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비만 오크 40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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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모리 사단을 방문한 이유는 단지 그레모리와 한 번 하기 위한게 아니다.
물론 그런 이유도 있기는 하지만, 엄연히 사단 내의 전력을 '시찰'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었다.
"만 하루. 24시간 동안 정말 아무 문제 없겠지?"
"걱정도 팔자네. 한 달 동안 무사히 막아냈어. 그런데 설마 그 하루만에 적이 총공세를 펼친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야. 너무 걱정이 많다고."
"안심하시길. 제가 그들의 죽음이 되겠습니다. 던전에 들어오는 모든 놈들을 다 죽여버릴테니, 주인님께서는 안심하세요."
"설령 알로켄 던전이 밀리는 한이 있더라도, 24시간은 충분히 버텨낼 수 있습니다."
그레모리, 하르파스, 알로켄(퍼시발)은 연신 내 걱정에 대해 괜찮다며 나를 안심시켰다. 물리적으로 이어진 라스베가스나 라스피카와는 달리, 포털로 연결된 세 명의 던전은 모종의 이유로 잠시 포털 연결이 끊어질 예정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계속 이어놓고 싶지만...."
"언제까지 D급으로 머무를 수 없는 노릇이잖아. 우리는 걱정하지마."
던전 등급의 상승.
나의 던전은 여전히 D급이었고, 당연히 남작령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C급으로 상승할 수 있는 기틀은 마련해두었다. 당장 던전에 돌아가서 버튼만 한 번 누르면 모든게 해결될 정도로 등급 상승은 간단했다.
〈알림〉 던전 등급이 상승되는 동안 던전 내의 구조가 변형되기 때문에 일부 시설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내 던전이 변하는 24시간 동안 사수좌 전선을 잘 부탁한다. 죽지말고 다치지말고. 만약 밀리더라도 24시간을 버텨라. 포털이 활성화되는 즉시 원군을 보낼터이니."
"알로켄 던전이 밀려도 2차 방어선이 있으니까 괜찮아. 여차하면 하르파스한테서 병력을 빌리면 되고."
"감히 제 던전을 공격할 멍청이들은 없을 겁니다. 오히려 인간놈들이 당황할 걸요?"
하르파스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펭귄처럼 생긴 겉옷을 입은 채 뒤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드워프들의 갑옷으로 중무장한 미노타우르스들이 드워프제 무기를 들고 씩 웃고 있었다.
"백작가의 힘으로는 우리 소자지 절대 이기지 못해요. 설령 드워프들이 달라붙는다고 해도, 이 사단은 이기지 못하죠."
"여차하면 목장에 있는 애들도 동원할게. 포획한 인간들 중에 목장으로 들어간 포로들도 제법 되니까 저어어언혀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우리 못 믿어?"
"믿지. 믿으니까 더 신경이 쓰이는 거다. ...던전 등급을 올리기 전에 포털로 전령을 보내도록 하마."
현재 그레모리의 사단내에 있는 전력.
알로켄 던전 소속 - 라고니안 오크, 워울프 각각 30.
하르파스 던전 소속 - 미노타우르스 6, 하피 에일로 30.
그레모리 던전 소속 - 목장에서 일하는 보급 담당 200, 그리고 스카 트올로지 다수.
거기에 알로켄, 하르파스, 그레모리가 있다. 목장의 식량 생산 담당 마물들을 전선의 병사들로 돌리면 남작령을 점령했던 당시의 우리 군단병들보다도 훨씬 질적으로 압도하는 수치의 전력이다.
물론 상대도 남작이 아닌 백작이고 드워프의 지원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지만, 믿고 맡겨야 했다.
"언젠가 C에서 B, B에서 A로 올릴 때가 되면 분명 24시간이 아니라 며칠 단위로 시간이 늘어나겠지. 만약 이번에 해보고 위험하다 싶으면, 내 던전을 영원히 C급으로 두는 한이 있더라도 너희의 안전을 책임질 것이다."
"군단장 던전이 C급이라고 하면 조금 그렇지 않니?"
"무얼. 내가 예전에도 샤이탄이랑 이걸로 얘기했는데, 나는 우리 군단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서라면 똥차도 얼마든지 몰고 다닐 수 있다."
D급 던전의 63위 주인. 명예를 잃고 모두를 지킬 수 있다면, 나는 E급 72위도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었다.
"라스가 함께하기를."
나는 끝까지 그들에게 당부를 하고 그레모리 던전을 빠져나왔다.
* * *
〈잠시 뒤, 플라우로스 던전.〉
"걱정되는 곳마다 전부 돌아다시는 건가요?"
"아아, 이것은 시찰이라고 하는 것이다."
"후후, 압니다. 사실은 저희가 걱정되어서 이곳에 방문한 것이라는 걸요."
"아닌데? 알손실 마석손실 날까봐 온 건데? 너는 그런 자세로 참 잘도 말하는 구나, 루시펠."
