라임은 몸의 절반이 뜯어먹히면서도 슬라임 속 핵-마석만 물어뜯어 바닥에 토해냈다.

끠이잉.

반신이 뜯어먹힌 구울 슬라임은 비명을 지르며 운명을 다했다. 이미 마석이 뽑혀나가있던 시체는 흑마법의 마나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을 뿐, 애초에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니었다.

구울을 조종하는 흑마법사, 라스투자드의 조종을 받는 시체 인형일 뿐이었다.

그 시체 인형이 사라졌다. 슬라임에게 잡아먹혔다.

하지만 주변에 널린게 슬라임의 시체다.

[리필.]

라스투자드는 지팡이를 뻗어 방금 핵이 뽑혀나온 슬라임에 자신의 마나를 불어넣었다. 슬라임은 금방 라스투자드에 의해 구울이 되었고, 안에서 점액을 흘리며 몸을 반대로 뒤집어 새로운 생명을 찾아 몸을 흐느적거렸다.

"당신은 여기, 여기, 당신은 여기를 회수하십시오. 분명히 말하지만, 결코 마석을 먹어서는 안 됩니다."

샤이탄은 임시로 급히 소환한 슬라임 드래곤을 이용해 마석을 수거했다. 예전에는 라임이 해주던 역할을 샤이탄이 전담하여 마석을 수거하는 덕분에 앞에서 싸우는 우리 셋도 훨씬 수월했다.

나는 슬라임들을 패대기치거나 타격하여 슬라임의 움직임을 무력화시키고, 륜은 슬라임의 핵을 저격한다. 그럼 라스투자드가 구울 슬라임을 이끌어 그들을 전부 먹어치우거나 새로운 수하로 조종한다.

소모되는 것은 오직 우리의 체력, 그리고 륜과 라스투자드의 마력 뿐.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걸 극복할 수단이 차고 넘친다.

"라스 파워 빛!"

나는 기합과 함께 문신을 활성화했다. 피의 흐름을 가속하되, 적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신체 전체의 활력을 늘리는 식으로 사용한다. 오크의 빠른 회복력은 몇 배로 빨라져, 내 몸의 피로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주인님, 잠시 마나 좀 보충할게요."

륜은 주머니에서 작은 사탕을 꺼냈다. 마액을 굳혀 만든 슬라임 젤리를 씹으며 륜은 마나를 회복했다.

[세크리파이스 턴 언데드.]

라스투자드는 기나긴 주문과 함께 슬라임 하나를 지팡이로 건드렸다.

그러자 슬라임의 몸에서 보라색 안개가 몽글몽글 피어오르며 염산이 부어진 것마냥 사그라들었다. 안개는 라스투자드에게 흡수되었다. 리치의 길을 걷는 구울 답게, 라스투자드는 시체를 제물로 마나를 손에 넣었다.

"...저도 당 좀 보충하겠습니다."

샤이탄도 주머니에서 마액 알사탕을 꺼내 입에 넣었다. 마석의 수거, 매핑, 그리고 아직은 경험없는 슬라임 드래곤의 관리에 그녀는 상당히 골머리를 썩히고 있었다.

"후우우."

주변에 슬라임들은 모두 격퇴하였다. 나는 제법 많이 들어왔다고 생각하여 샤이탄이 기록한 지도를 확인했다.

"우리 이제 어디쯤 왔지?"

"1층으로 따지면 소환 시설이 있는 곳입니다."

"그러니까 던전의 정중앙까지 왔다는 말이구만. ...근데 우리 거의 일직선으로 온 것 같은데?"

"예. 아마도 계속 직선으로 쭉 가면 끝날 겁니다. 슬라임 종은 던전을 복잡하게 만들기 보다는 통로는 직선으로, 서식지는 넓은 공동으로 만드는 편이니까요."

과연 옛 바알의 던전. 현재는 킹갓제네럴엠페러슬라임의 경지에 올랐다고 하는 슬라임 답게, 그가 버리고 간 던전의 구조는 지극히 슬라임답다면 슬라임 다웠다.

