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비만 오크 40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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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강간마 레비즈 안.
대외적으로는 〈마녀〉라고 불리우는 그녀의 일로 가장 타격을 심하게 받은 집단은 여신교단이며, 그 중에서도 그녀가 직접적으로 이끌었던 성기사단이었다.
중앙 전선에서 불려온 성기사단은 레비즈의 소집령에 하나 둘 레오 후작령으로 모였다.
최고 수준의 명령, 〈성전〉에 준하는 소집에 성기사들은 모든 걸 내려놓고 레오 후작령에 모였다. 성기사단이 집결하는 즉시 비르고 남작령으로 진격하여 토벌대와 합류하라. 그게 레비즈가 남긴 마지막 명령이었다.
그러나 레비즈는 적에게 사로잡혔다. 남작령은 마왕군의 땅이 되었다.
그럴 리가 없다.
성기사단은 레비즈를 믿었다. 전우를 믿었다. 그들에게 있어 레비즈는 여신과 부모님 다음으로 가장 믿고 따를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러므로 엘프들이 하는 말은 거짓이다. 삿된 마귀에, 마족의 간계에 홀려 레비즈를 멋대로 구금하고 있는 것이다.
"엘프들은 분명 세뇌당한 것이 틀림없다!! 저들을 잡아서 세뇌의 주박을 풀어야 한다!!"
광적인 믿음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레오 후작령으로부터 비르고 남작령까지 이르는 대로에 마왕군과 성기사단의 추격전이 벌어졌다.
* * *
"난감하군요. 이래서야 곧 따라잡힐 것 같습니다."
엘프들을 호위하기 위해 따라왔던 오크 부대의 대장, 아더는 점점 좁혀지는 거리에 혀를 찼다. 엘프들은 가마에서 내렸고, 유니콘들은 다시 말이 되어 엘프들을 태우고 달렸다.
"저 오크들이 엘프들을 조종하는 것이다!! 쫓아라!!"
하지만 광기마저 엿보이는 성기사단의 추격은 점점 가까워졌다.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왔을 정도였고, 응전하지 않으면 몹시 난감해 질 상황이었다.
"여신교단을 적으로 선전포고 했다고는 해도 너무 금방 달려오는 것 같은데."
"선전포고에 관계없이 그냥 자기들끼리 충동적으로 뛰쳐나온 것 같습니다. 차라리 잘 됐죠. 이대로 적의 사기를 떨어뜨릴 절호의 기회입니다."
오크들은 하나 둘 전신의 근육을 부풀리기 시작했다.
"크르르...!"
오크들의 머리에 뿔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등 뒤로 거대한 날개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엘프들을 데리러 온 수십의 오크들은 하나 둘 드래곤의 날개를 펼치며 엘프들과 유니콘을 안아들었다.
펄럭, 펄럭.
오크들은, 드라고니안들은 하늘로 날아올랐다. 니프엘라는 아더의 품에 안겨 성기사단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증거를 인멸할 셈이냐? 어림도 없지! 네 놈들의 간악한 술수는 이미 파악했다, 이 여신을 참칭하는 강간마들아!"
"이 년! 엘프의 탈을 쓰고 마물들에게 뇌가 범해진 주제에 말이 많구나!!"
성기사 한 명이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우리에게는 여신이 따르고 있다! 여신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
"웃기는 소리! 우리에게야말로 여신께서 지지하고 계시거늘!"
오크의 꼬리에 매달려 날아가고 있던 엘프 한 명이 자신의 상의를 들어올렸다. 갑작스러운 하복부 노출에 성기사단이 침을 꿀꺽 삼켰다.
"저, 저건?!"
엘프의 하복부에는 여신의 성흔이 반짝이고 있었다. 다른 힘도 아닌 신성력을 다루는 성기사단이기에, 성흔의 존재에 대해 부정할 방법이 없었다.
"여신의 뜻을 왜곡하고 참칭하는 이들에게 천벌을!!"
고오오.
엘프의 하복부에 막대한 양의 은빛이 모이기 시작했다. 성기사단은 부리나케 기수를 돌려 후작령을 향해 도망쳤다.
"루나포, 발사!!"
콰------------앙!!
대지에 거대한 선이 그어졌다. 넓은 땅에 거대한 협곡을 만들어낸 신성력의 레이저에 성기사단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런 미친...."
성기사단은 좌절했다. 막대한 신성력의 힘 앞에 그들은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저 엘프야 말로 레비즈보다, 어쩌면 성녀보다도 더 많은 신성력을 가진 여신의 사도라고.
"하, 하지만."
"설마 진짜인가...?"
성기사단에 의심의 씨앗이 퍼지기 시작했다.
"단장님이 진짜 금기를 일으켜서...여신께서 엘프들을 위해 힘을 보내주신 건가?"
진실은 오리무중.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엘프들이 보인 신성력의 시위로 인해, 약 한 달 동안 레오 후작령으로 집결했던 성기사단의 명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것.
"지, 진짜 마녀가 되신 건가...?!"