"이제는 이런 자세가 아니면 마음의 안정이 안 되는 걸요."
루시펠은 촉수 자지로 만든 의자에 앉은 채 나를 반겼다. 플라우로스가 촉수 가지를 엮어 만든 예술적인 의자는 당연히 루시펠의 손발목을 촉수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참 너도 대단하구나. 촉수를 옷으로 삼을 생각을 하다니."
"주인님의 것을 입고 있다고 생각하니...후후후."
루시펠은 제 밑가슴을 손으로 들어올리며 옷을 과시했다. 옷이라고 하기도 뭐 한 것이, 등에서 돋아난 촉수가 마치 갈비뼈를 형상화한 것처럼 다섯 가닥으로 유방을 감싸고 있을 뿐이었다. 아래에 있는 고간부도 마찬가지.
굳이 비유를 하자면 비키니 아머의 촉수 버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플라우로스와 워낙 함께한 시간이 많았기에, 루시펠은 이제 플라우로스와 촉아일체가 되는 경지에 이르고 말았다.
"그래서 오늘 마석은 무엇?"
"......죄송합니다. 제가 주인님의 사랑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부족하여."
꿀럭, 꿀럭. 플라우로스가 촉수를 들어올려 내 앞에 익숙한 마석을 꺼내들었다. 어디서 꺼냈느냐하면, 루시펠의 배. 루시펠은 이미 낳은 마석을 내게 보이기 전까지 뱃속에 품고 있었다.
"오늘도 중급 마석입니다."
"잘했다. 다음에는 더 노력해서 상급 마석을 낳을 수 있도록 하거라."
"영원히 상급 마석만 낳을 수 있는 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 참, 얼마전에 주인님과 샤이탄 님께서 말씀하신 '그 것'말입니다만."
루시펠은 내 앞에 알을 하나 내어놓았다. 녹색과 은색, 그리고 루시펠의 머리색과 같은 금색이 섞인 알은 나로서는 처음 보는 형태의 물건이었다.
"딱 하나 성공했습니다. 아무래도 시스템의 도움 없이는 힘들 듯 합니다."
"그래? 그렇다면 최후의 방법을 써야겠군. 루시펠, 이제 너는 완전히 군단의 일원이 되었다."
나는 로브를 좌우로 벗고 나의 성검을 꺼냈다. 루시펠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내 앞에 부복했다.
"멍청한 할파스로부터 내가 너를 구해준 지도 어언 한 달 하고도 조금 더 지났구나. 그 한 달, 아니 조교실에서 보낸 시간까지 합하면 너는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내 명령을 묵묵히 수행하며 네 충성을 증명했다. 이제는 내가 너를 믿어도 되겠느냐?"
"물론입니다. 저는 마왕의 딸이기 이전에, 전 인장이기 이전에, 한 명의 여인이자 주인님의 좆집입니다."
"그래, 너는 마석싸개였다. 바로 지금까지는 그저 마석을 낳는 살아있는 산란기계에 불과했지."
턱. 나는 발딱 선 자지를 루시펠의 정수리 위에 올렸다. 마치 중세 시대, 충성을 바치는 기사를 향해 서임을 내리는 왕과도 같았다.
"하지만 너는 네게 주어진 임무를 다했다. 상급 마석을 혼자서 무려 8개 낳는 기염을 토했고, 네 덕분에 샥스는 무사히 부활하여 하르파스가 될 수 있었다. 노력하는 자에게는 그만큼 보상이 따라야 하는 법. 이제는 내가 너를 믿도록 하겠다."
턱, 턱, 턱.
나는 루시펠의 양 어깨와 정수리를 번갈아가며 자지를 올렸다.
"라스의 이름으로 명한다. 그대, 루시펠은 오늘부로 우리 군단의 새로운 참모로 임명하노라."
"주인님의 뜻대로."
나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루시펠은 자리에 일어나 웃옷을 들어올려 하복부를 꺼냈다. 하루에 한 번씩 마석을 임신했다가 산란했음에도 살 하나 늘어지지 않고 복근이 아름답게 자리잡고 있었다.
"플라우로스, 점액을."
꾸르륵.
바닥에서 뿌리 한 가닥이 올라왔다. 그곳에는 성수를 재워놓은 듯한 붉은 점액이 묻어있었다. 나는 손바닥에 칼자국을 만들어 점액 속에 피를 떨어뜨리고 섞었다.
자지로.
"마왕님께서는 네게 인장을 부여하셨지. 하지만 그 인장은 내가 거두었다. 이제 네 비어버린 자궁에는 내가 직접 주는 새로운 인장이 박힐 것이다."
나는 피처럼 붉어진 점액이 끈적거리는 귀두를 루시펠의 하복부에 문질렀다. 그리고 나의 온 정신을 발휘하여 루시펠의 배에 일필휘지로 문신을 그렸다.
고오오오.
