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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비만 오크-402화 (402/800)

나 혼자 비만 오크 40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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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흐끅, 저희는 근처를 진격하던 마왕군 오크들의 도움으로...마녀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흐끅!”

솔라는 울면서 이야기를 마쳤다. 뒤에 있던 다른 다크엘프들도 침통한 얼굴로 소리없이 울었다. 레오 후작은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속으로 한탄했다.

증거는 없다. 엘프들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하지만 정황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딱 하나, 증거가 있었다. 레오 후작의 눈에도 보이는 명명백백한 증거가.

“그들의 피부색이 증거입니다, 후작.”

“.......”

사실은 오크와 정분이 나서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레오 후작의 머릿속에 잠시 스쳤지만, 엘프가 오크와 정을 나누었다는 건 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망상이었다.

믿기는 어렵지만 해괴망측한 일 보다는 더 설득력이 있었다. 마녀 레비즈는 네 엘프를 강간하고 다크엘프로 만들어버렸다.

‘어부지리인가.’

마왕군이 엘프를 구하려고 한 건 아닐 것이다.

단지 레비즈를 잡기 위해 병력을 보냈다가 레비즈가 보인 참상에 엘프들과 손을 잡은 것이 논리적으로 합당했다.

아무리 인간을 범하기 좋아하는 마족이라 한들, 인간이 엘프를 범한 광경을 두고 좋다고 엘프들을 이어서 겁탈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구멍이 많은 이야기인데.’

믿어야 하나, 믿지 말아야 하나.

레오 후작은 경험과 편견과 정황 증거 사이에서 결단을 내려야했다. 엘프들의 말을 믿고 인류의 대표로서 사과를 해야할 지, 아니면 레비즈가 그랬다는 것처럼 엘프들을 마물과 몸을 섞고 인류를 배반한 배신자로 규정할 지.

“여왕님께서 타락한 저희를...흑…!”

솔라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붉은 융단을 적시는 투명한 물방울에는 슬픔과 한탄이 섞여있었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제가 인류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오나,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리겠습니다.”

결국 레오 후작은 한 번 더 허리를 굽혔다. 니프엘라는 울음바다가 된 다크엘프들에게 손짓을 했고, 옆에 함께 있던 크림엘프들이 그들을 이끌고 응접실을 떠났다.

“알겠습니다. 잘못한 것은 마녀니까요.”

결국 남은 엘프는 니프엘라와 그 옆을 지키고 있는 가슴 큰 엘프 뿐. 그녀는 레오 후작이 얼핏 보기에도 강해보이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장로.”

엘프 여인은 니프엘라에게 무언가 쪽지를 건넸다. 니프엘라는 그걸 보고 잠시 표정을 굳혔다가 레오 후작에게 시선을 돌렸다.

“엘프 여왕님의 전언입니다. 비록 마왕군과 동맹을 맺었다고는 하지만, 엘프들 또한 인류 연합 전체와 싸우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한 사람의 잘못을 인류 전체의 잘못으로 매도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감사합니다.”

“하지만.”

니프엘라는 엄한 표정으로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테이블 위에는 피칠갑이 된 교단의 앰블럼이 놓였다.

“여신교단만큼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 거짓을 참칭하고 엘프들을 죽음으로 내몰려고 한 간악한 음모에 맞서, 엘프들은 여신교단과 전쟁을 치르기로 맹세하였습니다. 여신의 이름으로.”

“.......예?”

레오 후작은 진심으로 당황했다.

“여신께서는 엘프 여왕님께 신탁을 내리셨습니다. 진정으로 자신을 믿고 따르는 자라면 신성력의 힘을 보이라고. 거짓된 자들이 자신의 뜻을 참칭하여 신을 능멸하는 행위를 더이상 볼 수 없다고 하셨지요.”

“그, 그건…?!”

“엘프들은 여신교단을 무너뜨릴 때까지 마왕군과 공투할 것입니다. 이는 이미 마왕군과도 협정을 맺은 바. 여신교단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악의 근원을 제거할 때까지 엘프들은 마왕군과 함께 맞서 싸울 것입니다. 그것이 설령 인류연합이라고 할지라도. 이것은….”