"그러니까 이제 온 만큼만 앞으로 가면 적의 포털도 눈앞에 보인다 이거구만."

머릿속에 온갖 악랄한 작전이 떠오른다. 아마 앞에는 슬라임 드래곤이 바글바글거리거나 그에 준하는 슬라임들이 차고 넘칠 터.

한 번 열린 포털은 사흘이 지나기전까지 방향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포털로 넘어온 간악한 도적 놈들이 슬라임 드래곤들의 속에 녹아 죽는 걸 구경하는 것도 좋은 구경거리가 될 것이다.

'아니면 슬라임들을 적 포털에다가 집어 던지는 것도 가능하지.'

던전 밖으로 뛰쳐나오는 일이 없게 적 던전으로 슬라임들을 유인하여 깽판치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경험치랑 마석을 포기할 수는 없지.'

지하 1층을 뚫었을 당시 얻었던 중급 마석 천 개는 우리 던전이, 군단이 세력을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성공적으로 지하 2층을 공략한다면 분명 그 자원은 우리가 세계를 재패할 밑거름이 될 터.

구구구구.

던전 전체에 진동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핼버드를 들어올렸다.

"아무래도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는 듯 하구나."

슬라임과 빅슬라임의 무리를 처치했다. 그러니 당연히 그 다음 웨이브는 3성, 슬라임 드래곤. 통로 너머에서 슬라임 드래곤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꿀럭꿀럭.

"...수가 조금 많지 않아요, 주인님?"

"걱정마라. 저것들도 바닥을 기어오면 아래에서부터 차근차근 처리를 하...."

꿀럭꿀럭꿀럭.

어둠 속에서 붉은 안광을 흩뿌리는 슬라임 드래곤들의 눈이 층층이 쌓인다. 붉은 빛을 반짝이는 놈들은 통로 전체를 막기라도 하겠다는 듯 슬라임의 탑을 쌓았다.

"어우야, 지들이 지하 2층 처녀막이라도 되는 줄 아나보네. 왜 동굴에 멋대로 결계를 치고 난리야."

"34...41...슬라임 드래곤 전부 47기입니다."

샤이탄은 빠르게 우리의 앞을 막아선 슬라임 드래곤의 수를 헤아렸다. 나는 색스 마크3를 앞으로 겨누며 문신의 힘을 끌어올렸다.

"중급 마석 47이라는 것과 똑같은 의미지. 가자. 안 그래도 하르파스가 3성 까마귀 놈들 더 달라고 하더라. 어디 한 번...."

꿈틀, 꿈틀, 꿈틀.

슬라임 드래곤의 대가리는 원형이다. 그 원형의 틈바구니 사이로 새로운 슬라임 드래곤이 머리를 들이밀었다. 아래에서부터 하나 둘 기어나온 슬라임 드래곤들은 다시 새로운 층을 쌓아올리기 시작했다.

"......우어, 시벌. 이런 기믹은 또 처음인데."

"52, 64, ...주인님, 두 배 가량 더 늘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더-"

[군단의 주인이시여,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라스투자드가 구울 슬라임의 벽을 전방에 쌓았다. 비록 적의 집합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으나, 구울 슬라임들은 등급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슬라임 드래곤을 잡아먹기 위해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었다.

[구울들이 시간을 벌 것입니다. 그러니 그 사이.]

라스투자드의 눈에서 푸른 안광이 비쳤다.

[......저것들을 일거에 쓸어버릴 수 있는 지원군이 올 때 까지, 잠깐 후퇴하시는 건 어떠신지?]

"라스투자드여, 이건 후퇴가 아니다."

나는 색스 마크3을 등에 걸고, 몸에 하급 마석이 한가득 쌓인 두 마리의 슬라임 드래곤을 어깨에 짊어들었다.

"마침 마석 수송용 슬라임 드래곤도 배가 부풀었구나. 여기서 더 마석을 얻었다가는 분명 흘리고 다닐 게 분명하지."