어쩌면, 성기사단은 엘프들이 아닌 타락한 성기사단의 단장을 제거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 * *
"창천이사, 라스당립."
"그건 또 무슨 말이세요?"
"푸른 하늘의 시대는 끝났고, 세계는 라스로 가득할 것이라는 말이지. 흐흐흐, 저기 오는 구나."
나는 륜과 함께 성벽 위에 올랐다. 반대쪽 하늘에서 한 무리의 조인들이 엘프와 유니콘(인간형)을 안고 도착했다.
"고생했다, 니프엘라. 어떻게 되었지?"
"군단장님 말씀대로 전했습니다. 엘프들은 여신교단을 쓰러뜨리기 위해 마왕군과 편이 되기로 했다는 것. 그리고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해 루나포를 쏘았습니다."
"역시 따라보내기를 잘했군."
"내가 좀 잘 했지. 흐흐."
니프엘라의 호위 기사로 따라간 이는 다름아닌 루나였다.
위험한 적진에 홀로 보내는 셈이니 당연히 그에 걸맞는 수준의 강자를 호위로 붙여야했고, 루나를 선택한 인선은 성기사단에 압도적인 신성력의 힘을 보여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다행히 따라오지는 않더라고. 여차하면 남작령 경계에서 전면전을 펼치려고 했는데."
"아직까지 성기사단 전체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진정해."
2:8.
우리 군단의 전 병력을 총동원해도 압도적으로 전황은 불리했다. 물론 여기서 8은 적의 모든 병력, 레오 후작령의 군대가 총출동한다는 가정이었다.
"성기사단이 3.5, 레오 후작령의 병사들이 4.5. 어느쪽이든 우리보다 훨씬 더 막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으니 싸우기에는 이르다. 젠장, 언더독도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는데."
"대신 아래에서 하극상 벌이는 애들은 두드려 패고 계시잖아요."
"그렇긴 하지."
인간들과의 전선에 더불어, 우리 군단은 연거푸 새로운 전선이 계속 생겨났다.
다름아닌 안드로말리우르스를 시작으로 하는 하위 던전의 주인들.
아무리 이름을 빼앗아도 65위 이하의 놈들은 곰팡이균마냥 자연발생하며 플라우로스 던전을 노렸다. 7군단 재편과는 별개로 마왕은 던전의 주인을 계속 만들어낼 생각인 듯 했다.
당연이 우리는 그들을 박살냈다. 플라우로스가 촉수 한 번 휘두르면 그들은 전부 죽어버렸고, 감히 우리 군단을 공격한 놈들은 전부 마석이 되었다.
"한 반 년 정도만 힘을 비축하고 싶은데, 그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을까?"
"성기사단이 달려든 걸 생각하면 어려울 것 같아. 걔들 완전 미친놈들이던데? 엘프가 오크들에게 세뇌당해서 그런 거래."
"제법 그럴듯한 논리군. 거기에 덧붙이자면 엘프 여왕이 오크 대장에게 자지로 노예가 되어서 그런 거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아주 제대로 믿을 수 있겠어."
"사실이잖아?"
"군단 이외의 존재들...그러니까 인류가 그걸 모르면 그건 아직까지 진실이 아니지."
그게 진실로 밝혀진다면 적들은 거리낌없이 남작령을 공격할 것이다. 우리는 그러면 완전히 군단의 전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적을 맞이해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시스템을 열었다.
"샤이탄, 군단 전력의 복구는 얼마나 이루어졌지?"
[96% 이루어졌습니다. 드래고니안 프로젝트도 거의 80%에 이르렀습니다. 오늘 중 모든 작업이 완료될 것 같습니다.]
한 달.
우리는 지난 한 달간 전쟁으로 인해 죽은 병사들의 부활에 모든 물적 인적 자원을 투자했다. 우리는 갖은 방법으로 마석을 긁어모아 죽은 병사들을 부활시켰다.
첫 번째. 라스피카의 주민들로부터는 식자재와 의복, 그리고 기타 잡화를 판매하는 대금으로 마석을 확보했다.
스타킹을 거래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민들은 마석의 화폐화에 대한 거래 개념을 깨달았다. 그 과정에서 검은 스타킹과 메어리 상단, 그리고 요정들의 실체에 대해 알게 되었지만, 이미 라스하게 된 이상 그들은 아발론의 진상에 대해서 파악하고 말았다.
메어리는 정작 아직까지도 들키지 않았다며 열심히 남작의 가신 노릇을 하고 있지만.
두 번째. 서브 던전과 하극상 던전을 상대로 우리는 마석을 긁어모았다.
서브 던전에서 나오는 마석은 수는 적었어도 꾸준히 병사들을 부활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고, 감히 우리 군단을 상대로 하극상을 일으킨 뉴비 청정수 주인들을 상대로도 마석을 갈취했다.
대부분이 하급 이하 마석이었지만, 간혹 중급이나 상급같은 걸 한 두 개 가지고 있는 녀석이 있었다. 플라우로스는 새롭게 들인 세 명의 부하를 중심으로 하극상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세 번째. 우리 군단이 고작 한 달만에 병력들을 복구하게 해준 상대가 하나 있었다.