탕.

니프엘라는 테이블을 손으로 내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청난 박력에 후작가의 사람들은, 인간들은 침묵했다.

“여신의 진정한 뜻을 알리기 위한 성전입니다.”

엘프는 인류가 아닌, 여신교단에 선전포고를 날렸다.

* * *

〈그 시각, 구 남작령 스피카 성-현 라스피카.〉

"아저씨, 그만 좀 껄떡거리라스."

"껄떡거리는 게 아니라 잠깐 이야기 좀…."

"목소리가 이래서 그렇지 나는 남자라스."

"아아악!!"

인간은 자고로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마물과의 행위로 살아남은 인간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군단에 차츰 녹아들었다.

"아오, 씨발! 안드라스 놈들은 왜 하나같이 얼굴이 똑같아서!"

"가슴 잘 보면 되는 거라스."

"꽁꽁 가리고 다니는데 어떻게 구분하라고?"

"부리를 잘 보면 알거라스. 정 구분 안 가면 하피랑 하라스. 내가 보장하는데 안드라스나 하피나 같은 보지라스."

"...그려?"

남자는 코를 쓱 훔치며 발길을 돌렸다. 졸지에 남자에게 구애를 받은 안드라스는 머쓱한 얼굴로 다시 창을 들고 경비 임무에 집중했다.

"나 참."

청년은 머리를 긁적이며 허탈하게 웃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마물이 인간을 덮친 것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이제는 몇몇 인간들이 직접 나서서 마물들을 꼬시러 다녔다.

"아주 그냥 자유롭게 다니는 구만…."

마물과 하려는 이들은 한 둘이 아니었다. 인간들은 성벽 안에서 이전의 삶을 그대로 영위하였고, 마물들이 그 안에 주민들처럼 섞여들었을 뿐이다.

"거기 예쁜 하피 아가씨. 알 낳고 싶지 않아?"

"어머. 지금 나한테 라스 신청 하는 거야?"

느끼하게 생긴 남자가 날아가던 하피를 향해 윙크했다. 식량을 나르던 하피는 다른 일행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저기, 오크 오빠! 오빠는 뭐 좋아해요?"

"단련하는 걸 좋아하오. 그래야 소중한 걸 지킬 수 있거든."

"그럼 저랑 침대에서...단련 안 하실래요?"

"...단련이라면 여쩔 수 없지."

순박한 얼굴의 여인은 떡 벌어진 어깨의 오크와 팔짱을 끼고 으슥한 골목길로 사라졌다.

광장의 분수대에 앉아 성 내 주민들의 일상을 관찰하던 청년은 멍하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대낮부터 너도나도 섹스질이냐…."

"섹스와는 달라요, 섹스와는."

지나가던 하이 엘프 하나가 뚱한 얼굴로 청년의 말을 부정했다. 도시 내에서 보기 힘든 엘프 중 유독 귀가 뾰족한 하이 엘프는 단 한 명 뿐이었다.

"라스는 말이에요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행위에요. 단순히 육욕 때문에 푹푹찍찍하는 거랑은 다르다고요. 서로의 정신적 충족감을 공유하면 자연스레 육체적인 쾌감이 따라 올 뿐이랍니다."

"그래서 군단장과 시도때도 없이 라스하고 그러십니까?"

"네! 저는 주인님을 사랑하니까요!"

하이엘프는 광장에서 당당히 소리쳤다. 지나가던 사람들의 이목이 하이엘프에게 쏠렸고, 좀처럼 보기 힘든 특이한 복장에 지나가던 주민들은 발걸음을 멈췄다.

하얀 셔츠에 검은 치마. 허벅지 거의 끝까지 올라가는 검은 스타킹. 셔츠 위에 걸친 검은 자켓. 그리고 셔츠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짙은 녹색의 넥타이.

"그건 또 무슨 옷이랍니까?"

"아아, 이건 학교 교복이라고 하는 거예요!"