이건 핑계가 아니다.

가방을 한계까지 파밍하고 나면 당연히 창고에 가서 정산해야하는 게 당연하다.

"......달려!!"

나는 몸을 돌려 던전의 출구를 향해 달렸다. 라스투자드는 구울 벽에 마나를 흩뿌리며 내 뒤를 따라 달렸고, 샤이탄은 륜에게 공주님마냥 안겼다.

쿠화아아아아악!!

구울 슬라임의 벽이 무참히 터졌다. 그곳에는 벽 전체를 메우며 진격해오는 슬라임 드래곤이 입에 점액을 흘리며 우리를 향해 기어오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여인의 질속을 꽉 채우며 전진하는 거근과도 같았다. 나는 나의 불안감으로 인한 병력과 간부 배치에 절로 눈물이 나왔다.

"루나아아아아아!!!"

루나포만 있으면 저들을 모두 쓸어버릴 수 있었을....

'그러면 마석도 함께 정화되던가?'

5성 90레벨인 루나가 아무리 3성 슬라임 드래곤을 잡아봐야 무슨 경험치적 이득이 있겠는가. 심지어 신성력으로 날려버리면 마석도 일부 훼손될 게 분명했다.

"씨, 씨발...!"

이것은 결코 후퇴가 아니다. 나는 속으로 몇 번을 되뇌이며, 던전 밖으로 달려나와 비탈길을 올라갔다.

"모두, 괜찮나?!"

"괜찮아요!"

[주인이시여, 일단 위로-]

쏴아아아.

동굴 입구 바로 앞에 흐르는 폭포수는 고요히 물 부딪히는 소리만 내며 흘러내려갔다. 너무나도 평화로운 소리에 나는 침이 꼴깍 넘어갔다.

셋, 둘, 하나.

"......시스템 만만세."

분명 우리가 빠져나온 입구이건만, 다행히 슬라임 드래곤의 육벽은 던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 * *

〈그 시각, 라스베가스.〉

"오오, 코스프레 경. 역시 그대의 예술에 대한 감각은 나조차도 따라갈 수 없는 경지에 올랐군. 그대는 신인가?"

"흐흐, 신은 다른 분이지요. 저는 그 분의 대리이자 그 분의 손일 뿐입니다. 그보다 이걸 보시겠습니까?"

라스베가스 인류의문화갱생조합의 조합장, 코스프레는 자신이 새로이 만든 옷을 들어올리며 눈을 빛냈다.

"그 분의 스케치를 바탕으로 만든 새로운 갑옷이옵니다!"

"이, 이건 설마...?!"

"그렇습니다. 겉면은 하피의 깃털로 만든 흰색이지만, 이걸 뒤집으면 안감은 안드라스의 깃털로 만단 검은색이죠. 기존 안드라스 방어구의 방어력을 그대로 유지함과 동시에, 하피 특유의 간드러지는 촉감과 색을 유지할 수 있는 겁니다!"

"오오오!! 그대는 천재인가?! 이런 것을 구현해내다니!"

"......고작 셔츠 한 장 가지고 뭐하세요?"

졸지에 모델이 된 드라고니안, 하르퓨이어는 자신의 앞에서 셔츠를 흔들며 자랑하는 그에이와 코스프레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저 평범한 셔츠와 하등 다를 바 없건만, 둘은 무엇이 그리도 좋은 지 셔츠 한 장을 들고 춤을 추고 있었다.

"하르퓨이어 아가씨, 모르겠는가? 여태껏 하피 깃털로 만든 의류가 전장에서 쓰이지 못한 이유를!"

"방어력 때문이죠."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네! 안드라스 실로 안감을 덧대었으니, 이제는 방어력 또한 보완되었지! 그래, 이제는 와이셔츠를 입고 전장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있어!""

두 남자는 동시에 소리쳤다.

"갑옷이 아닌 와이셔츠와 치마를 입고 싸우는 여인의 모습...상상만 해도 짜릿하군!"