"레오 후작령 쪽은 계속 예의주시하라. 나는 이제 전장으로 가겠다. 륜만 오면 돼."
"알았어. 나는 그러면 쿠키엘프들 데리고 지하 1층으로 복귀할게."
"크림엘프들은 라스피카에 남아 성벽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루나의 쿠키엘프 부대는 본진 던전의 지하 1층으로, 니프엘라의 크림엘프들은 라스피카의 수비대로 남았다. 전선이 늘어남에 따라 병력은 계속 배치를 바꿔야 했고, 스트레스는 조금 쌓였지만 부담감은 없었다.
"여차하면 안드라스들을 동원해도 좋다. 어차피 언젠가는 들킬 전력이라면 괜히 힘을 꽁꽁 숨기고 있는 것보다 바로 써먹는 게 낫지."
안드라스. 전부 ★★ 수준에 이르러있던 안드라스들은 드라고니안이 되며 ★★☆☆에 이르렀다.
몇몇 3성으로 진화한 안드라스들은 새의 특징이 아주 약간 남아있는 아인이 되었고, 진화 전의 새머리를 투구처럼 쓰고 다니며 정체를 숨겼다. 나는 150에 이르는 안드라스들을 50명씩 라스피카, 라스베가스, 그리고 본진에 배치하였다.
전장이 아닌 곳에.
전장에는 이미 최강의 병력들이 배치되어있다.
"가자, 륜. 전장으로."
레오 후작가와 당장 전쟁을 치를 수 없다.
우리는 이미 다른 곳, 사지타리우스 백작가와 전쟁을 치르고 있으므로.
* * *
〈알로켄 던전 인근 황야, 사지타리우스 백작가 전진요새.〉
"어우, 춥다."
백작가의 병사, 토레마 자사는 쌀쌀한 황야의 날씨에 숨을 죽였다. 요새에 틀어박혀 모래바람이 휘날리는 황야를 바라본 것도 어느덧 몇 달이 넘었다.
"휴가가고 싶다."
안 그래도 넘쳐나는 트롤 때문에 고생이었지만, 지난 한 달 간 그는 진짜 마왕군과의 전쟁을 치르며 개고생을 했다. 트롤은 전부 죽이는데 성공했지만, 트롤 대신에 나타난 오크 무리와 마녀는 화수분처럼 쏟아지며 백작가를 괴롭혔다.
죽은 병사만 무려 100명.
그 중에는 유명한 기사들도 있었다.
사지타리우스 백작가에서 많은 돈을 들여 고용한 용병들도 절반 가량이 던전에서 살아돌아오지 못하기 십상이었다.
"계속 싸워서 무슨 의미가 있다고. 적은 싸울수록 강해지고 부활하는데."
인간은 한 번 죽으면 그걸로 끝이다. 하지만 던전의 괴물들은 죽어도 부활하고, 부활한 뒤로 더욱 강해졌다. 당장 힘은 약해지더라도 죽음의 경험이 그들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줬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신체능력도 월등히 높아졌다. 오크들은 분명 일반병사보다 조금 강한 정도였건만, 어느새 기사들과 1:1로 붙어도 크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강해졌다.
적은 분명히 싸우면서 성장하고 있다. 이대로 시간이 질질 끌리기만 한다면 사지타리우스 백작가는 저 멀리 비르고 남작령처럼 마왕군에게 점령당할 지도 몰랐다.
"쓰읍.... 잘못해서 마왕군에게 사로잡히면 오크에게 강간당한다던데."
토레마는 몸을 으스스 떨었다. 죽더라도 오크에게 후장이 털려 죽는 건 사양이었다.
"빨리 전쟁이 끝났으면...응?"
툭, 툭툭.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자갈인가? 모래폭풍이 요새 위를 스쳤던가?
퍽.
아니다. 토레마는 어깨 위에 스치고 떨어진 주먹만한 돌덩이에 경악했다. 이것은 적의 공격이 분명했다.
"어떻게-"
황야에는 분명 뭔가 날리는 적이 없었는데? 토레마가 뭔가 이상한 기척에 고개를 치켜 든 순간.
"쉿."
검은 머리칼에 검은 천사의 날개를 펄럭이는 여인이 토레마의 위에서 사납게 웃고있었다. 그건 사냥감을 노리는 매의 눈빛과도 같았다.
"부활 후 첫 싸움이란다. 조용히 닥치고 죽으렴."
여인은 자신의 로브에서 깃털 하나를 뽑아 토레마의 목에 날렸다. 성대를 정확히 찌른 깃털은 단검처럼 날카로웠고, 토레마는 신음을 흘리며 무릎꿇었다.
"끄어억."
"안녕, 이름모를 인간."
여인의 찢어진 눈동자에서 녹색의 안광이 스쳤다.
"내가 너의 죽음이란다."
까악, 까악.
하늘에서 거대한 돌덩이가 떨어져내렸다. 토레마는 하늘에서 떨어진 돌에 머리를 맞고 의식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