점액이 끈적끈적 묻어있는 모양이 꼭 자궁과 나팔관을 형상화하는 듯 했다. 일부러 나는 그런 모양으로 문신을 그렸고, 당연히 그에 따라 점액도 자궁의 모양대로 남게 되었다.
"너는 나의 첩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루시펠."
스으윽.
나는 손으로 루시펠의 배를 쓸어내렸다. 점액은 전부 나의 손에 닦여나가고, 루시펠의 하얀 하복부에는 귀두가 닿았던 곳만 정확히 자궁문신이 새겨졌다. 루시펠이 본래 가지고 있던 오만의 인장이 아닌, 우리 분노의 군단을 상징하는 새로운 인장이었다.
"해피 버스데이! 탄생을 축하한다, 루시펠."
"......감사합니다."
루시펠은 은은하게 미소지으며 제 문신 위에 손을 올렸다. 문신의 열로 인해 발그레해진 얼굴로, 그녀는 달아오른 귀두를 한참동안 바라보며 게슴츠레 웃었다.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주인님, 저 자궁이 비었습니다. 마석을 낳으려면 새로운 씨앗이 필요한데...."
"그럼 당연히 채워줘야지. 하지만 너 말고도 내 씨를 원하는 이가 있지 않느냐."
"......예, 알겠습니다. 플라우로스, 촉수 의자를 해제해주세요."
루시펠이 가볍게 손뼉을 치자, 그녀가 앉아있었던 촉수 의자가 해제되었다. 그러자 그 아래에는 바닥에 네 발로 엎드린 하프 드래곤, 레비즈가 배를 볼록하게 만든 채 나를 반기고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레비즈. 아니 마녀. 엘프 강간마."
"......."
레비즈는 여전히 대화를 거부하고 있었다. 나도 굳이 레비즈에게 장황한 설전을 벌일 생각은 없었다.
"여전히 우리 군단에 들어오기를 거부한다면, 나는 영원히 너를 포로로 대하겠다. 마지막 기회고 뭐고 없다. 네가 먼저 스스로 다리를 벌리거나, 아니면 더이상 알을 낳지 못하고 죽거나 둘 중 하나니."
움찔. 레비즈는 자신이 알을 낳지 못한다는 것에 몸을 살짝 떨었다. 그리고 마침 시간이 되었는지, 레비즈의 질구가 활짝 열리기 시작했다.
꿀럭, 꿀럭.
레비즈는 신음조차 흘리지 않고 새로운 알을 낳았다. 플라우로스는 산파가 되어 레비즈가 낳은 알을 받아냈고, 나는 조금 특이한 형태의 알에 호기심이 생겼다.
"5성 떳냐?!"
"아닙니다. 저것은 텐타클 드래곤의 알. 플라우로스가 레비즈를 상대로 낳은 촉수 드래곤입니다."
루시펠은 천장을 가리켰다. 천장에 한가득 뻗어져나간 촉수 가지 중간 중간, 미묘하게 녹색을 띄는 굵은 가지들이 나를 향해 머리를 흔들고 있었다.
풀썩.
촉수 가지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슬라임 드래곤과 비슷한 크기의 녀석은 몸을 꿈틀거리더니, 곧 2m 길이의 작은 와이번 형태로 변하여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레비즈가 가지고 있던 드래곤의 피부와 달리, 모습만 드래곤일 뿐 겉면의 촉감은 여전히 촉수 특유의 말캉거림이었다.
"아쉽구나. 거의 하루에 11개씩 꾸준히 낳고 있는데도 5성이 안 뜨다니."
"죄송합니다. 조금 더 노력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다. 노력으로 운을 극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으니 어쩔 수 없지. 루시펠, 너는 계속 플라우로스와 현상 유지를 해다오. 레비즈로부터 드라고니안의 알을 계속 뽑아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플라우로스."
쭈우욱.
조교실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세로로 벌려진 촉수 나무 가운데, 붉은 부정형의 여인이 나를 향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다소곳이 무릎 꿇고 앉아있었다.
워낙 접촉을 오래해서 그런지 몰라도, 그녀-플라우로스의 본체는 루시펠과 레비즈를 절반씩 섞어놓은 외형이었다. 마치 둘의 딸이라도 되는 것처럼.
"앞으로 너는 플라우로스 '사단'을 이끌 존재다. 언제까지고 촉수로 이야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꼭 우리와 언어로서 대화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춰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느, 느에."
플라우로스는 힘겹지만 입을 벌리며 내 말에 대답했다. 한 때는 평범한 슬라임이었던 라임도 진화를 거듭하며 성장하여 언어기능을 갖추었으니, 텐타클 드라실인 플라우로스도 언젠가는 유창하게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질문이다. 이게 뭐라고 했지? 정확히 말하지 않으면 네 본체가 아닌 뿌리에 박겠다."
"......흐히히."
플라우로스는 젤리같은 손을 나를 향해 뻗었다.
"자-지."
"완벽하군."
24시간 포털이 망가지기 전, 나는 플라우로스의 안에 나의 씨를 채워넣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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