하이엘프는 양 손으로 V자를 그리며 베시시 웃었다. 청년은 머리를 쥐어 뜯으며 좌절했다.

"저 옷의 용도를 이해한 내가 싫다…."

"어머. 언니들한테서 들었는데 진짜 똑똑하시네요. 역시 에일라가 눈여겨본 인재다워요. 그런 의미에서 당신, 성에서 일해볼 생각 없어요?"

"예?"

청년은 하이엘프의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서, 성이라 함은….?"

"라스피카 성이죠. 남작님이 가신을 모으고 있는 중이거든요."

"남작님께서...."

청년은 군침을 꿀꺽 삼켰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다른 이들과 함께 남작을 욕하는 이들에 편승했지만, 지금의 비르고 남작은 주민들에게 있어 천사와도 같은 성녀였다.

"우리 군단에서도 영지 관리는 인간들에게 맡기고 싶거든요. 여기는 인간들이 지내는 곳이니까."

"저, 저기. 한 가지 여쭤보겠습니다."

청년은 숨을 삼키며 낮게 물었다.

"...가신으로 활약하면 그곳으로 갈 수 있습니까?"

"그곳이요?"

"라스베가스."

"...히히."

하이엘프는 씩 웃었다.

"라스베가스로 오고 싶다고 해도 어지간한 능력 없이는 못 올텐데~"

"저, 저 잘 할 수 있습니다!"

"잘 하는 건 알아요. 언니들한테 들었으니까. 근데 섹스만 잘한다고 라스베가스 올 수 있는 건 아녜요. 섹스만 잘하면 목장으로 보내지겠죠. 군단에 일조할 수 있는 능력이 되어야-"

아아아악!!

어디선가 남자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하이엘프는 바로 몸을 돌려 비명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달렸고, 청년은 하이엘프를 쫓아 허겁지겁 달려갔다.

"내 팔!! 찢어져, 찢어진다고오오!"

골목 끝에는 남자 한 명을 두고 두 명의 여자가 서로 팔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남자의 팔을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이들은 전부 인간 여인이었다.

"류, 륜 님!!"

"어머나. 잭 아니에요?"

"여, 〈연사의 잭〉입니다. 그보다 륜 님, 이들 좀 진정시켜 주십시오."

연사의 잭은 좌우를 눈으로 가리키며 구원을 요청했다. 그의 팔에 달라붙은 두 명의 여인은 쌍둥이처럼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이건 어떻게 된 일이죠?"

"이 남자는 제 거에요!"

"아니에요, 엘프님! 제 거라고요!"

"아하."

하이엘프는 손뼉을 치며 금방 상황을 이해했다.

"양다리 걸치다 걸렸구나!"

"아닙니다!"

"그럼 왜 두 명이나 당신한테 달라붙어 있는 거죠?"

"그, 그거야...."

펄럭. 연사의 잭은 등뒤에 펼쳐진 날개를 펄럭거렸다. 그의 눈동자는 세로로 길게 찢어져 있었다.

"드라고니안 인간은 그리 흔한 자가 아닌지라, 거부감 없이 라스할 수 있다면서 저를...."

"에, 엘프님! 저희는 사랑으로 라스하는 거예요! 절대 강제로 하는게 아니라고요!"

"그럼 뭐가 문제길래?"

"...첫 발을 누가 가져갈 지 다투고 있었어요."

두 여자는 동시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하이엘프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었다.

"저, 저기."

"왜요?"

하이엘프를 뒤따라온 청년은 흘러내린 안경을 고쳐올리며 말했다.

"제게 좋은 해결 방법이 있습니다."

"어, 진짜요? 그런데 어쩌죠."

애애애앵.

하늘에 거대한 날개의 조인, 하피 에일로가 강철날개를 펄럭이며 골목 위에 도착했다.

"이미 경찰 불렀는데."

* * *

〈라스피카 성, 재판정.〉

"길거리에서 남자 하나를 두고 쌍둥이 자매끼리 치정극이라. 오호통재로다."

재판정 한 가운데 의자에 앉은 배불뚝이 오크는 제 위에 앉혀놓은 버지나니야 비르고 남작의 가슴을 조물딱거리며 죄인들에게 말했다.