"코스프레 경, 위에 비키니 아머를 입히는 건 어떻습니까?! 브래지어의 형상과도 같은 비키니 아머를 입히면 상당한 배덕감이 들지 않겠습니까?"

"자네는...정말 대단하군. 그 분께서 자네를 살려두신 이유를 알겠어."

"하아."

하르퓨이어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드라고니안이 되며 이제는 완전한 인간처럼 손과 발이 생겼지만, 정작 그걸 쓸만한 전장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 마네킹 되는 것 보다는...응?"

하르퓨이어는 바닥을 울리는 진동에 날개가 번쩍 솟아올랐다. 이전보다 훨씬 더 날카로워진 날개로 하늘을 날아오른 그녀는 라스베가스의 남문으로 들어오는 익숙한 인영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서스 님...?"

잠시 뒤.

드래곤과 하피의 날개를 단 소수의 인원이 남쪽을 향해 날개를 펼쳤다.

* * *

"가장 가까이에 있는 건 라스베가스의 사람들 뿐이에요."

"젠장, 하서스가 라스피카까지 달려가려면 제법 시간 걸리겠지?"

"...라스베가스에서 라스피카, 아발론으로 향하는 포털은 던전과 별개의 것입니다. 의외로 시간은 단축될 수 있을 겁니다."

"......하서스는 똑똑하니까 분명 포털을 사용해서 넘어갔을 거야. 그보다 저 놈들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 지 생각해보자."

아마도 입구부터 동굴 전체를 꽉 채웠을 슬라임 드래곤 무리.

마치 머리가 47개라도 되는 것 마냥 슬라임 드래곤들은 각각 아가리를 벌리며 동굴 전체를 채웠다.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경험치와 마석의 손실은 일어나지 않으면서 적을 모조리 도륙할 수 있는 방법이....

"라스투자드야. 혹시 이런 것도 가능하냐?"

나는 라스투자드에게 한 가지 가능성을 제안했다. 시체를 조종하는 그의 마법에 두 가지 마법 정도를 응용하여, 적들이 자멸하게 하는 방법이었다.

[가능은 합니다만, 마나가 상당히 모자랄 겁니다.]

"그래? 그럼 답은 간단하지."

[자, 잠시만 기다려주시옵소서. 그러니까 시체로부터 마나를 얻는 속도보다 소모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마액 있잖아."

라스투자드의 몸이 굳었다. 나는 그를 향해 엄지를 척 들어올렸다.

"예술은 폭발이라고 하지 않더냐. 불꽃놀이를 위해서라면 네가 좀 힘써줘야지, 응? 이게 다 군단을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냐. 그러니까...."

스륵.

나는 자지를 꺼냈다. 륜과 샤이탄은 슬라임 드래곤 11호기의 아가리를 벌려 내 자지를 물게 했다. 내가 슬라임 드래곤의 안에 싸기만 하면, 안에 한가득 쌓여있는 마석은 정액과 점액으로 뒤섞여 마액이 될 것이다.

"넘쳐나는 게 구울 슬라임 아니냐. 마액 먹으면서 무한으로 갈기자. 설마 쿨타임이 있는 건 아니겠지?"

[그,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됐네. 가자, 폭발 놀이 일으키러."

바야흐로, 작전명 〈콥스 파티〉.

"무한 시폭으로 다 터뜨려버리는 거다. 어때?"

뷰릇, 뷰르릇.

라스투자드는 내 명령에 무릎을 꿇고 슬라임 드래곤이 게워낸 마액을 꿀꺽꿀꺽 속으로 삼켜야만 했다. 마석을 먹이고 입안에 내 정액을 싸지른 방법도 있기는 했지만....

"아무리 나라도 구울 입에다가 싸는 건 조금."

최소한 밴시 즈음 되는 꼴리는 외형이라면 모를까, 미라보다 더 그로테스크한 구울에게 박는 건 나로서도 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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