"남작은 어찌 생각하느냐?"

오크는 남작의 볼을 혀로 핥았다. 발가벗겨진 채로 오크와 대면좌위로 허리를 움직이던 남작은 오크와 혀를 섞으며 부탁했다.

"제가 한 발 싸게 해드릴테니까...선처를...."

""남작님...!""

쌍둥이 자매는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둘이서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남작은 또다시 오크의 위에서 허리를 놀려야했다.

"흐어어. 너희가 저지른 죄를 생각하면 당장 목장으로 보내고 싶으나, 남작의 보지를 생각해서 참도록 하마. 너희들에게 판결을 내리마."

탕탕탕. 오크는 남작의 엉덩이를 세 번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이목을 끌었다.

"너희 자매에게는 '합성'형에 처한다. 둘이서 하나로 합성되면 동시에 처음을 가질 수 있겠지."

"예?"

쌍둥이 자매의 눈이 공포에 휩싸였다. 그리고 동시에 하이엘프가 데려온 안경 쓴 청년 또한 표정이 굳었다.

"자, 변호사여. 본 판사의 선고에 이의가 있다면 지금당장 말하라. 남작이 가기전에 변론을 시작하지."

퍽, 퍽퍽퍽.

"하아, 하아, 흐으윽!"

남작은 오크에게 안겨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입안이 바싹 마르기 시작하는 청년은 재빨리 소리를 질렀다.

"둘은 죄가 없습니다! 진짜 죄인은 저 드라고니안입니다!"

"오호. 이유는?"

"너무 섹스를 잘해서 쌍둥이 자매가 동시에 남자를 원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자매에게 잘못이 있다면, 당신의 피가 섞인 드라고니안에 꼴린 게 잘못입니다!"

청년은 스스로 말하면서 무슨 말을 하는 지 몰랐다. 오크는 파안대소하며 남작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붙잡았다.

"인간이여, 이름이 뭐지?"

"살렘입니다."

"그래, 살렘. 그렇다면 드라고니안에게 죄를 묻지. 자지를 반으로 가르는 건 어떠냐? 그럼 공평하게 둘에게 동시에 박을 수 있을텐데."

청년, 살렘은 침을 꿀꺽 삼키며 생각을 정리했다. 이것이 오크가 자신에게 주는 시련임을 깨닫고, 청년은 한 가지 정답을 내놓았다.

"다른 형벌을 내려주십시오."

"무엇이냐?"

"죄인의 눈을 가리십시오. 그리고 자매를 양옆으로 두게 하소서. 그리고 누구에게 먼저 박을 지는, 공평하게 좆대가 휘어진 방향으로 하는 겁니다."

"크하하하하! 그것 참 대단한 형벌이로구나."

"흐기이이익!!"

오크는 남작의 엉덩이를 세 번 두드렸다. 갑작스런 자극에 남작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절정의 비명을 질렀다.

"죄인들을 〈라스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방〉으로 보내라. 그리고 죄인들에게 그대로 형벌을 내리도록 하라."

"알겠라스."

안드라스 경비병들은 죄인들을 끌고 내려갔다. 오크는 숨을 헐떡이는 남작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으며 살렘에게 말했다.

"그래. 네가 그 '엘프 트리플킬'의 주인공이란 말이렸다."

"예?"

"아니, 누가 그 대단한 크림엘프들을 인간박이로 만들었나 궁금해서."

살렘은 고개를 떨구었다. 오크가 앉은 의자 뒤에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크림엘프 셋이 킥킥거리며 살렘에게 엄지를 척 들어올렸다.

"살렘. 축하한다."

오크는 두 팔을 벌렸다.

"군단에 들어온 걸 환영한다. 나는 라스의 뜻을 전하는 사랑의 독재자, 분노의 군단장 파후우 이니라."

뷰르르륵. 오크가 사정하는 소리와 함께 재판은 끝났다.

========== 작품 후기 ==========

라스법정 최고형벌 - 복상사형, 양계장 무기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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